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74)화 (374/504)

374화. 차(茶)를 올리다 (1)

이어서 사장정도 도착을 했다. 

아들 천보를 데리고 온 사장정은 만나서 인사를 나누자마자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천보와 내가 직접 방문했다네. 어때, 정말 놀라지 않았는가?”

고청운은 은근히 눈을 희번덕이며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천보를 몇 번 어르러 주었다. 고청운은 속으로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는데, 안락공주가 실제로 그의 집에 나타난다면 영광이지만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었고, 그녀의 신분 때문에 마치 주인공이 그녀인 듯 형세가 굴러갈 게 뻔했다. 그럴 바에야 안락공주가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시간이 딱 맞아떨어져 사장정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랑과 신부가 마침내 고택으로 돌아왔다. 신부가 꾸려 온 혼수품은 진즉에 집안으로 들여다 놓았는데, 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자 좌측 과원(*跨院: 중국식 가옥에서 안채 곁에 있는 뜰)에 있는 창고에 들여다 놓았다. 

또 일련의 절차를 거쳐 고청운과 간미는 부모석에 앉아 하객들이 신랑신부를 향해 “신랑은 유능하고, 신부는 아름답다.”, “잘 어울리는 부부다.” 하는 칭찬들을 들으면서, 새로이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예의를 갖춰 부부의 예를 표하는 절을 받으며 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지만 확실히 기쁨이 더 큰 감정이었다.

신부를 신방에 들여보낸 후 연회가 시작되었다. 고청운은 신랑의 아버지로서 축하를 받는 대상이라 모두와 술잔을 기울였는데, 내심 기뻤던지라 축하주를 거의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영량은 이를 주의해야 했다. 

그쪽은 다행히도 한 무리의 친구들이 술을 막아 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고청운은 오늘 밤 동방화촉의 거사를 걱정해야 했을 것이었다.

* * *

밤이 되어도 고택과 방택의 등불은 휘황찬란하게 불타올랐다. 모두가 술잔을 기울이며 축배를 들고 있을 때, 고청운이 생각지도 못한 육택이 별안간 찾아왔다. 그는 비록 잠시만 앉아 있다가 일어났으나, 그래도 고청운과 술 몇 잔은 마시고 떠났다. 

‘정용후인 육택이 직접 와서 축하를 해 주다니.’

고청운은 육택을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자신을 보는 하객들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은 기만했다고 봐야 하는 걸까? 아니, 그래도 내가 덕을 봤으니 속였다고 하기는 좀…….’ 

그 스스로도 놀랐던 것이, 육택이 서신을 회신하면서까지 성혼 피로연에 못 온다고 뜻을 알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육택 본인이 이리 친히 방문해 줄 줄이야.

육택은 부모상 복상 기간이 막 끝났지만, 조정에는 아직 복귀하지 않았는데, 그가 과연 관직으로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국공부의 집안과 사돈을 맺게 된 고청운은 많은 관리들이 국공부의 피로연에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 집의 피로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특별히 친하게 지내거나 아니면 국공부의 피로연 초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일 텐데, 이렇듯 육택이 나타나니 깜짝 놀랄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피로연은 순조롭게 무사히 끝났다. 술잔을 기울이던 고청운은 뜨거운 분위기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에게 붙들려 결국 흐리멍덩해진 상태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게 되었고, 잔치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 * *

다음 날 간미가 그를 깨웠을 때, 고청운은 애써 어젯밤의 상황을 회상해 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미아, 내가 어젯밤에 술에 너무 취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지는 않았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도대체 내가 무슨 횡설수설을 했을까?’ 

간미가 그런 그를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당신이 무슨 허튼소리를 할 사람입니까? 술을 계속 마시시다가 정신이 혼미해지시더니 곧바로 잠에 드셨어요. 서두르세요, 저희는 오늘 빨리 일어나야 해요. 이따가 소석이랑 며느리가 차를 올리러 올 거예요. 말하자니 조금 이상하기는 한데, 전 어젯밤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소석이가 장가갔다고 생각하니 분명히 몸이 피곤한데도 왠지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어젯밤에 그녀는 부군이 곤히 자고 있는 모습에 질투가 났다.

고청운은 하하 웃었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법이라, 이제는 그가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 차례였다. 

* * *

문밖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오자, 영요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흐리멍덩하게 눈을 떴는데, 먼저 원앙이 수놓아진 금사 휘장이 시야에 들어왔고 몸에는 선명한 붉은 빛이 도는 얇은 비단 이불이 덮여 있는 게 보였다.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본 그녀는 몸에 전해져 오는 불편함을 느끼며, 마침내 이 낯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가 바로 이제 내가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야 하는 곳이구나.’

잠시 휘장을 바라보던 영요는 이런 생각이 들자 얼른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으나, 반대쪽 베개에 이미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실망했다. 하지만, 곧 다시 어젯밤의 일이 생각나 흰 얼굴에 삽시간에 엷은 홍조를 띠었다.

“아가씨, 노비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병풍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요는 “그래.” 하고 답하며 얼른 일어나 앉았는데, 자신의 몸에 배두렁이가 입혀져 있는 게 보여 마음이 놓였다. 

‘어젯밤 한밤중에 씻을 때 누가 입혀준 건지 기억이 안 나는데……. 설마 부군께서?’

영요는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도록 애써 신경을 썼다.

이때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나이든 여종이 계집종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계집종의 손에는 놋대야와 수건이 들려 있었다.

“김 아주머니, 시간이 어찌 되었지요?”

익숙한 사람을 보니 마음이 편해진 영요는 버릇처럼 노복과 계집종의 시중을 받으며 일어나 세면을 했다.

“방금 묘시(*卯时: 오전 5시에서 7시까지) 끄트머리가 되었습니다. 안방마님의 하인이 급하게 차를 권하러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하고 갔습니다. 어제는 너무 바쁘고 복잡해서 그들도 지쳐 계시다고요. 말씀하시기로는 아가씨께서 잠에서 깬 다음에 건너오시라며, 급히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하시더군요.”

김 씨는 침상을 정리하고 목합에 피 묻은 흰 비단천을 담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영요는 거울을 통해 이 광경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빨개졌고, 얼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가씨, 안방마님 쪽 사람들이 아주 상냥하십니다.”

열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계집종 하나가 놋대야와 수건을 놓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저희에게 다들 상냥하세요.”

“점취(点翠), 산호(珊瑚), 방금 아가씨께서 고씨 집안로 시집을 오셨으니, 너희들도 언행을 주의해야 할 것이야. 괜히 아가씨께 민폐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

“네.” 

두 계집종이 바삐 손을 맞잡고 응수했다.

“시어머니께서 호의로 말씀을 주셨더라도 나는 제시간에 맞춰서 가야겠구나.”

영요가 한마디를 던지자, 세 사람도 모두 동의하고 이후 서둘러 그녀의 옷과 매무새를 치장해 주기 시작했다. 

영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물었다.

“부군은?”

“큰 도련님께서는 아침 일찍 앞마당에 체력을 단련하러 나가셨는데, 제가 보니 어르신과 작은 도련님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함께 활시위를 당기며 연습하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김 씨는 방금 본 장면을 떠올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세 사람이 모두 활을 잘 맞추시는 걸 보니, 연습해 온 기간이 꽤나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고씨 가문은 문인 집안인데, 우리 국공부처럼 말 타고 활 쏘는 걸 연습한다고요?”

또 다른 갸름한 얼굴형의 여종이 의아한 듯 물으면서 영요의 머리를 조심스레 살포시 걷어 올리고 있었다.

“문인의 집안이어도 체력 단련을 중시해야 하지.”

김 씨는 이를 보고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과거 시험이라는 것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어찌 순조롭게 끝마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치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알면서도 행하지 못할 뿐이었다. 

“제가 어젯밤과 오늘 아침 자세히 주변에 물어보니, 고택에는 부리는 하인이 많지 않은 대신 규칙이 엄격하더군요. 하인들에게는 각자 맡은 바 일이 정해져 있었는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모두 소상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집사는 방충(方忠)이며, 그의 처인 혜향(惠香)은 예전에 안방마님의 몸종으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지금은 안뜰의 집사를 맡고 있습니다. 춘분(春分)과 한로(寒露) 두 계집종이 안방마님를 모시고 있고, 어르신께서는 여종을 두시지 않고 오직 소만(小厮)이라는 자와 서동만 두고 계신답니다.”

김 씨는 자신이 물어 알게 된 내용을 모두 소상히 알리고 난 뒤 한마디 더 덧붙였다.

“큰 도련님 곁에는 방행(方行)이라는 하인뿐인데, 집사와 혜향의 큰아들입니다.”

“잠깐만.” 

영요가 얼른 말을 끊었다. 

“자네 말은 부군 곁에 시중을 드는 하녀가 아예 없다는 말인가?”

그녀 생각에는 매우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 어제 저녁에 고택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여종이나 아주머니들을 보기는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중 도대체 어떤 여인이 부군의 몸종일지 추측해 보고 있었는데, 아예 여자 몸종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말을 들은 김 씨가 빙그레 웃었다.

“없습니다. 고씨 가문 어르신의 가정교육이 심히 엄격하시어, 도련님께서 직접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고택에서 부리는 사람은 적으나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친정의 어머님께서 사전에 집안 동향을 은밀히 알아보려 해도 얻으신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보니 도련님 곁에 지저분한 사람이 없어 번거로운 일은 많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고씨 가문은 그들 국공부보다 신경 쓸 일이 훨씬 적을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유모를 보내서 첫날밤을 치른 증거인 비단천을 받으러 오지도 않았지 않은가.

앞으로 계속해서 이 집안 안채에서 지내야 했던 그녀는 몸종들을 동반하여 시댁에 데리고 왔기에 자신의 사람들이 이 집안의 또 다른 여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에 대해 제일 먼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는 부부간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듣고 고씨 가문의 가규가 어떠한지, 또 정해진 규율들이 잘 지켜져서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안 영요는 기분이 언뜻 좋아졌다. 첩실도, 그리고 정을 통하는 시녀인 통방도 없다니, 자기 부군의 곁이 매우 ‘깨끗’한 것을 알게 되자 정말이지 기분이 좋았음은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고택에 하인이 이렇게 적었음에도 다행히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시집오며 데려온 하인들은 모두 장원에 가서 일하게 하고 자신의 곁에는 유모 하나와 여종 넷만 두면 되었다.

그래도 여종의 숫자가 시어머니보다 많으니 우선은 차를 올리고 나서 다시 부군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이어 김 씨는 영요에게 지금 시간이 난 김에 재빨리 한 가지 더 얻어들은 사실을 알렸는데, 특별히 알린 것은 바로 고삼원과 관계된 것이었다. 

“그는 이 댁의 하인이 아니라 고씨 가문 문중의 사람입니다. 도련님과 동일한 항렬이신데, 그의 큰아들 고전양(顾传阳)은 지금 바깥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한 지붕에 살고 있지 않고, 얼마 전에 고삼원 일가도 이사를 나가 밖에 따로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요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따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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