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73)화 (373/504)

373화. 혼인 (2)

고청운이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보니, 집안 곳곳은 온통 초롱과 오색천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붉은색으로 크게 쓴 희(喜)라는 글자도 여기저기 써 붙여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 모두 희색이 만면한 것이, 집안 전체에 퍼진 좋은 기운에 젖어 들며 기분이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오늘은 대단히 기쁜 날이었다. 하늘이 도와주었는지 햇볕이 쨍쨍하고 하늘도 높은 것이 날씨가 아주 상쾌하여, 정말이지 장가가기 좋은 날이었다. 고택에 있던 사람들 역시 이러한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이것들이 매우 좋은 징조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객이 너무 많아 장소가 부족할까 봐, 고택에서는 남자 하객만 접대하고, 여자들은 방택 쪽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얼마 전 방자명의 아내 하 씨(夏氏)와 그녀의 어머니 왕 씨(王氏)가 아이를 데리고 경성에 돌아와 있었는데, 고영량의 성혼식 참석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서(*方瑞 : 방자명의 아들, 서가아(瑞哥儿))의 9월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방서는 순조롭게 입학시험을 통과해 황립 서원의 학생이 되었다.

방자명은 휴가를 낼 수가 없어 성혼식에 하객으로 오지 못했다.

이번에 하 씨와 왕 씨가 일찍 돌아와 있어 준 덕에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고청운의 외사촌 형인 진교와 처남인 간유도 함께 있었기에 고청운과 간미 모두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청운아, 예서 아직 무엇을 돌아보고 있는 게냐? 빨리 량가아를 국공부로 출발시켜야지, 길시(*吉時: 길한 시각)가 다 되어가는구나.”

방인소의 외침소리를 들은 고청운은 주위 좌석 배치 점검을 하다 멈추었다. 

방인소 역시 새로 지은 피풍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기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고청운보다 더 즐겁게 웃고 있었다. 오늘 방인소는 자신의 친구 몇 명을 초대해 성혼 축하주를 마시러 오라고 했다.

“네, 바로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고청운이 얼른 대답했다.

전통혼례식에서 배당(*拜堂: 신랑, 신부가 천지 신령과 부모 등 웃어른에게 절하는 것 및 관련 의식)은 해질녘에 진행되었지만, 그전에 신랑이 신부의 친정집으로 신부를 데리러 가야했다. 

오후에 좋은 시간을 헤아려 출발해야 했는데, 이곳에서부터 주작대가(*朱雀大街: 장안에 위치한 중국 역사상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거대 도시에 위치한 큰길로, 계획도시답게 건축물과 도로가 좌우 대칭적으로 잘 정비돼 있음)까지는 거리가 비교적 먼데다가 혼례용 가마는 느리게 움직여야 하니 국공부까지 가는 데만 한 시진은 걸렸다. 

갔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중간에 다시 온 길을 돌아올 수도 없었기에, 고영량 등 일행은 점심을 먹고 나서 출발해야 했다.

고청운은 훤칠한 키에 미모가 빼어나기 그지없는 고영량이 진한 붉은색의 성혼식 복장을 한 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의 곁에 있는 한 무리의 벗들 역시 모두 의젓한 풍채가 물씬 풍기는 소년 무리인 걸 알아차리고는 절로 웃음을 띠었다.

“오늘은 자네들이 정말 수고를 많이 해 주는군. 내가 정말 고맙네.”

고청운은 두 손을 맞잡고 공수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여섯 명의 소년들은 간유를 제외하고 모두 고영량의 동창이거나 같은 해 과거 시험에 합격한 동기들로, 하나같이 아들과는 사이가 아주 좋은 벗들이었다. 이 중에는 거인이 3명, 수재가 2명이 있었는데, 거인 중 한 명은 해원(解元) 출신, 한 명은 아원(*亚元: 수석인 해원의 바로 아래, 차석 급제자) 출신으로, 경성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게 이름이 날 정도로 유망한 청년 준걸들이었다. 

고택 앞마당에 작은 놀이터가 있어 어렸을 때부터 가끔 놀러 왔었기에, 모두들 서로가 아주 친숙한 사이였다.

“고 숙부님, 안심하세요. 저희가 아량(*阿良: 고영량의 친구들 사이에서 부르는 애칭)이 순조롭게 신부를 데리고 오도록 돕겠습니다.”

소년들은 서둘러 답례하며 대답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품이 출중해 보이는 한 소년이 한 걸음 더 나서서 말했다. 그는 정4품 대리사 좌소경(*左少卿: 대리사는 소경 둘을 두어 관할 지역을 나누어 근무하게 하였는데, 절강, 복건, 산동, 광동, 사천, 귀주성은 좌소경이 맡고, 우소경은 강서, 섬서, 하남, 산서, 호광, 광서, 운남을 관장했다.)의 막내아들로, 고영량과 가장 친한 사이였다. 

“허허, 자네들이 나서준다니 나는 당연히 안심일세.”

고청운은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들 대부분이 황립 서원 출신이라 문무를 겸비한 인재들이었으니, 국공부가 아무리 까탈스럽게 나온다 한들 그들을 난처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매형, 길시가 되었습니다.”

간유가 히죽 웃으며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고청운은 큰아들의 인사를 받았고, 아들이 본격적으로 의장의 선두에 서서 국공부로 신부를 데리러 무리를 이끌고 출발해 그 무리가 멀리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며 배웅해 주었다. 

이들이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고택에는 초청했던 하객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하객들 중에서도 일찌감치 먼저 도착한 이들은 가장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었다. 

“신지, 축하하네, 축하해!”

일가족을 데리고 제일 먼저 도착한 장수원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연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두 손을 공수하고 감사를 표하는 고청운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 차 있었고, 아침에 침상에서 일어나 느꼈던 서운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했다.

경성을 떠나 지방직으로 3년간 부임하고 돌아온 장수원은 여행길이나 지방 생활에서의 고초는 없었는지, 여전히 당당한 풍채가 엿보였다. 그는 잠시 다른 하객이 인사하러 오지 않는 것을 보고는 바로 고청운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자네 집의 진가아도 조만간 고향으로 돌아가 내년에 현시를 치른다지?”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형님 집의 해가아(海哥儿)도 귀향하여 시험을 치를 예정입니까?”

고청운이 반문하며 장연해(张延海)를 힐끗 쳐다봤는데, 이때 이미 그는 고청운과 인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고영진과 수군수군하며 달려가 버렸다. 

“그렇다네, 당연히 귀향할 예정이지! 아이가 진가아가 시험을 보러 귀향한다는 말을 듣더니 저도 마음이 뒤숭숭해졌는지 매일같이 자기도 귀향해서 시험을 치르겠다고 졸라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원래 좀 더 기다렸다가 시험을 치르게 하려 했는데, 이리 단숨에 해치우듯 하겠다고 매달리니, 원.”

장수원은 말하면서 얼굴에 음흉한 웃음을 띠었다.

“현시까지는 그렇다 쳐도, 부시는 같이 시험을 치르겠군. 하하, 애초에 우리가 같이 시험을 쳤을 때에는 내가 부안수였는데 말일세.”

두 사람 중 하나는 임산현(林山县), 하나는 북산현(北山县) 출신이었지만, 같은 임양부(临阳府) 관할지라 부 단위로 응시생을 받는 부시(府試)에서는 자연히 마주치게 될 것이었다.

‘내 아들은 그 못지않은데.’

고청운은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도 빙그레 웃었다.

“장 형이 대단한 건 내 잘 알지요. 애초에 제가 장 형과 비교가 됐겠습니까. 이후 전 한평생을 얕보였지요.”

이 말을 꺼내자 장수원은 고영량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량가아가 다음 회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군.”

애초에 그는 연중소삼원(*连中小三元: 향시 시험 전인 3번의 작은 시험인 원시, 부시. 현시의 1등은 안수라고 지칭하는데, 이 3차례 시험에서 모두 안수를 차지한 사람을 이르는 말) 출신에, 해원(解元)에까지 등극했던 사람이었다. 

그때는 얼마나 의기양양했었던지, 다만 아쉽게도 경성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사람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 시간은 쫓아갈 수 없으니,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고청운이 ‘네’ 하고 답한 뒤로도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누었다. 

잠시 후 그들의 시야에 하겸죽이 보였다.

“청운이, 축하하네!”

하겸죽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를 보자마자 그의 팔을 두드렸다. 그의 곁에 있는 하허연은 제 아버지와 용모가 5~6할 이상 닮아 있었는데, 기질이 온화하고 우아한 것이 유난히 사람들로 하여금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는 것이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고청운이 공수를 하여 답례를 하자, 하겸죽은 하허연을 먼저 문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하하, 자네가 내년에 할아버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 보았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군.”

하겸죽은 머리가 새까맣고 눈빛이 여전히 빛나는 고청운을 바라보며 그의 예전 용모와 지금의 모습을 다시 한번 비교해 보았다. 그는 약간 검게 그을리고 살이 좀 빠진 것 외에는 변화가 크지 않았는데, 외려 그런 면모가 그의 기질을 더욱 성숙해 보이게 하자, 하겸죽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은 부러워졌다. 

‘시간은 정말이지 그를 각별히 아끼는 것 같군.’ 

하겸죽은 어린 시절의 아리따웠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니, 마치 어제 일만 같았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다니, 방자명은 분명 자네가 부러울 걸세. 그는 자네보다 2살이 더 많으니 말이야.”

“부러울 겁니다. 그가 보내온 서신에 이미 질투가 한가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내 어찌해도 사형만 못 한 걸요. 사형은 이미 손녀까지 본 몸이지 않습니까.”

고청운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당초 고영량이 고향으로 가서 향시에 임하고 있을 때 하허연의 아내는 이미 회임한 상태였기에, 하겸죽은 몇 달 전 막 희고 포동포동한 손녀를 본 참이었다. 

사실 고청운은 간미한테서 큰아들이 정혼을 한 이후부터, 하씨 가문의 마님이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교교(*巧巧: 하겸죽의 딸)는 더욱더 보기가 힘들어졌는데, 고청운은 이 일이 자신과 하겸죽의 사이에 영향을 끼칠까 봐 꽤 불안하고 두려웠다.

오히려 그는 하겸죽이 자신과 사돈을 맺지 않았다고 탓할까 봐 두려워하지는 않았는데, 여러 해 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하겸죽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형수님은 심기가 좀 불편했던 것이고, 교교 역시 혼사를 논하는 곳이 생겨서 자연히 집에 오는 횟수를 줄었던 것일 것이었다.

“사형 집에 교교의 성혼일은 정해졌습니까? 내 반드시 사형 집으로 성혼 축하주를 마시러 가겠습니다.”

고청운은 자신의 집안에 생길 미래의 손자, 손녀들을 생각하며 더욱 활짝 웃었다.

“좋네, 내년 초봄 정도로 날짜가 정해질 걸세. 자네 반드시 와주어야 해.”

하겸죽은 고청운의 말을 듣자 얼굴에 띤 웃음이 커졌다.

그들 부부는 몇 차례의 노력 끝에 마침내 딸을 위한 혼처를 정할 수 있었는데, 그 집안은 같은 월성에 있었고, 또 하겸죽의 진사 동기의 집안이었다. 상대는 지금 도감원(*都察院: 행정 기관을 감찰하는 관청) 도찰원의 정7품 도사(都事)직이었고, 담자례와 같은 기관에서 일했다. 

하겸죽이 올해 대리사에서 정7품의 평사(*评事: 대리사의 관직 중 하나)에 막 올라 두 집안이 서로 비슷한 위치였기에, 고청운은 하겸죽이 이 혼사에 매우 만족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다른 하객들이 차례로 도착하자, 이 뒤로는 더 이상 담소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고청운의 진사 동기인 초유와 담자례가 도착했고, 공번충도 하객으로 도착했다. 그가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인 줄만 알았던 고청운은 그가 직접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후 그가 아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옛 한림원과 호부의 동료들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조 낭중이 특별히 자신의 큰아들을 보내 방문할 줄은 몰랐기에 고청운은 적잖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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