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77)화 (377/504)

377화. 공부(工部) (2)

고청운은 웃고 있다가 주변을 살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형이 다니는 그 대리사라는 곳이 정말 윤택한 관아이기는 한가 보군요.”

조심하지 않으면 깡통을 찰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부서는 원고로부터도, 피고로부터도 다 떨어지는 수입이 있었으니, 수익 창출을 하기가 쉬웠다.

그가 하겸죽과 이런 곳에서 만나는 이유도 장소가 협소하여 다른 관리들과 마주칠 일이 없고, 눈에 잘 띄지 않으니 조심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겸죽은 부채를 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고청운도 이를 이해하고 미소 지었다. 

“자네가 소속된 사는 어떠한가?”

두 사람 모두 오랜 친구 사이라서 하겸죽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질문했다.

그가 이 말을 꺼내자, 고청운은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턱을 쓰다듬었다. 

“알다시피 저희 공부는 주로 4개 직속 관할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명칭은 각각 영선, 우형, 도수, 둔전입니다. 제가 드디어 발견한 것은, 왜 공부가 육부 중에 최하위권인지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낡은 옛 사상이 발목을 잡고있는 것은 둘째 치고, 제일 방해가 되는 것은 공부의 권력이 너무 약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직권이 호부에 의해 침식됐기 때문이죠. 제가 예전에 호부에 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바였는데, 지금 공부에 옮겨 와 보니 꼭 손발이 묶여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방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고청운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가게 점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음식을 들여온 후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 사로 돌아오는 세금 수익을 더 거두기 위해, 4개의 사(司)가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영선사의 경우 유리공방, 목재공방을 만들었고, 우형사는 천하에서 사용하는 도량을 관장하고 있으니, 경성 지역의 관아들에서 사용하는 기물을 모두 그들 사를 통해 들여온 것을 사용해야 하죠. 이 또한 돈이 들어오는 길목인 셈인데, 그들은 병부의 무기 제조에도 관여하고 있으니 저희 중에서는 제일 눈 돌아가게 부러운 사입니다. 

그에 반해 예전에는 둔전사가 제일 안 좋은 사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황실의 왕릉과 왕공대인(*王公大人: 신분이 아주 높은 귀족)의 묘를 짓는 것을 관할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바닷길이 발달하고 무역 교류가 번창하면서 그들이 차린 방직 공방이 번창했기에, 매년 세금 수익이 들어오는 제일 부러운 곳이 이곳으로 바뀌었지요.”

또다시 연말 결산을 할 때가 되었기에, 고청운은 이 내부 사정에 대해 매우 잘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말한 고청운은 하겸죽에게 자신의 말을 듣기만 하지 말고 음식을 좀 들라고 권했다.

그는 예전에는 호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윗선에서 떠맡고 있으니 자신이 걱정할 단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서는 아니 되었다. 그는 조 낭중이 이번 달부터 자신에게 맡기는 일이 점점 더 많아져서 늘 다른 사와 교류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런 내부 소식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만일 고청운이 앞으로 정말 공부의 낭중이 된다면, 그 사의 수익이 좋은지에 대한 여부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었다. 부하들은 자신들을 돈도 안 되는 관아의 부문에서 고생시키는 상사보다 콩고물이 떨어지는 부서에서 상관과 기꺼이 함께 일하기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희 도수사야 옛날에는 아주 괜찮은 부서였죠. 그때는 엄청나게 은자를 들여 선박을 만들고 어떻게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연구하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다만 이 일은 이미 몇 년 전의 일이고, 좋은 날이 가고 나서는 다시는 더 좋은 조건이 들어오지를 않더군요. 지금은 이미 선박 제조 기술이 최고조에 달해 잠시 동안은 이쪽으로 역량을 더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청운은 이 얘기를 꺼내며 고민했다. 그는 미래에 항선의 동력이 석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공부에 돈을 지원해 주고 이 방법을 연구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재물이 들여야 가능한 일이었기에, 황제와 내각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네.”

하겸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배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업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던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다.

“저희 사는 좋게 말하면 천하의 강과 하천의 수도 사업을 관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항상 억울함이 있는 부서입니다. 나라가 너무나도 크니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홍수가 터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이야 수상 운송 방면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조운(*漕运: 수로 운송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수도, 혹은 지정 장소로 운송하는 것을 조운이라고 부르게 됨)이라는 전문 관아가 버티고 관장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뭘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저희 사(司)의 세금 수입은 그저 선박 공방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죠.”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고청운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어떻게 된 것이 지금 벼슬을 하는 게 마치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들 백방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전 왕조에 비해 공부의 권력이 커졌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었다.

“요즘 같아서는 선박세와 목재세를 거둬들이며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청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숟가락을 집어 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추워진 날씨에 마시는 양고기 국물 맛이 끝내주는요.” 

맞은편의 하겸죽을 보면서, 고청운은 아주 여러 해 전 부학에서 공부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하 수재가 세시(*岁考: 향시, 회시, 전시의 예비 시험으로 매년 실시됨) 시험을 볼 때 가게 주인에게 부탁해 미리 끓여 둔 양고기탕을 받아오고는 했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고청운은 하겸죽 아래턱에 자라난 수염을 보고 문득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조금의 여유도 허용해 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탄식했다.

그는 하 수재가 떠오르자, 하지도 덩달아 생각이 났다. 

‘몇 년 전에 이미 거인에 합격했는데, 언제 상경하여 시험을 치르러 오려나?’ 

한편 하겸죽은 되레 무거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보아하니 공부에서 지내는 나날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걸세.”

고청운이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럭저럭은 괜찮죠. 얼마 전 조 대인과 함께 빙교(*冰窖: 얼음을 저장하는 움집)를 지으려 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조 낭중에게 제의한 것으로, 영선사의 수익이 돌아가는 사업을 이쪽으로 돌리자는, 말하자면 호랑이 아가리에서 음식을 빼앗아 먹는 것과 맞먹는 아주 용맹한 행위였다. 영선사는 틀림없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지만, 조 낭중은 워낙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조정의 규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대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을 벌이고자 했다.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앞으로 매년 조정에 조달할 수 있는 얼음의 양이 조금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

“빙교? 그건 공부에 벌써 있지 않은가?”

하겸죽이 놀라며 그를 보았다.

“있기야 하지만 해마다 얼음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경성 사람들은 점점 더 은전에 여유가 생겨나고 있는데, 얼음을 즐기려는 사람은 늘 많으니,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바로 얼음을 쓸 정도입니다. 

매년 조정에서 내려오는 얼음은 그저 세금을 깎아가며 만들어 내는 것이라, 그 후에는 시중의 얼음 가격이 한계에 달하고는 하지요. 조정에서는 영선사 외에 다른 사에서는 빙교를 건축할 수 없도록 명시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건물을 다 지었으니 올해는 눈이 오면 얼음을 저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고청운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매우 기뻐하는 모양새였다. 

“얼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언제나 잘 팔려 나갈 겁니다. 경성에는 이렇게나 많은 부잣집이 있으니 말입니다.”

고청운은 전임 낭중이 왜 이토록 돈이 잘 벌리는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매우 이상했다. 매년 여름 그는 항상 매우 견디기 힘들어했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적에는 특히 바깥 장원들로 피서를 가야 했다.

그러나 이전의 공부 우시랑(右侍郞)의 놀라움과 영선사의 방해 공작, 그리고 하급 관리들의 외면과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생겨나는 번거로움 중 특히 경비 쪽 문제에 대한 고민을 생각해 보면, 고청운은 전임자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귀찮아서 손도 대지 못했을 것 같았다. 또한, 필경 몇 년 전부터 몇 해 동안은 선박 제조 등의 일이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의 정력을 이 분야에 쏟았을 것이었다. 

확실히 선박 제작에 비하면 빙교로 얻을 수 있는 이윤은 적은 편이었고, 그저 없는 것보다는 조금 낫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년 여름엔 얼음이 부족하지 않겠군, 정말 잘 되었어.”

하겸죽은 이러한 상황이 매우 부러웠는데, 그 역시 경성의 무더위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라에서 주는 얼음 같은 복지는 공명정대한 사업이었기에, 그들 대리사 내에서의 비공식적인 추가 수입이 매우 많다고는 해도 은자를 잘못 들고 있다가는 손을 데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는 거의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매번 모두가 다 함께 나누는 수익에 대해서만 감히 받을 뿐이었다. 

그들 집안은 전 왕조에서조차도 수재만 배출했고 지금에 와서야 어렵게 그 같은 진사를 배출한 것이기에, 하겸죽은 결코 함부로 행동하여 가문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대리사에서 일을 더 오래 하고 싶었다.

“때가 되면 제가 얼음 마차 한 대를 끌고 사형을 찾아가겠습니다.”

고청운이 웃으며 말했다. 

이어 둘은 최근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마저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 위에 놓인 술은 거의 마시지 않고 간간이 한잔씩만 걸치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곧바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 * *

연말, 대지는 하얗게 뒤덮였고 성에서 때때로 폭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또 일 년의 섣달그믐이 도래했다.

올해의 섣달그믐날 밤에는 세 명의 자리가 빠져 있어 갑자기 집안이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식탁에는 주방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올린 음식들이 풍부하게 올라왔는데, 닭, 오리, 어육 등 있을 것은 다 있어, 풍성하기 그지없었으나 모두의 관심은 상 위에 있지 않았다.

고청운과 간미는 방인소와 연 씨가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소석이네 내외는 말할 것도 없지만, 소어라도 있었으면 시끌벅적했을 텐데 말이다. 그 아이 혼자서 아주 우리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었겠지. 소어가 없으니 썰렁한 것이 정말 신정맞이인 것 같지 않구나. 참, 올해가 처음으로 아이들 없이 보내는 신정맞이지? 아이고, 아이들이 다 장성해 버려서 우리 곁에 있을 시간이 줄어들어 버렸구나.”

연 씨가 구시렁댔다.

“그러게 몇 년 전에 아이를 하나 더 보라고 하지 않았니. 그랬다면 지금쯤 어린아이가 곁에서 재롱을 피우고 있었을 거다.”

그 옆의 고경은 피부가 뽀얗게 빛났고 붉은색 입술 사이의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외증조할머니, 지금 저는 싫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연 씨는 고경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집 아가씨들을 보렴, 아이들이 클수록 더 귀엽고, 어르신들 옆에 붙어 다니며 애교 부리는데, 너는 어떠하냐? 넌 그 아가씨들이랑은 아주 다르지 않으냐. 어린 시절에는 이러지 않고, 아주 괜찮았는데 말이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웠지. 하지만 지금은 클수록 조용해지는구나. 다 네 어미 탓이다. 너저분한 책을 너무 읽으라고 시켜서 성정이 바뀌어 버렸구나.”

간미는 억울해서 변명했다.

“우리 소아는 어렸을 때부터 원래가 활발하지 않고 조용한 성정이었어요.”

고청운과 방인소는 서로 눈을 마주치기만 할 뿐, 말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연 씨의 기분이 언짢은 것은 식구들이 적어져서 마음이 뒤숭숭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물론 요즘 들어 고경과 잘 안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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