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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외전-20화 (209/221)

외전 20화.

펑!

갑자기 굉장한 소음과 함께 하늘 위 로 불빛들이 올랐다.

“우와!”

식당을 나서던 아벨은, 창밖으로 보 이는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에 탄성을 내질렀다.

이미 멀어진 식당 문 너머로 아이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 록사 씨! 왜 저걸 벌써 띄우는 건데!”

저게 뭔데 그러지?

고개를 갸웃하던 아벨은, 다시 창밖을 내다보다가 멈칫했다.

‘데보라 사제님?’

왜인지 급한 걸음걸이로, 데보라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저쪽은…….’

본성과 별채 사이로 달려가는 데보라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벨은 알 듯했다.

그가 급히 성을 나섰다.

성 안에 있는 작은 연못은 어렸을 때 아벨이 자주 찾던 곳이 었다.

아이샤를 만나고, 더는 외롭지 않게 되고 나서는 더 이상 가지 않았던.

데보라를 처음 만나기도 했던 곳이다. 역시나 그녀는 거기 있었다.

“사제님.”

얼어붙은 못 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데보라가 놀라 몸을 틀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데보라의 얼굴에 아벨이 놀라서 달려왔다.

“왜, 왜 우세요?”

“고, 공자님……. 끅.”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걱정스레 묻는 아벨에 데보라가 고 개 저었다.

“그럼 왜…….”

데보라는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아벨은 그저 그녀의 옆에 앉 아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곁을 지켜 주었다.

겨우 진정이 됐는지, 훌쩍이던 데보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신관님이…….”

“네.”

“곧 죽는대요.”

“네?!”

아벨은 놀랐다가, 조용히 생각했다.

어떻게 제 죽음을 미리 예견한다는 건지 의아했지만, 평범한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미하일의 말이니 거 짓은 아닐 테다.

망설이던 아벨이 겨우 입술을 뗐다.

“그래도…… 이게 끝은 아닐 거예요. 사제님도 아시잖아요.”

“네, 알아요. 그런데 너무, 너무 슬 퍼요. 가슴이 아파요. 찢어지는 것 같 아요.”

“…….”

“이제 겨우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 는데, 또, 또…… 저는, 혼자가…….”

다시금 데보라의 눈에 눈물이 차올 랐다.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섣부른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아벨은 계속 입술만 달싹이며 망설였다.

“이제 아무도, 나를 떠나지 않았으 면 했는데……. 제가 못된, 못된 아이 라서 그런 거예요? 제가…….”

“아니요.”

아벨은 품 안에 넣어두었던 아이샤의 선물을 꺼냈다.

아벨과 제 얼굴이 나란히 수놓아진 흰 손수건을 데보라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천천히 데보라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벨이 말했다.

“대신관님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거 알아요. 사제님이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도. 그렇지만요…….”

“…….”

“사제님이 혼자가 된 건 아니예요. 저는, 저는 평생, 어디 안 가고 옆에 있어 줄게요.”

젖은 얼굴로 데보라가 가만히 아벨을 응시했다.

부끄러운지 조금은 붉어진 얼굴로, 아벨이 계속 말했다.

“사제님께는 평생을 다해도 못 갚을 빚을 졌잖아요. 사제님이 아니었 으면 저도, 대신관님도, 어머니도 여 전히 불행했을 거예요.”

“…….”

“그때 사제님께 짐을 지운 거, 아직 마음에 남아있어요.”

가이오니아의심장에 용감하게 칼을 박아 넣었던 데보라.

잊히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 며 아벨이 말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 족한 거 알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생 각했어요.”

“…….”

“다시는, 사제님께 그렇게 힘든 일을 부탁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가 지켜드리겠다고. 그리고…….”

아벨이 데보라의 머리 위에 살짝 손을 얹었다.

“대신관님 대신이 되어드릴 순 없 겠지만, 평생 사제님 곁을 떠나지 않 겠다고 약속할게요. 그걸로 사제님이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정, 말요?”

“네. 제가 꼭, 옆에 있어 줄게요. 그 러니까 울지 마세요.”

입술을 삐죽이며 울먹이던 데보라 가 아벨의 품에 안겨들었다.

울지 말라고 달랬지만, 울지 않을 수는 없었다.

흠뻑 젖은 목소리로 데보라는 겨우 대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이거는, 이거는 마지막이에요. 마지막, 끕, 으로, 한 번만…… 울게요.”

“네.”

대답하며 아벨은 조심스럽게 데보라를 끌어안았다.

다독이는 손길 아래에서, 작은 아이는 마지막으로 원 없이 울었다.

***

밤하늘이 아름다운 저녁.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만남이, 또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이별이 될 밤이었다.

***

별채 옥상.

폭죽놀이는 약 한 시간 정도 열릴 예정이었고, 그 마력을 록사 혼자 감당하려면 하루는 꼬박 쥐 죽은 듯 자 야 했다.

하여 마력 공급원을 자처한 마법 재 단 마법사들은 옆에서 록사를 위해 마력을 보탰고, 루버몬트 정예군들은 안전을 위해 배치되었다.

제국에는 아직 폭죽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아이샤가 말한 ‘하 늘 위에 불꽃이 터진다’는 원리를 이 해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퍽 위험하게 들렸던 탓이다.

“10분 남았다. 준비는 된 거냐?”

아자르가 영 못 미더운 록사를 향해다가가며 물었다.

폭죽놀이인가 뭔가를 아이샤가 대 단히 기대한다고 전해 들었는데, 정 작 그것을 보여줄 이놈의 마법사는 몇 시간 전부터 어딘가 정신이 쏙 빠 진 얼굴이었다.

대답도 않은 채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록사가 중얼거 렸다.

“야, 불멧돼지…….”

“뭐.”

순간 대답한 아자르가 인상을 확 구 겼다.

대체 왜 불멧돼지라고 부르는데 자연스럽게 대답해버린 거지.

발끈해서 록사의 뒤통수를 한 대 때 려주려던 아자르는, 이어지는 그의 중얼거림에 멈칫했다.

“사랑이란 뭘까……?”

“뭐, 뭐?”

소름 돋아…….

아자르가 질겁하며 몸을 뒤로 뺐다.

“뭔 개소리냐?”

“아아……. 나 어쩌면 좋으냐.”

“뜬금없이 뭔 개소리냐고!”

“내는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지라…….”

꿈꾸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록사를 보며 아자르가 입을 떡 벌렸다.

아마 그에게도 봄이 찾아온 모양이 었다.

한참 위에 있는 아자르의 어깨에 록사가 불편한 포즈로 팔을 올리자, 아자르가 어정쩡하게 몸을 낮췄다.

“사랑이란 말이다. 실바람에 살랑 실려 날아오는 그녀의 향기만으로도 요! 요 싸나이 가슴이 두근 세근 방 망이질 쳐부는 것!”

“지랄…….”

“야, 야. 들리냐? 지금 당장 튀어나 올 것 같은 이 싸나이의 정열이?”

오랜만에 실눈을 크게 뜬 록사가 헉 헉 흥분하며 제 가슴을 내 리쳤다.

“마법사님! 5분, 5분 남았는데 다 준비하셨어요?!”

“예~이!”

그놈의 ‘살랑 실려 날아오는 그녀의 향기’를 용케도 맡은 건지.

록사는 빙글 돌며 옥상으로 올라온 앤을 돌아보았다.

검지와 중지를 나란히 세워 이마에 붙이고는 찡긋, 보이지도 않는 눈을 깜빡하는 록사의 모습에 아자르가 오 만상을 찌푸렸다.

“어어, 로, 로만 경도 계셨네요.”

“예.”

록사 옆의 아자르를 발견한 앤이 멈 칫하며 헛기침했다.

왜인지 동그란 눈을 옆으로 슬쩍 돌 리며 뺨을 붉히는 모양새가 수상하다.

“록사 님! 1분 남았습니다!”

“야! 준비는 된 거냐니까?!”

“마, 마법사 님!”

“아〜따, 나를 뭘로 보고…….”

어깨를 으쓱한 록사가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을 한 번 퉁겼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하늘 위에 오색찬란한 빛무리들이 화려하 게 수놓아졌다.

***

“우와아아…….”

본성 옥상.

록사에게 부탁한 마지막 피날레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메웠고, 처음 보는 광경에 아벨은 기 뻐했다.

아담한 티 테이블을 만들고 둘러앉 은 우리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예뻐?”

내가 묻자, 아벨이 들뜬 얼굴로 연 신 고개를 끄덕였다.

펑, 퍼펑, 펑.

검은색 도화지에 그리는 듯한 오색 찬란한 불꽃들의 향연.

오붓하게 모인 우리 가족의 곁에는 미하일과 데보라도 있었다.

폭죽은 처음 보는 것일 테지.

미하일도, 데보라도 아름다운 그 광 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멋지네. 그대가 살다 왔던 세계에 서는 죽제 때마다 저런 걸 보여주 나?”

하데스도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자주 그렇죠. 그런데 여기서 보는 폭죽놀이가 더 예쁘고 놀라울 거예요.”

천재 마법사가 생각하는 대로 펼쳐 지는 저 광경은, 화약을 가지고 하는 단순한 불꽃놀이보다 더 즐거울 테 니 까.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이어질 광경을 기다렸다.

[~루버몬트의 귀염등이~]

[아벨 루버몬트 공자님의 14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지라~!]

“우와!”

하늘에 수를 놓듯 펼쳐진 불꽃들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감동받은 아벨과 달리 나는 발끈했다.

“악! 저게 뭐야! 자기 말투로 쓰면 어떻게 해! 내가 멘트 써줬는데, 정말!”

[사랑하는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사랑해!]

내가 신청한 멘트는 안타깝게도 록사의 첫 축하 메시지에 밀려 두 번째에 나 등장하고 말았다.

부들부들 떠는 내 팔을 잡으며 아벨 이 소리 내어 웃었다.

“아, 어머니……. 감사합니다.”

[나를 닮아 갈수록 잘생겨지는 내아들의 14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이번에는 하데스의 축하 인사였다.

아벨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줄로 써달라고 했었는데…….

앞에 붙은, 나를 닮아 어쩌고~ 하는 사족을 몰래 뺄까 마지막까지 고 민했던 건 비밀이다.

“진짜 예쁘다아…….”

데보라가 황홀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정말 아름답군요.”

빙긋 웃는 미하일도 만족스러운 얼굴이라, 나는 뿌듯했다.

내 옆에 앉아있던 아벨이 팔짱을 끼 곤 어깨에 뺨을 붙여왔다.

“정말 멋진 생일 선물이에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도요.”

“아직 끝이 아닌데?”

“네?”

나는 흐흐 웃었고 하데스도 의아해하는 아벨을 바라보며씩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펑!

한 번 더 하늘 위로 솟아오른 불꽃이 마지막 축하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루버몬트의 대경사~]

[루버몬트 공작부인의 회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지라~!]

놀라운 메시지에, 성이 한 번 떠들 썩했다.

성에 있는 이들의 탄성이 얼마나 컸 던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고, 멀리 영 지에서도 행복한 비명이 솟구쳤다.

가장 놀란 건, 역시 우리 아벨이었다.

그는 입을 떡 벌리곤 놀란 눈이 되어 나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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