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특별 외전-23화 (212/221)

특별 외전 1. 그녀의 비밀1—1화.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어느 봄날.

따뜻한 날씨 따라 마음도 살랑살 랑 설레는 벚꽃 시즌이다.

그리고 여기, 뭇 한국대생들의 마음을 훔친 경영대 유명인사가 있었으니…….

“와, 이쁘긴 진짜 이쁘네.”

“쟤가 바로 수능 만점 맞고 뉴스에 나온 그 애예요. 이설.”

그녀는 바로 한국대학교 경제경영 학과 20학번 새내기 이설.

‘불수능 만점’ 타이틀로 입학 전부 터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다시 한번 주목받으 며 대학 생활 한 달 만에 ‘경영대 여신’으로 통하기에 이르렀다.

“야, 영준아. 나 쟤 번호 한번 따볼까? 아직 남친 없지?”

같은 과 16학번 복학생 김철민이 학생식당에서 식사 중인 설을 훔쳐보며 말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20학번 동기들이 와글와글했다.

예쁘고 공부 잘하는 것도 모자라 인싸(*인사이더: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 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 이기까지……!

아마 저 경영대 여신의 남친이 된 다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형님, 설이도 눈이 있지 않을까 요?”

흥분에 눈을 빛내는 철민을 질색하며 쳐다본 20학번 과 대표 박영 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영준의 말에 철민이 발끈했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어디가 어때 서? 이만하면 완벽하지. 얼굴은 고 수 좀 닮았단 소리 들어 봤고, 키 도 173이면 대한민국 남자 평균이 거든?”

……고수? 향신료 고수를 말하는 건가?

그러나 복학생 형님에게 차마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영준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어색하게 웃 었다.

“무, 물론 형님만 한 남자 찾기 힘 들죠. 그런데 20학번 여자애들 눈을 저기 하늘 끝까지 올려놓은 놈 이 있어서…….”

“뭐? 그게 누군데?”

영준이 식당 구석을 턱짓하며 철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놈입니다. 이름은 하대수. 쟤도 설이랑 똑같이 수능 만점으로 유명 했죠. 심지어 미국 유학파에 집도 잘사는 것 같고…….”

영준이 철민의 눈치를 보며 덧붙였다.

“……키는 187이요.”

영준이 가리킨 곳에는, 주변에 아 무도 없이 혼자 앉아 식사 중인 남 학생 한명이 있었다.

무슨 자신감인지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식당에 온 패기가 놀라웠지만 잘생긴 얼굴과 분위기 탓인지 외려 고고한 한 마리의 학처럼 보였다.

영준이 읊어 준 스펙은 둘째 치고, 눈부실 정도인 대수의 얼굴에 놀라 서 철민은 입을 떡 벌렸다.

저런 놈 때문에 눈이 올라갔다면 솔직히 말해서 자기는 비벼 볼 수도 없는 수준이 아닌가.

속으로 몰래 인정하는 마음이 괴 로웠다.

“야, 영준아. 네가 어려서 뭘 잘 모르나 본데, 잘생기고 돈 많고 키크다고 다가 아냐.”

“……그게 다가 아니면 뭐가 더 필요한가요?”

영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철민이 제 가슴을 팡팡 내려쳤다.

“남자는 자고로 센스!”

“…….”

“여자들은 말이야, 은근히 다정하 게 챙겨주는 거, 배려심 넘치는 모습, 뭐 그런 거에 감긴다니까?”

“아아, 그런가요…….”

그런데 그것도 얼굴이나 키 같은 기본 준비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

……하는 뒷말은 삼키며, 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합 니다. 하대수 저 녀석, 연예인 뺨치 게 키도 크고 잘생겼는데 인기는 꽝이거든요.”

“뭐? 정말?”

“네. 자기 잘난 거 아는지 애가 아 주 싸가지가, 싸가지가…….”

영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덧붙였다.

“심지어 여자애들이 다 자기 좋아하는 줄 안다니까요? 4월 말에 기 업 답사 있는 거 아시죠? 그거 갈 거냐고 부과대 여자애가 쟤한테 신 청서를 줬는데 하는 말이.”

코웃음 친 영준이, 대수를 따라 하 려는지 거만하게 눈을 세우고는 말 했다.

“난 누구 사귈 마음 없는데. 어차 피 줘도 안 읽을 거니까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져가.”

“……뭔 소리야?”

“기업 답사 신청서였을 뿐인데, 그 게 부과대 여자애가 주는 러브레터 인 줄 알았던 거죠.”

“뭐?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철민이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또라이 맞아요. 그런 일이 지금까 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쟤가 괜히 저 얼굴, 저 몸매로 아싸(*아 웃사이더)인 게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이설이랑 하대수 사이에 뭐 아무것도 없다 이거 지?”

“그럼요. 우리 과 최고 인싸 여신 이랑 자의식 과잉 아싸가 엮일 일 이 뭐가 있겠어요.”

무심코 대답하던 영준이 멈칫했다.

“그, 그런데 뭐가 없대도……. 형 님, 뭘 어쩌시게요?”

“저놈 빼고는, 우리 과 남자애들 전부 내가 비벼 볼 만하지. 영준이 너,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거 잘 보 고 배워 둬라.”

“자, 잠깐만요.”

당황한 영준이 말렸지만 철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판을 든 채 일어났다.

“설아!”

마침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 께 식당을 나서던 설이 자신을 부 르는 목소리에 뒤돌았다.

이내 철민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설이 활짝 웃었다.

“아, 김철민 선배님!”

철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이름 알잖아?’

그 순간 김철민의 머릿속에는 리베라 합창단의 상투스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이건 백 퍼센트다.’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설 과의 결혼식에서 하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김철민은 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가 이내 호호백발 할아범의 모습으로, 달려오는 손주들을 인자한 웃음으로 반 겨 주었다.

절로 그려지는 미래에 철민은 스 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당겨 내렸다.

“밥 맛있게 먹었어?”

“네, 선배님. 그런데 무슨 일이세 요?”

“선배님이라니 딱딱하게……. 오빠 라고 불러.”

“아아……. 그, 그럴까요?”

“우리가 친해질 기회도 없고 해서 한번 인사해 봤어. 설이 너, 혹시 요 앞 카페에 딸기 스무디 엄청 유 명한데, 알아? 같이 마시러 가자. 오빠가 사줄게.”

눈을 찡긋한 철민이 덧붙였다.

“설이랑 친해지고 싶은 오빠의 뇌~물”

정적이 내려앉았다.

설의 주변에 있던 동기 여학생들의 떨떠름한 눈빛은 보이지도 않는 지 철민은 마냥 싱글벙글했다.

설이 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감사합니다, 오빠. 그런데 어쩌죠. 제가 바로 강의가 있어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 되 면…….”

“수요일 1시 반 강의면 혹시 오정근 교수님? 맞지?”

“아, 네.”

“그 교수님 출결 체크 안 해. 오늘 오빠랑 자체휴강! 어때?”

철민은 집요했다.

“하하……. 신입생이 벌써 자체휴 강은 좀……. 그리고 전필 강의라 빠지면 안 돼요.”

“에이, 설이 너 그렇게 너무 열심 히 살아도 매력 없다? 머리도 좋으 면서, 강의 한 번 째는 게 뭐가 그 리 걱정이야?”

빠직, 설의 이마에 아무도 모르게 핏줄이 솟았다.

그러나 경영대 여신 이미지에 차 마 금을 낼 수 없었던 설은 또 참 고 말했다.

“저 머리 안좋아요, 오빠. 강의 들어야 해요. 나중에 기회 되면 한 번 마시러 가요. 그럼 이만…….”

“아, 이설!”

탱그랑.

들고 있던 식판을 퇴식대에 급히 내려놓은 철민이, 식당을 나서려는 설의 팔목을 다짜고짜 붙잡았다.

흠칫한 설이 돌아보는데 철민은 약간 불쾌한 얼굴이었다.

“갑자기 내가 말 걸어서 부끄러운 건 알겠는데 말이야.”

“네?”

누가, 내가?

설은 어이없었다.

“그래도 애들 다 있는데, 자꾸 이 렇게 거절하면 내가 뭐가 되냐.”

“저, 선배님. 그게 아니고…….”

“그래, 선배. 너 말 잘했다. 나 때는 말이야, 선배님들 말씀 하늘같이 떠받들고 살았어. 이번에 복학해서 보니까 예전 같지 않아서 얼마나 놀랐던지…….”

빠져나가려는 설의 팔목을 더 세 게 쥐며 철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오 교수님 강의는 걱정 말고, 오빠가 스무디 사줄 테니까…….”

그때였다.

문득 설과 철민의 사이로 식판 한 개가 불쑥 들이밀어졌다.

‘하대수?’

갑작스러운 훼방꾼의 얼굴을 확인 한철민은 놀랐다.

와중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넋을 빼게 하는 잘생긴 얼굴의 20학 번 아싸 신입생, 하대수였다.

“갑자기 뭐……. 어어!”

한 손은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한 손은 제 식판을 철민의 가슴께에 바짝 붙인 대수가, 그대로 그를 뒤로 밀기 시작했다.

옷에 음식이 튀기라도 할까 봐 질겁한 철민은, 설의 손목을 놓고 대 수가 미는 대로 엉거주춤 쭉 밀려 났다.

이내 퇴식대까지 밀려난 철민의 걸음이 멎었다.

빠질 만큼 크게 눈을 치뜬 철민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는 한참 위에 있는 대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너 갑자기 뭐야?!”

철민의 질문에는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대수는 무심한 표정으로 한참 그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대수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철민의 가슴께에 붙인 식판을 한 번 더 힘주어 밀었다.

빨간 국물이 위태롭게 찰랑대더니 기어코 철민의 과 잠바 목깃을 적 셨다.

“히익…….”

“헐.”

“쟤 미쳤나 봐.”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 던 20학번 새내기들과 설이 동시에 경악했다.

“이, 이, 이게…….”

당황하는 철민을 무시하고 대수는 그의 뒤에 있는 퇴식대에 의연히 식판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피식 웃고 말했다.

“실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