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87)화 (487/504)

외전 2화

작성자는 이 댓글을 보면서 매우 공감했는데, 고청운이 민간에서 아주 이름이 드높았었던 이유로 그의 장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당시 사람들은 소보를 매우 신봉하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소식에 대해 중요히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고청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하 왕조는 역사 전반에 걸쳐 건국 초기에 서양세력에 비해 조금 뒤떨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중기에 접어들어 고청운이 자연과학을 연구하자는 뜻을 제창한 뒤 점차 발전해 나갔다. 당시 고청운은 일부의 비난을 받았지만 더 많은 지식인들이 그의 주장에 동조했고, 그와 뜻을 같이 하는 후대의 노력으로, 하 왕조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 왕조는 여러 사상들이 발생하면서도 강력한 실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여러 모순과 근심거리를 가지고도 있었다. 심지어 황실에서 발생한 내란 때는 군대가 임산현까지 쳐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고청운의 생가를 훼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시 많은 문인들이 고청운의 산술 서적을 읽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드높았던 고청운의 좋은 명성 때문에 대중들의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자 그런 것도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에 이르러 하나의 의문점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하 왕조 전반에 걸쳐 그토록 영향력 있는 역사적 인물이 많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에서 왜 고청운이 유독 빛났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청운 부부의 수명이 가장 길었기에 전기적 성격을 띠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고청운이 오래 장수하게 되면서 그 영향력이 오래도록 유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고청운의 노년기에는 전국의 문인들이 산술 학문을 입문할 때 대부분 그가 만든 교재를 사용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함 점은 고청운의 후손들이 비록 빛을 발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인데, 그들은 어떻게든 곧 다시 일어서서 권력의 중심에 들어오고는 했다.

지금도 여전히 적지 않은 고씨 가문의 일족이 정치권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당연히 고청운에 대한 홍보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게시물 작성자인 그녀는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게시물 여기저기서 낭랑하게 자신의 의견을 외쳐대는 여러 사람들의 글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웃어 보이며 댓글 몇 개를 더 달았다.

[제가 원글 게시자입니다. 다들 너무 삼천포로 빠지고 있네요. 그래서 도대체 누가 고청운 역을 맡았다는 겁니까?]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면서 블로그에는 빠르게 몇 개의 게시물이 추가로 게시되었는데, 그 내용들은 모두 고청운과 관련 있는 것들이었다. 

글을 올린 여인이 한마디 중얼거렸다.

“역시 고청운의 국민적 인지도가 높기는 높네.”

혼잣말을 한 후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게시물을 뒤적였다. 그녀는 역사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고청운의 생애를 깊게 이해한 후에 당연히 고청운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이제 막 실연을 겪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고청운과 간미의 애정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비록 고대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토록 금슬이 좋아 흰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백년해로했기 때문이었다.

백 살이나 된 두 노인의 애정 어린 생활상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는데,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 반의 다른 여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경 고청운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한결같이 간미만을 사랑했고 단 한 번도 다른 여인을 농락하거나 여색을 찾지 않았으며, 심지어 썸 타는 관계의 여성조차 두질 않았기에 스캔들 같은 것도 전해지지 않았다. 이 점은 고청운과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인물들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몰래 한 말씀 드리자면, 제가 듣기로는 고씨 가문의 직계후손 중의 한 명을 찾아내 역할을 맡긴대요. 정통 연극영화 양성기관을 졸업했다는데, 여기까지밖에 말씀 못 드리겠네요.]

마침내 내막을 아는 사람이 정보를 노출했다.

이에 블로그 내부가 갑자기 들끓더니 얼마 안 돼서 댓글들이 높게 쌓여갔다. 

[그게 진짜예요? 진짜면 너무 잘됐네요. 만약 진짜로 그의 후손들이 연기한다고 하면, 연기가 좋든 나쁘든 끝까지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씨 집안의 후손이 연기한다면 이건 흥행 보증 수표를 쓰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보아하니 드라마 <고청운>의 제작 소식이 사실인가 봐요.]

[정통 연극영화 양성기관을 졸업한 연기자라니, 저만 이쪽에 관심 있어요? 연예계에 또 한 명의 고씨 성을 가진 스타가 탄생하겠네요? 고씨의 직계후손 중에서 스타까지 탄생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스타가 되는 게 뭐 어때서요? 남의 것을 훔치거나 뺏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들이 하길 원해서 하는 것뿐이잖아요.]

[누가 간미 역을 맡았는지 아는 사람은 없고요?]

[간미는 무릇 칠현금, 바둑, 서예, 그림에 대해 모두 정통한 하 왕조의 유명 여류 시인이니, 기품이 대단한 여배우가 맡아야 할 텐데요.]

[또 고청운의 절친한 친구인 방자명, 장수원, 하겸죽, 사장정 등 모두 다 미남이라고 전해지는데, 고청운의 일기에도 그들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아아아……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외모 경쟁이 될 거예요!]

…….

작성자는 매우 기뻤다. 만약 고씨 가문의 후손이 배역을 맡게 된다면, 고청운에 대한 전기가 왜곡 없이 방영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같은 시각, 황성이 있는 수도의 한 한적한 사합원에서 ‘하하하’ 하는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동생아, 한 번만 더 웃으면 내가 이 사과로 네 입을 틀어막을 거다.”

널찍한 거실에 몸매가 매우 훤칠하고 준수한 미모를 가졌으나 차분한 분위기의 청년이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치우고, 소파에 누워 태블릿PC를 보며 웃고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 

“제대로 앉지 못해.”

고승조(顾承祖)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거두기 바빴다. 

‘아, 정말이지 둘째 형은 재미없는 사람이야. 저 나이에 벌써 늙은 꼰대 같다니.’

그는 길게 뻗어 있던 자신의 긴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정말 너무 웃긴 걸 어떻게 해. 형이 <해각 블로그>에 좀 들어가서 보라니까, 네티즌들이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다고. 이 사람들은 지금 또다시 고대의 어느 인물이 시공을 초월해 간 건 아닌지 대해 탐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조상님께서 또 그들의 명단에 오르셨다고! 게다가 그들의 썰을 언뜻 보면 하나하나 사리에 들어맞는 게 꽤 그럴듯하기도 한데, 열열(悦悦)이가 보기에도 그렇지?”

그는 매번 이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꾸며낸 터무니없는 사상들을 접하는 것에 꽤 흥미가 있었는데, 그런 추측들을 보다 보면 모두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조상님은 인생에서 모든 일들이 얼마나 순조롭게 잘 풀렸던가……. 

‘말하지 말자, 이건 세뇌효과일 뿐이다……. 정말로!’ 

15살 소녀인 고영열(顾永悦)은 그의 말에 힐끗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깊은 원한이라도 있는 듯한 괴로운 표정으로 노트북을 쳐다보면서 이따금씩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고승종(顾承宗)은 조카딸을 힐끗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럴 시간에 차라리 큰형을 도와 제사 준비나 잘해라. 내년 제사는 좀 더 성대하게 치를 거니까.”

“뭐? 내년 제사를 더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고승조는 조금 놀랐다가 또 선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까지 촬영을 시작한다고 하니 이도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문중 사람들의 생활은 매우 좋은 편이었으니,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장씨, 이씨 가문 등에서 행하는 대규모 제사 같은 것에 자극을 받던 와중에 이번 문중의 제사를 좀 더 성대한 장면을 연출하려는 것도 상식적인 선상의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버지에게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되었다.

“그래, 방금 정해진 일이야. 네 큰형이 요즘 계속 바쁜 거 보면서 몰랐어?”

고승종이 신문의 다른 면을 펼쳐 넘기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합동으로 제사를 지낼 거야. 사람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생각해 보니, 만 명 단위까지는 안 되어도 수천 명 정도는 제례에 동원될 테니 잘 의논하고 정리해야 한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은 고청운의 직계 후손들이었다. 고씨 문중에는 이들 말고도 고청명, 고청량, 고청평, 고청안 네 명의 방계가 더 있었는데, 이 모든 고씨 문중의 사람들은 평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야 하니, 내년 청명절(*淸明節: 중국의 명절 중 하나)에 허둥대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았다. 

지금도 이들 가문의 항렬은 ‘영전창성, 흥연계승(*永传昌盛,兴延继承: 고청운의 후대 항렬에서 사용될 8대의 돌림자)’의 순서로 돌아가며 사용 중이었다.

“우리 고택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까?”

고승조는 임계현에 위치한 본가를 떠올렸다. 그곳은 건국 후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이미 유명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족들은 조상의 위패를 새 저택으로 옮겨 모셨고, 매년 임계현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지냈다.

이와 동시에 구지서원 역시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구지중학교로 이름을 바꾼 옛 구지서원은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전국구 범위의 명문 중학교로 성장해 있었다. 이곳은 수백 년 동안 많은 인재를 길러낸 학교로, 비록 현성에 위치해 있다고는 하나 다른 이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명문 중학교였다. 

“그런 건 걱정 말고 잘 맞춰 준비해.”

고승종은 걱정하지 않았다.

고승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문중의 큰일 중엔 해야 할 일이 없다고는 해도 작은 일은 늘 그가 해결했으니, 이번 제사 때도 어김없이 도울 부분들이 있을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다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고영열이 입을 열었다. 

“둘째 숙부, 넷째 숙부, 이 사이트 좀 보세요. 이 작가가 쓴 소설 남자 주인공이 하 왕조로 타임슬립을 해서 우리 선조이신 고청운과 벗으로 사귀게 되고, 말 한두 마디로 우리 선조들을 탄복시켜 굴복하게 하고 제일 막내 수하로 들어가게 했다는 내용인데, 안 되겠어요. 전 이런 거 못 참아요. 가서 썩은 달걀이라도 던지고 와야 하나, 왜 이렇게 생각 없이 썼을까요!”

고승조는 흥미가 동하는지 바로 물었다.

“어떤 소설이니?”

고영열이 해당 인터넷 주소를 메시지로 보내며 화가 나서 혀를 내둘렀다.

“이 사람들은 사람을 너무 화나게 글을 써요. 매번 무슨 타임슬립을 해서 하 왕조로 넘어가 우리 선조들을 막내로 만들고, 노고를 감수하게 해서 애들을 가르치게 하고, 일을 시키고…….”

그녀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우리 조상님이 너무 성실한 탓을 해야 하나?’

그녀가 알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선조인 고청운이 벼슬을 하며 부지런히 살다가 나이가 들어 태부가 된 뒤에도 황립 서원에서 황자를 가르쳤고, 그중 둘이나 황제가 되어 이로써 명실상부한 제사(帝师)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언제나 침착하고 성실하여 별다른 풍파를 일으키지 않고자 늘 신중히 매사에 임했고, 자기 문중 일원의 언행을 엄히 단속했다고 했다. 

그는 민간에서조차 매우 명성이 높았는데, 나중에 자신이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예감하고는 누구의 만류에도 흔들리지 않고 임계촌으로 돌아가려 할 때, 황제가 어선까지 하사해서 호송해 줄 정도였다. 황제는 고청운의 위신과 체면을 세워 주고, 후일 문정(文正)이라는 시호까지 하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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