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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외전-10화 (199/221)

외전 10화.

우당탕, 쿵쾅!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놀란 아이샤 가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퍼덕거 렸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버티지 못한 하데스가 휘청거리며 나가떨어 졌다.

다리가 하나인 원탁이 기울고 아이샤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려 하자하데스는 나가떨어지면서도 짐승 같 은 반응 속도로 그녀를 낚아챘다.

실로 색다른 아비규환이 었다.

“아…….”

멍하니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본 아벨 이 뒤늦게야 휙 몸을 틀었다.

“죄, 죄, 죄송해요!”

대꾸할 겨를도 없었다.

얼마나 빠른지 입을 맞추기 시작하 자마자 올라온 하데스의 손은 벌써 드레스 앞섶까지 흩뜨려놓았던 터라, 아이샤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다.

“노크를……. 우리, 우리 아들이 왜…… 이렇게 예의 없는 짓을 했을 까?”

아이샤만큼 정신이 쏙 빠진 하데스 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그녀의 손을 도우며 중얼거렸다.

“저,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가 어, 어머니를 때린다고 하셔서 저, 저도 모르게…….”

“아.”

이제야 알겠다.

아차, 하는 하데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이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네 아버지가 그런 짐승 같은 짓을 하겠냐. 네 엄마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 그럼 맞는다는 말이…….”

“아벨.”

처음으로 아들에게 진한 애정행각을 들킨 아이샤는, 수치스러움에 잔 뜩 뺨을 붉히고 말했다.

“입술로 맞는다는 거야.”

“아……. 제가, 자, 잘, 몰랐어요.”

“아니다. 오해할 수도 있지. 무슨 일로 왔느냐?”

“어, 어머니께 할 말이 있어서 왔는 데 급한 건 아니라서요. 나, 나중에 다시 올게요!”

“아, 아벨!”

아이샤가 붙잡기도 전에 아벨은 쾅 방문을 닫고 쌩하니 사라졌다.

둘만 남자 아이샤가 신경질적으로 하데스를 바라보며 씩씩거렸다.

“어쩔 거예요!”

“뭘 어째. 알 거 다 아는 나인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차라리 다행이네. 이제 눈치껏 방문 벌컥벌컥 열 일은 없을 거 아냐.”

“뭔…….”

아이샤가 황당한 얼굴로 하데스의 어깨를 찰싹찰싹 내 려쳤다.

때리는 대로 맞으며 태연하게 웃던 하데스가 방문을 힐끔 보며 말했다.

“잔뜩 놀라고 갔으니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겠는데. 마저 맞아야지.”

“안 맞아! 이 가정폭력범!”

“어허…….”

빠르게 낚아채려는 하데스의 손을 아이샤가 쏜살같이 피했다.

창문가까지 달아난 아이샤와 그 뒤를 바짝 쫓은 하데스가 또 진득하게 엉겨 붙었다.

턱.

유리창 위로 아이샤의 처연한 손과 이마가 붙었다. 열기가 어찌나 강한 지금세 김이 서릴 정도였다.

“아벨한테 뭐라고 변명한담. 입술 로 맞는 게 뭐야, 진짜.”

“변명할 게 뭐 있어? 갖고 싶다는 생일선물 주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었 다고 하면 되지.”

하데스의 손을 따라 금세 드레스 치맛자락이 올라갔다. 휑하니 드러난 맨다리에 아이샤가 떨며 한숨을 흘렸다.

“우리 아벨은 아직 순수한 열네 살 이에요.”

“열네 살이 순수해? 나는 그때 알 거 다 알았어.”

정신없이 뒷덜미에 퍼부어지는 키스에 아이샤가 몸을 뒤틀었다.

은밀해야 할 장난을 창문가에 떡하 니 붙어 치고 있는 상황이 민망했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다.

포기한 아이샤가 마지막 양심으로 바깥을 살피다 멈칫했다.

“여보, 잠깐만.”

“또 왜.”

“아, 여기서 하지마요. 밖에 사람 있어.”

“뭐?”

“쟤 저기서 뭐 하는 거야?”

황당한 아이샤의 목소리에 하데스 가 힐끔 밖을 내다보았다.

미하일, 그리고 세레나.

아벨의 친모가 나타났다는 소문 때문인지 급하게 연락을 하고 한달음에 루버몬트로 달려온 미하일이었다.

당연히 꿍꿍이가 있을 거라 예상했 고, 조금은 기대도 하고 있었다.

“흠……. 얼굴 빼곤 쓸모 하나 없는 우리 대신관이 이번에는 뭐라도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

“어머, 왜 말을 그렇게 해요?”

그래도 형제라고 감싸는 아이샤에 하데스가 못마땅한 듯 인상 썼다.

“쓸모없는 거 맞지, 뭐. 암속성이 사라졌으니 이제 제국인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아? 그나마 알량한 세뇌능력으로 먹고살았는데 말이야. 요즘 은 대체 어떻게 대신관 노릇 무사히 하는지 모르겠어.”

중얼거리며, 하데스는 멀리 보이는 미하일의 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가이오니아가 소멸한 이후, 그가 자 식들에게 내린 저주의 능력이었던 암 속성 또한 사라지게 되었다.

능력이 사라진 걸 깨달았을 때 아이샤가 좋아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못할 말이지만, 이 시점에서 하데스는 옛날 그녀의 정신 지배 능력이 그 립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니겠는가.

아이샤 말고도 암속성 능력자였던 한 분이 저기 계시지만, 그도 능력을 잃은 건 마찬가지일 테고…….

“나랑 아벨이 걱정돼서 여기까지 와준 앤데 왜 그래요? 대놓고 쓸모없 다느니 그런 말 하지마요. 실실 웃으 면서 넘겨도 속으로 기분은 나빠 할 거야.”

“내 앞에서 다른 남자 감싸지 말아 주겠어?”

“어머, 쟤가 어떻게 나한테 남자예요?”

형제라며 언제나 그랬듯 마냥 싸고 도는 아이샤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하데스가, 다시 창문 너머 미하일을 향해 힐끔 시선을 던졌다.

역시 얼굴만 곱상한 무지렁이라, 멀 리서도 그놈의 얼굴만은 빛이 났다.

***

얼굴만 곱상한 무지렁이에게는 비 밀이 있었다.

아이샤도 모르고, 하데스도 모르고, 데보라도 모르고, 신전 사람들도 모 르고…….

오직 무지렁이, 아니, 미하일 그 자신과. 그의 ‘비밀’을 만들어준 장본인 만 알고 있는 비밀일 테다.

물론 비밀을 만들어준 장본인인 그의 또 다른 형제는 이 세계에 있지 않으니, 적어도 아름다운 대신관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제국에 아무도 없었다.

“신관님이라…… 하셨죠. 유명하신 분인데, 제가 워낙 먼 곳에서 살아와 서 몰라뵀어요.”

나란히 걷던 와중에 먼저 말을 꺼낸 건 세레나였다.

미하일이 가만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수줍게 붉어진 뺨이나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보니 금세 천사 같은 대신관의 얼굴에 호감을 가진 모양이었다.

특별할 일은 아니지만 역시, 조금 싱거워서 미하일은 맥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세레나 양은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혹시…… 성에 들어와 공자님의 어머니로 지내게 되나요? 그러니까…… 루버몬트 공작 전하의…….”

미하일이 말끝을 흐리며 묻자, 세레나가 황급히 손을 저 었다.

“아, 아직은 몰라요.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몰라?’

미하일이 속으로 코웃음 쳤다.

아벨의 앞에서는, 며칠 그의 얼굴만 보고 조용히 떠나겠다고 불쌍한 척 연기하더니…….

‘이렇게 허술해서야.’

그녀 모르게 쯧, 혀를 차며 미하일 은 겉으로는 해사하게 웃었다.

“공자님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분이시지요. 전 그렇게 영혼이 맑은 존재는 처음 보았답니다. 누굴 닮아 그런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 세레나 양과 똑같아요.”

“아……. 아니예요.”

작게 고개를 젓는 세레나의 표정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그 표정을 예리하게 잡아챈 미하일의 눈이 가늘어 졌다.

미하일에게는 재주가 있었다. 선한얼굴로 악인의 양심을 자극하는 실로 유용한 재주.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사기꾼이라면 대단하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버몬트 공작을 등쳐먹을 생 각을 하다니 배짱이 두둑한데.’

아벨의 얘기를 꺼내자 어딘가 찔린 모습을 보이는 세레나에, 미하일은 의심을 굳혔다.

이미 표정만 봐도 답은 나오지만, 확실한 증거도 필요한 법.

어느새 성의 앞뜰에 있던 앙상한 등 나무 아래까지 도착하자, 미하일은 세레나와 마주 보며 예의 그 다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낮의 햇살이 등나무 가지 사이로 드 문드문 스며, 미하일의 하얀 얼굴 위에 빛처럼 새겨졌다.

세레나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보석처럼 빛나는 푸른 눈동자와 마 주한 순간, 세레나는 머릿속에 있던 모든 생각이 날아가는 듯한 착각을 경험했다.

아니, 착각이 아닐지도 몰랐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사실을 실토하라 한다면, 생각 없이 입을 열 지도 모를 정도로.

“세레나 양.”

“네…….”

“내 질문에 거짓 없이 대답하는 겁 니다.”

“네…….”

“공자의 친모인가요?”

“아니요…….”

멍한 표정으로 홀린 듯 대답하는 세레나에게, 미하일이 빙긋 웃어주곤또 물었다.

“왜 거짓말을 했나요?”

“소백작이 제 여동생을 인질로 삼 고 협박했어요.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일이 잘 성사되면 저도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서…….”

“처음에야 협박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열과 성을 다해 이 사기극에 동참할 생각이다, 뭐 이런 거군요.”

등나무 가지에 하나 붙어있던 마른 잎 하나가 힘없이 세레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미하일은 다정한 손길로 그것을 떼 어내며 웃었다.

그들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둘이 애틋한 연인이라 오해할 법했다.

“큰일이네.”

아벨이 하데스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미하일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하데스는 그 누구를 데려 다 놓아도 아벨의 친모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르쥬 소백작이라는 자 가 이 대담한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 던 거다. 아마 아벨이 하데스의 친자 가 아님을 눈치채고 있겠지.

‘제2,제3의 사기꾼들이 속출하겠 는걸.’

둘을 자백시키고 나면 제국은 한바 탕 뒤집어질 테다. 공자의 친모를 사 칭하다니.

하지만 그들의 대담한 사기 행각에 의문을 품는 자들이 분명 나올 테고, 하데스와 아벨의 관계를 의심하는 흐 름이 생길 거다. 또 다른 사기꾼들의 등장도 시간문제겠지.

“하는 수 없군요. 당신이 아주 잔인 하게 응징당해줘야 좋은 본보기가 되 어 사후 피곤한 일들을 막겠어요. 그 러려면 쉽게 자백시킬 수가 없겠군요. 이것 참, 안타까워라.”

갑자기 냉랭해진 말투에, 세레나는 꿈에서 깬 둣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떨 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미하일 앞에서 생 각 없이 내뱉은 말들을 전부 기억하 고 몸서리쳤다.

대체 왜?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저, 저기…….”

다급하게 옷자락을 잡는 세레나의 팔을 아주 우아한 손짓으로 쳐내며, 미하일은 속으로 명령했다.

‘다 잊어. 방금 있었던 일.’

‘그리고 열심히 여기 온 본분에 충 실해. 루버몬트 공작이 머리끝까지 화나게끔, 제대로 깽판까지 부려주면 더 좋고.’

눈을 맞출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기억 삭제와 같은 고차원적인 명령은 2차 개방인 ‘세뇌’가 아니라 최종 개방인 ‘정신 지배’의 계열이었기 때문이다.

하데스가 얼굴 빼고 쓸데없는 무지 렁이라 칭했던 미하일은 사실…….

지금 그가 가진 능력으로만 따지자 면 제국 최강자였다.

가이오니아가 아닌, 그의 형제 프로크레아토르가 허락한 ‘암속성’의 최 대 개방 능력자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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