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79)화 (379/504)

379화. 심정

고청운은 방인소를 부축해 방까지 모시고 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기쁜 일이 또 있었습니다. 저희 집 뒤에 집이 한 채 더 있지 않습니까? 그 집안 식구들이 자꾸 늘어나는 바람에 더 수용할 수가 없는지 가끔 마찰이 생기는 통에 저희 집까지 다툼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는데, 얘기를 듣자하니 지금 그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는 모양입니다. 제가 오늘 그 소식을 듣고 바로 가서, 만약 집을 내놓으면 저희한테 집을 판매해달라는 약조를 받아왔습니다.”

고청운은 지난번에 집을 개축한 후부터 자기 집이 너무 비좁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집은 정원이 겨우 2개밖에 없는 이중정원의 형태였던 것이다. 예전에야 다섯 식구밖에 없었으니 거뜬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안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서 나중에 손자, 손녀가 생겨나고, 부모님들까지 상경하게 되면 앞으로 이 많은 식구를 다 어찌 수용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집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집의 한쪽은 큰길이고 또 다른 쪽은 방택이 위치하고 있어 매매가 가능한 집이 없었다. 그저 뒤쪽에 위치한 집들에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이 잘만 살고 있어 괜히 이사를 종용할 수도 없었다. 하여 그는 그저 말을 아끼고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도래했다.

허허, 정말 공든 탑은 사람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사실 이중정원 형식의 고택에는 20여 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어 이 식구들을 다 수용할 수 있었지만, 이 모두를 한데 욱여넣어 지내게 되면 끝이 아리땁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여러 해 동안 이 정원의 풀 한 포기조차도 고청운과 간미가 손수 꾸민 것들이었는데, 그것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자라나는 것을 봐왔기에,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개축을 위해 그것을 뽑아 없애기엔 너무 마음이 아팠다. 특히 그중 은행나무는 그가 진사가 된 해를 기념하여 손수 심은 것이니 더 그랬다. 나무의 수명은 천년 정도이니 아주 오래 살아남을 것이었고, 어쩌면 후세까지도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은행 열매의 또 다른 이름은 백과(白果)였는데, 소변을 참을 수 있게 해 주는 효능이 있어, 예전에 고청운은 전시에 응시할 때 이 백과를 복용하고 시험을 보러 갔었다. 또한 은행나무가 아름답게 자라나 위용을 갖추어 참으로 보기가 좋았기에, 이런 나무를 뽑아버리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다. 

“뒤에 있는 저 집 말이냐?”

방인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누구의 집인지 생각이 나 말했다.

“홍려사(*鸿胪寺: 외교 등 행사를 담당하는 관청) 좌소경인 관 대인(管大人)의 집이구나. 응, 그 집 자손이 날로 번성하니 다 같이 살 수는 없었겠지.”

“네, 맞습니다. 전에 저를 찾아오신 적이 있으셨죠. 그때 제게 이사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셨는데 전 당연히 없다고 했습니다.”

홍려사 좌소경은 종5품으로, 홍려사는 현대의 외교부 정도에 해당하는 곳이라 외빈 접대를 전담하고 있었기에 고청운도 마음에 들어 하는 부서였다.

그때 고청운의 대답에 상대방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고청운 집의 인구수와 자신의 집 인구수를 가늠해 보면서 두 집 중 누가 먼저 이 인구밀도를 참지 못할지 생각해 보았을 것이었다. 

“사두는 것이 좋지, 집이 넓어질 테니 말이다. 량가아와 진가아가 있으니 후손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비좁다면야, 나중에 이 노부와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 집 또한 너희들 집이 될 터이니 꽤 집이 널찍해질 것이야.”

방인소는 사수회랑을 따라 걸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고청운은 그 말을 듣고 급히 그를 붙잡았다.

“스승님, 그런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스승님께서는 아직 매우 젊지 않으십니까. 100세까지 누리시려면 아직도 몇십 년이나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의 집은 저와 미아보다는 방 형한테 남겨 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것은 그의 진심이었는데, 고청운은 방인소와 연 씨의 재산에 대해 조금도 넘겨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스스로 이미 돈을 벌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 어찌하여 어르신의 몫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장인, 장모와 방자명 모두 고청운보다는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고청운은 손에 느껴지는 스승님의 팔뚝이 예전보다 많이 말랐음을 느끼며, 예전의 강인함이 느껴지지 않는 스승님의 눈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방인소마저 자신을 떠나갈 것을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고계산과 노진씨는 혈연관계로 인해 선천적인 친밀함을 갖추었다고 하면, 방인소는 자신과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며 친밀감을 쌓았다. 특히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온 방인소가 자신에게 아주 많은 것을 지도해주고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가 없었더라면 지금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고청운은 방인소와 함께 지내 왔기에, 고향에 계신 어른들보다 함께 한 시간이 더 긴 만큼 애정도 두터워졌다.

“스승님, 앞으로 그런 말씀은 마시고, 항상 건강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고청운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회랑 복도에 켜진 촛불이 고청운의 눈에 맺힌 눈물을 비추었고, 이를 본 방인소는 매우 격동하여 다급히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그래. 노부는 그냥 그렇다는 말을 한 것뿐이다. 이 세상이 이렇게나 아리따운데, 노부는 아직 충분히 살지 못했으니 더 즐길 것이다.”

고청운의 뒤를 따르던 하인 몇몇이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고청운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가끔 이렇게 예민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좋아, 내 다시는 이런 얘기 안 하마.”

방인소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동안 두 사제는 서로 말없이 있었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조용하고 아리따웠다.

* * *

방인소를 방으로 들여보낸 후, 고청운은 하인들에게 몇 마디를 지시하고 바로 담 너머의 고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달빛을 바라보았고, 약간의 한기가 몸에 배어 들어오는 걸 느꼈다. 차가운 달빛 아래서 그의 마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생과 사 사이에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는 남은 생애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는 또다시 쓴웃음이 지어졌는데, 이것은 단지 아리따운 바람일 뿐이었다.

고청운은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 * *

간미는 그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온 것을 보고도 개의치 않았는데, 그와 방인소가 이야기꽃을 피우는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곧 집 뒤쪽에 살던 관 대인이 자신들에게 집을 팔겠다고 했다는 고청운의 말에 반색했다.

“잘 되었습니다. 모처럼 만의 기회군요. 우리 집과 뒤쪽 집은 둘 다 구조가 비슷하지요. 저쪽도 이중정원의 주택이니, 우리 집과 합치면 사중정원 형태가 되겠군요. 살 만하겠어요, 다만…….” 

그녀가 셈을 해 보았다.

“예전에 저희가 이 집을 살 때 은자 500여 냥이 들었지 않습니까, 개축 비용까지 합쳐서 700냥 정도가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가격이 올랐을 테니, 살려면 2,000냥 정도는 주어야 할 거예요. 이쪽 위치의 주택들은 정말 자리가 좋긴 하군요, 가격이 이리도 빨리 오르니 말이에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그 위치는 온 경성의 관리 집안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 위치의 땅값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그 정도 할 것 같소. 우리 집에 은자는 충분하오?”

그는 오래 기다린 끝에 드디어 고진감래하는 줄 알았는데,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되자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내 그간 써온 책들이 아직 계속 판매가 되고 있는 덕에 장정이 쪽에 조금 더 받을 은자가 있소. 추가 수입이 더 들어와 받아가라고 장정이가 이야기했는데, 대략 짐작하기로는 300냥 정도는 되는 것 같소.”

“저희가 그간 보유한 논밭과 가게를 팔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량가아가 성혼을 하면서 받은 축의금들도 있고, 장식품 같은 것들은 조금씩 팔아오고 있었어요.”

간미는 매우 침착했다. 게다가 그녀가 가진 장신구도 많으니, 그중 금은 장신구들은 좀 더 내다 팔 수 있을 것이었다. 

“내가 고향에 서신을 좀 보내어 그쪽에 은자가 좀 여유가 있는지 물어보겠소.”

고청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자괴감을 느꼈는데, 자신이 이렇게 장성해서도 부모님한테 돈을 달라고 물어볼 일이 생길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앞의 몇 차례 부모님이 보내 준 서신 내용을 생각해 보았다. 서신이 올 때마다 부모님은 늘 자신에게 쓸 돈이 부족하지는 않냐고 물으면서, 요 몇 년 동안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두고 있다며 그가 부탁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씨 가문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게 되었다. 임계촌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매물로 나온 토지들은 거의 바로 사들이고 있었다. 또 큰할아버지 댁에서도 토지를 사들이고 있었는데, 옆 마을의 땅도 조금 사들인 상태였다. 부모님은 그보다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땅들은 더 이상 사지 않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은자를 모아 놓겠다고 했었다. 

고청운이 몇 번이나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렸으나 소용없었다. 지난번 큰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부모님은 아들이 쓸 수 있도록 돈을 모아 두었다며 계속 가져가 쓰라고 했는데, 그는 계속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아직 그리 급하지 않은 일로, 어차피 관씨 집안에서도 새집을 물색해야 할 테니 거래 대금을 건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었다.

* * *

조 낭중이 벼슬자리에서 내려간 후, 그 자리를 차지한 고청운은 온 사의 관리들을 모두 모아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뒤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거의 1년 동안 이곳의 사람들과 친숙해져 있었기에, 고청운의 사람됨을 잘 알고 그가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을 잘 알았던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일에 협조적이었다. 

또한, 뜻밖에도 고청운이 있던 자리의 후임으로 이전 호부에서 알고 지내던 왕 주사가 오게 되었다.

그는 3년간 지방에서 학정직을 수임한 뒤, 돌아와서도 여전히 주사의 직위에 머물러 있게 된 탓에 속을 끓이고 있다가 공부로 전근되어 이전에 자신이 부관으로 있던 사람과 같은 부서에서 또다시 함께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고청운은 잘 아는 사람이 와서 매우 기뻐했지만, 상대방이 태자를 섬기는 길을 택했다는 것을 듣고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 * *

고청운이 이미 새로운 직위에 적응했을 때는 이미 9월이었다. 이때 고영진은 수재에 합격했는데, 원시에서 2등으로 합격하여 연중소삼원(连中小三元)은 달성하지 못했다. 

한편, 고영량은 여전히 고향집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고 상경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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