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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46화 (46/221)

46화.

고요했던 공저는 한순간, 불타는 운 석이라도 정통으로 맞은 듯 처참한 광경이 되고 말았다.

난장판 속에 우뚝 서 있는 하데스는 꼭 지옥에서 올라온 대악마 같았다.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으려니 꿀 꺽, 긴장한 내 목을 타고 마른침이 절 로 넘어갔다.

이거…… 더 위험한 쪽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인가?

아무래도 천사가 낫지 않겠어?

잠시 어느 쪽에 붙어야 내 목숨이 무사할 것인가 고민해야 했던 나는, 나를 붙잡는 미하일 덕에 정신을 차 릴 수 있었다.

“영애! 이게 무슨…….”

“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붙잡는 미하일의 팔을 떨쳐내고, 나는 하데스에게로 무 작정 내달렸다.

여전히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에서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던 그는, 가까 이 다가온 나를 거의 낚아채듯 끌어당겨 등 뒤로 보냈다.

“무슨 일이야?”

하데스가 상황을 묻기 위해 나를 돌 아봄과 동시에, 미하일이 재빠르게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영애! 던컨 신관이 무슨 실수를 했 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작은 오해가 자칫 신전과 공작가의 사이를 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주세요.”

미하일은 세상 착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달랬다.

그는 파랗게 일렁이는 눈으로 나를 빤히 직시했고, 그 순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찌릿, 하는 낯선 두통이 느껴졌다.

하나 그뿐이었다.

미하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던컨 신관에게 세례를 받을 때 무 슨 일이 있었는지, 진정하시고 얘기해보세요, 영애. 저도 옆에서 지켜보 고 있었는데……. 혹여나 무례를 저지른 일이 있다면 던컨 신관에게는 달게 조치를 취할 겁니다.”

나긋나긋한 미하일의 목소리에 소 란스럽던 장내는 금세 고요해졌다.

당황해 허둥거리던 스무 명의 신관 들과 하데스, 그리고 미하일의 시선 이 전부 내게로 모여들었다.

내가 괜히 일 키우지 않기 위해 거 짓이라도 말해주길 바라는가?

천만에.

나는 하데스의 팔을 덥석 붙잡고는, 무슨 일만 나면 선생님께 쪼르르 달 려가 다 일러다 바치는 초등학생처럼냉큼 말했다.

“신관님이 제 왼쪽 손목을 아주 젖 먹던 힘까지 쭉 짜서 꽈아악 쥐었어요.”

순간 하데스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

그가 내 핵석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손목 좀 세게 잡았다고 호 들갑을 떠는 모습에 의아해할지도 모 르지.

하나 하데스는 태어나 지금까지 내 약점이었던 핵석의 위치도 알고, 직 접 그걸 숨기는 데 지대한 도움을 준사람이었다.

단순히 ‘손목을 세게 잡았다. ’는 말을 당연히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었다.

과연 하데스가 무시무시한 표정으 로 미하일을 돌아보았다.

미하일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대신관. 지금…….”

“전하, 일단 진정하셔야 할 듯합니다. 부디 감정적으로 굴지 말아주시 기를 부탁드려요.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그 다음 순간.

미하일과 하데스의 시선이 허공에 서 빤히 맞물렸고, 나는 왜인지 그 찰 나에 무언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마력의 흐름 같은 것.

하데스가 일전에 아벨의 상처 난 발에 흡수의 이능을 사용했을 때, 본능 적으로 묘한 기류를 느꼈던 것과 비 슷했다.

미하일은 천천히 심호흡하며 말했다.

“일단 상황을 보니, 영애께서 세례 도중 저희 신관의 접촉을 불쾌하게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회복의 이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접촉이 불가피하 기 때문에 저도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었는데…….”

아마 미하일이 백날 저딴 변명을 해 봐야 하데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왼쪽 손목을 노리고 비틀었다는 말 은 날 죽일 생각이었다는 거고, 하데스가 그걸 모를 리 없으니까.

그러나 듣는 척도 안 하고 당장 미하일의 멱살이라도 틀어쥘 줄 알았던 하데스는, 의외로 묵묵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렇지만 던컨 신관이 어떤 불순 한 의도를 가지고 영애를 위협한 것은 아닐 겁니다. 제가 아는 던컨 신관 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실수였을 테지만, 영애의 기 분이 언짢았다면 제 선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전하의 결정을 존중하지만요.”

신관의 처분을 하데스에게 맡기겠 다는 뜻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다니, 좋지 않은 선택이었군.

“음…….”

……이라고 생각했던 난, 당황한 표 정으로 나를 돌아보는 하데스에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그의 표정을 해석하자면, 뭐랄까.

난리를 피우며 자길 들어오게 만든 것치고는 별 큰일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듯한…….

“신관이 세례 중에 그대의 손목을 세게 쥐었어? 그것뿐이야?”

내 추측은 귀신같이 들어맞았다.

당황스러웠다.

“……전하? 그, 그것뿐이라됴?”

“어디 이리 내 봐.”

다음 순간, 하데스는 살짝 걱정스러 운 표정으로 내 왼쪽 손목을 가져가 확인했다.

손목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손톱을 들어 할퀸 것도 아니다.

그저 세게 잡았을 뿐인 손목은 살짝 빨갛게 부풀어있었을 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하나 단순히 손목을 세게 쥔 게 문 제가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 이 하데스가 아닌가!

당황해 허둥거리는 내게 하데스가 덧붙였다.

“신관이 미숙해 실수를 한 모양인 데. 이 정도는 그대가 이해해줄 수 없 나? 불쾌할 정도로 많이 아팠어?”

“아니, 전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핵석이 있었던 자리잖 아요?!

라는 말을 이 자리에서 대놓고 꺼내 놓을 수 없어서 어버버거리는 내게, 맨 처음 세례를 내려주었던 로잘린 신관이 급히 다가왔다.

그녀는 하데스에게 말했다.

“전하, 신관 대표 로잘린 그륀저라 고 합니다. 제게 영애의 상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 겠는지요?”

“아, 그래주면 고맙겠군.”

“아니, 저…….”

로잘린 신관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손목을 마주 잡았고, 곧 세례 받을 때와 같이 따뜻하고 정순한 기운이 접촉한 부위로부터 천천히 스며들었다.

약간 지끈거렸던 손목은 언제 그랬 냐는 듯 말끔히 나았다.

왜?

하데스가 갑자기 왜 이 러는 걸까?

잠깐 일보 후퇴한 뒤 미하일의 의중을 가늠해보려는 의도라면, 애초에 다 쓸어버릴 기세로 문짝을 부수고 들어왔을 리 없지 않은가?

아니면 내가 정말로 별 거 아닌데 자길 불렀다고 오해하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하데스는 지금까지 겪어본 바 굉장 히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이 었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이제 괜찮아?”

하데스는 다정한 표정으로 내게 물 었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애가 많이 놀란 듯하니 세례는 여기까지만 해야 하겠소. 돌아가도 되겠지?”

“예, 어차피 세례를 다 마친 참이었 습니다. 던컨 신관은…….”

“영애가 긴장하고 있었던 탓인지 신관의 행동을 오해한 모양이니, 대신관이 적당히 주의를 주는 걸로 하시오.”

“예, 전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소란을 피워 죄송하게 되 었습니다.”

미하일은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하데스는 됐다는 둣 손을 휘휘 저으 며 내 어깨를 감싸고 홀을 나서려는 듯 걸음을 옮겼다.

나는 멍한 상태로 그에게 끌려가면 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상 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했다.

***

하데스와 둘이 방으로 돌아오자마 자 나는 거의 그의 멱살을 잡을 기세 로 달라붙어 물었다.

“무슨 생각이세요?”

“……뭐가?”

곧바로 제 계획을 늘어놓을 줄 알았 던 하데스는 왜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되어 말 문을 잃었다가, 하데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아니, 그……. 절 죽일 뻔했다는데무난하게 넘어가신 이유를 좀 듣고 싶은데요.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 퇴, 뭐 이런 거였죠? 그쵸?”

간절하게 묻는 내 말에 하데스는 미 간을 좁히며 받아쳤다.

“대체 뭐가 죽을 뻔했다는 거야? 그 대 몸이 약한 건 알지만, 아무렴, 신관 이 세례 중에 손 한 번 세게 쥐었다 고 죽겠어?”

“아니! 전하! 다른 곳도 아니고 여 기! 여기요!”

나는 황당함에 왼쪽 손목을 흔들어 보이며 소리 질렀다.

“실수였다잖아?”

“……전하?”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나는 도무지 내 과민반응을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인 하데스를 가만히 응 시했다.

그는 정말로 신관이 단순히 ‘실 수’를 저질 렀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 다른 계획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고, 정말로 별일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큰 소란을 피우지 않고 되돌아 나왔다는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나는 자꾸 핀트가 어긋나는 느낌에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우리 아버님이 멍청이가 됐을 리는 없고…….

“전하, 까먹으셨어요? 전 원래 여 기, 이 팔목에 핵석이 있었어요. 만약 숨기지 못한 상태였다면 아까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거라고요. 그런데 이게 그냥 실수? 제가 예민한 거라고 요?”

“그 신관이 그대의 팔목에 핵석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어?

당연히 실수지.”

아…….

답이 없다.

나는 그를 이해시키는 것을 그만두 기로 했다.

왜인지 무슨 말을 하든, 하데스의 대답은 똑같을 듯했으니까.

‘그 신관은 단지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다.’

그는 머릿속에 이렇게 입력된 로봇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세뇌당한 사람 같았다.

잠깐.

‘……세뇌?’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진정하길 청하며 미하일은 나와, 그리고 하데스 와 꼭 눈을 맞췄다.

미하일의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찌릿하고 밀려왔던 두 통.

그 느낌을 떠올리던 나는, 순간 또 오싹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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