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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특별 외전-27화 (216/221)

특별 외전 2. 개와 고양이의 나날2—2화.

공격이 퍼부어지는 찰나에 아자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진심으로 나 죽이려고 하네.’

365일 24시간이 부족하도록 싸우 긴 했어도 서로가 진심으로 죽길바란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잔뜩 날이 선 얼음송곳에 꿰뚫리 면 몸이 너덜너덜해질 터. 급히 순 간이동을 시전해 피하려던 때였다.

파삭!

퍼붓던 얼음송곳 비가 아자르의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시전을 취소한 건가, 싶어 록사를 보니 그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얼굴이었다.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공작성 2층 창을 열고 하데스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의 옆에는 창 백한 얼굴의 아이샤도 있었다.

아마 아이샤가 록사의 공격을 무 효화시킨 모양이었다.

멀뚱멀뚱 서 있던 아자르와 록사 가 다시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기 시작했고 그 꼴을 지켜보던 하데스 가 황당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진짜 저놈들은 하루도 조용할 날 이 없군. 내쫓아야 하나?”

“여, 보…….”

그때,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샤의 신음에 하데스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왜 그래?”

“나, 나……. 아, 아파. 배, 배가 너, 너무 아파…….”

“뭐, 뭐?!”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건지, 록사의 마법을 무효화시키며 순간 많은 양의 마력을 써서 무리가 간 건지, 아이샤의 상태가 이상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아이샤가 휘청, 넘어가자 하데스가 재빨리 그 녀의 몸을 붙들었다.

“여, 여보. 애, 애가 나오, 나오려 나 봐…….”

하데스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흔들렸다.

***

아이샤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산파 둘과 의원 하나, 그리고 산모 아이샤까지 넷이 함께 들어간 산실 앞 복도.

그곳을 지키고 선 하데스의 얼굴 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발걸음에는 아내에 대한 걱정과 초조함이 역력했다.

그리고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온 아벨과 데보라도, 하데스와 똑같은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산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아, 아기가 나올 때는 엄청 아프 다던데……. 공작 부인도 지금 아프실까요?”

데보라가 묻자, 아벨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순간 누구보다 아이샤가 걱정되는 아벨이었지만, 데보라를 안심시켜주려는지 그는 애써 웃었다.

“괜찮을 거예요. 어머니가 그랬는 데 힘 빡 주면 쑥 하고 나온대요.”

“저, 정말요?”

“네, 네…….”

언젠가 의원에게 출산의 고통이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에 차물었을 때, 정말 아이샤는 그렇게 대답해주었었다.

“으이구, 그게 그렇게 걱정됐어? 엄만 괜찮아, 아벨. 걱정 안 해도돼. 큰 거 눌 때처럼 힘 빡 주면쑥 하고 나와.”

그래. 그러니까 정말 괜찮을 것이다. 괜찮아야…….

“아아아아악!!!”

흠칫.

아이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산실 문을 부술 듯 뚫고 나오자, 애써괜찮은 척하던 아벨이 땡하니 굳었다.

울상 지은 데보라가 아벨의 옷깃을 붙들고 흔들었다.

“아, 안 아프다면서요! 공자님 거 짓말쟁이야!”

“…….”

이리저리 흔들리는 아벨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붉은 눈은 걱정으로 넋 이 쏙 빠져 허했다.

“아아악! 나 죽어어어!!!”

이어서 계속 들려오는 아이샤의 고통 섞인 비명에, 하데스도 정신이 쏙 나간 표정으로 하얗게 질려 굳 었다.

아벨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하데스 에게 물었다.

“시, 신관들은 언제 와요, 아버지?”

“고, 곧 올 거다. 연락, 연락했어. 우, 우리, 후……. 영지에서 묵고 있었으니까……. 금방, 금방.”

언제나 냉철했던 하데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덜덜 떨리는 입술 로 겨우 대답한 그가 이를 악물었다.

자가 치유가 가능한 백속성 능력자들이유일하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바로 분만 중의 진 통이었다.

아이가 나올 때까지 쭉 지속하는 진통을 감당하려면, 그와 동시에 정신을 집중하고 계속해서 마력을 퍼 부어야 하는데…… 그게 쉬울 리 없다.

해서, 아이샤의 산달이 다가오자 하데스는 그녀의 진통을 줄이고 몸을 회복시켜 줄 신관들을 불러 영지 내에 대기하도록 했었는데…….

“왜 이렇게 안 와!!!”

결국 못 참고 하데스가 소리를 쩌렁쩌렁 내질렀다.

그때.

“이 불멧돼지 새끼는 뭘 또 눈까 리 탁 세우고 꼬나보지라? 함 더 떠보자는 거제?”

“시끄러워, 이 촉새야. 눈치 챙기 고 입 닥쳐.”

잔뜩 예민해 있는 하데스의 귀로, 속삭이듯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데스가 곧바로 복도 구석을 죽 일 듯 노려보았다.

“뭘 잘했다고 씨부렁거리고 있 어?”

나란히 앉아 무릎을 꿇은 록사와 아자르는, 양팔을 허공으로 든 채 벌써 30분째 벌을 받는 중이었다.

까득, 이를 가는 하데스에게 아자르가 투덜거렸다.

“주군. 이 촉새 새끼야 그렇다 치 고, 저는 왜 이러고 있습니까?”

“내가 오늘 일만 가지고 이러는 줄 아나? 네놈들 둘이 붙을 때마다 여기저기 깨 먹고 소란 피우는 거, 벌써 수십 번은 봐줬지?”

잔뜩 화가 난 구둣발 소리를 내며 그들의 앞으로 다가온 하데스가, 한 껏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

단단히 화가 난 듯한 하데스의 모습에, 아자르와 록사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럴 수밖에. 하필 타이밍 나쁘게 도, 충격받은 아이샤의 진통이 시작됐으니 말이다.

냉정한 하데스를 흥분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아이샤였다. 만약 그녀가 잘못되기라 도 한다면, 부하고 동료고 뭐고 아자르와 록사는 한 줌 잿더미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록사 트리볼트. 너는.”

후우, 중간에 분노의 한숨을 한 번 섞은 하데스가 덧붙였다.

“정신머리가 있나, 없나? 내가 누 누이 말했지. 나대지 말라고.”

“아니, 전하. 지는예…….”

“시끄러. 묻는 말에만 대답해.”

록사의 변명을 뚝 자른 하데스가 이를 갈았다.

“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쓸데없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지?”

“쓸데없이 시비 건 거 아니지라! 이 빌어 처먹을 불멧돼지 새끼 땜 시…….”

울컥해 중얼거리던 록사가 입을 삐죽였다.

“……. 리 말랑콩떡 같은 앤 양이 식음도 전폐하고 앓아누워브렀는디지가 으찌 가만히 있겠어라.”

“하?”

“허어…….”

하데스와 아자르가 동시에 어이없 다는 듯 한숨을 터뜨렸다.

“너 설마 일주일 전에 있었던 그, 그 일로…… 나한테 아까 그런 거냐?”

아자르가 황당한 표정으로 묻자 록사가 가는 눈을 흘겼다.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란…….

“저, 저……. 경! 아니, 아자르 씨! 아니, 오빠!”

“…예? 지금 뭐, 오빠요?”

“저 오빠 좋아해요. 호, 혹시 오빠는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 오빠만 괘, 괜찮으면 우리 마, 만나볼래요?”

아자르를 불러낸 앤이 그에게 마음을 고백했다가—

“아뇨. 전 한 번도 앤 양을 그렇게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할일 없을 것 같고. 거 오빠 소리도영…… 민망하니까 다음에는 부르던 대로 불러주십쇼. 그럼 이만.”

—대차게 차인 일을 말하는 것이다.

그 뒤로 앤이 아프다는 소식이야 들었지만 그게 어찌 제 탓이란 말 인가. 아자르는 황당했다.

“주군, 이 새끼 또라이예요. 그게 왜 제 탓입니까? 예?”

“후우……. 조용히 해. 너도 잘한 거 없으니까.”

“예?”

억울해서 죽을 것 같다. 아자르가 제 가슴을 텅텅 내리쳤다.

탁탁탁탁.

그때 복도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 가 들리더니, 앤이 나타났다.

아이샤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소 식을 들었는지 아픈 몸을 이끌고도 찾아온 모양이었다.

“저, 전하……. 하아, 하…….”

“뭐 하러 왔어? 그냥 누워있을 것 이지.”

“마님, 은, 하아…….”

일주일 새 수척해진 얼굴로 연신 숨을 고르던 앤이, 복도 구석에 무 릎 꿇고 앉은 아자르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이내 빨개진 얼굴로 앤이 홱 고개를 틀자, 불만 가득한 표정의 아자르도 입술을 문 채 시선을 비틀었다. 그런 둘을 멍하니 바라보던 록사는 어울리지 않게 우울해져서 몸을 축 늘어뜨렸다.

‘놀고 있네…….’

하데스는 질색하며 그들을 바라보 았다.

“아아아아악! 아파아아아!!!”

고요함을 가르고 다시 아이샤의 비명이 산실 문을 넘어왔다.

동시에 데보라가 울음을 터뜨렸다.

“흐아아앙…….”

“사, 사제님. 우, 울지 마세……. 흐으…….”

놀라 데보라를 달래려던 아벨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제, 제가 쓰, 쓸모가 없어서 공작 부인도 못, 못 돕고……. 여, 여기 서 저만 배, 백속성 제국인, 인데, 아무것도 모, 못하고 신관님들만 기 다려야 하니까……. 우으으, 저는 쓸모없는 아이예요…….”

아직 백속성의 정화 능력을 개방하지 못한 데보라는 아이샤를 도울 수 없음에 죄책감이 엄청난 모양이 었다.

“아니예요, 사제님……!”

“얘는 또 뭐라는 거야?”

데보라의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간 하데스가 무릎을 굽혀 그녀를 달랬다.

“아니야, 아니야. 네가 쓸모없으면 이제국에 대체 쓸모 있는 놈이 누 가 있단 말이냐? 어린아이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울지 마. 뚝. 그쳐.”

“흐아아앙…….”

“그리고 아벨 너는, 열다섯이나 먹 은 놈이 같이 울면 어떡해? 그쳐, 뚝!”

“큽!”

“으아앙…….”

데보라는 계속 울었고—

“이 무식한 불멧돼지, 나와! 내 도 오오저히 못 참겄지라! 오늘 너 죽 고 나 사는 기라!”

“그래, 이 촉새 새끼야! 나도 황당 해서, 더는 네놈 하는 꼴 두고 못 봐주겠다! 어디 한번, 한명 뒈져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해보자!”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그 만하세요! 두 분 다!”

—록사와 아자르, 앤은 엉겨 붙어 티격태격했다.

“조용히 안 해!”

그 사이에서 하데스의 정신은 혼 미했다.

대체 애를 몇 명이나 봐야 하는 거지? 아아……. 이것이 바로 ‘육 아' 인가?

정신없는 와중에 산실 안에서 들 려오는 아이샤의 비명은 자꾸만 고 조되었다.

“아아아악! 나 죽어어어! 여보오오오오!”

“젠장!”

하데스가 이를 갈며 제 머리를 쥐 어뜯었다.

“이 빌어먹을 신관 놈들은 왜 이 렇게 느려 터졌어!”

애타는 마음에 소리 지르던 하데스가 문득 멈칫했다.

신관을 부른 이유는 아이샤의 진 통을 상쇄하기 위함이 아닌가. 고통을 ‘흡수’하는 이능은, 꼭 백속성 능력자들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멍청하긴!”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반색한 하데스가 곧바로 산실 문을 열어젖혔다.

“아이샤!!!”

갑작스러운 하데스의 등장에 의원 과 두 산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파! 아파아아악!!!”

“괜찮아! 내가 왔어!”

얇은 모포를 덮은 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이샤의 얼굴은 땀으로범벅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울컥해진 하데스 가, 한달음에 달려가 아이샤의 부른 배 위로 손을 얹었다.

“저, 전하? 뭐, 뭘 하시려고?”

지켜보던 의원이 놀라 물었다.

하데스는 대답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했다. 흡수는 꽤 오랜만에 사용해 보는 힘이었다.

산모들이라면 전부 겪는 진통쯤이 야, 제아무리 아파 봐야 죽을 정도 겠는가.

간단히 생각한 하데스는 주저 없 이 아이샤의 진통을 흡수했다.

“여, 여보?”

순식간에 고통이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음을 깨달은 아이샤가 놀랐다.

편안해진 아이샤의 표정에 하데스 가 안도했다.

“이제 괜찮아? 내가 계속 옆에 있 어줄……. 억!”

띠 용.

말을 잇던 하데스의 눈이 놀라 크게 치떠졌다.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 운 강도의 고통이었다.

철퍽, 입을 틀어막은 하데스가 절 로 무릎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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