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공작님, 루엘라가 여기 왔어요!
(62/128)
7. 공작님, 루엘라가 여기 왔어요!
(62/128)
7. 공작님, 루엘라가 여기 왔어요!
연고 납품이 끝난 후, 나는 몹시 한가해졌다. 아니, 나만 한가해졌다.
내가 의사 선생의 작업장에 가면 선생은 지금은 손이 필요 없다고 딱 잘라서 나를 쫓아냈다. 그의 등 뒤에서 마을 여자들이 머리에 불똥이 튄 것처럼 바쁘게 다니고 있는데도 말이다.
주방이며 정원도 기웃거려봤지만, 모두 명령이라도 받은 듯 내게 일을 시켜주지 않았다.
그사이 결린 어깨가 풀리고 손에 박히려던 못도 옅어지고 있었지만 전혀 즐겁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카이런 공작 집무실로 돌아와 구석의 내 자리를 지켰다. 무심결에 수를 놓았지만 카이런 공작은 짜증을 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내게 짜증을 내지 않았다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차를 마시고 싶을 때만 나를 불렀다. 그리고 그 외에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내게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