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특별 외전-29화 (218/221)

특별 외전 3. 당신을 기억하는 법3—1화.

책을 덮은 설의 눈이 느릿하게 깜 빡였다.

“뭐지? 내가 뭘 본 거지?”

분명 좋았다. 마지막 장까지는.

그러나 비하인드 스토리라며 마지막에 몇 줄 끼적인 내용을 본 순 간, 설은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창조신 가이오니아는 정말 자식에게 패배하고 소멸했을까?

신의 죽음이라는 것이, 정말로 가 능한 일일까?]

행복한 이야기만 가득 채워도 모 자란 외전 끝에,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찝찝한 소리를 집어넣었단 말인가?

설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핸드 폰을 꺼내 책 리뷰를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먼저 읽은 독자들의 리뷰가 넘쳐나고 있었다.

[rla* * *.

공익을 위해 리뷰 남깁니다. 아직 외전 안 사신 분들, 그대로 돌아가 세요. 작가가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똥 뿌려놨습니다. 찝찝해서 잠이 안 옵니다.]

[wjd* * *.

아니 비하인드 스토리 머임? 지금 장난함? 안 본 눈 삽니다.]

[wha* * *.

????? 가이오니야 살아있음??]

[thd * * *.

작가님…, 왜 그러셨어요. 저는 그냥 본편에서 받았던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외전은 머릿속에서 지우 려 합니다…. 다시는 글 이렇게 쓰지 마세요….]

[rkd* * *.

와 ㅋㅋㅋ 마지막 열몇 줄 남짓만 아니었어도 띵작이라고 리뷰 남겨 주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지 ㅋㅋㅋㅋ 이렇게 독자들 뒤통수를 친다 고?]

[rhd* * *.

진짜 다 읽고 짜증만 남는 이런 외전도 있네요….]

[chl* * *.

근데 찝찝하긴 했음. 솔직히 프로크… 어쩌구도 결국 가이오니아가만든 자식 아님?? 신이 너무 쉽게죽긴 했지? 근데 그거랑 별개로 이 작가는 손절합니다. 똥 싸고 안 닦 은 기분 오졌다;;;]

분노한 독자들의 리뷰에 절실히 공감한 설이, 허탈하게 웃으며 핸드 폰을 내려놓았다.

그 고생을 하고 겨우 행복해진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보려 했을 뿐인 데, 뜬금없이 작가가 공인한 최종 보스 부활설이라니?

충격에 빠져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이데, 소심히 방문이 열리고 환의 얼굴이 빼꼼 들이밀어졌다.

“이설. 너 진짜 밥 안 먹어?”

“안 먹어! 나가!”

“아, 미안하다니까…….”

하데스의 등신대를 잔인하게 부숴 놓은 일로 설에게 한 시간 넘게 욕을 듣고 얻어맞은 환은 코가 쑥 빠 져 있었다.

안 그래도 특별 외전 마지막 장을 덮고 찝찝했던 설의 기분은, 문 옆에 세워 놓은 등신대를 보고 더 망 가졌다.

하데스의 분리된 몸과 머리는, 신 이 투명 테이프로 임시 수습해 주 었는데…….

안타깝게도, 언제나 완벽했던 공작 전하는 마치 병원 가서 깁스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없어 보였다.

“짜증 나, 진짜…….”

설이 이를 가는데, 환의 머리 위로 신의 머리도 빼꼼 들어섰다.

“설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안 먹는다고 했지!”

“치킨 시켜줄까?”

“…….”

치킨 소리에 설이 멈칫했다.

치킨은…….

치킨은 못 참지.

입을 삐죽 내민 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간장 반 레드 반.”

“에이, 말 안 해도 알지, 우리 설 이 입맛. 그럼 지금 바로 시킬 테 니까 이따 치킨 오면 나오세요, 공주님?”

“알았어.”

탁.

다시 문이 닫히고, 설이 침대 위에 푹 드러누웠다.

치킨도 해결해 줄 수 없는 특별 외전 끝부분의 찝찝함이 계속 맴돌 았다.

“진짜 안 본 눈 사고 싶네.”

그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그렇게 다짐한 설은, 책을 펼쳐 마 지막 부분만 다시 읽었다.

[“……하나 정도는 당신다운 흔적을 갖고 있어줘.”]

[“나다운 흔적?”]

[“넘치는 자의식 과잉이라든가?”]

[“아! 그럼 ‘사귀어주겠다’고 해!”]

[“뭐?”]

[“당신한테는 그런 고백이 어울 려.”]

그 부분을 읽었을 때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몇 시간 전 서점에서 만났던 대수 도 꼭,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래. 사귀어줄게.”

“사귀어주겠다고.”

아니야, 소설은 소설일 뿐. 과몰입 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왜인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은 막지 못했다.

벌떡 몸을 일으킨 설이 양팔을 쓱 쓱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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