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7화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는 부군을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의 아리따운 여종들도 눈에 거슬리게 되었는데, 그중 특히 용모가 아리따운 영향(迎香)이 거슬렸다. 간미는 비록 이 여종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붙여 준 시종이라 그녀가 자신에게 조력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영향도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의 외모가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들며 영향의 용모를 질투하게 되었는데, 이전의 그녀는 여태까지 용모를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청운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고, 또 다른 사람과 그의 사랑을 나누고 싶지 않았으며, 부군이 다른 여인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 싫었다. 언젠가 다른 여인에게 상냥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는 부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질투에 사로잡혀 미칠 것 같았다.
머릿속에 갖가지 안채에서 행해지던 여러 수단들이 떠오르던 차에, 그녀는 일의 발전 방향이 또다시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걸 알게 되었다. 부군이 다른 여인이 보인 관심에도 그런 것을 거절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랬던 일에 대해서 그는 자신에게 무심코 이야기하기도 했다.
간미는 자신이 고청운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간 그녀가 보아온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도 그렇고, 그녀 또한 자신의 변화에 매우 예민했기에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에 그녀는 부군의 관심을 매우 갈망하게 되었으나 이내 실망하게 되었다.
부군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가 감정이 북받칠 때 일부러 내뱉는 말들에도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떻게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 당시 그들은 이미 경성에 올라와 있었고, 그녀는 큰아들을 잉태하고 있었다.
* * *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 큰아들이 태어나고 부군은 진사 시험에 합격해서 귀향하게 되었으며, 그녀는 또 다시 회임을 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일로 그녀는 바빠졌지만, 부군은 여전히 자신에게 자상했다. 매번 부군은 자신이 어떤 모양으로 머리를 바꿨고, 어떤 색다른 옷을 입었는지 즉시 이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적절한 시기에 자신을 칭찬해 주고는 했던 것이다. 가끔은 좋은 말들을 한 번도 안 하고 넘어갔지만, 이것은 그녀를 일부러 화나게 하려고 장난을 치는 경우였다.
게다가 그녀는 부군이 몰래 쌈짓돈을 챙겨 두었다가 선물을 사 오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는데, 외할머니도 이 모습을 보고 시집을 잘 갔다고 말할 정도였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그녀는 부군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만약 부군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이런 행동을 자신에게 하겠는가? 그러다가 부군이 일전에 사용했던 필명이 발각되어 유명 화본의 작가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녀는 또다시 다른 여인들을 경계하면서 모든 여인들에 대한 대비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군은 괜찮았다. 그는 이쪽 문제로 걱정될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머리가 이상한 여인들 쪽에서 자꾸만 엉겨 붙는 것이 아닌가. 견디다 못한 그녀는 자연히 이런 상황을 예방해야만 했다.
그들은 1년, 1년 늙어갔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 사이의 감정이었다. 예전에 그녀는 젊은 시절에 누가 부군을 건드리거나 부군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까 봐 걱정도 했고, 차츰 언제부터인가 미모의 여종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발을 동동 구르지 않게 되었고, 또 부군이 다른 사람을 좋아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일종의 자신감 같은 것으로, 부군이 자신에게 선사해 준 안정감이기도 했다.
그들은 점점 늙어 갔고, 많은 사람들은 그들 사이의 감정을 부러워했다. 젊었을 때,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사람들은 부군이 자신의 외할아버지를 두려워하고 혹은 계략이 깊어 아부하고자 이런 모습을 연출한다고 했었지만, 부군의 관직이 점점 높아지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은 안채 식구들 중에서도 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다들 그들을 두고 부부애가 깊다고 말하고는 했다.
부군이 바다로 나가 있던 그 3년은 그녀가 가장 힘들게 살았던 나날이었다. 줄곧 그녀는 자신의 부군이 여느 사내들과 달리 권세에 빌붙고 싶어 하지 않고, 권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산학, 번역, 수리 등 방면에 시간을 쓰는 것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랬던 그가 갑작스레 출항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자 자신의 반대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는 차마 다시 만류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군이 매우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한다고 느꼈다. 매번 바다로 나갈 일을 말할 때마다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가 넘쳤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그를 지지해줄 수밖에 없었다.
…….
아이들의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아리따웠던 시절을 회상하던 간미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그녀는 눈을 다시 뜨고 근심 걱정 없이 해맑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자상한 웃음을 금치 못했다.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께서 나와서 햇볕 좀 쬐라고 하세요.”
단단이가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고 열심히 읊조렸다.
“제가 부축해드릴게요.”
그녀는 몇몇 아이들의 부축을 받아 내실의 응접실에서 밖으로 나갔는데, 멀리 화원 쪽에서 그녀를 향해 손짓을 하는 고청운이 보였다. 비록 그가 더 이상 젊지 않고 예전의 준수했던 모습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영원히 생생하게 아리따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세월이 안정적으로 잘 흘러가 그녀는 자신이 부군 옆에서 함께 백년해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일 그녀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그가 얼마나 괴로울까? 그녀는 반드시 그와 함께 더 잘 살아가야만 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 아래 간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마치 활짝 핀 꽃처럼 단아했다.
* * *
고청운은 간미가 다가오기도 전에 먼저 그녀를 마중 나와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진시(*辰時: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가 이미 지났으니 너희들은 돌아가서 글자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구나. 저녁에 다시 오거라, 나와 너희 증조할머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단다.”
여기 모인 아이들은 모두 3살에서 6살 사이였다. 조금 있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서 제 어머니를 따라 글자 공부를 해야 했는데, 단단이의 나이 또래는 가학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오늘은 가학에서 글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서 이 시간까지 놀 수 있었던 것인데, 보통 때라면 아이들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놀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대부분은 이 시간이면 여자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 서당에 가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몇십 년이 지나서야 고청운은 자신의 두 아들이 패기가 매우 왕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이 집에 이렇게 많은 식구가 번성하여 가히 자손이 번성했다고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청운과 간미를 껴안고 또 한바탕 치근덕댔는데, 단단이 같이 나이가 비교적 많은 몇 명의 어린아이들이 꼬맹이들을 한 번 설득한 후에야 순순히 짜리몽땅한 다리를 이끌고 각자 공부하러 떠났다.
하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을 본 고청운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늙은 건지,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면 머리가 다 아프구려.”
간미가 그의 팔짱을 끼고 함께 자갈길을 걸다가 그 말을 듣고 깊이 동감했다.
“약간 떠들썩하지만, 이런 소란스러움이 아직 즐겁습니다.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고청운은 빙긋이 웃어 보였다. 확실히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으면 시끄럽기는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없었다면? 또 이 후원이 너무 썰렁하고 적막하게 느껴질 것이었다. 다행히도 평소에 늘 한 명 이상의 아이들이 그들의 곁에 있어 줘서 자신들의 적막함을 해소시켜 주었다.
고청운은 이미 90대 고령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아 외출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그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것은 간미였다. 요즈음 몇 년 동안 그녀는 움직이기를 싫어하게 되면서 외출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데, 고청운은 그런 그녀가 집안에서 지내기 지루할까 봐 걱정되었다.
“아, 부군, 오늘은 서원에 안 나가보셔도 됩니까?”
문득 이를 깨달은 간미가 말했다.
“아니면 부군, 서원에서도 퇴직할 생각이신가요? 폐하께서 윤허하셨나요?”
고청운은 황립 서원의 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초 벼슬에서 내려온 뒤에도 황립 서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가 당시 75세였던 전임 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며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이후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년이 지나, 그는 벌써 3년 전부터 황립 서원의 원장 직책에서도 물러나려고 꾀를 쓰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그 계획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매일 갈 필요가 없으니 슬슬 손을 놓아야지.”
고청운은 길가에 핀 꽃밭을 바라보다가 곧 한 꽃 앞에서 멈칫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허리를 숙여 그중 가장 아리땁게 피어있던 작약 한 송이를 따서 조심스럽게 간미의 비녀 쪽에 꽂아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너무 늙어서 더는 황가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소. 난 다음 달 만수절(*萬壽節: 황제의 생일)이 지나면 물러나겠다는 소신을 다시 한번 밝힌 예정인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오.”
현재 황좌는 영평제의 적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새 황제는 올해 44살로, 원래는 4살 위에 태자인 형이 있었으나, 태자 책봉 후 10년도 안 돼 병으로 훙거하여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영안제가 앞장서서 제창했기 때문인지, 그 이후 지금까지 3대가 이어진 황제의 자리는 모두 적자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민간의 풍토 사상에도 영향을 미쳐 대부분 관료 집안에서도 역시 이전보다 적자와 본처를 더 존중하고 직계 아이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제 황자들도 점차 성장하여 조정으로 들어가 일을 맡아보게 되었는데, 태자는 유능했고, 다른 황자들도 뒤떨어지지 않았기에 적잖은 다툼이 끊임없이 생성될 것이 눈에 훤하여 그를 성가시게 했다.
귀밑머리에 꽂힌 작약을 만지작거리며 기뻐하던 간미가 답했다.
“방법이 있으시다니 되었습니다. 저도 당신이 서원에서 계속 바쁘게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좀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매일 같이 서원일이 아니어도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신데, 나이도 있으신 분이 이제는 몸 생각도 좀 하셔야죠.”
간미는 여기까지 말하고 고청운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남편은 여전히 눈이 예리하고 생기가 넘쳤으며, 얼굴에는 검버섯도 별로 없어 자신과 비교했을 때 너무 젊어 보였다. 만약 자신이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쓰지 않았더라면 외모에 대해서는 이미 무덤덤해졌다고 생각했음에도 틀림없이 그에게 질투가 났을 것이었다.
세월이란 녀석은 부군만을 편애하는 것일까? 부군은 이 나이에도 정력이 넘치는 예순 넘은 노인과 비슷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