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화. 기쁜 소식
산파로부터 두 모녀 모두 평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산실 밖에서 기다리던 고청운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모녀의 건강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지! 수고 많으셨소, 이분께 사례를 드리거라!”
밤새 잠을 못 이루던 고청운은 이 기쁜 소식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산파는 산모가 딸을 낳은 것을 보았음에도 주인 나리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기뻐하니, 자신도 덩달아 마음이 매우 기뻤다. 산파와 산실을 함께 나와 옆에 있던 노 유모의 마음속에 얹혀 있는 큰 바위 역시 그제야 사라졌는데, 보아하니 자기 집 둘째 아가씨의 앞날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좋아, 좋구나, 이제 되었다. 우리 집에 여자아이가 와 주었구나, 꽃이 먼저 피어나야 과실도 맺히는 법이다. 둘째 아가야, 정말 고생이 많았다.”
간미는 산실 입구를 바라보며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부군, 아이의 울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좀 들어보세요. 아주 건강하게 자라 줄 겁니다.”
이때에는 더욱 아이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고청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에 동의한 뒤, 곧이어 사람들에게 더 분부를 내렸다.
“어서 빨리 아버지와 스승님께 이 소식을 전하거라.”
고청운 생각에는 고대하와 방인소가 밖에서 대기하며 산모와 아이의 소식에 계속해서 관심을 쏟고 있느라, 아마 밤새 잠을 설치고 있었을 것 같았다. 그러다 고경을 생각해보니, 그녀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을 거란 생각에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소아가 있는 곳에도 가서 소식을 전하고 오너라.”
“예.”
그들이 아무리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하나, 고영진이 몸소 느끼고 있는 것만 할까. 산파가 막 이 소식을 알렸을 때, 그는 먼저 멍해 있다가 고청운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마침내 이 소식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하룻밤 내내 걱정하고 있던 근심이 갑자기 사라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고영진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저희 집 부인은 괜찮습니까?”
“순산이었습니다. 산후조리만 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산파가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산모의 나이가 딱 적당했고, 이번에 낳은 아이도 건강 상태가 양호했으며, 해산(解産)으로 인해 보이는 예후도 우려할 만큼 크지는 않아 그나마 순조롭다고 할 만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산파 하나는 아기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아버지, 하하, 제가 아버지가 되었어요.”
고영진이 와락 고청운을 안았다. 밤새 잠을 못 잔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지만, 전혀 피로함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생생해 보였다.
“하하, 저도 딸이 생겼어요! 너무 잘됐죠! 정말 잘되었어요!”
고영진은 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넘쳐흘러 당장이라도 산실로 돌진하고 싶었다.
“당장 부인과 아이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하지만 고청운이 매우 재빠르게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방을 아직 치우고 있으니, 우선은 들어가지 말고 있거라.”
간미는 진작에 산파를 따라 방에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되자, 고영진은 문 앞에서 조급해져서 그 앞을 뱅뱅 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청석판이 거의 한 마디나 내려앉을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고영진은 드디어 자신의 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얘 좀 보세요! 저를 좀 많이 닮지 않았어요?”
고영진은 진작에 아기였던 고전각을 안아본 적이 있었기에, 자신의 딸을 안아주는 동작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청운은 그의 옆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었다.
고청운은 그와 함께 포대기 속의 아직 쭈글쭈글하지만, 자기 눈에는 귀엽기만 한 아기를 들여다보았고, 얼굴의 웃음기가 저도 모르게 더욱 짙어졌다. 허나 작은아들은 그 모습을 자세히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지렀는데, 그런 그의 심정은 고청운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아빠가 되었던 자신과 비교하면, 작은아들은 당시의 자신보다 훨씬 나았다. 다들 고청운이 세상에 태어난 고영량을 처음 만났을 때 감격하여 울었음을 알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그의 반응 때문에 방인소 등 가족들은 크게 놀랐었다.
간미가 밖으로 나와서 안쪽은 정리가 다 끝났다고 말해주었다. 노묘운은 다행히 활기가 있는 편이었다. 그 말을 듣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부리나케 뛰어 들어간 고영진 대신 고청운이 손녀를 받아 들었고, 왕왕 크게 우는 아가를 재빨리 살살 흔들어 달래주었다.
간미는 머리를 내밀어 고청운과 함께 아기를 보면서 그에게 말했다.
“아이를 너무 오래 밖에 두면 아니 됩니다. 아침 이슬이 꽤 찹니다.”
고청운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바로 대답했다.
“사람을 보내 진가아의 휴가를 내고 오게 하겠소. 나는 조금 있다가 세수만 좀 하고 바로 아침 조례에 참석해야 하오.”
그는 본래 휴가를 신청하려고 생각했지만, 며느리가 아이를 낳았다고 시아버지에게 휴가를 허가해 줄 리는 없으니, 그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출근을 해야 했다.
“그럼 사람을 불러다 진한 차 한잔을 우려오라 하겠습니다.”
고청운의 얼굴을 둘러본 간미는 그의 정신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이기에 바로 답했다.
아무리 차 마시는 것을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날은 고청운도 간미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 *
신생아의 등장으로 고택(顾宅)은 즐거운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어른들은 집안에 새로 태어나 준 아이로 인해 기쁨에 젖어 있었고, 고전각 역시 말로만 듣고 오래전부터 잔뜩 기다려 오던 여동생을 마주했으니, 매일 서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아가를 보고 와서야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유일하게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은 노묘운 뿐이었다. 6월에 산후조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할 만한 일이 못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고택의 정원은 녹음이 우거져 있는 데다, 6월로 접어든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일 년 중 가장 더울 때가 도래하기 전이었기에 아직까지는 그나마 산후조리의 과정을 감내할 수 있었다.
이 일 말고도 고씨 가문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6월 말이면 모든 식구의 복상 기간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고계산과 노진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7개월이 되었다. 고대하와 소진씨의 복상 기간은 고씨 가문에서 복상을 끝마치는 제례를 거행한 뒤 만료될 것이었다.
그때의 슬픔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건만, 고청운은 문득 벌써 2년간의 시간이 이렇게나 무심코 지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간 구세대의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집안에는 새롭게 희고 뽀얀 새 아기가 태어나며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 * *
고대하와 소진씨의 복상 기간이 기왕 이렇게 끝이 났으니, 고청운이 두 분을 모시고 야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더 많아졌다. 그는 부모님이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나이만 들어가는 상황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하릴없이 두 저택만 오가며 생활하기란 너무 무료한 일이니, 시간이 날 때면 교외나 거리로 두 분을 모시고 나가 주위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의 예상을 뒤엎었던 것은 고대하가 생각보다 거리 나들이에 매우 열을 올렸다는 것인데, 그는 매일 아침 몸종을 데리고 나가 제일 인기 있는 찻집에 한참을 머물다 오고는 했다. 또한, 그는 글을 읽을 줄도 알았기에 경성의 각양각색의 소보들을 접하며 그야말로 시야를 쭉쭉 넓히더니,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들과 관련 보도로 토론도 하였고 이러한 것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느끼고 즐기게 되었다.
소진씨는 고대하와는 달리 나가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만약 밖으로 나가더라도 절에 가서 향을 올리고 오거나 하는 정도였다. 그녀는 매일 집에서 불경을 외거나 아이들을 돌보고, 또 연 씨와 잡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연회 참여에 관해서는, 그녀는 거의 자신이 직접 가지 않고 모두 간미에게 떠넘겼는데, 다행인 점은 그녀가 나이도 있고 해서 이런 일로 다른 집에서 어떠한 말이 나오지는 않다는 것이다.
집안의 모든 일은 순조로웠고, 고청운도 홍려사의 사경직에서 안정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실세가 되겠다며 호부시랑 같은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고자 사방을 들쑤시고 다니지 않았고, 오히려 남는 한가한 시간에 계속 번역을 하였는데, 자신이 번역을 완료하여 발간된 책들이 그다지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한다고 해서 조급해하지도 않았다. 그 외에도 그는 이따금 소보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면서, 익명으로 조정에서 나온 정책들을 규탄하고는 하였다.
이 많은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일 주목하고 있는 사안은 바로 시박사와 수사(*수군)의 발전과 관계된 것들이었다. 특히 시박사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부분에 대한 실물세(*항구 수출입 무역에 대해 징수하던 세금)와 특수 수입 품목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 실물세란 일종의 과세 행위로, 조정에서는 상황에 따라 세율을 변경하고는 했다. 또 특수 수입 품목이란, 항구를 통해 들여온 화물 중에서 필요에 따라 조정이 중간에서 거두어 사들이는 품목을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군사용 화물 등이 이에 해당했는데, 이런 물품은 절대 외부로 유통해서는 아니 되었다.
고청운은 이 정보들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기록했고, 국내 물가 변동에 대한 기록도 남겼다. 비록 고청운은 이런 기록에 대해 어쩔 땐 어떻게 기록을 남겨야 할지 잘 모르기도 했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행한 일련의 행위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분명 언젠가 유용하게 이 기록들이 쓰일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 * *
남들이 볼 때, 고청운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산술 학계 문회를 제외하고는 참여가 필수적이지 않은 접대 등의 자리는 모두 거절했기에 사석에서 보기 힘든 사람이었다. 고청운은 타인과 결탁하지 않고,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지 않았으며, 평소의 생활 방식도 매우 규칙적이었다. 또한, 몸가짐에 매우 신경을 썼고, 틈만 나면 책 읽기에 몰두했는데, 가끔은 옛 벗들과 만나기도 했지만, 지극히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는 듯했다.
한 번은 고청운이 장수원과 만났는데, 장수원이 조롱하듯이 말한 적이 있었다.
“청운이, 자네는 지금 그 자리에서 퇴직할 때까지 버틸 셈인가?”
고청운은 이해도 못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당연히 아니라고 답했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합니까? 저는 평소에 매우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장 형, 갑자기 퇴직이니 뭐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장수원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청운을 한 번, 또 한 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아직 46세밖에 안 되지 않았나. 지금이 무슨 56세, 66세의 나이도 아닌데, 그 관직에만 계속 머물러 있을 셈인가? 그 자리로 만족이 되는가? 자네는 더 위로 올라갈 생각이 없는가?”
장수원은 그가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가지 못함이 아쉬워 말했다.
“이보게, 하늘에서 난데없이 떡이라도 떨어지는 줄 아는가? 그 자리까지는 올라올 수 있었겠지만, 여기서 더 올라가려면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네. 물론 인맥도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하지만 평소 자네가 그런 것들을 잘 유지해 오지 않았으니, 어디서 갑자기 그런 인맥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이렇다 보니 늘 결정적인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게 되는 걸세. 자네는 늘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그렇게만 지내는 건 정말 좋지 않네.”
고청운이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이치야 당연히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개개인이 각자가 지향하는 것이 다른 법, 그는 승진에 급급해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는 두 아들이 다 진사 시험에 급제하고 나니 어깨 위에 지고 있던 짐이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이제는 자연히 자신의 뜻대로 행하며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