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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143화 (143/221)

143화.

“……뭐라, 고?”

겨우 입을 열어 묻는 하데스의 얼굴 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미하일이 그의 표정을 놀리듯 비죽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영애께 전 부 들으신 것 아니었나요? 저는 제 의지로 영애의 목숨을 위협하는 게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서예요.”

아이샤도 똑같은 말을 했다. 자긴 아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고.

그리고 그 혐오스러운 굴레를, 프로크레아토르의 능력을 통해 전생을 엿본 하데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들 은 함께 형벌의 굴레에 갇힌 연인과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아이샤는…….”

……네 연인이 아니다, 라고 말하려 던 하데스가 멈 칫했다.

물론 영혼은 그의 연인의 것이 아니 었다. 다만 형벌의 굴레를 끊기 위한 프로크레아토르의 안배로 그 ‘육 체’만은, 미하일의 연인의 것이 확실 했다.

그리고 미하일이 방금 말한 그 끔찍 한 상황은 아마…….

“제가 말한 그 끔찍한 상황은 저조 차도 어떻게 손쓸 수 없는 미래입니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래, 미래일 것이다.

하데스의 눈이 혼란스러움으로 물 들었다.

만약 자신이 가이오니아를 죽이는 데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이샤는 먼저 아벨을 죽이게 될 테 고, 형벌의 허점이 사라진 그 순간 미하일은 아이샤를 죽일 수 있다.

한데 그런, 끔찍한 죽음이라니.

“젠장.”

결국 가이오니아를 죽이는 데 실패한 미래를 봤다는 아이샤의 말이, 다시금 하데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혼란스러워하는 하데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미하일이 덧붙였다.

“그러니 방해하지마십시오. 전하 께서 영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시끄럽고.”

험악한 표정으로 하데스가 미하일의 말을 막았다.

“벌써 아이샤를 죽이는 데 두 번이 나 실패했지. 대신관은 그게 그저 우연이 라고 생각하나?”

미하일이 날카롭게 제게 뻗어진 시 선을 말없이 마주했다.

혼란과 분노가 뒤섞인 하데스의 눈빛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미하일은 그의 입이 계속 열리길 기다렸다.

“미안하지만 지금 대신관이 무슨 짓을 해 봐야 아이샤를 죽일 수는 없 어. 아이샤가 그대가 찾는 그 존재가 아니라서지.”

“……뭐라고요?”

“눈치가 빠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듯해서. 죽이지는 못해도 괜한 시도를 하려다 아이샤에게 아주 작은 홈집이라도 내는 꼴을 봤다간 내가 못 참을 테니 이렇게 직접 대신관을 찾아온 거야.”

“그게 무슨…….”

“하나부터 열까지 떠먹여줘야 이해해? 모르겠으면 그냥 납작 엎드려서 내 말에 따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하데스가 미하일을 내려다봤다. 지극히도 고압적 인 그 태도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 은 양 그와 어울렸다.

“쓸데없이 아이샤에게 접근하지 말 란 소리야. 같은 공간에서 숨도 쉬지 마. 짜증 나니까.”

***

보통 사람이었다면, 다른 이도 아니 고 하데스 루버몬트가 직접 찾아와 한 경고에 벌벌 떨며 그러겠노라 할 터였다.

그러나 물론, 미하일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주제에 건 방지게…….’

수십, 수백 번의 전생을 기억하며 보통의 인간과는 깊이가 다른 삶을 살아온 미하일이다.

한낱 불장난 같은 감정에 치우쳐 사 사건건 거슬리는 행동만 하는 하데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물론 지금 아이샤를 찾아온 건, 일 부러 하데스의 말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 반, 이 답답한 상황에 대한 진실을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은 마음 반이었지만.

똑똑.

본래 그의 성격과는 조금 다른 다급 한 기척이 아이샤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나는 소리는 없었다. 미하일 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문 앞을 지키는 호위 하나 없지 않은가. 잔뜩 성을 내고 돌아 갔던 하데스를 떠올려보면 아이샤의 방에 호위를 수십 붙여놓아도 이상하 지 않을 텐데.

의아해하고 있던 그때, 닫혀있던 문 이 스르륵 열렸다.

이윽고 얼굴을 보여준 방의 주인은 방문자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다.

마치 미하일이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아이샤가 빙긋 웃었다.

“오셨어요, 대신관님?”

여유로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하일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왜인지 평범한 인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연륜. 은근한 눈빛에서 느껴 지는 기시감.

아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아무래도 그가 기억하고 있는 연인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뭘 놓치고 있는 걸까?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기며 미하일 은 표정을 연기했다.

“영애의 방에 이리 개인적으로 찾 아온 무례를 용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직접 드릴 말이 있어서요.”

“어머, 그럼요. 들어오세요.”

아이샤는 아까 만났을 때와 달리 철 저히 ‘아무것도 모르는’ 영애 행세를 했다.

그녀의 여유로운 태도에 미하일은 조금 조급해졌다.

자리를 권한 아이샤가 테이블 위에 있던 종을 울렸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하녀가 차제구가 담긴 트레이를 밀고 들어왔다.

“고마워, 앤.”

“별말씀을요.”

티 테이블을 차려주던 앤이라 불린 하녀가 능청스럽게 웃고 방을 나설 때까지, 미하일은 아이샤를 살피느라 정신없었다.

이윽고 단 둘이 되었으나 아이샤는 미하일을 재촉하지 않았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기 울이던 아이샤가 한참의 정적을 깨고 물었다.

“우리 공사다망하신 대신관님께서 저를 직접 보러 오신 이유가 뭘까 요?”

뻔히 이유를 알 텐데도 능청스럽게구는 모양새가, 영 자신이 알고 있던 연인의 모습답지 않았다.

미하일이 일부러 소리 내어 웃고는 말했다.

“우리 데보라 사제님의 마음이 많 이 안좋았는데, 영애께서 달래주셨 다고요.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서 직접 왔습니다.”

“어머,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 었는데. 제가 원해서 한 일인걸요.”

“다만 영애, 데보라 사제의 마음이 어지러워 신앙심이 많이 약해졌답니다. 섣부른 위로가 사제의 신앙심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서……. 사제의 어지러운 마음은 제가 잘 돌 볼 테니 영애께서 시간을 들여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그래요? 음…….”

아이샤는 찻잔을 기울이며 그 너머 로 보이는 미하일의 눈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제 귀가 잘못된 걸까요?”

“네?”

“어째 대신관님의 말이, 열심히 신을 증오하고 있는 데보라 사제님을 괜히 달래서 마음 약하게 만들지 말라는 뜻으로 들려요.”

그녀의 말에 미하일의 표정에 아주 작은 균열이 일었다.

분명 데보라와 만났을 때, 신을 증 오하는 데보라를 아이샤가 알아본 모양이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었다.

미하일은 모른 척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럴 리가요.”

“그럼 왜일까요? 제가 신을 증오해 도 좋다면서 달랜 것도 아닌데. 제 위 로가 불쾌했다고 하던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대신관님도.”

달각.

아이샤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답답하시죠? 빙빙 돌려서 말하기 가.”

“…….”

미하일은 대답 없이 그저, 예의 그 상냥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 었다.

“저도 대신관님께 궁금한 게 있고, 대신관님도 그러실 텐데…….”

“…….”

“피차 서로 힘든데, 돌아갈 필요 있을까? 이그니스?”

아이샤의 말에, 비로소 생글생글 웃 던 미하일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표 정은 여전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찻잔을 들고 한 번 기울이더니 말했다.

“확실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기억이…… 전부 돌아온 걸까, 아벨라?”

“어머.”

아이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말했다.

“눈치 빠른 줄 알았는데.”

“…….”

“내가 아직도 아벨라로 보여?”

그제야 미하일의 표정이 무너졌다. 혼란스러운 얼굴이 볼만했는지 아이샤가 푸스스 웃었다.

“나중에 아벨라를 만났을 때 미안 해하지 말고, 빨리 알아보지 그래?”

“누구지?”

단숨에 달라진 표정처럼 미하일의 말투도 뒤집어졌다.

발톱 세운 고양이처럼 경계하는 눈.

아이샤가 가만히 미하일을 바라보 다가 한숨지 었다.

“그래, 못 알아볼 정도로 우리가 오 랫동안 안 보고 지내긴 했지.”

그 말에 미하일은 자신을 찾아왔던 하데스를 다시금 떠올렸다.

「벌써 아이샤를 죽이는 데 두 번이 나 실패했지. 대신관은 그게 그저 우연이 라고 생각하나?」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무조건 아이샤를 죽일 운명인 자신 이, 아이샤를 죽이는 데 자꾸 실패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지금 대신관이 무슨 짓을 해 봐야 아이샤를 죽일 수는 없 어. 아이샤가 그대가 찾는 그 존재가 아니라서지.」

자신의 연인이 아니며,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해 봐야 절대로 죽을 수 없는 자.

자신과 똑같은 형벌의 굴레에 든 인 간.

‘대체 어떻게?’

의심을 안 했던 건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전생을 기억하는 자는, 그래서 이그니스라는 이름을 알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셋뿐.

자기 자신과, 형제인 프로크레아토르, 그리고…….

“……제누스.”

그제야 확신한 미하일의 얼굴이 놀 람으로 물들었다.

아이샤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몸을 당겨 앉고는 말했다.

“오랜만이야, 이그니스. 잘 지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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