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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스러운 브런치 타임이 끝나고, 다들 말을 타는 분위기가 되어 승마를 시작했다.
다행히 남편 놈이 말을 내버려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기에 나 또한 속물 명마에 올라타 합류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프레이야와 단둘이 기슭 근처의 숲길 쪽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콘솔라시온 영애는 신경 쓰지 마세요.”
“네?”
“그냥 심술이 나서 그런 거예요. 예전에 이스를 한창 쫓아다닌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알고 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랍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이해한다는 의미로 생긋 웃었다.
“나쁜 분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스케 경은 굉장히 멋진 분이니 좋아하는 분이 많은 것도 무리가 아니죠.”
“부인께선 정말 상냥하시네요.”
프레이야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눈처럼 새하얀 종마에 앉아 천천히 말을 모는 그녀는 명화 속에서 튀어나온 여신 같았다.
“어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부인께서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실 줄 알았답니다.”
“제가요? 왜요?”
“부인께선 로마냐의 공주님이시잖아요.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장난스럽게 덧붙인 그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생긋 웃었다.
하긴 원래의 루드베키아였다면 그냥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었겠지. 휴. 난 그래도 원작의 루드베키아가 좀 불쌍한데…….
“그런데 우리 이쪽으로 가도 되나요?”
“너무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야외 모임을 열기 가장 안전한 장소라 매번 이렇게 모이는 거랍니다.”
“아…….”
“한데 생각보다 말 타는 게 굉장히 능숙해 보이시네요.”
“영애께 비할 바는 아닌걸요. 말이 좋은 것도 있고요.”
“에이,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 말 나온 김에 한번 시합이나 할까요?”
“시합이요?”
“저쪽 방향으로 쭉 직진해서 오른쪽 샛길로 달리면 우리가 온 길 반대편 기슭이에요. 거기까지, 어때요?”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고 해서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참에 프레이야랑 좀 친해지면 나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까. 이겨야 하나, 져야 하나.
“그럼 부인께서 먼저 출발하세요.”
“봐주시는 건가요?”
“제가 이쪽 길에 좀 더 익숙하니 양보해 드리는 게 당연하죠.”
그렇게 해서 나는 먼저 출발했다.
박차를 가하자마자 말은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질주를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일이다.
땋은 머리채가 마구 휘날렸다. 놀랍게도 꽤 괜찮은 기분이었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달리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걸까, 모처럼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보고픈 마음까지 들었다.
한창 그렇게 달리다 보니 프레이야가 말한 샛길이 나타났다.
샛길을 따라 달리다 문득 묘한 느낌에 잠시 말을 멈추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프레이야는 지금쯤 어디 있는 걸까? 혹 다른 길로 빠진 걸까?
일은 내가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터졌다.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불쑥 덤불 속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내 발목을 휘감았을 때, 나는 순간 그것이 뱀이라고 생각하고 화들짝 비명을 내질렀다.
그 바람에 놀란 말 역시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앞다리를 쳐들었다!
“꺄악……!”
손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허공에 홱 들렸다.
곧이어 퍽, 하고 온몸에 얼얼한 충격이 일면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발목을 휘감은 덩굴인지 뭔지 모를 것이 어느덧 몸 위쪽까지 칭칭 감고 올라오며 나를 수풀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무언가 둔탁한 것에 머리가 퍽 하고 세차게 부딪혔을 때야 알았다.
잠깐 암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