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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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검술 선생님 앤디미온 경은 참 착했다.

우리가 검술 수업을 땡땡이쳐도 부모님들한테 이르거나 하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선생님이 앤디미온 경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얘기를 하자 앤디미온 경은 요란하게 웃으면서 원래 선생님들은 다 싫은 법이라고 했다.

“그치만 선생님이랑 역사 선생님은 싫지 않은걸요. 나머지는 내 생일 연회에 안 왔으면 좋겠어요.”

“저런, 그 정도입니까? 수업이 진짜 재미없으신가 봅니다.”

“그리고 표도르랑 안톤도 초대 안 할 거예요.”

“그때 화해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또 싸우셨습니까?”

앤디미온 경이 속 편하게 웃는 모습에 왠지 심술이 났다.

그래서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화해 안 했어요! 평생 가문의 원수로 지낼 거야!”

“어이쿠, 그 녀석들 큰일 났군요.”

“절대 용서 안 해, 아무리 애원해도 두 번 다시 나랑 같이 수업 못 듣게 할 거라고요!”

“그렇군요. 한데 그때 대체 왜 싸우신 겁니까?”

“걔들이 자꾸 길에서 주워온 애라고 놀리잖아요!”

앤디미온 경은 킬킬 웃으면서 그런 세 살 먹은 꼬맹이도 안 넘어갈 농담에 발끈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나는 기가 막히고 답답해져서 가슴을 팡팡 쳤다.

“내가 아니라 다닐한테 그런다고요! 자기들이 뭔데 근본 따지면서 까불어!”

앤디미온 경은 더는 웃지 않았다.

대신에 갑자기 앓는 소리를 내면서 그걸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어이가 없었다.

설마 우리가 그것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믿어왔단 말인가?

어른들은 어떨 때 보면 참 허술했다.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만 골라서 했다.

다닐네 아빠는 대체 왜 ‘시퍼런 총각’일 때 다닐을 데려왔을까?

영영 결혼 못 하게 됐으면 어쩌려고?

그 질문을 하자 앤디미온 경은 황급히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차피 알아도 모른다고 할 게 뻔했기에 나는 발끈해서 따졌다.

“그럼 나도 알고 보니까 주워온 아이 아니에요?”

그냥 욱해서 해본 말인데 막상 입 밖으로 내고 나니 갑자기 겁이 와락 났다.

내가 주워온 아이일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건 나도 알았다.

누가 봐도 나는 내 부모님이랑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만약에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동생이 생겨버린다면 그땐 어쩌지?

다닐도 동생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거 같은데.

나도 동생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친구들도 다 나를 못 본 체하고 어마마마도 동생만 예뻐하면?

그렇게 되면 난 완전히 끝장이다.

아바마마도 동생하고만 전쟁 놀이를 할 것이 틀림없고, 친척들도 맨날 동생 선물만 챙기겠지.

할아버지도 더는 내가 놀러 가면 나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얘기를 해주시지 않을 거야.

맙소사, 너무 비참하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십니까? 왕자님이 태어나셨을 때 두 분께서 얼마나 행복해하셨는데요. 다들 얼마나 기뻐했는지 왕자님은 상상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정말일까?

쉽사리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아까보다 기분이 좀 좋아졌다.

앤디미온 경은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친구를 위해서 싸우다니 멋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기질은 틀림없이 어마마마를 닮은 걸 거라고 말했다.

진짜 그런 거라면 참 좋겠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었다.

내가 그때 싸운 이유는 단지 걔들 하는 짓이 짜증 나서였으니까.

“근데 아바마마라면 어떻게 했을 건데요?”

“흠, 짜증 난다면서 전부 내쫓아버리시지 않을까요? 하하핫.”

아, 큰일 났다!

난 아무래도 유치한 아바마마를 닮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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