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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로마냐에서 제일 악명 높은 수도원 고아원의 원장은 의외로 몹시 자유분방하고 다정다감한 인상을 한 초로의 남자였다.
다만 그건 남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직자의 유형이긴 했다.
따스하게 두 북부인을 맞이한 원장은 로마냐의 높으신 분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이곳을 찾는 바람에 터져 나갈 지경이라는 둥 엄격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둥 하면서 묻지도 않은 정보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말끝마다 ‘다만 바살로메 추기경 예하께서 친히……’ 하고 우물쭈물함으로써 아이반을 짜증 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문제의 아이를 순순히 넘겨줬다가 차후 바살로메 추기경의 노여움을 살까 겁이 나는 모양이었다.
원장 입장에서야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긴 했다.
그럼에도 이 스캔들을 로마냐와 브리타냐 렘브란트 3국이 얽힌 재미없는 외교적 문제로 만드는 대신에 조용히 아이만 처리하러 온 입장에선 짜증 날 수밖에 없었다.
늘어나라 내 도화선아, 여긴 외국 땅이고 난 곧 결혼할 몸이다.
아이반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찰나였다.
원장 얘길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루브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럼 여기로 데려오면 되는 거지?”
“예?”
“그 뚱땡이 추기경 양반을 데려와서 아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다짐시켜주면 되는 거지?”
“아, 아니, 이보십쇼…….”
“영감 지금 나랑 연애질해?”
“예?”
“왜 이랬다 저랬다 하고 지랄이야?”
새까만 외눈알이 어수선한 장난기로 반짝거렸다.
아이반은 문득 어떤 일그러진 취향을 가진 인간이 저 녀석과 연애질을 하려 들까 궁금해졌다.
어쨌든 잠시 후 두 사람은 또 다른 장소로 안내되었다.
“금방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쭈뼛거리며 사라진 직원을 기다리며 긴 복도 끝에서 서성거리는 동안 좁은 닭장처럼 다닥다닥 늘어진 방들의 창살로부터 시선들이 쏟아졌다.
필사적이고 간절한 기대감에 부푼 눈빛들…….
아이반은 그만 어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보니까 루브 역시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저것들은 왜들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
“뭐 방문객이 왔으니까, 지금 우리의 등장 자체가 쟤들한텐 희망 고문이나 다름없잖냐.”
“왜?”
왜긴 왜야.
아이반은 어쩐지 짜증 대신에 기묘한 생소함이랄까, 정체 모를 낯선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새끼가 원래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놈이었나?
아니, 말이 안 통하는 건 아닌 건가?
원래 좀 나사가 빠진 놈이긴 해도 이렇게까지 갑갑한 놈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자기 중 하나를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 매일매일 그런 생각만 하고 살 애들이라고.”
“아아.”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루브가 팔짱을 끼고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아이반은 묵묵히 그 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새끼 대체 무슨…….
“아, 근데 있잖아.”
“뭐?”
“왕비님도 어릴 때 이런 비슷한 데서 지내신 적이 있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진짜일까?”
“진짜든 아니든 그게 대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보르히아 가문이 폭삭 망하고 나서 폭포수처럼 흘러나온 온갖 증언 중 하나였다.
현 브리타냐의 왕비가 어릴 때 부친의 인정을 못 받아 고생했었다는 얘기.
“그냥, 전하 놈이 신경 쓰는 게 왠지 그거랑 관련 있는 거 같아서.”
“관련 있다 한들 네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왜 그런 사실 여부도 불확실한 내용에 관심을 가지냐?”
“가지면 안 되는 거냐?”
“안 될 건 없다만 네가 대체 왜-”
“……야, 이 녀석아!”
불쑥 울려 퍼진 시끄러운 소리에 두 장정은 나란히 고개를 돌렸다.
아까 직원이 사라졌던 문이 어느덧 활짝 열려 있나 싶더니 웬 작은 덩어리 하나가 이쪽으로 쏜살같이 통통통 뛰어왔다.
그러더니만 누가 미처 저지하기도 전에 곧장 홱 루브의 정강이에 달라붙었다!
“뭐야, 이거.”
나직하게 인상을 찡그린 루브가 제 다리에 붙은 꼬맹이를 인정머리 없이 떨쳐냈다.
홱 나가떨어진 남자아이가 세차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미친놈아!”
아이반이 꽥 소리를 질렀다.
한데 그대로 울음을 터뜨릴 줄 알았던 꼬맹이가 도로 씩씩하게 일어서더니 다시 용감하게 자신을 먼지 떨구듯 떨군 남자의 다리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다들 나만 빼고 미친 거 같아.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느끼며 아이반은 루브가 이번에야말로 애를 걷어차 날려버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루브는 그러는 대신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리고 아이반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 표정이다.
아이반은 그만 심술 맞게 이죽거렸다.
“안아주지 그러냐? 네놈이 마음에 든 모양인데.”
“…….”
“죄, 죄송합니다!”
때마침 한발 늦게 뛰어나온 직원이 황급히 아이를 붙들고 떼어놓았다.
그러면서 뭐라 뭐라 횡설수설하더니 이 아이가 바로 그 아이라고 털어놓았다.
‘아하, 그렇단 말인가.’
아이반은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엔죠의 생전 모습을 떠올렸다.
생강빛 머리카락, 짙푸른 눈동자, 특유의 자유분방한 눈매.
비록 그 모습을 고작 두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꼬맹이한테서 찾는 건 무리가 있을 테지만 말이다.
“어때, 닮은 거 같냐?”
“……천지분간 못 하는 걸 보아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꼬맹이가 그동안 함께 지낸 친구들과 원장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바깥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계단에 걸터앉아 포도원 정원을 바라보는 동안 둘 사이에 한참이나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의외로 루브였다.
“또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뭐?”
“아까부터 계속 노려보고 있잖아. 이번엔 또 뭐냐?”
아이반은 잠시 루브의 속 모를 미소 띤 낯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가, 반쯤 충동적으로 으르렁거렸다.
“말 엉덩이 대가리가 이상한 소리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뭐?”
“아니다, 실실 처웃으면서 사람 고문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뭔 소리래. 그리고 그때 실실 처웃으면서 약 올렸던 건 네놈들도 마찬가지였잖아.”
“그건…… X발, 아무튼 네놈은 이상해! 보면 볼수록 이상하다고! 너 대체 왜 이 임무 자원한 거냐? 아니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거야?”
“또 지랄이시네. 오늘따라 대체 왜 이러냐?”
날이 바짝 선 아이반과는 달리 루브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정확히는 왜 지랄인지 모르겠다는 태연자약한 표정이었다.
아이반은 문득 그 낯짝에 한 대 날려 주고픈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어야 말이지! 제기랄, 너 솔직히 말해 봐라, 평소에 힘들지? 기분 좋은 척 화난 척하느라 힘들지? 안 그런데 슬픈 척 안타까워하는 척하느라 힘들어 죽겠지?”
“어이가 없네, 내가 얼마나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인데.”
“지랄 집어치워, 이 또라이 새끼야! 내 말 맞지?!”
“우리 중 또라이는 내가 아니라 전하 놈…….”
“우리 이스가 그냥 순수한 개싸가지라면 네놈은 음흉한 사기꾼이야, 이 개또라이 새끼야! 그리고 은근슬쩍 말 돌리지 마, 여태 언제 한 번이라도 전우애라든가 우정이라든가 충심이라든가 그딴 거 정말로 느껴본 적 있기나 하냐?!”
“아니. 사내놈들끼리 끈적대는 거 싫다.”
“X발, 그건 나도 싫거든?! 그럼 여자랑 그러는 건 좋냐?!”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거리는 루브를 의기양양하게 쏘아보며 아이반은 코웃음을 쳤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솔직히 대답해 봐라, 살면서 누굴 아끼는 마음 같은 거 가져본 적 있기나 해? 네 가족들한테라도…….”
“아니.”
“……적어도 솔직해서 다행이라 해야 하냐? 너 누구 좋아해 본 적도 없지? 툭하면 사내놈 운운하면서 핑계 대는데, 그럼 여자라고 다르냐? 내 보기에 너란 놈은 하다못해 첫사랑 같은 풋풋한 감정이라도 품어본 적 없을 거고, 아마 지금껏…….”
“첫사랑 있는데. 왕비님.”
여태 그랬던 것처럼 빠르고 간단한 대답이었으나 아이반은 이번만큼은 아무런 반응도 내보이지 못했다.
하도 뜬금없다 못해 황당무계하게 느껴져서였다.
멀거니 입을 벌리고만 있는 아이반의 표정을 멋대로 오해한 루브가 아 하고 잽싸게 덧붙였다.
“아, 물론 지금은 아니야.”
“……끄, 끝난 일이라 이거냐?”
“안 그럼 큰일나게.”
어깨를 으쓱하며 멋쩍게 웃어보이는 루브였다.
반면에 아이반의 표정은 더더욱 해괴망측하게 일그러져갔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대, 대체 언제? 어떻게? 왜?”
“이상한 질문이군. 반하는 데 마땅한 시기나 이유가 필요해?”
“네가 하는 말치곤 퍽 상식적이다만, 그간 전혀 눈치를 못 채서 말이다.”
“뭐 굳이 따지자면 처음 서리숲에서부터였을걸.”
“가출 소동 때?”
“응, 정확히는 왕비님이 도마뱀 새끼랑 전하놈이 싸우는 거 말렸을 때.”
진짜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아이반은 가까스로 신음하듯 내뱉었다.
“취향 한번 독특하다, 너……. 용케도 여태 티 안 냈네.”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남의 아내인걸.”
“그렇다 해도 말이지……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잖아.”
“그런가? 아무튼 알아서 마음정리 했으니까 혹시라도 오해하진 마라. 네가 솔직히 말하라고 해서 대답한 것뿐이니까.”
정말로 진짜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나.
취향 독특한 것도 모자라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좋아하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끝내고 쓸데없이 정직하게 굴고…….
물론 그래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만일 이 녀석이 티를 내서 이스케 녀석이 눈치챘다면 어떤 사달이 벌어졌을지 아이반은 차마 상상하기도 싫었다.
두 또라이 새끼가 치정 싸움을?
맙소사, 에렌딜이 가루가 되고도 남았겠구먼.
“그래, 그랬구나……. 그렇구나……. 큼, 아픈 얘기 꺼내게 해서 미안하다.”
“딱히 아픈 얘긴 아닌데.”
“그럼 너,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하자는 대로 전부 군말없이 같이 한 이유가…….”
“그런 셈이지. 물론 전하놈이 무섭기도 해서고.”
“애초에 네가 뭘 무서워한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만.”
“야, 내가 얼마나 쫄보인데 그래?”
그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잎담배를 꺼내 물고 느긋하게 잘근거리는 루브는 실로 기가 막힌 속사정을 털어놓은 자답지 않게 별로 후련한 표정도 씁쓸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럼 이번 일에 자원한 이유도…….”
“멋대로 오해하지 말라고 방금 말했을 텐데.”
“오해하는 게 아니라 다 끝난 일이라 해도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지.”
“…….”
이제야 윤곽이 대강 잡히면서 정체 모를 답답함이 약간 가시는 느낌이었다.
아이반은 잠깐 망설였다가 다시 말을 붙였다.
이번엔 한결 조심스럽게.
“근데 너, 눈은 왜 그렇게 된 거냐?”
내친김에 물어보기로 한 이유는 지금이라면 왠지 전부 순순히 대답해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버럭 할 것을 대비해 사과의 말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반을 루브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아, 미안. 실례였다면…….”
“딱히 실례는 아닌데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해졌냐?”
“큼, 그냥 갑자기 여태 너에 대해 제대로 안게 별로 없는 것 같아졌달까? 물론 말하기 싫다면 안 해도 상관없고, 누구든 꺼내기 괴로운 과거가…….”
“별로 싫은 건 아니다. 무슨 괴로운 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야. 에스겔처럼 신고식 잘못돼서 그런 것도 아니고.”
“가만, 그러니까 우리 복면가왕 녀석 소문이 진짜였단 말이야? 그게 가능했다고?”
제아무리 거칠다 알려진 북부의 팔라딘, 그것도 롱기누스 기사단이라 한들 전원 귀하게 자란 귀족가 자제들이다.
따라서 신고식을 치르는 어린 신참들로 하여금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선배 기사들이 철저히 예의주시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몰랐냐? 그때 걔 부리던 선배 놈이 약 좀 빠는 머저리였는데, 갓 출산한 아라크네들 바글바글한 굴에 얘를 혼자 들여보내고 꿈나라로 떠나는 바람에…….”
“X발. 미친 새끼 아냐, 그거? 그 새끼 그러고 어떻게 됐냐?”
“아, 죽였어.”
“하! 뒈져도 싸……. 죽여? 누가?”
“내가. 그때 눈깔을 다쳐서 이 꼴이 된 것뿐이고.”
아니, 그런 드라마틱한 사정이!
아이반은 여태 내뱉은 말들을 모조리 주워 담기로 마음먹고는 실로 애틋한 눈빛으로 루브의 가죽 안대를 바라봐 주었다.
“너도 대단했다 야, 그땐 너도 고작 신참내기였을 텐데.”
“그 새끼가 약에 전 등신이었던 덕분이야. 그래도 신참 애새끼랑 결투하다 뒈졌다고 하면 다른 선배들도 쪽팔려 뒈질 일이라 엄청 쉬쉬했지.”
“미안하다, 아까 내가 지껄인 말은 전부 취소하마. 네가 그토록 의리의 싸나이인 줄 미처 몰랐-”
“천만에, 난 그때 에스겔이 누구인지도 몰랐어. 누가 나더러 웬 멍청한 신참 하나가 다쳤으니까 진료소에 데려다주고 오라고 해서 가봤더니 정말로 웬 멍청하게 생긴 녀석 하나가 하관 절반이 날아간 채로 잘도 멍 때리고 앉아 있던데.”
“큼, 그다지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겠군. 근데 그럼 넌 대체 왜…….”
“그냥, 그 선배 새끼가 옆에서 더럽게 미안해하는 척하는 낯짝이 더럽게 거슬렸달까.”
“오호라, 알겠다. 동족혐오였다 이 얘기지?”
“그럴지도 모르고.”
루브는 씩 미소를 지었다.
아이반 또한 마찬가지로 피식 웃고 말았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고문관 별명 붙은 것도 그때부터고? 이유야 뭐가 됐든 복면가왕 녀석이 반할 만했네.”
“징그러운 소리 작작 좀 해라.”
“징그럽다니, 나름 찬사 중이거든?”
“찬사는 무슨 찬…….”
“퍄- 퍄-!”
때마침 떠날 채비를 끝마친 문제의 꼬맹이가 직원들에 이끌려 등장했다.
곧장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쪼르르 다가온 꼬맹이를 두 북부인은 잠시 멀뚱히 내려다보았다.
“왜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거야.”
“반했나 본데.”
떨떠름한 표정의 루브와 달리 아이반은 왠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루브가 제 다리에 매달린 꼬맹이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덥석 붙들고 들어 올리는 바람에 다시 조마조마해졌다.
“지, 진정해 고문관 새꺄!”
“성가시게 달라붙지…….”
“에헤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꼬맹이가 사지를 버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귤빛 머리칼이 흩날리면서 푸른 눈이 반짝거렸다.
루브는 고개를 돌리고 아이반을 쳐다보았다.
“이 녀석 왜 웃는 거냐?”
“네가 웃긴 모양이지.”
“시건방진 애새끼네.”
“그냥 취향이 독특한 거 같으니까 잘난 네가 참아.”
허공에 들린 채 까르르 웃던 아이가 목이 졸리는지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루브는 여전히 머리를 갸웃대면서 그 꼴을 보고만 있었다.
결국 부자 2대에 걸쳐 임종을 지켜볼 순 없다고 판단한 아이반이 나서서 꼬맹이를 낚아챘다.
“애가 숨을 못 쉬잖아 미친놈아!”
“아, 미안. 좀 신기해서.”
“또 뭐가 그리 신기하더냐?”
“그냥, 그러고 잘도 웃는 게 신기하달까…….”
새까만 외눈알에 좀체 보기 드문 기묘한 표정이 깜박이다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물론 찰나에 불과했다.
아이반은 일순 멈칫했으나 그대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아무튼 이제 이 녀석 새 보금자리로 데려다주면 우리 임무도 끝이군 그래. 얘도 참 고생이 많다, 부모 잘못 둬서.”
“옮기고 나면 아무도 모를 테니 괜찮겠지.”
“글쎄다, 다른 수도회라 해도 그쪽 바닥이 워낙 좁아야 말이지. 후견인이 누가 됐든 어디 가서 살든 알려지는 건 피할 수 없을걸. 그것까진 우리가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말해봤자 의미 없다만.”
“그래……? 그것참 성가시게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