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411)화 (411/504)

411화. 설탕

고청운이 고영진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지금 고씨 문중의 가족들의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부모들도 이제는 아이들을 더 총애하여 어떤 때는 아이가 학업을 힘들어 하면 더 책을 읽지 못하게 하고 좀 쉬게 할 정도였는데, 오랫동안 학업만 계속 붙들고 있게 하면 학습 진행이 자연히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는 걸 모두 깨달은 것이었다.

이는 숙모와 숙부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그들 집에서는 사촌들의 공부를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하고 옥죄었던가. 지금은 손자 세대에 총애가 많이 옮겨간 탓인지 다행히도 고청평과 고청안은 이성적으로 분을 지켜 아이들을 정도껏 엄격하게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당백부인 고신하는 큰할아버지 고백산을 이어 문중의 수장 자리에 앉은 이후에도 여전히 문중 안에서 기풍을 엄히 단속하고, 고가(顾家)라는 이름을 내세워 밖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요 몇 년 동안 문중의 식구들은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분수를 잘 지키면서 지내고 있었다. 

고청명에 대해서는, 그는 수재에 합격한 지 이렇게 여러 해가 되었지만, 줄곧 향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족학에 남아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했는데, 아이들을 가르쳐 온 시간이 오래됨에 따라 마을에서 두말할 것 없이 신망이 매우 높은 선생님이 되었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그는 고씨 가문에서 수재 하나를 더 배출해 내 보고자 애를 썼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배출한 수재는 고씨 문중의 아이가 아니었다.

고씨 집안의 아이들은 과거 시험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회계를 더 배워 회계직을 맡거나 점원으로 일하러 나갔고, 혹은 직접 가게를 차리기도 했다. 이렇게 배출된 이들의 발자취는 계속해서 임양부 전체로 퍼져 나가 군성에까지 진출하여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었다.

그간의 교육과 더불어 학당에서 삼자경과 함께 가르치는 과목은 하 왕조의 법례였는데, 그래서인지 이들을 교육해 오는 이십여 년 동안 나쁜 짓을 하거나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생겨나지 않았고, 매년 조상을 모시는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도 갈수록 더 많아졌다.

고청운이 문중에서 관리 중인 문중 소유의 전답과 관련된 회계 장부를 살펴보니,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돈을 부쳐왔고 다른 가족들의 기부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그들 문중이 보유하고 있는 전답이 처음에는 10묘씩 전답과 황무지를 보유하고 있던 것에 반해, 지금은 100묘에 달하는 전답과 30묘에 달하는 황무지를 보유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라 매년 수입도 늘었는데, 일전엔 매년 은자 20냥 정도만 모이던 것이 이제는 140냥 정도가 꾸준히 모이고 있었다. 

이에 문중의 아이들이 족학에서 배움을 구할 때 입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 것은 물론이고, 홀몸이 된 노인분들도 문중에서 돈을 추렴해 돌봐드릴 수 있게 되면서 고씨 가문의 응집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때 서신을 본 고청운은 사촌 동생 고청안의 기쁜 소식 외에도 고씨 가문이 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문중 내에서 고청운 일가만 배를 불리고 문중의 다른 가족들은 쫄쫄 굶게 된다면 그들 집안의 명성에 틀림없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영량은 고청운이 건네는 서신을 받아 들고 한번 읽어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여기 보세요. 큰증조할아버지네 숙부께서 설탕 공장을 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3할의 지분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신대요.”

재작년 고영량이 고향집에 있었을 때, 고청량은 설탕 공장을 운영해 보고 싶어 했는데, 그가 직접 몇 개의 야산과 황무지를 사들여 사람을 불러다 사탕수수를 심더니 그 결과 올해가 되어서야 설탕 공장에서 설탕이 제조되어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이때, 고경을 데리고 마침내 고향에서 보내온 물건을 다 정리한 간미가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쩐지, 설탕 한 포대를 보내오셨다 했습니다. 아까는 무슨 사정인지 몰라 이상하게 여겼지요. 그렇게 멀리서 설탕을 보내오시다니.”

“가져와 내게 보여 주겠니?”

고청운은 이 말을 듣고 고경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지금은 설탕값이 비싸지. 그중에서도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설탕이 가장 우수하고 생산량도 높은데, 지금은 멀리까지 진출하여 외국에서도 사천성 생산 설탕이 팔리고 있는 실정이란다. 다들 이 설탕을 구매하려고 큰 비용을 지출한다지. 지금 네 당숙부가 이것에 착안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니 사업적인 안목이 있는 게야.”

그는 이것이 매우 좋은 활로라고 생각했다. 월성의 기후 역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2월에 파종을 하고 8, 9월에 수확하면 연말이 되어서야 설탕으로 제당(製糖)을 시작할 수 있으니, 이 공장은 1년에 두세 달만 가동하면 될 것이었다. 

추워진 계절에 남는 잉여 인력도 이 공장에서 소화가 가능할 테고, 그들 현에 있는 부두에서 배로 운송하여 월양군까지 빠른 시일 내로 물건을 보낼 수 있으니 팔리지 않을 걱정도 없었다. 

‘예전에는 고향 현지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할 수 있으리라고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여종이 작은 크기의 접시에 홍탕(*紅糖: 붉은 설탕)을 담아오자, 모두들 호기심에 자세히 보고 또 보았다. 

“아버지, 이 설탕은 정제가 잘된 편은 아닌 듯 보입니다. 색깔이 좀 검고 안에 불순물도 보여요. 우리 집에서 평소에 먹는 설탕은 백설탕 아니면 홍탕이지 않습니까? 집안에서 사용하는 설탕색은 이것보다 좋았던 것 같은데.”

고영진이 한 입 털어 넣어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음, 우리가 먹는 것과는 다른 종류입니다.”

고경이 부연 설명을 했다. 그녀는 이러한 생필품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이런 일반 홍탕의 가격은 고급 홍탕보다 3배 정도 저렴하지요.”

“이건 흑설탕, 혹은 홍탕이라고도 하지. 일반적인 공법으로 제조해내면 이러한 색을 띠는데, 네 당숙부가 차용한 비법이 이것인가 보구나.”

고청운은 잠시 읊조리다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내가 마침 황실의 장서루에서 백설탕을 제조해내는 비법에 관한 책을 보았거든. 그가 운이 있다고 볼 수 있겠구나, 그에게 써서 보내주어야겠다.”

“무상으로 지분도 좀 받지 않으셨습니까?” 

간미가 그에게 물었다.

“1할만 가집시다. 당신의 이름으로요.”

백설탕이라면 홍탕보다 훨씬 이윤이 높을 것이고, 고청운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건 고청량을 비호해 주고 있다는 뜻도 되니, 다른 사람들이 그를 찾아가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었다. 

‘아마 그래서 나에게 무상으로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거겠지.’ 

* * *

고청운이 고향으로 서신을 보낸 지 며칠 되지 않아 전보가 날아들었는데, 이번 전투에서 하 왕조의 수군이 외부 연합군을 궤멸시키고 대승을 거두어 일거에 요주를 되찾는 쾌거를 이뤘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이 조정으로부터 누설돼 다시 소보를 통해 과장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졌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이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모두들 소보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언제 어떤 날에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어떤 때에는 자국의 군함이 외부세력 군함에 의해 격파되었다 등의 소식들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남쪽의 기온조차 떨어지기 시작하는 겨울이 다가오니 모두 전쟁이 내년까지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갑자기 크게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와 더욱 어리둥절했다. 

이 급작스러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상황을 인지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놀라움이라는 감정만 남게 되었다!

* * *

이 소식을 들은 공부의 모든 사람들도 다 같이 기쁨이 넘쳐났고, 곧이어 왕 원외랑과 세 명의 주사들은 함께 축하를 나누기 위해 고청운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고청운 역시 당연히 매우 기뻤다. 게다가 방금 육택으로부터 들은 소식에서 육훤이 최후의 대전에서 가벼운 부상만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기분이 유쾌해지며 마침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들이 일일이 자리에 착석한 후에야 고청운이 다 알면서 괜히 물었다.

“어찌 다 함께 온 건가, 대체…….”

왕 원외랑과 주사들이 이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를 하며 외쳤다.

“대인, 감축드립니다!”

이들의 함박웃음을 지켜보던 고청운도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역시 같이 축하를 드리오, 우선 앉아서 다시 이야기들 나눕시다.”

고청운이 손사래를 쳤다.

“대인, 이번 수사들의 군대가 적군을 마치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듯 크게 격파하여 와해를 시킨 덕에 다시는 반격할 힘이 나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이제 이 해양 위에서 우리를 존중하게 될 테지요. 이것은 정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왕 원외랑은 진정하려고 애썼지만, 입가에서는 벌써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어 그가 또 다음 말을 덧붙였다.

“저희가 개조한 화포가 이번 전투에서 큰 빛을 발했다고 하니 그 공로를 경시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번 화포 개조가 주로 고청운의 손에서 이뤄졌음을 알고 있었다. 비록 장인들이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분명 그 쟁쟁한 장인들 사이에서도 고청운의 공이 가장 컸다. 그간의 화포 훈련을 황제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이 사실은 숨겨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공부의 상서와 좌우시랑도 내막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고씨 집안과 노씨 집안은 예비 사돈 관계를 맺고 있어, 고청운의 뒤에 노 시랑이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게 되었으니 누가 고청운의 공을 감히 가로챌 수 있겠는가? 

관료로서 공이 생겼다는 것은 당연히 앞으로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수 있게 됨을 뜻하는 것이었다. 지금 고청운이 지니고 있는 품계는 5품으로, 그는 42살의 젊은 나이에 고위 관직 반열을 바라보는 위치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이 속도는 너무 빠른 속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느린 것 역시 아니었는데, 그간 조정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관료들 중 5품의 품계를 지닌 관원이 얼마나 되었던가.

상관이 큰 공을 세우게 되면 직속 부하들도 일부 이득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일이 그들의 업무 평가 기록에 남아서 꼭 이번에 당장 승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진심으로 고청운의 승진을 희망하고 있었다. 필경 그가 다른 직급으로 전근을 가버리고 나면 자리가 하나 남아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왕 원외랑이 그 자리를 보충하고 나면, 그 다음 세 명의 주사들에게도 한 자리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었다. 

“대인께서 곧바로 승진하시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그때가 되면 다시 한번 축하드리러 오겠습니다.”

미 주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이 말에 고청운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아니 되네.”

관례에 따르면 승전을 이끌거나 혹은 초대형 공사를 완공하는 사업에 있어, 예를 들면 어떤 운하를 새로 뚫거나 또는 어떤 큰 공사를 완성하면 조정에서는 그 공로에 따라 크고 작은 상을 내리고는 했는데, 포상과 함께 그 성과를 이끈 자는 승진하기 마련이었다. 

이번 전쟁에서의 승리는 말 그대로 아주 큰 공에 속하는 성과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