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21/128)

19화

타이라 경은 카이런 공작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가끔은 그러지. 보통은 승자를 가리면 싸움을 끝내지만 도를 모르는 놈들은 어디에든 있거든.”

“그러면 저 뿔…… 가질 수 있나요?”

“사슴을 박제하려고? 어디, 네 방에 두게?”

타이라 경은 너무 뜻밖의 소리인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저렇게 큰 사슴을 박제하다니, 그것도 그것대로 끔찍하지만, 그런 것을 내 방에 들여놓으면 발 디딜 데도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그럼?”

나는 몹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공작님을 걱정하는 아리엘사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녹용이 남자 몸에 참 좋은데…….”

“녹용? 남자 몸?”

“…….”

나는 타이라 경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보고 입을 꾹 다물고 재빨리 카이런 공작 곁으로 돌아갔다. 말투만 소심하게 꾸민다고 아리엘사의 연기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때로는 내용도 문제였다.

나는 되도록 공작의 곁으로 말을 바짝 붙였다. 그러지 않으면 타이라 경이 나를 놀리러 올 것 같아서였다.

“구체적으로 어느 남자 몸이지?”

“네?”

하지만 나를 습격한 것은 카이런 공작이었다.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저음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기사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나는 울먹울먹한 눈으로 카이런 공작을 바라보다가 말을 달려 달아나고 말았다.

‘공작님, 잡아올까요?’ 하는 타이라 경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카이런 공작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타이라 경의 커다란 웃음소리는 들판을 울렸고 놀란 수사슴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싸움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승마를 잘한다.

또한 엄마가 미웠다. 우리 엄마는 왜 가을마다 아빠에게 녹용을 달여 먹였던 거냐고!

카이런 공작도 미웠다. 내가 녹용을 달이면 자기를 먹이겠지, 어느 남자 몸을 챙기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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