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42)화 (442/504)

442화. 장례

노진씨도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고계산을 따라가다니, 고청운을 비롯한 가족들은 너무 갑작스러워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 어찌 이리 가십니까?”

고대하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갑자기 가버리시다니…….”

다른 사람들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해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청운도 적잖이 놀랐지만, 어렴풋이 노진씨의 생전 모습과 기억을 떠 올려 보고 어떤 측면에서는 이러한 그녀의 행보가 이해가 되었다. 목전의 이 광경을 보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괴로워 말로는 차마 묘사할 수 없는 감정들이 치밀어 올랐다. 

그의 기억속의 할머니 목소리는 가족들 중에서 가장 컸는데, 이전에 그녀는 집안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 있던 사람은 늘 언제나 할아버지였는데, 할아버지가 목소리만 내어도 할머니는 보통 할아버지의 말을 잘 따라 주었었다. 모두들 두 어르신이 평소에는 많이 티격태격해도 여러 해 동안 서로 의지하며 지내왔다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할아버지가 떠나시자 할머니도 따라가 버릴 줄은 몰랐다. 그들은 자손들의 마음을 고려해 주지 않았다. 

고청운은 자기가 제때에 서둘러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이렇게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없었더라면, 더욱 죄책감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할머니의 건강이 할아버지보다 더 좋다며, 하 의원도 할머니께서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고청안이 고청운 곁에 서서 혼잣말을 했다.

“생전에 함께 백발이 되고, 돌아가셔서는 함께 묻히시다니, 두 분의 사이가 정말 좋으십니다.”

고청운은 묵연해졌다. 

‘아까의 그 여위고 허약했던 할머니께서 어찌 홀로 할아버지 수의를 갈아 입혀 드렸을까? 아직 자손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 또 이렇게 급히 혼자서 할아버지를 따라가 버리시다니.’

“아버님, 어머님!”

숙모 이 씨의 갑작스런 울부짖음이 뭇사람들의 정신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소진씨와 영요도 자극을 받아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고청운을 비롯한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있다가 소진씨 등 안채 사람들의 울부짖는 울음소리를 듣고는, 일제히 두 분의 앞에 달려들어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 * *

잠시 후에야 고대하가 일어나 말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이제 우리가 두 분의 뒷일을 잘 처리해 드려야겠구나. 둘째야, 나와서 나와 함께 절차를 논의하자꾸나. 그리고 전자 너도 이리 오거라.”

고청운은 망연히 고대하를 응시했다가 몇 번 숨을 고른 후에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겨우 알아차렸다.

“예, 아버지. 숙부, 할머니, 할아버지의 뒷일은 우리가 잘 챙겨드려요.”

고청운은 마음이 너무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이 가슴이 답답했지만, 여전히 빠르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먼저 사람을 보내 다른 문중의 친인척들에게 이 비보를 전하도록 했다. 문중의 몇 장로분들이 당도하면 어떻게 장례를 치를지, 어떻게 발인할지 다시 의논해야 했는데, 노진씨에게는 정4품인 고명작위가 있어 진행해야 하는 별도의 절차에 대해 다른 가족들은 잘 모르기에 간미와 영요도 절차 진행에 참여시켰다.

* * *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두 분이 오랜 기간 병환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다들 진즉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수의, 관 등 필요한 물품은 모두 사전에 다 구비해 두고 있었다. 일손도 충분해서 장례 절차를 질서정연하게 치를 수 있었기에, 현에서 가장 유명한 극단을 초청하여 장례식을 매우 성대하게 치렀다. 

고계산과 노진씨 두 사람 다 87세에 떠났는데, 이 시대 사람의 평균 수명이 반드시 30세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안 되어 있는 시대였던 만큼 70세가 넘으면 일반적으로 ‘호상’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여느 장례식장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그렇게 큰 슬픔에 잠기지는 않았다.

고청운은 집안의 장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자신의 슬픔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게다가 이미 나이가 연로한 고대하와 소진씨도 잘 주의 깊게 살펴야 했다. 

이곳 관리들은 어디서부터 소식을 들었는지 일일이 장례식에 찾아왔는데, 심지어 군성의 관리들까지 다 찾아올 지경이었다. 임계촌의 마을 주민들은 처음에는 고씨 집안에서 이렇게 성대한 장례식을 거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으나 나중에는 아연실색하며, 귀엣말로 어느 관직의 누가 왔다더라, 또 누구는 어느 벼슬자리에 있는지 등 저들끼리 소곤소곤 의논하기 시작했다.

고청운은 하인들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때도 그저 어쩔 수 없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자신도 이렇게 낮선 관리들의 조문까지는 정말 받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 많은 낯선 관리들을 접대할 바에야 빈소에서 조용히 영구를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많이 생겨났지만, 다행히 고영량과 고영진의 도움이 있어 그들을 일일이 직접 응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 * *

영구를 안치한 지 5일째가 되자, 와야 할 친척과 지인들은 다 다녀갔다. 사전에 미리 안배된 절차에 따라 그 다음 절차로 입관식이 행해졌다.

고청운을 비롯한 가족들은 고급 목재가 사용된 관 두 개를 안장할 때, 풍수지리를 보는 선생을 초청하여 적절한 속도에 맞추어 남은 절차를 진행했다. 

그들은 빈소에 꿇어앉아 소리 없이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면서 모든 절차를 준비하고 대기했다.

옆에 함께 있던 인솔자가 소리 높여 말했다.

“관을 봉하겠습니다. 어르신, 효성스런 자식들과 어진 손주들이 어르신들 마지막을 보러 왔습니다!”

고대하를 비롯한 집안사내들은 상복을 입은 채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관을 한 바퀴 따라 돌았고, 고청운도 시선을 고계산과 노진씨에게서 떨어뜨리지 않은 채 자신도 모르게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그들이 다시 땅에 꿇어앉아 관의 뚜껑이 봉해지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던 바로 그때, 고청운의 마음속에 갑자기 공포심이 강하게 일었다.

관 뚜껑이 봉해진 후에 이제 가족들은 정말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바로 이 순간 고청운은 이 사실을 더없이 확실하게 깨달았다.

“덮지 마시오!” 

고청운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충동에 의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한 번만 그들을 다시 보게 해 주시오! 조금만 더 볼 수 있게 해 주시오!”

고청운이 관 안쪽에 누워 있는 고계산과 노진씨를 바라보는 것을 기다려 주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로 온 얼굴을 적시며, 오랫동안 억누르고 있던 슬픔을 모두 발산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지 마세요……. 아직 제대로 효도도 못했는데, 제가 아직 고모님도 찾아드리지 못했는데 이리 먼저 가버리시다니요……. 제가 아직 제대로 효도도 못해드렸는데…….”

고청운은 오열하며 손으로 관의 가장자리를 더욱 꽉 움켜쥐었는데, 바로 그 순간 전생의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났다. 그것은 바로 그의 전생에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때의 기억이었다. 

마치 그때로 되돌아간 듯 슬픔에 휩싸인 고청운은 자신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고대하를 비롯한 가족들도 이 분위기에 젖었는지 삽시간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울렸고, 고청운을 따라 관을 붙잡은 채 놓지를 않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달려와서 고청운을 붙잡았다. 입관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결국 다들 힘으로 그의 손을 강제로 관에서 떼어내고는 그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 진정하세요.”

고영량이 조심스레 아버지의 안색을 살폈다.

“너무 상심하시면 아니 되십니다. 이러고 계신 것을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께서 보셨다면 분명 꾸중하셨을 겁니다.”

고청운은 급히 자기 쪽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과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처를 한 번 바라보았는데, 자신의 처가 눈꺼풀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있었다.

이어지는 영구 운반과 매장……. 

고청운은 무지몽매하게 그 절차를 따랐지만, 결국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고는 쓰러지고야 말았다. 

그가 이렇게 쓰러지자 고씨 가족들은 너무나도 놀랐는데, 다행히도 고연(*顾莲: 고청운의 누이)의 남편인 하 의원이 함께 현장에 있었기에, 그를 급히 진맥할 수 있었다. 하 의원이 진단한 결과를 들은 가족들은 그제야 조금은 안도했다.

“고향으로 오는 길 내내 아버지께서 울적해하셨습니다. 생각이 많으셨는데,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께서 연달아 돌아가셨으니……. 너무 많은 일이 연달아 계속되는 와중에, 아버지께서 이 일렬의 일들을 억지로 버티고 또 버티시다가 지금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자마자 그저 너무 과로하셔서 쓰러지신 것 같습니다. 이는 정상입니다, 충분히 이럴 수 있어요.” 

고영량이 다급히 고대하와 소진씨를 위로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그도 눈으로 다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연로하다 보니, 결국 중요한 많은 일들은 대부분 다 장손인 아버지가 돌보느라 쉴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는 했던 것이다.

“그럼요, 아버지께서 평소 얼마나 건강하셨는데요, 깨어나셔서 약 몇 첩 드시면 다 회복되실 거예요.”

고영진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는 너무 괴로우셨을 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고경도 덩달아 위로하며 간미의 손을 잡았다.

* * *

그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는지, 고청운의 병은 계속 차도를 보이지 못하다가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몸이 축나서 쓰러지던 그날 저녁에 그는 고열이 나면서 감기에 걸렸고, 중간중간 병세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많은 사람들을 걱정시켰다. 

고청운은 자신의 고민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연이어 일어난 일들에 며칠 밤을 꼬박 지새우다 보니 과로로 인한 병이 든 것이었다. 가족들의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을 본 고청운은 너무 슬픔에 젖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약을 먹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병세를 다스려서 결국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 * *

그의 건강이 완전히 좋아지고 나니, 다시 경성으로 돌아가야 할 날짜가 다 되어 있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번에는 고대하와 소진씨도 반드시 이들을 따라 상경해야 했고, 그 외에도 고계산과 노진씨가 돌아가시고 난 후 그들의 유산도 잘 나누어야 했다. 

“부모님께서 생전에 정신이 있으실 때 유품들을 잘 분배해 놓으셨으니, 우리는 그분들이 정해 놓은 바를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고대하가 고이하를 보며 말했다.

“둘째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 두 노인의 유품 중에서는 값진 것이 별로 없었다. 비록 해마다 자손들이 효도한다고 보내오는 물건들은 많았으나, 그들은 병환에 몇 년간 시달리면서 남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자신들이 받은 선물들을 아랫사람들에게 미리 나눠주곤 했다.

고이하 역시 초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형님, 전 형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주 우호적이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자신의 몫으로 정해진 유품을 손에 넣었다. 그들은 물건 하나하나를 조심히 다루었는데, 대부분 기념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고청운은 노진씨가 생전에 줄곧 몸에 착용하고 있던 단향목으로 만든 염주와 고계산이 평소 좋아했던 호랑이 조각을 얻었는데, 이 두 물건은 두 어르신들이 호랑이띠인 그에게 생전에 남겨주겠다고 말했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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