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설프군, 거짓말이.
내가 상상한 여행은 이런 모습이었다.
나는 말을 타고 그의 옆을 조금 뒤에서 걷는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그의 늠름한 옆모습을 마음껏 훔쳐볼 수 있는 위치다.
북부 숲속의 나뭇잎 사이로 조각나 흩어지는 햇빛은 그러지 않아도 빛나는 그를 홀로그램처럼 환상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상상은 출발부터 와장창 깨어지고 말았다.
카이런 공작은 체이어스와 다른 기사들과 함께 선두에 섰고, 나는 후면만 열려 있는 포장 짐마차 안에 처박혀 마냥 흔들려야 했다.
나는 출발할 때 하녀들이 왜 ‘방석을 충분히 넣었어요.’ 했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우유였으면 치즈가 됐겠네.”
방석 하나를 꺼내 등에 받쳤지만 마차가 너무 심하게 덜컹거려서 잠을 잘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마차 안에 갇혀 있으니 쉬는 시간이 아니면 카이런 공작의 모습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그게 내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따라온 거야?”
“……?”
잠에서 깬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건 체이어스였다. 나는 재빨리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마차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석양으로 물들고 있었고, 체이어스 뒤로는 하인들이 불을 피우고 있었다. 노숙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나 혼자 쿨쿨 자고 있었던 것이다.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체이어스는 더 짜증스러운 얼굴을 했다.
“가서 공작님 불편하신 거 없는지 확인해.”
“네!”
나는 얼른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저절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동안 성안에만 있다 보니 북부의 숲에 실제로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깊은 침엽수 숲은 사람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습기와 한기가 적당히 섞인 공기는 몸을 오싹하게 했지만, 작은 모닥불 하나만 있으면 아늑하게 느껴지는 반전의 매력이 있었다.
나는 불가에 앉아 있는 카이런 공작을 발견했다. 야외에 나와 있어도 그의 아우라는 형형했다. 가슴이 벅찼다.
내가 다가가자,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잘 잤나?”
“자, 잠깐, 졸았습니다.”
“코를 골면서?”
그는 입가에 삐딱한 미소를 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 게 더 얄미웠다.
“공작님,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나는 딴 데를 보며 재빨리 말했는데, 저기서 나를 쳐다보는 체이어스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다시 눈을 피할 곳을 찾아야 했다.
“저기 앉아서 주는 식사 받아먹어.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너는 별로 쓸모가 없다. 아리엘사.”
“……네.”
카이런 공작을 싫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의 말투는 솔직히 아주 슬쩍 상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