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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외전-14화 (203/221)

외전 14화.

발표식을 계획하기 전, 사실 아벨은 하데스로부터 세레나가 가짜라는 소리를 듣긴 했었다.

하지만 하데스를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남아있었기에…….

정말로 아무 반응 없는 마도구를 보 고 아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벨뿐만이 아니었다.

마도구가 반응하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있던 모두도, 정말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자 경악했다.

‘대체 뭘 믿고 하데스 루버몬트한테 사기를 치려고 했던 거지?’

그 순간,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며 황 당해하고 있었다.

세레나의 대담함에 아주 조금, 힘을 실어주었던 장본인인 미하일만 빼고.

뒤에서 몰래 입을 가리고 웃기 바쁜 대신관의 모습은,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저게 뭐야?”

“헉…….”

“공자님의 친어머니 맞다며?”

“확실히는 모르지. 그게 의심되니 수장님이 마도구를 만드신 거 아냐.”

재단 마법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꿇려라.”

하데스가 말하자 아자르가 즉각 말 콤과 세레나의 뒷덜미를 붙잡고 무릎 꼻렸다.

그래.

처음부터 이 자리는 발표식 겸 처단 식의 자리였던 거다.

“세, 세레나! 미, 미, 미쳤니? 너, 너 내게 거 짓말을 한 거야?”

돌연 말콤이 붉게 충혈된 눈을 부릅 뜨고 소리 질렀다.

하데스가 피식 웃었다.

그 와중에 살아나갈 궁리를 하고 있 었던 모양이다.

“나, 나는 너만 믿고 루버몬트로 너를 데려왔단 말이다!”

“뭐라고? 당신 미쳤어?!”

“고, 공작 전하! 제 말을 좀 들어주 십시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있다면 세레나를 가엾게 여겼던 죄뿐이라고 요!”

“그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이 건가?”

“예! 제가 어찌 감히 공작 전하께 거짓을 고할 생각을 했겠습니까?”

“전하!”

그때 뒤에 있던 미하일이 안타까운 얼굴로 뛰쳐나왔다.

“소백작님은 결백할 겁니다. 저는 믿어요. 소백작님의 말대롭니다. 그누가 전하께 대담히 거짓을 고할 계 획을 짤까요?”

“대, 대신관님은 저를 믿으시죠? 믿 으시는 거죠?”

말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과연 적도, 아군도 사랑하라고 가르 치는 박애주의적인 대신관다웠다.

그의 바보 같음이 구명줄이 될 줄은 몰랐는데…….

‘다행이다!’

아무리 루버몬트 공작이라도 대신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지.

하데스는 갑자기 뛰쳐나와 일을 복 잡하게 만드는 미하일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대신관은 빠지시오. 이건 루버몬트의 문제이니.”

“전하, 제발. 세레나 양의 일은 안 타깝게 되었지만, 부디 노여움을 가 라앉히세요. 불필요한 희생은 죄악입 니다. 소백작님만은 결백할 거라 믿 어요.”

험악한 눈으로 하데스가 미하일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는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며 위협했다.

“이봐. 지금 뭐 하자는 그러나 미하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 꿇은 말콤을 향해 허리를 숙이 며 눈을 맞췄다.

“저는소백작님을 믿습니다.”

“네, 네! 저는 결백합니다!”

“그래요.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진실을, 말해주세요.”

아아…….

천사 같은 저 눈!

“네! 저는…….”

감정이 북받친 말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는…….”

모두의 시선이 말콤에게로 모여들 었다.

“저는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루버몬트 공자님의 어린 시절을 조사하며 가짜 친모를 만들 생각을 했고, 계획적으로 몇 년 전부터 소문을 내왔습니다. 세레나를 포섭하려고, 이 애의 여동생을 붙잡 아 협박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전부 계획한 일입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히익…….”

“말도 안 돼.”

재단 마법사들 사이에서 놀란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말콤의 고백에 미하일은 놀라 입을 벌린 채로 휘청거렸다.

그의 모습은 마치, 악마를 구하려다 대신 창에 꿰뚫린 천사의 안타까운 최후 같았다.

웬만해선 남 걱정하는 일 없는 록사 가 혀를 내둘렀다.

“괘, 괜찮으셔라?”

미하일을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하는 아자르까지도 그를 안쓰럽게 볼 정도였다.

오직 하데스만이, 뭔가를 의심스러 워하는 시선으로 미하일을 노려보았을뿐이다.

“대신관의 얼굴을 보니 진실이 아 주 줄줄 튀어나오나 보군. 마지막 양 심은 있었던 모양이야.”

고백을 마친 말콤은, 정신이 쏙 빠 진 표정이었다.

대체 방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자각도 없어 보였다.

“그래, 성녀 소리 듣는 아내 때문에 일부러 온화하게 굴어오긴 했지, 내가? 요 몇 년.”

“저, 전하……. 모, 목숨만은…….”

“전 협박당한 거예요!”

“조금만 무르게 굴면 이렇게 버러 지들이 주제도 모르고 불쑥불쑥 튀어 나온단 말이야. 아주 피곤해.”

“어떻게 할까요.”

아자르가 묻자, 하데스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처벌 방법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비슷한 짓거리 하려는 놈들 이…….”

까득, 이를 가는 하데스 앞에서 말 콤과 세레나는 더 용서를 빌지도 못했다. 두려움에 입이 얼어붙었다.

“……감히 엄두도 못 낼 정도여야 하니.”

하데스는 두 사기꾼 앞에서 휙 등을 보이며 뒤돌아섰다.

“일단 가둬.”

***

내가 정신을 차린 건 오늘 새벽이었다.

내내 곁을 지키고 있던 하데스는, 변명 대신 황당한 말을 늘어놓았다.

「아벨이 내 친아들은 맞는 모양이 야. 그렇지만 그 여자는 전혀 몰라. 믿어줘. 내일 처리할게.」

친아들이면 친아들인 거지 친아들 이 맞는 모양이야, 는 뭔 말일까.

그는 마도구를 이용해 진실을 밝혀 낼 거라고 했는데, 전혀 위로가 되진 않았다.

세레나가 아벨의 친모가 맞고 아니 고가 뭐 중요한가.

하데스가 나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 이에서 아벨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 지.

그가 계획한 마법 재단 발표식이 끝 나자마자 아벨은 내게 달려왔다.

“어머니! 그…….”

“어땠니?”

“다 거짓말이었어요.”

처음에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 하던 아벨은, 다 죽어가는 내 얼굴을 보고 시무룩해졌다.

“그렇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괜찮으세요?”

“응, 엄만 괜찮아.”

아벨이 침대에 앉아있던 내 허리를 껴안으며 울먹였다.

“미우시죠. 아버지가…….”

“아냐, 안 미워.”

“저, 생각 많이 해봤어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데…….”

“…….”

“제가 진짜 이기적이고 나쁜 건 아 는데, 어머니랑 아버지랑, 다 함께 행 복하고 싶은 욕심을 모, 못 버리겠어요.”

“응, 나도 그래.”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하면, 너, 너무 큰 욕심인 거죠? 제가 어머니 께……못할 짓을 하는거죠?”

이건 마치…….

가족을 잃기는 싫어 엄마에게 바람 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고 비는 아들 같달까.

그런 말을 하는 아벨도 괴로워 보였기 때문에, 나는 애써 고개를 젓곤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 었다.

하데스가 온 건, 겨우 어지러운 감 정이 가라앉을 때쯤이었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왜 가져온 건지.

꼴도 보기 싫은 마도구를 손에 든 채 들어온 하데스가, 나와 아벨의 앞에 무릎 끓고 앉았다.

“몸은 어때?”

“괜찮아요.”

“소백작이랑 그 여자는…….”

“들었어요. 아벨한테.”

“그렇군.”

“왜 왔어요? 나 당장은 당신 얼굴 보기 싫은데.”

한번 미운 소리를 꺼내자, 가라앉은 줄 알았던 감정이 놀라울 정도로 치 솟았다.

“당신 진짜 너무해. 알아요?”

“…….”

“우리 처음 했던 날 기억해?”

“뭐, 뭐?”

“왜 이렇게 잘하냐고, 나 만나기 전에 몇 번이나 해봤냐고 물었잖아, 내가.”

“잠깐만.”

하데스가 아벨의 몸을 침대 밑으로 당기고는 두 손으로 그의 귀를 막았다.

“그때 당신 뭐랬어……?”

“아이샤.”

“따라다니는 여자는 손가락이랑 발 가락 다 써도 못 세서 피곤한데, 정작 당신은 관심 없어서 손도 안 잡아봤다며.”

“…….”

“하긴 그때 당신이 스물일곱이었 나? 어휴, 믿은 내가 바보지. 당신 같 은 사람이 그 나이 먹도록 정말 여자 손 한 번 안 잡아봤겠어?”

“아이샤, 잠깐…….”

“다 들려요, 아버지.”

아벨이 하데스의 손을 잡아 내렸고,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 국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떨어뜨 렸다.

“나는 그때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 았는데……. 내가 그런 거 하나 이해못 해줄 여자로 보였나 봐…….”

“그런 거 아니야.”

이건…… 배신감 같은 거였다. 내게 ‘거짓말’을 한 하데스를 향한 배신감.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렇 게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도 않았을 텐 데.

내게 사실만 말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의 이면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평 생 그의 말을 의심하게 되지 않겠는 가.

그게 조금 서러워서, 나는 눈물이 났다.

코끝도 간지러운 게 눈물이며 콧물이며 다 줄줄 흐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추해 보이겠지.

“어혹……. 나는 진짜 그때 사실대 로 말했으면 이해할 수 있었단 말이야.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라 구. 21세기…… 저쪽 세계…… 살다 온”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물과 섞인 발음이 뭉개져 나왔다.

“알았어. 내가 미안해.”

그는 대충 나를 달래며 침대 위로꼴도 보기 싫은 록사의 마도구를 올 렸다.

“아, 이것 좀 치워! 보기 싫단 말이야!”

이것만 없었으면 차라리 평생 진실을 모르고 살았을 텐데!

버 럭 화를 냈는데도, 하데스는 정신 이 나간 건지 뭔지…….

아랑곳하지 않고 대뜸 내 손을 붙잡 아 마도구의 수정 구슬 위에 가져다 댔다.

“아, 뭐 하냐고!”

“뭐 해요, 아버지.”

장난이라도 하자는 건지, 그는 아벨의 손까지 끌어왔다.

아벨도 나만큼이나 불쾌한 표정으 로 하데스를 쏘아봤다.

“아벨은 내 친아들 맞아. 그리고 당신한테 사실만 말한 것도 맞아. 미안 한데 난 아무런 기억이 없어.”

“뭐? 기억이 없어? 그걸 말이라고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데스가, 전형 적인 양아치들이나 할 법한 저런 발 언을 하다니.

충격으로 더 눈물을 쏟던 나는, 문득 손이 닿아있던 마도구가 뜨거워진 걸 느꼈다.

울어서 흐릿해진 시야에 어렴풋이 하데스와 아벨의 얼굴이 보였다.

정말이지 똑 닮았구나.

당연하지. 친아들이니까.

나 빼고 피가 섞인 부자는 표정까지 꼭 같았다.

휘둥그레진 눈.

놀라 떡 벌어진 입.

‘뭐야?’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나와 아벨의 마력에 감응하고 있는 마도구였다.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깜빡, 깜빡.

몇 번 눈을 감았다 뜨자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지고 시야가 밝아졌다.

다시 봐도 정말, 마도구는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든 우리 셋의 시선이 한데 묶였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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