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특별 외전-26화 (215/221)

특별 외전 2. 개와 고양이의 나날2—1화.

따스한 봄날.

이곳은 크레센타 제국, 루버몬트 공작성.

제국 황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대단하신 루버몬트 공작 가문의 수장답게 하데스 루버몬트는 오늘 도 여전히 업무에 바쁜 하루를 보 내는 중이었다.

다만 집무실이 아니라 부부 침실에 책상까지 옮겨와 일하는 이유는 만삭의 아내 때문.

24시간이 부족한 사람처럼 일하면 서도, 10분 이상 아내의 곁에서 떨 어지는 법이 없다는 사실은 참 늘라웠다.

한참 서류 위에 펜을 끼적이던 하데스가 고개를 젖히고 목을 풀었다.

“……무리했나. 목이 너무 뻐근하네.”

그때 하데스의 뒤로 다가온 아이샤가 그의 목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동시에 백속성의 정순한 마력이 스몄다. 피로가 쌓여 뭉친 근육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른하게 풀렸다.

픽 웃은 하데스가 자길 끌어안은 아이샤의 팔을 어루만지다 휙 몸을 틀었다.

“자는 줄 알았는데 언제 일어났 어.”

“방금.”

배시시 웃으며 아이샤가 하데스의 무릎에 조심스럽게 몸을 앉혔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샤의 입술과 턱 언저리에 하데스가 이리저리 입을 맞췄다.

“간지러워.”

“대체 이놈은 언제 나오지.”

산처럼 부른 아이샤의 배를 쓰다 듬는 손길이 다정했다.

“나오기 싫은가 봐. 예정일에서 벌 써 나흘이나 지났는데.”

“아빠가 고생하는 거 알면 진작나왔어야 할 텐데. 왠지 말을 안 들을 것 같아.”

혹시나 아이샤에게 무리가 갈까 꽤 오래 금욕 중인 하데스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풉 웃으며 하데스의 뺨에 입을 맞 추던 아이샤가 아, 하고 탄성을 내 뱉었다.

“맞다. 앤한테 가 봐야겠다. 오늘 은 좀 괜찮아졌으려나.”

“시간이 약이야.”

하데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자아이샤가 한숨을 터뜨렸다.

아이샤의 반쪽이나 다름없는 하녀 앤이 앓아누운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다.

웬만한 병이라면 아이샤의 손에서 고쳐지지 않을 리 없지만, 앤은 좀 달랐다.

상사병엔 약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앤이 얼마나 고심하고 한 고백이었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거절할 필요 있어?”

일주일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이샤가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하데스도 한숨을 터뜨렸다.

“어쩔 수 없어. 아자르 그놈 성격 이야.”

꽤 오래 짝사랑에 가슴 앓았던 앤 은 일주일 전 아자르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재고의 여지도 없이 차 여버렸다.

“아무튼 앤한테 가 봐야겠어. 상사 병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치료가 필요해.”

“그럼 같이 가지. 몸도 무거운데 혼자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려고 하지 말고…….”

쾅!!!

그때였다.

별안간 창밖이 벌겋게 물들더니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강타했다.

“뭐야?”

“무, 무슨 일이람?”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던 하데스와 아이샤가, 급히일어나 창가로 달려갔다.

아마도 소동이 일어난 곳은, 기사 들이 한창 훈련 중이던 연무장.

2층의 부부 침실에서는 소란이 훤 히 내려다보였다.

“세상에…….”

놀란 아이샤가 입을 틀어막았다.

연무장 흙바닥 한가운데는 운석이 라도 맞은 것처럼 큼직한 홈이 패 어 있었고 그 여파로 하얀 연기가 자욱했다.

군단장 아자르의 지휘 아래 훈련중이던 기사들은 난데없는 폭격에 전부 우왕좌왕했다.

시야를 가리던 연기가 조금씩 걷 히자 익숙한 두 사내의 모습이 나 타났다.

“큭……. 갑자기 이게 뭔 짓이야, 이 미친 촉새 새끼야!!!”

자욱한 연기에 입을 틀어막고 콜 록거리며, 버럭 내지르는 아자르.

그리고.

“응~ 오늘 니 새끼 뒤지는 날인께 그리 알고 있으라~!”

좌우로 목을 풀며, 무시무시하게 웃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는 록사.

365일 중 최소 360일은 싸워댄다 는 루버몬트의 유명인들이었다.

둘의 싸움이야 특별할 일은 아니 지만, 이번에는 스케일이 불길하리 만치 남달랐다.

왠지 잔뜩 화가 난 듯한 록사가, 감긴 눈을 휘며 해사하게 웃었다. 이내 천천히 허공으로 들린 그의 오른손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아자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수백 개의 얼음송곳이 연무장 위를 겨냥한 채로 생성되어 있었다.

“이런 미, 미친……. 너 돌았어? 당장 그만 안 둬?”

“응~ 아주 뱅뱅 돌아브렀지라~”

“야!!!”

“이만 뒤져라, 이 새끼야!!!”

고함과 함께 록사가 허공에 들었 던 오른손을 힘차게 내리긋자, 아자르를 겨냥한 얼음송곳이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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