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92)화 (392/504)

392화. 재시험 (2)

고청운은 방정심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이는 간미도 마찬가지였는데, 전에 있었던 ‘민전 강매’ 사건이 소보에서 워낙 대서특필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지금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고청운이 그 일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방씨 집안 내부는 마치 한 차례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그때 방희림은 이미 벼슬에 올라 수완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이 일이 발생한 후 그는 가족들을 한 차례 교육으로 중무장시켰다. 

또한, 두말없이 문중에 연락을 취해 그의 부모, 형제 일가 등 대가족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냈는데, 그들을 단속할 사람을 찾아보니 문중의 사람들도 이 일을 깊이 원망하고 있었던 터라, 이들을 열심히 단속하여 주었고 그 덕에 요 몇 년 동안 줄곧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일이 발생한 후 방희림의 친지들은 너무 놀랐었지만, 한 번 실패를 겪으면 그만큼 더 지혜로워진다고, 집안 관계도 이번에 미친 화로 인해 새로이 화합할 수 있었다.

방희림은 이렇게 변모된 집안 내부의 상황을 보고 늘 이 사건이 차라리 일찍 터져서 다행이라고 자조하곤 했다. 만일 그가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가족들이 이런 짓을 벌였더라면 좌천 정도로 일이 무마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옥고를 치렀을 것이다.

고청운은 큰아들이 방정심의 성격이 명랑하다고 말하니,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소아의 정혼 상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다만 방씨 집안의 친척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었다. 

‘우선 소아의 의견부터 물어보고 다시 논해야겠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내년 3월에 열릴 회시였다.

그 다음으로 하지(何智)가 찾아오고 난 후, 고씨 집안의 가족들은 고영량과 간유의 회시 시험에 만반의 준비를 하였고, 항상 두 사람의 정신과 몸 상태를 관심을 가지고 가능한 한 양호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썼다. 

 * * *

방정심의 출현에 자극을 받았는지, 고영량은 몇 개월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이전보다 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공부를 했다. 또 지난번에 얻은 교훈으로, 너무 과하게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매일같이 몸을 단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간유도 이 영향을 받아 덩달아 조금 긴장을 풀어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여기서 고청운이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바로 시험 감독관으로 점 찍힐 가능성이 있는 관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해 상대방이 좋아하는 문풍과 취향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일이었다. 

현재 답안지 채점 방식은 일전에 고청운이 상소문을 올려 개선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했지만, 각 주임 시험관마다 출제 내용이 다소 개인적인 취향에 치우쳤기에 최종 합격자 명단을 추릴 때 주임 시험관들의 취향이 대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답안지를 중간에 검열하는 과정에서도 석차 변경이 이뤄질 수 있어, 시험관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였다. 

이런 나날들이 그 다음 해 3월 초까지 이어졌고, 드디어 3년에 한 번 열리는 회시가 시작되었다.

* * *

다시 한번, 고청운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특히 자신의 상관 역시 아들과 조카가 올해 회시에 응시한 터라 공적인 업무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으레 대화 주제가 시험 이야기로 빠져 시험 문제를 분석하기도 했는데, 고청운은 아들의 대리 시험으로 자신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그들 같은 문인들에게 과거 시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노 시랑의 집 맏아들은 계속 진사에 합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노 시랑은 그에게 은음으로 관리 자리를 내어주려고 했지만, 아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아들은 거인이 은음으로 벼슬자리에 나가면 관가에서 천대받는다고 생각하여 회시에만 매달렸다가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는 좌절하면 할수록 용감해졌기에, 노 시랑만 3년에 한 번씩 초조해하며 과거 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였다. 

노 시랑 같은 이렇게 높은 벼슬자리에 앉은 벼슬아치도 아들의 성적 걱정을 하는 걸 보니, 고청운의 노심초사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고청운은 그저 남몰래 아들의 시험 결과에 조급해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조정 전체가 황제가 주관하는 회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시험의 결과는 조정의 안정과 무관하지 않았기에, 과거 시험은 공정하며 또 공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청운은 둘째 아들이 이번에 시험을 안 봤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둘 다 걱정해야 했을 것이다. 올해의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았고, 하늘에는 아직 태양이 떠 있어 날씨가 매우 맑았다. 

하지만 그들이 기뻐할 겨를도 없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지침이 새로이 공표되었다. 

* * *

“검사 시간이 너무 길어지겠군, 올해의 주임 시험관은 일단 시작한 일은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니. 휴, 이제는 못에서 한 번 몸을 씻게 하고, 옷이니 시험장 바구니니 하는 것들도 뒤지겠구나.”

고영량이 얼굴을 문지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누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게 되니 처음엔 어색하겠으나, 어차피 모두 사내인 것을. 다행히 씻는 물도 미지근한 물이라 그냥 평소처럼 몸을 씻는다 생각하면 될 게야.”

고청운이 시험을 준비할 때는 이런 검사가 없었다.

만약 그가 시험 볼 때도 이런 방식이었다면 그 역시 몇 명의 사내들과 함께 목욕을 했어야 했을 텐데,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못 안의 그 물은 흐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올해의 주임 시험관은 호부의 상서 봉 대인이었다. 그는 직위를 믿고 이런 일을 생각해 낸 것인데, 그가 너무 돈과 사치를 일삼는다는 비난을 빼면 모두들 이 방법에 대해 환호했다. 

고청운도 동의하기는 했다. 지금 조정에 여유자금이 넉넉하니, 이러한 수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황제도 역시 동의하였고 말이다. 

지난번에는 부정행위 수법이 눈을 부라리게 할 정도로 끔찍이 많기도 해서, 검사를 진행해야 했던 종이 뭉치가 넘쳐났었다.

과거에도 이러한 수단을 도입하여 부정행위 발생을 크게 떨어트렸는데, 단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뿐이지, 별일 없다면 이 방법은 계속 사용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 * *

순식간에 날이 지나갔고, 고영량은 무사히 시험을 보고 나왔다.

“고사장 문을 나서는데 한 거인이 낸 두 장의 답안지가 다 백지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답안지를 걷던 사람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옴짝달싹 못하자 시험관이 와서 이유를 물었더니, 그 거인이 사실 몸에 병이 나서 답안을 작성하지 못했던 것이지 뭡니까. 이를 알고는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고영량은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얘기해 주었다. 

고청운은 이 이야기를 듣고 동질감을 느꼈는데, 만약 그도 시험관이었다면 한 수험생의 시험 답안지가 죄다 백지인 것을 발견하고 놀랐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시험 응시자들은 설령 자신이 틀린 답을 쓸지언정 답안지에는 글을 가득 채우기 마련인데, 어떻게든 써낸 답안이 운 좋게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두 장의 답안지를 모두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고 제출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그저 머릿수만 채우러 오는 무리일 수도 있었고, 혹은 지금까지도 그런 부정한 수단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된 사람일 수도 있었다. 

이러한 폐단을 발견하고 엄격하게 조사가 들어간다면, 이번 주임 시험관은 어느 정도 책임의 소지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해당 응시자를 거인으로 통과시켜 준 향시의 시험관 역시 틀림없이 머리가 땅에 떨어질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유배되는 또 하나의 관청의 대파란이 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관리들 사이의 관계는 거미줄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하기 곤란한 것들이 많았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엄한 일에 연루되어 함께 말려 들어갈 수도 있었다. 

따라서 모두들 이런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나날은 역시 힘들었다. 고청운은 지금 공무가 바빠 날아다니는 듯 일하고 매일 같이 조선업계 소식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시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유일한 희소식은 고영량이 이번에 작성한 답안지를 고청운과 방인소가 본 결과 아주 훌륭했다는 것인데, 큰 착오 없이 답안을 잘 작성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간유의 경우 두 문항의 답을 잘못 작성했는데, 과연 상황에 따라 맞느냐, 틀리냐가 판가름 날 것이었다. 

* * *

드디어 4월 중순, 시험 성적이 발표되었다!

고영량은 정식으로 시험에 합격한 공사(*贡士: 회시 합격자를 지칭하는 말) 신분이 되었는데, 석차는 2위였고, 이번 시험의 1위의 영광은 이름 없는 한 남성에게 돌아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들떠 있으면서도 조금은 서운하고 아쉬웠다.

이 소식을 들은 고청운은 기뻐하다가 곧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집사 방충과 일을 이야기하고 있던 방인소가 다가와 고청운의 팔을 토닥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괴로워할 것 없다. 2등이라니 이미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결과가 아니더냐.”

고청운은 문 앞의 우렁찬 폭죽 소리를 들으며 방인소의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의 머리칼을 응시하다가, 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고영량이 웃으며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이번 결과만으로도 사실은 깜짝 놀랐습니다.”

실은 그 역시 이 결과에 대하여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는데, 회원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최종 석차를 상의하는 그 순간, 1명의 주임 시험관과 7명의 부시험관, 총 8명의 시험관들 중에서 고영량을 1등에 놓지 않으려는 시험관들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사심이 있기 마련이라 시험관들은 늘 그들의 월계관을 자신의 뜻대로 정하고자 하였는데, 이 고영량의 젊음도 시험관들이 그를 1순위에 반대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또 군중 속의 간유를 살펴보았는데, 이 녀석은 오히려 대범했다. 그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있었다면 벌써 통지를 건네받았을 테지만, 고영량의 성적이 이미 나온 후로도 추가 연락이 없다는 것은 그가 낙방했다는 걸 의미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간유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

방인소도 고청운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면서 사람들을 따라 환호하고 있는 간유를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모습으로 완벽히 다듬어진 수염을 매만졌다. 

“유가아는 마음이 넓은 아이이니, 여기서 3년만 더 머물며 공부를 시킨다면 학업이 반드시 향상될 게다.”

“음, 그 아이의 뜻에 따라 다르겠지요. 때가 되면 처자식을 함께 데려와야 할 겁니다.”

고청운은 당연히 그 의견에 동의했다. 간유의 행동이 간간이 상식을 벗어나고는 했지만, 그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청운은 이런 생각이 잡힌 사람들을 매우 좋아했기에, 간유와 오래 더 같이 지내야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관료 집안들이었기 때문에 품계가 높든 낮든 간에 모두들 방상괘명(*金榜题名: 회시에 급제하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라는 일을 큰 경사로 여기고 있었다. 

또다시 폭죽 소리가 이어지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졌고, 고청운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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