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화. 이윤 (1)
고삼원은 고청운 뒤로 다가와 옆에 있던 하인이 건네준 수건을 건네받아 그의 머리카락을 닦아 주며 연이어 말했다.
“숙부, 제가 말을 많이 안 하려고 했는데, 아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서 매일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시는 겁니까? 다니시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건강은 유의하셔야지요. 요 몇 달간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고 몸도 얼마나 마르셨는지 좀 돌아보세요. 애당초 공부에서 근무하실 적보다 더 마르셔서 집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숙모님과 며느님, 량가아랑 진가아, 경이가 너무나도 마음 아파할 겁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병이 난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란다. 그건 다르지.”
고청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현지 소식을 수집하는 사람은 이미 분배되어 있었지만, 그는 그래도 자신이 직접 나서려고 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그들 대부분 관료들의 지식 수준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고, 또 그중 일부의 전문 분야에 대한 실력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또 몇 달간 쌓인 견문을 통해, 고청운은 ‘수많은 책을 읽는 것은, 수많은 곳을 간 것과 같다.’라는 옛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만약 그에게 지금 예전에 펴냈던 <출해기(出海记)>를 다시 쓸 수 있게 했다면, 감히 그는 확신하건대, 더욱 생동감 있는 글을 완성했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결국 남들을 통해 들은 것을 묘사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것을 묘사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번 출항을 통해 그가 얻은 바는 적지 않았다.
고삼원은 그에게 권유만 할 뿐이라, 그가 개의치 않아하는 것을 보고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고청운의 머리를 다 말려주고 나서 다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내오게 했다.
생선, 채소, 닭고기, 코코넛 밥…….
고청운에게는 요리사를 대동하고 출항을 하게 된 것이 정말 중요했다. 그는 머나먼 이국 타향에서 익숙한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만 있으면, 다른 것은 더 요구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고삼원에게도 함께 앉아 식사를 하자고 하고 나서 식사를 하며, 하늘에 비친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둥지로 돌아온 새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만 리 밖의 가족들을 생각했는데, 줄곧 억눌려 있던 고향의 그리움이 다시 떠올랐다.
여행 중에 느끼는 그리움이란, 늘 풀릴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 * *
낮에는 그런대로 주위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서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밤이 되면 언제나 고청운은 자주 가족이 생각나고, 또 그리워졌다. 특히 그가 떠나기 직전에 울음을 삼키며 서 있던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기 그지없었다.
그는 지금 그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어르신들의 건강은 다 괜찮은지, 두 며느리의 출산 임박에 대한 생각들을 되풀이했다. 그의 어린 손자 고전각은 황립 서원에서 어찌 공부를 하고 있는지, 손녀 육육이는 이제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는 이런 상상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곳에는 그와 같은 심경인 사람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되어 환경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모두 함께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문회 자리를 갖는 것을 즐겼고, 그냥 단순하게 모여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고청운은 간혹 관료들이 갖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수준 높은 시들이 많이 탄생하는 지켜보고 경성으로 돌아가 시집을 따로 한 권 내서 이번 여행을 기념하기로 했다.
* * *
어느 날, 고청운은 일찍 일어나 병환 중인 관원을 만나보고 나서야 어제 끝내지 못한 일을 계속 처리할 수 있었다.
항해에 있어 자연적인 위험요소를 제외하면, 가장 큰 위험은 병환이었다. 배에 의원도 약재도 다 구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운이 나쁠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의 병을 다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비전투적인 상황에서도 발생하는 인원 감축은 정말 슬픈 일이었다. 특히 선상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해당 사망자는 해장(海葬)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그들이 이곳에서 머문 기간은 보름 정도로, 그들은 예정된 화물을 다 팔고 나서 다시 한번 필요 물품들을 구매한 후에야 비로소 출항 준비를 마쳤다.
“스승님, 해상 무역의 이윤이 얼마나 많이 남는지에 대해 들었을 때, 저는 그저 사람들이 과장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와서 직접 보니 정말이지 탄복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화물을 팔아 거둔 이익금이 5할이나 됩니다.”
육훤이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어쩐지 해상 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하나같이 돈도 많고, 예전의 소금 상인들보다 더 뒤지지 않는다 했습니다.”
“해상 무역이란, 화물을 한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운반해 차익을 남기는 것인데, 해상 수송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화물의 원가가 높아지지만 머리만 잘 돌리면 얼마든지 이윤을 높일 수 있지.”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그들을 뒤따라 들어온 상선들이 워낙 많은 만큼 악성 경쟁을 피하기 위해, 상인들은 연맹을 조직하여 대외적으로 동일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하여 이윤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물론 아무리 연맹이 결성되었다고 한들 고청운 등이 소속되어 있는 선단의 발언이 제일 위력이 있었는데, 이 부분의 통솔을 위해 고청운은 상업에 정통한 관리들을 찾아 관리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차례의 조정을 통해 각 상선들 간의 관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그들이 얻는 이익 역시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선단들이 취득하는 이윤은 공공연히 기재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선상의 사람들에게 수익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항해에 참가하게 된 만큼 그들이 매달 받는 수익이 얼마나 높은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은 선단에 지분이 있었기 때문에 다 같이 이익을 나눌 수 있었는데, 이 방법은 항해 인력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당연히 육훤이나 고청운도 지분을 사들였다.
선단에서 취득한 이윤이 얼마인지 발표되자, 육훤 같은 평생 돈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조차도 그 장부를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고청운을 찾아와 그 놀라움을 토로했다.
“저희가 가져온 물량 중 아주 많은 부분을 팔기도 전인데, 벌써 저희가 더 먼 곳까지 진출하여 거래를 하게 얻게 될 이득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육훤이 눈에 기대감을 담아 계속 이야기했다.
“이번 출항에 들어간 비용을 절반, 혹은 3분의 1이라도 낮추면, 앞으로 두 번째 출항도 가능하겠습니다.”
이번 출항을 통해 그가 거느린 수병들은 해적 퇴치를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해전 경험 역시 급속히 늘어났다. 그는 지금 전선의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그 능력의 발현이 갈수록 순조로워진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스승님을 따라 바다로 나가는 것에 동의해 주신 것이 헛되지 않게 자신 역시 능력의 발전을 위해 절실히 노력했던 탓도 있었다.
육훤은 고청운과 유난히 정이 돈독하여 고청운이 발표한 책이라면 그 책을 끝까지 다 읽든 못 읽든 일일이 다 사서 읽어보고는 했다. 음, 제일 마지막에 발표된 두 권의 산술 서적은 몇 장 넘겨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고청운의 영향으로 육훤은 자신 역시 언젠가는 해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관련 기록을 써내려가 보기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옛날의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으나 그저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만 남기고자 했다. 게다가 자신이 병서를 집필하게 되면 그의 아들 둘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게도 충분히 물려줄 가치가 있을 것이었다.
조상님이 쓰신 책을 자손들이 감히 읽지 않을 방도가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선이 굵은 육훤의 얼굴도 부드러워지며 입꼬리마저 올라갔다.
“두 번째 출항이라…….”
육훤의 표정 변화를 아직 눈치채지 못한 고청운은 보름 동안 자신이 기록한 자료를 정리하며 말했다.
“분명 두 번째도 있을 것이다.”
서양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윤을 거둘 수 있는데, 조정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고청운 본인은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분명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혼자서만 이러한 공로를 독식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이곳은 좋은 곳이구나. 구리 광산과 금광은 매장량도 많고. 우리 하 왕조는 계속해서 구리가 부족하니,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다른 나라가 먼저 이곳을 요긴하게 보고 있었구나.”
고청운은 연달아 말을 이었다. 그들이 입항할 때 보았던 전함들과 화포를 장착한 군함들을 떠올려 보니, 수적으로는 자신들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세해서 강공을 펼치면 그들을 제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그들 하 왕조는 부흥이 일어난 지 아직 몇 해 되지 않았기에 오직 한 곳만 상대한다면 확실히 그들을 곤경에 빠트릴 수는 있었다. 아무래도 서양의 지리적인 문제점을 활용해 그들이 여정을 거쳐 내려오는 동안, 그 틈을 노려 그들을 공격할 수는 있었는데, 그러면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해상 무역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었다.
무엇보다 황제가 고청운에게 맡긴 임무는 다른 것이었고, 전쟁할지를 결정할 권한은 부여되지 않았다.
“이곳을요?”
육훤이 눈을 반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요, 스승님께서 말씀 안 하셨다면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이번 교역에서 저희가 화물들을 대량의 구리로 바꾸어 갈 수만 있어도……. 이곳에는 금광까지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투가 뭔가 달라진 것을 눈치챈 고청운이 몸을 돌려 그를 주시하고는 타일렀다.
“소보야, 함부로 행동해서는 아니 된다! 참, 갈 준비를 마쳤는데, 장병들이 외국인들과 충돌하지는 않았고?”
육훤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스승님, 절 너무 어리게 보지 말아주세요, 제가 어찌 함부로 경거망동하겠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제 분수를 잘 지키겠습니다. 장병들은 다 괜찮습니다. 우리 선상에서 지내면서 이쪽으로는 아주 조심하고 있거든요.”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한가득하였다.
그들은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수량이 너무 많아서 모든 배를 한 번에 항구에 운항하게 할 수는 없었다. 사실 항구의 면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상대 항구 측에서도 마음 놓고 모든 배들을 한 번에 선박하라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이에 한 지역으로 옮겨 머무르면서 선박들은 여전히 항구 밖을 떠돌게 했고, 장병들은 다시 한 명씩 돌아가며 뭍으로 올라가게 하고 있었다.
고청운은 실소를 터뜨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내가 소인의 마음으로 감히 군자의 배 속을 들여다보았구나, 너희들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건 내가 잘 안다.”
육훤은 상황을 보고 고청운과 함께 거리 구경을 나섰다. 그들은 내일에나 배에 다시 오를 것이고, 또다시 선상에서의 무료한 생활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꽉 잡아서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