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13)화 (413/504)

413화. 경축 (2)

노 시랑과 헤어진 뒤 고청운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 물건을 챙기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가 말을 끌고 내성문 앞에 이르자, 하겸죽이 사람을 하나 대동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 사형!” 

고청운은 인사를 건네면서도 그가 여기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두 사람이 근무하는 관아는 같은 방향에 위치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청운이!”

하겸죽은 그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설마 여기서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농이 섞인 고청운의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이 담겨 있었다.

“저를 찾을 일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어 미리 언질을 주시지 않고요. 안 그랬다가 만약 제가 너무 늦게 집으로 가거나 혹은 너무 일찍 집으로 돌아가 버렸으면 어찌했으려고요. 그럼 헛걸음하시게 되는 게 아닙니까?”

그가 푸념 섞인 어조로 마저 말을 이었다. 

하겸죽은 방긋 웃었다가도 그를 한 번 노려봤다.

“자네가 무슨 일찍 퇴근이라는 걸 하는 사람인가? 믿지 않네. 아주 늦게 귀가를 하는 법은 있겠지만, 오늘은 경사가 있는 날이니 자네가 이런 날까지 아주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집무를 보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네.”

“저를 정말 잘 아시는군요.”

고청운은 말을 끌며 그와 나란히 걸어갔다.

내성에서는 그래도 아직 사람들의 변화된 분위기를 뚜렷하게 체감할 수 없었는데, 외성에 도착하자 밖은 이미 휘황찬란한 등불이 켜져 있었고, 거리 가득 기쁨이 넘치고 있는 것이 바로 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죽 소리에 웃음이 절로 나왔던 고청운이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다들 기뻐하는 모양입니다.”

“물론이지, 이 얼마나 큰 경사인가. 외부세력을 물리쳤으니 이제 우리는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네. 일전에 처음 패전했다고 했을 때부터 다들 놀라 있지 않았는가. 속으로는 계속해서 마음이 꽤 불안했을 게야.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졌지 뭔가. 이제 배들도 정상적으로 출항이 가능하니, 모두들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네.”

고청운이 빙긋 웃었다. 1년 넘게 지속된 전쟁으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공부의 둔전사까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정도였다. 포목 항목이야 내수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비 회전이 가능했지만, 해양 무역을 통해 벌어들였던 이윤에 비하면 그 이익이 훨씬 적었다.

노 낭중 역시 그간 이 일 때문에 아주 답답해 마지않았는데, 일전에는 마주칠 때마다 으레 한숨을 짓곤 했었다.

“지금의 이 광경은 민간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벌이는 경축 행위가 아닌가. 보아하니 민심은 가히 좋은 상태인 듯하고, 폐하께서는 성군(聖君)이신 데다 조정에는 현명한 신하들도 많으니, 본 왕조가 이리 흥하는 것도 당연하지.”

하겸죽이 말했다.

“청운이, 우리는 참 좋은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는가.”

그는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

고청운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가 고대로 넘어와 환생하면서 다행이었던 것은, 자신이 이런 태평성대의 시대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들 말하기를 ‘태평한 시절에 개로 태어날지언정 난세의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들 하지 않는가. 행여나 난민으로 지내야 하는 시절이나 연도에 태어났다가는 정말 어찌 살아남아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지금 같은 시기에는 시도 때도 없이 홍수니, 재해니 하는 것들이 발생해도 관청에서 구제를 해 주었다. 

“참, 이번에 자네 근무 중인 도수사에서 공을 세웠다지. 자네 생각에는 4품으로까지 승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좌우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하겸죽이 그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하겸죽은 진사에 급제하여 대리사에 들어간 후 계속해서 부지런히 일하며 어렵사리 정7품에 올랐는데, 어느 날 큰 공이라도 세우지 않는 한 어디로 옮겨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도 그는 절친한 사제(師弟)인 고청운이 승진하기를 바랐다.

그 말에 고청운이 코를 매만졌다. 

‘어찌 오늘 모두의 관심사가 다 승진에 관한 것 같구나.’ 

다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미 벼슬길에 올라앉은 사람들 중 그 누가 승진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릇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승진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었다.

“당분간은 전해진 게 없으니 알 수가 없지요.”

고청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되겠지. 자네가 개량한 화포에 대해 병부 쪽에서 내린 평가가 매우 높다고 하는데, 폐하 앞에서 인상도 남겼지 않은가.”

하겸죽은 마치 신실한 맹세라도 하듯 믿을 만하게 마저 말했다.

“우리 대리사 우소경(右少卿)직의 인사가 막 병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서, 그의 자리가 아직 공석일세.”

대리사 우소경은 정4품인데, 지금 고청운은 정5품이었기에 이치대로라면 일단 종4품부터 오르고 나야 맡을 수 있는 직책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딱딱하게 매 품계를 한 계단씩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를 뛰어넘어 승진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고청운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백 대인께서 아직 대리사에 계셨더라면 제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겠지만, 지금 그 자리를 이어받는 사경 어른과 백 대인이 암암리에 대적하는 사이입니다. 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기에, 제가 대리사 쪽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는 대리사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었고, 그쪽으로도 딱히 다른 수단을 마련할 계획이 없었다. 황제가 그를 그쪽으로 전근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 한 말이다.

“암암리에 대적하는 사이라…….”

하겸죽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쩐지 한동안 내 생활이 지내기 편치 않았던 게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로군.”

백엽의 연줄을 타고 들어간 그는 대리사의 최고 장관이 교체된 후, 새로 부임한 대리사경과 생각이 대립했었는데, 그 대리사경은 다른 아랫사람과는 그렇게 굴지 않았다.

“누군가 사형을 난처하게 한 겁니까?”

고청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괜찮네.”

하겸죽이 손을 내저으며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듯 굴었다.

“어찌 되었건, 만약 어디 연줄이 있으면 타진해 보고, 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걸세.”

하겸죽은 결국 이 한마디를 했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 고청운이 조건도 괜찮고 인맥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능력 있는 친구는 움직이기를 싫어하여 스스로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가 아는 고청운의 성격상 이러한 행동이 따라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기는 했다.

고청운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연줄을 이용하는 행동을 취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하겸죽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 * *

이윽고 나타난 갈림길에서 두 사람은 헤어졌고, 고청운은 말 위로 몸을 날려 올라타, 뒤따르던 진소만과 함께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 전쟁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물건을 싸게 파는 행사를 한다는 저잣거리의 즐거운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러다 보니 거리를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어, 고청운은 끝까지 말을 타고 가지 못하고 도로 말에서 내려와 말을 끌고 가야만 했다.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을 때였다. 간미가 그를 맞이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 밤은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하나같이 다들 집에 돌아오질 않네요.”

“아들들이 모두 아직 귀가하지 않았소?”

고청운은 고경이 건네주는 뜨거운 물을 받아 들고 의아해했다.

“안 돌아왔습니다. 무슨 동창 친구들과 축하를 하러 나간다면서, 폭죽도 터트린다고 하네요.”

간미는 고개를 젓다가 이내 곧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 아이들은 그저 좋은 핑곗거리를 찾아 놀러 나가기 바쁘지요. 외할아버지마저도 아직 기원에 행차하셨다가 돌아오지 않으셨답니다.”

“그뿐인가요, 아버지. 제가 방금 상서부 댁의 혜란(蕙兰) 언니의 초대장을 받았는데, 내일 시회를 연다면서 이번 전쟁과 관련이 있는 주제를 다룰 거라고 해요.”

고경이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모두들 너무 기뻐서 하루도 더 기다릴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녀가 말한 상서부는 당연히 공부상서의 집안을 말하는 것으로, 혜란 언니란 상서의 증손녀이자 고경의 동창이었다. 나이가 비슷한 두 사람은 황실 여자 서원에 함께 다니며 친해져 어떤 시회가 열리면 며칠 전에 서로 알려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상당히 급하게 시회를 개최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한번 잘 준비해 보거라.”

고청운은 한마디 더 당부하려다가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소아는 영감이 비상해, 시를 짓는 실력이 나보다 훨씬 나은 편이지.’

 “네, 아버지. 열심히 해볼게요.”

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세 아이 중에는 고영진만이 시를 읊는 쪽으로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을 뿐, 고영량과 고경은 이쪽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에 그 둘은 고영진과 고청운의 부러움을 샀다. 

고영량과 고경은 시 한 수를 지을 때 겪는 머리를 다 쥐어 짜내는 고통을 전혀 모르는 반면, 고영진은 여전히 시 한 수 지으려면 아버지처럼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나마 고청운은 인제 와서야 시 짓는 일에 대해 조금 능숙해졌는데, 예전보다는 능숙해졌다고 기뻐할 만한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시부(*诗赋:옛 선인들의 시구나 명언인용)를 짓는 것 자체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까지는 아니라 가끔씩 생각에 잠겼다가 한 수 정도씩은 쓸 수 있을 경지에 올라있었는데, 그 수준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문제이므로 그저 보는 사람에게 평가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 * *

고청운이 보아하니, 이번 승리는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을 가져다준 것 같았다. 

그는 문득 자신이 공부에서 퇴근하여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광경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각종 경축 행사는 백성의 조정에 대한 인정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백성들 모두 다 축하 행사를 진행하려는 듯하오. 미아, 당신도 무슨 활동을 할 생각이 있소?”

고청운은 간미와 함께 본채로 돌아왔고,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있지요, 이번에 우리 자매들이 돈을 모아 옷감을 좀 사서 양제원(*养济院: 자선 단체)에 보내려고 하는데, 마침 최근에 포목 가격이 떨어졌더군요.”

간미는 웃으며 대답한 뒤, 여종을 시켜 관복을 가지고 나가 세탁을 하게 시켰다. 

양제원이란 현대의 복지 기관에 해당하는 곳으로, 고청운은 상경하여 정착하고 가산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한 이래로 간미와 함께 기본적으로 매달 그곳에 수입의 일부를 기부해 오고 있었는데, 고정 지출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전에 그들은 매월 한 냥씩 보내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의 녹봉이 오르며 매월 두 냥씩 올려서 보내고 있었는데, 때로는 직접 은자를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물건을 사서 보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보고 이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고향으로 돈을 보내 그 문중에 밭 몇 묘라도 더 사게 돈을 보태라고 했다. 그러나 고청운은 고향에 있는 자신의 문중 친지들이 이제는 배불리 먹고 있으니, 큰 곤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아직도 정말 가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집에 변고가 생겨서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 이 경우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런 이들은 고향의 문중 사람들이 알아서 도와줄 터였다.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고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결국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을 더 쉽게 찾아낼 수가 있게 되었고,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는 고대하가 그보다 이제 훨씬 더 일을 잘 처리해 주었다. 

고청운은 다만 자신 역시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 되었든 하늘이 그에게 이 세상을 한 번 더 살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갑자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든, 아니면 정말 시공간을 넘어서 건너 온 것이든, 어쨌든 그는 전생의 기억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날의 그가 일정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선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심지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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