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12)화 (412/504)

412화. 경축 (1)

사람들은 상관이 말을 아끼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이 전투와 관련된 다른 이야깃거리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에 척 장군님이 제후 작위에 봉해지실 수 있을까?”

“전쟁을 오래 치르느라 돈을 물 쓰듯 썼을 테니, 호부의 봉 상서는 벌써부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하네. 그동안 국고가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폐하께서 내고(*内库: 황궁의 창고)에서 돈을 내셔야 했을지도 모르지.”

“중간에 해운 무역상들이 돈을 기부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들이 낸다고 한들, 얼마나 기부할 수 있겠는가? 큰 규모의 비용은 국고에서 나가는 거지.”

“이번 대승으로 인해 군에서 많은 이들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겠군.”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니,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  무관들 중에서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벌써 4~5품 관직까지 오른 이들이 이미 적지 않잖은가? 지금 병부 사람들이 분명 이 문제를 두고 격하게 논쟁을 할 테지.”

“그나저나 패한 상대방 측에서 회담을 요구했다는데,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거지? 설마 그들이 우리의 속국이라도 되겠다고 나서는 건가?”

“그건 아니네, 그 나라는 너무 먼 곳에 있어 왔다갔다 왕복을 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린다는데?”

“참, 듣자하니 수사에서 거둬들인 전리품이 엄청나게 푸짐하다고 하던데,  얼마나 큰 이익일지 생각만 해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부러워하는 말투들이었다.

"정말인가? 그 수사들은 분명 챙긴 것들이 있겠지, 나는 그들이 몰래 챙긴 것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지 않네."

…….

관원들 간의 잡담은 사실 일반 백성들이 나누는 담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고청운은 토론하던 내용이 점차 전리품 쪽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금은보화가 수거되었을지 상상하다가 순간 헛기침을 했다. 

“그런 말은 아무 데서나 하지 마시게. 본관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 먼저들 퇴근하시게나.”

그들은 어리둥절해하다 말고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는 급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집무실을 나가면서도 계속 상기된 표정으로 이 승전 소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을 보니, 모두들 매우 기쁜 모양이었다. 

* * *

고청운의 부하가 달려와 함께 축하했던 것처럼, 고청운도 상사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야 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에 잠겨 건물을 나섰는데, 둔전사의 노 낭중과 마주치게 되었다.

“고 대인, 아이고, 딱 만났네. 정말 축하드리오!”

그를 만난 노 낭중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연신 공수해 보였다.

“저 역시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장병들이 목숨을 바쳤고, 우리가 후방에서 밀어준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이는 모두의 공로인 셈이지요.”

고청운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답례했고,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마치 만삭의 부녀자인 듯 차오른 그의 배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노 대인, 점점 더 풍성해지고 있는 것이 위엄이 넘치는군요.”

고청운의 심미관으론 중년이 되었다고 해서 배가 불룩 튀어나오는 게 정말 보기 싫었다. 누가 나서서 이러한 풍채를 권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관가의 일부 문관들은 이를 부티가 나고, 관원으로서의 위엄이 있다고 보았는데, 고청운은 외려 이런 외향이 수치스럽게 느껴지고 전혀 자랑스럽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자 노 낭중은 배를 쓰다듬으며 득의만면한 듯 싱글벙글 웃었다.

고청운은 그런 노 낭중의 모습에 함께 미소 지어보이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노 낭중은 할 말이 있는 듯 막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 했는데, 바로 그때 영선사(营缮司)와 우형사(虞衡司)의 낭중이 함께 나타났고 마치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인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고청운은 이 상황이 이상하지만은 않았는데, 네 개의 사(司)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각각 자신의 사람들도 분포하고 있어서, 누구라도 상사에게 가까이 가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아주 빨리 그 소식을 알 수 있는 구조였다. 

이번 승리는 그들 공부의 공로가 크니 당연히 다들 함께 상관에게 찾아가 축하 인사도 하고, 간 김에 상관들이 어찌 자신들에게 공로를 분배할지도 알고자 했다.

다만 고청운의 도수사와 우형사의 태연자약함에 비해 둔전사와 영선사는 태연하지 못했다. 그들 두 사람은 부러움과 시기가 꽤 올라 있었는데, 업무와 병기 제조가 아무래도 큰 관계가 없었던 것이었다. 신식 방적기 취급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각종 업무를 관할하며 목화 재배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둔전사와, 건축을 관할하다 보니 목재장을 건사하는 업무를 돌보고 있는 영선사는 이번 일에 대한 공이 도수사나 우형사보다 크지 못했다.

허나 공로가 걸린 일에 대해 그 누가 담담하게 있을 수 있겠는가?

고청운은 세 사람의 은근한 대화에 그저 침묵을 지키며 가끔 마지못해 대답을 했는데, 다행히 다른 낭중들은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그의 의견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노 시랑이 근무하는 곳으로 넘어가서야, 고청운은 있지도 않은 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세 명의 중장년층이 모여 떠드는 뜬소문에 대한 정보 수집력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때로는 날카로운 설전과 억지웃음으로 중무장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노 시랑이 집무실에 없어, 결국 그들은 상서가 있는 곳으로 다시 옮겨가야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 그들은 상서의 집무실 옆 대기실로 옮겨가 접견을 기다렸다.

상서 대인은 곧 이들을 접견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고청운 등이 상서의 집무실로 들어갔을 때 좌우시랑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은 또 한 번 서로를 치켜세워 주었다. 

* * *

고청운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왔을 땐 이미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는 길, 고청운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노 시랑과 함께 걷고 있었다.

“신지, 안심하시게. 자네의 공로는 안정적으로 인정될 것이야.”

노 시랑이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대인께서 제게 좋은 말씀을 올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 표현을 아직 드리지 못했습니다.”

고청운은 얼굴에 감격을 드러냈다.

“이건 별거 아니네, 도리상 내가 몇 마디 해야 할 말을 한 것이지. 사실 내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었다네. 상서 대인께서 자네를 매우 좋게 보고 계셨으니 말이야. 이미 속으로 생각해 두신 바가 다 있으시더군.”

노 시랑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흡족한 듯 웃었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사촌과 사돈 관계를 맺은 고청운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것은 역시 그가 대대적으로 추천한 결과이기도 했는데, 만약 자신의 집안에 적당한 처녀가 없는 것만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의 집안과 직접적인 사돈 관계를 맺었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동향 출신이라는 조건은 말할 것도 없었고, 고신지라는 사람 자체가 어느 황자를 편든다거나, 어떻게 해서라도 공을 세우려고 행동하는 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말을 하자면, 고청운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황자는 바로 육황자일 텐데, 그와 방씨 가문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육황자의 존재감이 거의 투명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황제가 육황자를 위한 어떤 안배도 없는 것을 보면, 그는 확실히 황제의 자리와는 인연이 없을 것이 자명했다. 

그들 노씨 집안은 난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일찍이 장사를 시작하여 집안의 부를 이룩했다. 그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그와 사촌 동생, 이렇게 두 명의 진사를 길러냈는데,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족을 생각하여 황위 승계 같은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자 했고, 고씨 집안이나 방씨 집안 역시 그러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 서로의 궁합이 맞았다는 게 노 시랑의 관측이었다.

“한가한 시간이 있거든 첫째 아드님께 우리 저택부로 건너와 틈나는 대로 좀 앉았다 가라고 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 큰아들이 변변치 못하여 영락없이 회시 앞에서 고꾸라져 그 한 관문을 못 넘기고 있는데, 장원을 한 자가 자주 와서 그와 좀 교류를 해 주면 고맙겠네.”

그 부탁을 하는 노 시랑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말투도 매우 친절해졌다.

이 후배에 대해 또 한 번 칭찬해보자면, 노 시랑은 정말이지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씨 가문은 본디 평범한 농가였을 뿐인데, 고청운이라는 인물을 배출해 내다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고청운 같은 한미한 집안 출신의 관료는 적지 않았다. 다만 대다수의 비슷한 출신의 관료들은 본인이 벼슬자리에 오르게 된 뒤 서서히 몰락해가며 그 영향력이 또다시 약해졌고, 나중에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전락하고야 말았을 뿐이었다. 아주 극소수의 관료만이 가문의 다음 세대까지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며, 자리를 굳힐 수 있게 성장하고는 했다.

유명한 산술 학계의 대가인 고청운은 산술 학계에서조차 신망이 높고 인맥이 넓어 부마(駙馬)와 후부(侯府)와도 친분이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그의 두 아들도 모두 다 이렇게 훌륭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앞으로 40~50년 정도는 이변이 없는 한, 후대가 아주 변변찮지 않은 이상 고씨 가문에서는 이 집안을 계승할 만한 후계자를 계속해서 배출해 낼 것이었다. 이런 앞날이 불가능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게다가 앞으로 3, 4대가 지나도 본 왕조에서의 고청운의 명망이 후세에게는 은덕으로 다가올 것이었다. 

오죽하면 문인들에게 덕을 세우고 말을 남기라는 진언이 있었을까. 고청운이 남긴 그 몇 권의 책은 결코 헛된 산물들이 아니었다.

고청운의 공손한 모습을 바라보는 노 시랑은 또 다른 막강한 학자 가문의 태동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듯했다. 

“아드님께서는 그저 아직 운때가 맞지 않으셨던 겁니다. 저는 그간 쌓은 학문이 조만간 빛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고 믿습니다.”

고청운은 마치 진리를 말하는 듯 정중한 표정으로 공수한 채 짐짓 말을 이었다.

“댁으로 찾아뵐 수 있는 것은 삼가 저희 집 량가아의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손아랫사람들 간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저희 집 진가아가 너무 자주 찾아가 뵙고 있지는 않습니까?”

노개운이 진사에 합격한 뒤에도 그들의 집은 이사 가지 않고 주로 시랑부 안에서 지냈다. 노 지부의 부인은 산둥으로 돌아갔지만, 노씨 집안 둘째 여식이 경성에 남아 있었기에 아무래도 시랑부에 함께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고청운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노 시랑과 노 지부의 관계는 같은 증조로부터 내려온 갈래로, 촌수야 좀 멀지만 같은 왕조에서 관직 생활을 하게 되면서 두 집안의 사이가 매우 좋아진 듯했다. 

그 말을 들은 노 시랑은 너털웃음을 참지 못하며 괜찮다는 듯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간에 고씨 집안의 둘째 아들이 자기 집안의 여식을 마음에 두었다는 사실은 아주 좋은 일이지 않은가?

그때 노 시랑의 집무실에 다 도착하자, 두 사람은 발걸음을 멈추고 작별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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