00010 헤밀 편 - 찾다 =========================================================================
그날, 로레인은 아침기도가 끝나자마자 테스카의 한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투숙객에게 전화를 돌려달라는 평범한 요청에도 호텔 직원은 아주 까다로운 태도로 전화 건 이의 신분을 확인했다.
“으, 이러다 독서 시간에 늦겠어.”
마침내 객실로 연결하겠노라는 직원의 안내를 들으며 로레인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히도 연결음은 거의 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멎었다.
동시에, 애타게 기다리던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단 한 음절뿐이었는데도, 로레인은 목소리의 주인이 아침부터 저기압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가능하면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살살 구슬리는 편이 좋았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급했다.
“오늘 올 거야, 안 올 거야?”
다짜고짜 수화기를 향해 재촉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안 간다니까.”
“안 돼, 와야 한다니까. 여긴 차를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단 말이야.”
“그건 거기 사정이지.”
“그럼 기사라도 좀 보내줘 봐. 내가 이렇게 사정하는데도 비협조적으로 나오기야? 후원자 양반?”
“기사는 나를 데리고 다녀야 해서 바빠.”
“오늘 무슨 특별히 중요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정 바쁘면 우리 데려다만 주고 내일모레 다시 데리러 와줘도 돼. 내가 일주일이나 전부터 부탁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처음부터 안 된다고 말했잖아. 이틀이나 쉴 수는 없어. 특별이고 뭐고 내 일은 매일 중요해. 일을 하지 않으면 로레인 수녀가 좋아하는 후원도 해줄 수 없고.”
“몰라! 아무튼 5시까지 데리러 와주지 않으면 내가 무면허로 트럭 몰고 갔다 올 테니까! 에잇, 나 늦어서 끊을 거야!”
빨리 끊어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해주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로레인은 황급히 전화 앞을 떠났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었다.
로레인은 정각을 조금 벗어났을 때에야 겨우 교회를 뛰쳐나올 수 있었다. 약속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꾸물꾸물 회색 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이 신경 쓰였다. 그러나 이내, 입구에 서 있는 2대의 자동차가 로레인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 대는 전에도 본 적 있는 까만 리무진, 다른 한 대는 처음 보는 크림색 리무진이었다.
“제일 늦게 나오시는군요, 수녀님.”
까만 리무진의 운전석 앞에 기대어 선, 저기압인 남자가 말했다.
“어, 어머나, 미안합니다.”
로레인은 자신을 위해 정렬하고 있는 일행을 확인하고, 몹시 황송해하는 얼굴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리무진과 로레인의 사이에서 3명의 신자가 서로 눈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노수녀만이 평온한 얼굴로 똑바로 로레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로레인이 늦을 일도 없는 시간대에 지각을 한 것은, 잠깐 여유가 되는 것을 이용해서 10분만 눈을 붙인다는 것이 30분이나 자 버린 까닭이었다. 그리고 노수녀는 로레인의 일과를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로레인 수녀님.”
노수녀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예, 헬레나 수녀님.”
로레인은 배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노수녀가 느릿느릿 품위를 잃지 않는 말투로 당부했다.
“부디… 신자 분들을 모시고 말썽 없이… 자알 다녀오셔야 합니다.”
“아무렴요. 지당하십니다, 헬레나 수녀님. 명심 또 명심하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로레인은 다시 한 번 우아한 각도로 허리를 숙이고 나서, 저기압의 남자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또다시 깊이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형제님. 공사가 다망하신 와중에 이렇게 흔쾌히 귀한 시간을 쪼개어 봉사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니, 이 수녀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타기나 해.”
남자가 겨우 알아들을 만큼 나지막이 말하고서, 영혼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림색 리무진에는 운전기사와 신자 3명이 타고, 검은색 리무진에는 저기압 남자와 로레인만 탔다.
일주일 전부터 애걸복걸해서 그에게 차를 가지고 오게 하긴 했지만, 로레인도 막상 리무진에 몸을 싣고 있자니 사치를 부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만도 않았다. 시골 마을에서는 자동차가 귀했다. 그런 차마다 1명, 3명의 손님밖에 실려 있지 않았다는 점이 불편함을 배가시켰다.
“…한 대는 교회에 세워두고 올 걸 그랬어.”
로레인이 운전석을 눈치 보며 중얼거렸다.
“한 차에 6명이 다 어떻게 타.”
운전사가 탐탁지 않아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못 타? 자리만 넓구먼. 한 대로도 충분했겠네.”
로레인이 머쓱해서 구시렁거리자, 곧장 ‘나한테는 손님만 다섯이라며?’ 하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로레인은 자신이 앉아 있는 조수석과의 사이에 붙어 있는 백미러를 통해 남자의 치켜뜬 눈을 확인하고 더욱 꼬리를 내렸다.
“아니, 어제 두 분이 못 오신다고 연락을 하셨는데 내가 깜빡하고 말을 못했지 뭐야. 아침에는 너무 긴박한 상황이었단 말이야.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펜 씨는 쉬시라고 돌려보내고 5명이서 가면 한 대로도 가면 어때?”
“됐어. 어차피 펜은 나하고 같이 움직이는 편이 나아. 이틀 쉬는 만큼 모레는 더 바쁘다고. 바로바로 데리고 다녀야지.”
로레인은 그래도 남자의 목소리가 이미 누그러져 있다는 것을 느끼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발렌틴.”
“뭐.”
“고마워서 그러지.”
“다음은 없어.”
로레인은 그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다시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형제님. 그리고 매일이 바쁘신 가운데에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일요일쯤 가까운 교회에도 잠시 들르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발렌틴이 대답도 하지 않고 인상만 쓰자, 로레인은 흥, 콧방귀를 끼고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성지의 숙소에 도착해서, 첫째 날과 둘째 날까지는 차질 없이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늘이 내내 흐려 있기는 했지만, 오후부터 비가 찔끔찔끔 내리다가도 아침이 되면 그치기를 반복했다. 일행은 오전에 야외 일정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실내에서 기도를 했다.
그러나 슈하스로 돌아가야 할 셋째 날, 일정이 틀어졌다.
그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슈하스로 출발할 시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소나기를 퍼붓기 시작했다.
“산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이래가지고는 위험하지 않겠어요? 바람도 심상치 않네요. 날이 저물기 전에 댁으로 가셔야 할 텐데 이를 어쩐답니까?”
숙소의 주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먹구름이 쏟아내는 빗줄기는 대지 위를 전부 휩쓸어버릴 것처럼 기세가 대단했다. 나무들도 마구 흔들리며 저들끼리 요란하게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짐을 싸놓은 채로 거실에 모여 서서 웅성거렸다.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면…, 비가 그친다고 해도 길이 너무 안 좋아질 것 같소만.”
“나간다고 해도 말이에요. 괜히 위험한 여행을 강행해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좀 그러네요. 저희를 돌봐 주시겠다고 힘든 길 와주신 웨버 경 일행에게도 그렇고….”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발렌틴과 펜은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펜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궂은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한 번 가슴을 들썩였다.
“오늘은 못 나가겠는데. 포장 안 된 길도 많고.”
발렌틴이 차분한 말투로 모두를 향해 말을 이었다.
“숙박을 연장하는 건 문제 없소? 오늘 중으로 비가 그치면, 내일 오전 기상 상태를 봐서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소만. 다른 분들은 귀가가 늦어져도 괜찮으시겠소?”
“저희들이야 괜찮지만…. 바쁘신데 어쩌면 좋아요.”
다들 미안해져서 난처한 얼굴을 하는 걸 보고 제일 좌불안석이 된 것은 로레인이었다. 안 그래도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나온 게 내심 미안했는데, 시간을 더 빼앗게 되자 몸 둘 바를 몰라졌다.
“어떡해…. 미안해요.”
로레인이 울상을 짓자, 발렌틴은 쓴웃음을 지으며 태도를 편하게 바꾸었다.
“다들 댁에 연락하시게 하고 수녀님도 교회에 알리기나 하시오. 어차피 오늘은 내가 필요 없게 된 듯하니, 난 모처럼 침대에서 푹 쉬어야겠소.”
“내일 약속하신 일은요?”
“딱히 약속한 건 없어요. 나오기 싫어서 그냥 한 소리였지. 그럼 밥시간 될 때까지 나 깨우지 마시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로레인은 닫힌 방문을 쳐다보고 서 있다가, 발렌틴이 서 있던 자리 옆에 우두커니 남겨진 펜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내일 약속 없어요?”
의심하는 듯한 물음에 펜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 없습니다, 수녀님.”
“대답이 너무 빠른데…. 아무튼 미안해요. 펜 씨도 모처럼일 텐데 좀 쉬시지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죄송하지만, 웨버 경을 깨우시기 전에 저를 먼저 깨워주시겠습니까?”
“그럴게요.”
로레인은 내일 다시 수고해 줄 운전기사들을 쉬게 하고, 숙소 주인에게 부탁해서 사람들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교회에 전화했을 때에는 헬레나 수녀가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감자를 캐다 팔아서라도 비용을 대줄 테니 숙박을 더 하고 꼭 안전할 때 돌아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다행히도 정말 지나가는 소나기였는지, 이른 저녁을 먹고 치우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비가 그치고 있었다.
로레인은 뒷정리를 마친 후, 소화도 시킬 겸 마당으로 나가서 기웃댔다.
“루시야, 놀자.”
그러자 개집에서 줄이 풀리며 땅을 끄는 드르륵 소리가 들리고, 덩치 큰 포인터 한 마리가 나와서 살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혼자 안 무서웠져요?”
안쓰러운 마음에 쓱쓱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루시는 로레인이 해마다 한 번 이곳에 찾아와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로레인을 주인처럼 잘 따랐다. 숙소 주인의 말에 의하면, 포인터라는 개들이 원래 애교가 많은 종인 듯했다.
“비 때문에 아저씨도 바쁘고, 우리 루시도 오늘 밖에 못 나가서 심심하겠네?”
로레인의 말에, 루시가 긍정하듯 크게 한 번 짖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목줄이 늘어나는 범위까지 번잡스럽게 왔다 갔다 하며 밖에 나가고 싶다는 어필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로레인도 덩달아 몸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흠. 내가 원래 운동 좀 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종일 안에서 기도만 하다가 졸다가의 연속이었네. 잠깐만 기다려 봐, 나 금방 올게.”
로레인이 다시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거실을 서성이다가, 발렌틴이 혼자 쉬고 있을 방의 문을 두드렸다.
“웨버 경, 저 잠시 들어갈게요.”
방문을 열자, 침대 대신 커다란 의자에서 몸을 쉬게 하고 있는 발렌틴이 보였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조금 늦게 방문객을 돌아보았다.
“쉬는 시간인데 무슨 일이십니까, 수녀님.”
“예, 자애로우신 형제님. 다름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연약한 개형제 루시가 자신을 돌봐줄 이 하나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개가 무슨 형제입니까.”
“그럼 동무쯤으로 하지요.”
얌전하게 허리를 수그려 보았지만, 발렌틴은 슬쩍 몸을 창가 쪽으로 돌리고서 다시 수첩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기, 형제님.”
“설마 지금 나더러 오밤중에 개 산책까지 시키라는 건 아니겠지.”
“과연 형제님께서는 이 수녀의 마음을 부처님처럼 환히 들여다보시는 혜안을 가지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밤중이 아니라 평소 형제님께서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실 오후 5시 50분이랍니다.”
“안 가.”
발렌틴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러나 10여 분 후, 그는 로레인과 루시를 데리고서 숙소 아래 개울가로 나섰다.
셋이서 잠깐 개울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몇 발짝 지나면 건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은 개울이어서 2,3시간 쏟아진 폭우 가지고는 그리 위험한 환경이 되어 있지 않았다.
비 때문에 흐릿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한 가로등 아래로 비치는 로레인의 모습은 아주 볼만했다. 그녀는 한 손에 루시의 목줄을 잡고, 루시와 똑같은 모양새로 입을 헤 벌린 채 개울가를 걸었다.
아닌 게 아니라 온종일 실내에만 있느라 좀이 쑤셨을 것이다. 평소 슈하스의 교회에서는 야외 활동에 수반되는 육체노동량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로레인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여기 오니까 좋지? 공기도 좋지?”
“테스카도 좋아.”
“좋긴 뭐가 좋아? 사람 많고 먼지 많고 차까지 다니는데.”
로레인은 귀찮아하는 발렌틴을 끌고서 가로등 불빛이 닿는 길 끝까지 걸었다.
마침 비가 갠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뿌연 가로등만큼이나 밝아서 산책하기에 아주 나쁘지만도 않은 환경이었다. 모래흙이 깔린 곳은 길도 별로 질퍽거리지 않았다.
“웨버 경, 요즘 좋은 소식 없어요?”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들은 날이 언제였더라. 벌써 12개월이 지났던가 하고, 발렌틴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로레인이 이 질문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신중하게 날짜를 계산해 보고 1년이 지났음을 확인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쎄. 아테카의 땅 시세가 오른다고 하던데 내년부터는 로레인 수녀의 아버지가 헌금을 더 많이 내실 수 있게 되겠군.”
“아버지는 됐으니까 그런 거 말고 다른 거 없어? 안 생겼어?”
“안 생겨. 신경 꺼.”
발렌틴이 쌀쌀맞게 대답하자, 로레인이 눈치를 보며 얼른 해명했다.
“나는 다른 건 아니고, 귀하신 후원자님의 사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그러는 거지. 여기 나라님들은 부인을 둘씩이나 거느리고 사는데, 우리 웨버 경은 나이 스물다섯이 되도록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하고 있잖아? 집안을 돌봐줄 여자 하나 없는 남자랑 무슨 사업을 하느냐고 높으신 분들이 일을 안 주면 어떻게 해. 여긴 귀족들이 그런 거 많이 따지는 걸.”
“사업 망칠까 봐 함부로 여자를 들여서 인생을 망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함부로 말고 신중하게 들여야지. 전에는 운이 나빴던 것뿐이야. 그렇다고 여성 전체에 대해 냉소적이 되어선 안 돼.”
“난 하나도 냉소적이지 않아. 그런 옛날 얘기는 됐어. 장차 내 집안을 돌봐준다고 해 놓고 배신한 여자한테 그런 간섭 받고 싶지 않다고.”
“어우, 대체 언제 적 얘기래? 여자의 마음은 움직이는 거랍니다. 내 운명이 다른 곳에 있었는데 뭐 어떻게 해. ‘크면 나랑 산다더니’라니 아빠도 그런 말은 안 한다.”
로레인이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고 말하자, 발렌틴은 뭔가 말하려다 자포자기한 듯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살림을 관리해주는 건 둘째 치고 그녀가 택한 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았지만.
“…슈하스는 지낼 만해?”
“응. 아주 좋아. 근데 우리 교회에서도 개를 키웠으면 좋겠어. 샬럿도 보고 싶고. 우리 착한 멍멍이 잘 지내고 있을까?”
“집에 전화라도 자주 해 드려.”
“그게 잘 안 된다니까. 나는 아무래도 천성이 풀어놓은…, 앗.”
로레인이 본격적인 수다를 늘어놓으며 기지개를 쭉 펴던 때였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루시의 목줄이 확 빠져나갔다.
“루시!”
개가 돌연 로레인의 손에서 벗어나 킁킁대며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갔다. 그리고 이내 크게 도약하며 겅중겅중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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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