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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129화 (129/221)

129화.

나는 떨리는 하데스의 몸을 마주 안 고 말했다.

눈물이 나는 바람에 볼품없이 뭉개 진 말들이 두서없이 늘어졌다.

“저, 살아야겠어요.”

“…….”

“전하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잖아요.”

“……그래.”

“단 한 번도, 내가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바란 적은 없었는 데…….”

“살아. 살아줘. 나를 위해서.”

“네. 당신이 처음으로, 그렇게 바라 준 덕분에, 나도 용기라는 걸 내보려 고요.”

마주 안은 하데스의 품에서 빠져나 와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오랜 삶을 살며 수없이 전생을 떠올 리다 보면, 영혼의 창이라는 인간의 눈을 들여다보며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과 내가 그 언제, 어떤 운명으 로만이나 얽혔는지.

“전하.”

“응.”

소년의 애처로운 눈빛은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아주 오롯이 바라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자유롭기를.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기를.

악착같이 살아남아, 행복할 수 있기를.

‘가능할까?’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그저 의지의 표현일 뿐일지라도.

나는 나의 저주받은 능력으로, 퍽 모순적인 세뇌를 걸었다.

나, 자신에게.

“난 살아남을 거예요.”

그리고.

“당신도, 아벨도 살릴 거예요. 우리는.”

끝내.

“행복할 거예요.”

***

내가 하데스 몰래 곧바로 한 일은, 백속성의 능력을 이용해 그에게 ‘무 효화’를걸어두는 것이었다.

무효화의 이능은 즉시 시전형과 지 속형의 두 가지 방법으로 걸 수 있었다.

전자는 상대가 이미 발동한 마력을 상쇄한다. 마력이 폭주해 화속성의 이능을 제어하지 못하고 뿜어내던 하데스에게 걸었을 때와 같은 종류였다.

즉시 시전형을 함부로 발동하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발동하는 순간 상 쇄해야 하는 마법의 마력치만큼 내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하데스의 마력을 무효화시킨 이후에 나는 좀 걱 정스러웠다.

쓰러진 그의 곁도 지키지 못하고 힘 이 팔려 골골댈까 봐…….

하나 기우였다. 그사이 이 몸이 지 닌 마력 수치는 놀라우리만치 늘어있었다.

물론 내 능력은 아니었다.

아벨라 에스클리프.

그녀에게 약속되어 있던 이 축복 받 은 몸의 능력이었지.

아무래도 좋았다. 내게는 아주 다행 인 일이었다.

‘고마워, 아벨라. 최선을 다하겠다 고 약속할게. 당신도 꼭,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말이야.’

나는 프로크레아토르의 계획을 위 해, 환생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정처 없이 이 세계의 틈 그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아벨라의 영혼을 향해 들리 지 않을 감사와 다짐을 보냈다.

‘우선은 백속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저주받은 제누스의 능력으로는 하데스에게도, 아벨에게도 조금의 도움 도 되지 못할 텐데…….

언제 말도 없이 떠날지 모를 하데스 에게 지속형의 무효화를 걸어두었음 이 실로 다행스러웠다.

지속형 무효화는 딱히 상쇄할 공격 형 마법이 발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대상에게 걸어주는 것이었다.

지속형 무효화에 보호받고 있는 대 상은, 모든 공격 마법을 상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두른 상태 와 같았다.

상쇄가 적용되는 한계치는, 시전자 인 내 마력이 동날 때까지.

나는 거대한 마력이 맴도는 왼쪽 손 목 언저리를 응시하며 안도했다.

애초에 최종 개방 능력자들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제국이다. 무효화까 지 개방한 백속성 능력자의 보호를 뚫고 하데스를 상처 입힐 대단한 인 물은, 적어도 지금 이 세계에는 없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보통 인간들을 경계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하데스만큼 무효화가 필요 없는 능력자가 있을까?

내가 그에게 무효화를 걸며 대비하 고자 했던 대상은, 인간의 한계를 한참 벗어나 있는 용신 가이오니아였다.

‘그렇지만 결국 이 능력도 가이오니아의 힘에서 비롯되었는데, 큰 의미 가 있을까.’

삶의 의지를 불태우다가도 나는 이 렇게 크나큰 벽을 인지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우리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너무나도 유약했다.

프로크레아토르처럼 가이오니아를 죽이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 만큼 인 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능력도 없었 고.

이그니스처럼 고통스럽지 않기 위 하여주어진 형벌을 빠르게 끝마칠 만큼 냉정한 성격도 되지 못하였다.

할 줄 아는 건 누군가에게 보호받고걱정 끼치는 것뿐이란 현실이 퍽 받 아들이기 괴로웠다.

그렇지만.

“내가 약한 걸, 누굴 탓하겠어?”

약해빠졌으니 도움받을 수밖에.

나는 내 유약함을 쿨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그리고 하데스를 도울 수 있는 아주 강한 존재를 떠올렸다.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물론이고 하데스의 능력보다 도 훨씬 웃돌 막강한 마력 수치.

한정된 각 속성의 능력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자재로 공격 마법을 구사하는 데에 애로사항이 없는 자.

‘아벨 루버몬트.’

이번 생에서 내 자식이 환생한 육체는 실로 막강했다.

그를 위협할 수 있는 거라곤 저주로 얽힌 나와의 운명뿐.

그렇기에 모순적이게도, 내가 아니라면 아벨을 사지로 내몰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가이오니아조차도.

생각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성큼성큼 전투적인 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러 문을 벌컥 열어젖혔을 때.

“엄마야!”

나는 놀랐다.

나만큼이나 놀란 얼굴로, 그리고 얼 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과 안쓰 러운 표정으로 방문 앞에 서 있던 건 아벨이었다.

“아벨?”

“죄, 죄송해요. 놀라셨죠.”

“아니, 괜찮아. 왔으면 말을 하지, 왜…….”

말을 잇던 나는 죄인처럼 푹 고개 숙인 아벨의 모습에 안타까웠다.

하데스의 일이 있고 나서, 내게 자 초지종을 설명하며 아벨은 수십 번 죄송하다고 하며 울었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나와 하데스 때문에 느꼈던 초조함.

그 때문에 하데스를 찾아가 흥분하 며 ‘저도 데려가 달라’ 외쳤다던 일.

감정의 고조를 따라 폭주했던 이능들과 처음으로 겪었던 정신 붕괴.

고해성사하듯 늘어놓던 아벨의 울먹임에 얼마나 놀랐던가.

괜찮을 거 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 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너무나도 일 찍 철이 든 이 아이가 정말로 아무 걱정 안 할 리 없었다.

제 잘못이라 자책하며 그사이에 얼 마나 앓았을지…….

하데스를 향한 걱정 때문에 미처 아벨을 챙겨주지 못했음에 나는 후회했다.

당장 하데스가 마음 쓰여 아무 생각 도 못 했으니까…….

“저, 아벨…….”

그를 달래 려 던 순간이 었다.

“죄, 죄송해요. 제가, 제가 어리석 었어요. 어…… 영애.”

입에 붙은 어머니, 소리를 하려던 아벨이 의식적으로 호칭을 바꾸어 불 렀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나를 그렇게 부 르는지 알 것도 같아서, 울컥 가슴이 미어졌다.

“저는, 저는 아직 제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바보예요.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 거예요. 그런데도 멍청 하게, 제가 멍청하게 굴어서 아버지를 죽일 뻔해, 했어요.”

말하던 아벨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 이 터졌다. 그것이 부끄러운지 작은 아이는 황급히 손등으로 눈가를 닦아 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제가, 제가 미우시죠. 잘못했어요. 요, 용서해달라고는 안 할게요. 저, 저도, 영애가 용서하기 힘들 만크, 만 큼, 끅, 잘못했다는 거, 아, 아니 까…….”

“아벨.”

나는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아벨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는 연신 눈물을 훔치는 아이를 향해 두 팔을 열었다.

“이리 와.”

아벨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만했다.

“어서.”

재촉하자, 울먹이던 아벨이 내게 와 락 안겨들었다. 품 안에서 울음은 더 욱 커졌다.

“나도 네게 사과하러 가려던 길이 었는데.”

“네, 네?”

“답답했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 아서 미안해.”

“아니요, 저는…….”

“내 잘못이야. 너한테 걱정만 끼쳐 놓고, 아무것도 말해주질 않았어. 네 가 불안해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도……. 괜히 네가 얽혀서 위험해지 지 않았으면 했거든.”

훌쩍이는 아벨의 몸을 세게 끌어안 으며 나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

“미안해.”

“아니, 아니예요. 영애. 제가, 제가 죄송해요.”

“왜…….”

안고 있던 아벨을 살짝 떼어낸 내가 그와 눈 맞추며 말했다.

“……그렇게 불러?”

내 물음에, 하릴없이 떨리고 있는 붉은 눈으로 망설이던 아벨이 겨우 입을 열었다.

“싫어하실, 까, 봐요……. 저처럼 바보 같고, 문제만 일으키는 아, 아이 가…… 끅, 여, 영애를 어, 어머니라 고 부르는 거…….”

“아벨.”

“…….”

“넌 하나도 바보 같지 않아. 그리고 잘못한 거 없어. 나야말로, 이런 말을 늦게 해줘서 미안해.”

“흐으”

“그리고 있지, 네가 나중에 정말 뭔 가를 잘못하더라도 말이야. 네가 내 아들이고, 전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불안해하지마.”

“흐, 어, 어머니…….”

북받친 울음을 다시 터뜨린 아벨이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저, 저 이제 아무것도 안 물을게요. 얌전히, 있을게요. 걱정, 안 끼치 고, 소란도, 안 피우고…….”

“음, 그건 곤란한데…….”

들썩이는 몸을 천천히 쓸어주며 내가 말하자, 아벨이 살짝 얼굴을 들곤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너에게 부탁을 하러 가던 길이었어.”

“……네? 부탁이요?”

“웅.”

나는 아벨을 마주 본 채, 그의 두 손을 모아 꽉 잡고 말했다.

“나는 전하를 구할 거야.”

“아버지요?”

“옹.”

“아버지가 역시…… 위험한 곳에, 가시려는 거죠?”

“응, 맞아.”

이번에는, 숨김없이 아벨을 향해 고 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아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 렸다.

“그런데 나는 힘이 없어. 전하를 말 릴 수도 없고, 구할 능력도 없고. 그래서 네게 부탁하려고.”

“네?”

“위험할지도 몰라. 나 혼자 가면 죽을이지도 모르거든. 혹시 날, 그리고 전하를, 우리 아벨이 지켜줄 수 있을 까?”

〈페르소나〉의 주인공, 아벨 루버몬트.

수많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상 황에서도 그가 무사했던 이유는, 비 단 여주 데보라의 도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또한 세 가지의 죄악을 저지른암속성 능력자와 얽혀있는 운명.

무조건 죽임당할 운명임에도, 아이 러니하지만‘죽일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죽을 수 없는.

무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에요.”

아벨의 붉은 눈이 선연히 빛났다. 눈빛은 전에 없이 매서웠다.

“제가 꼭, 지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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