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도 올해는 나름대로 축제를 즐겨보기로 했어.
“고, 공작님?”
“…….”
“공작님?”
소파에서 차를 마시던 카이런 공작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차 마시는 동안은 방해하지 말라는 기색을 온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지만, 나는 마음이 조급했다.
오늘 공작은 별 일정이 없었고, 나는 아침에 하녀를 통해 벨리아의 전갈을 받은 후로 빨리 달려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이런 공작이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아서, 나는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아마 내 눈은 분명히 애원하는 고양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공작님, 저 오늘 외출 한 시간만 허락해주세요.”
카이런 공작은 즉시 고개를 획 돌렸다.
“흥.”
“공작님!”
“네 한 시간이 한나절이란 건 서로 잘 알고 있지 않나? 아리엘사.”
나는 흥분해서 대답했다.
“아니요! 이번에는 진짜, 진짜 금방 올게요. 네? 늦으면 벌을 내리셔도…….”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나를 외면하던 카이런 공작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던 듯 삐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돌아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무덤을 판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무덤에 빠진 후였다.
“벌을 달게 받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어물거리자 카이런 공작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받겠습니다! 제가 일찍 오면 되죠, 뭐.”
그는 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확하게 한 시간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즉시 벨리아의 가게로 달려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세계에서 처음 맞이하는 즐거움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벨리아는 나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내실의 옷걸이에는 노란 드레스가 걸려 있었다.
“헉…….”
“그렇지?”
벨리아는 내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건 제가 예상하던 옷이 아니잖아요……. 예술품이잖아요,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