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56)화 (356/504)

356화. 축하 (2)

이후 사흘째 되던 날, 고청운은 마침내 예부와 한림원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고, 고영량이 확실하게 향시의 1등인 해원을 거머쥐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청운은 주임 시험관 일행이 월성의 군성에서 며칠 노닐다가 상경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고영량이 상인을 통해 소식을 전한 것보다 늦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에 또다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한 집안의 부자가 둘 다 해원을 거머쥐다니! 심지어 둘 다 17세가 되었을 때 해원에 등극할 수가! 이 얼마나 큰 우연의 일치인가! 고청운을 떠올려 보고 고영량이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을 생각해 본 사람들 중엔, 고영량이 진사에 합격할 수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그 아이도 역시 아주 젊은 나이에 진사에 합격하게 될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고씨 집안은 많은 초대장들을 받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로부터 연회에 초대되었고, 특히 간미를 초청하고자 하는 곳이 많았다. 고청운도 호부에서 많은 관리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는데, 특히 지인들로부터 매우 환대를 받게 되었다. 이에 그는 아주 잠깐 자신이 마치 남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 * *

이날 사장정의 초대를 받은 고청운은 퇴근 후 바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는 사장정의 축하를 받으며 매우 활짝 웃고 있었다.

사장정이 그의 안색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며칠 동안 너무 웃느라 얼굴이 망가지지는 않았고?”

말을 하는 사장정은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정말 좋은 아들을 뒀네.”

“천만에, 천만의 말씀을.”

고청운은 공수를 한 채 미소를 띠었다. 이것은 인정 못할 만한 사실이 아니었다. 어느 집 얄궂은 아이들과 비교해서, 자기 집안의 아들들은 너무 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장정 역시 매우 기뻐하고 있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아이라 기쁨이 더 컸다. 

“아이는 언제 귀경할 예정인가? 아이에게 귀경하면 큰 선물을 주겠다고 전해 주게. 그나저나 내년 회시에 바로 참가하게 할 예정인가? 신지, 난 만약 아이가 전시를 치룰 때에 무슨 큰 죄를 범하지 않는 한 회원(*会元: 회시의 장원 급제자)으로 장원급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사장정은 연거푸 말을 해댔다.

“하하, 3연속 장원이라. 분명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테지!”

고청운은 앞의 질문에 대답한 후, 그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네만, 회원으로 합격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세.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회시를 치를 때마다 십수 명의 해원들이 모여들지 않은가. 누구나 다 그러한 영광을 누리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이뤄지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지.”

그 예로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일전의 장수원만 해도 그러했던 것이다. 그는 고영량과 똑같은 성적을 이룩했었는데, 수재가 될 때까지 연중소삼원(*连中小三元: 향시 시험 전 원시, 부시, 현시에서 1등을 한 사람)이라는 쾌거를 이룩하고 또다시 해원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 치러야 하는 회시에서도 회원에 등극하고자 3년간을 더 학업에 매진하여 시험에 응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중상 등급에 미쳐 그 실망이 극에 달했었다. 

하 왕조가 개국한 지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연중삼원(*连中三元: 향시(해원), 회시(회원), 전시(장원)에서 모두 1등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을 달성한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명분과 이익을 위해 모두가 암암리에 호시탐탐 이 자리를 노리며 노력했지만, 이를 거머쥔 사람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과거 시험에서 합격에 다다르는 과정 중엔 중간중간 수많은 불확실한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었는데, 연중삼원은 실제로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라 운마저도 반드시 따라야만 가능할 것이었다. 

고청운도 그 꿈을 꾸어보았지만, 그렇다고 강요하거나 또는 가족들과 이와 관련된 주제로 말을 나누어 본 적이 없었는데, 혹시라도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사장정은 잠시 생각해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좋네, 그럼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 우리가 오만하게 굴어 아이한테 폐를 끼쳤다는 말은 듣지 않게 해야지.”

사장정은 다시 아직 먼 곳에 있는 고영량과 관련하여 몇 마디 칭찬의 말을 늘어놓고는 고청운을 재촉하며 말했다. 

“자네 화본은 지난달에 결말을 맺었는데, 더 쓸 예정인가?”

고청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알고 있지 않나, 내 당분간은 쓰고 싶지 않네. 바삐 착수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화본까지 마음을 쓸 수가 없어.”

사장정은 고청운의 대답을 듣자마자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네의 이번 화본은 말미에 가서 아주 불티나게 팔렸어. 어찌나 잘 팔렸던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래 해적판을 만들어서 팔 정도였네.”

그 말에 고청운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 화본의 성과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연재가 되어 가자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후반에 이르러 예전 <매화 반지>에 필적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백사전>보다 더 광범위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청운은 그 이유를 짐작해 보았는데, 첫 번째론 자신의 필체와 글 쓰는 수준이 올라가서일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화본의 주제인 ‘도시는 어떻게 건설되는가’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분명 두 가지 요인이 다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각국 사람들의 풍습과 교제 방식에 대해서 상세히 묘사한 점도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데 한몫했을 터였다.

연재 중 또 한 가지 있었던 일이라면, 고청운은 자신의 화본을 통해 질병 예방에 있어 위생과 청결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는데, 독자들이 서신을 통해 말하기를, 자신이 쓴 화본을 본 후 개인의 위생에 더 잘 신경 쓴 덕분에 좋은 습관을 들였다고들 하였다. 

물론 독자들이 보내오는 서신들 중 주된 내용은 주로 도시를 어떻게 잘 건설해 볼 것인가에 대해 그와 토론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와 더불어 주변의 위협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모두들 아직까지도 서재 내 방명록에서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그중 일부 독자들이 밝힌 그들의 견해 중에는 고청운을 깊이 계발시키고 감동시킨 의견도 있었다. 또한, 그는 이 화본에서 숫자와 관련된 대목을 다룰 때면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했는데, 과연 이런 수법이 소용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화본이 인기를 얻은 후, 자연히 사람들은 작가에 대해서 또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모두가 그 증거를 찾아다니며 바로 고청운이 그 작가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고청운은 계속 침묵을 지킨 채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기에, 사석에서는 더더욱 그가 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사람들이 그에게 강제로 작가임을 시인하라며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우리는 이미 네가 작가임을 알아봤다.’ 하는 모습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덕분에 고청운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연재를 시작하면 몇 년을 계속 한 작품을 연재해야 해서 중간중간 업무가 너무 바쁠 때는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 연재를 중단한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독자들이 보내온 서신에 파묻힐 뻔한 일이 그에게 후유증을 남겼던 것이었다. 하여 가까스로 지난달 완결을 짓고 난 지금, 그는 당분간은 정말로 새 작품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한편, 지난번에 그가 투자했던 은자 700냥이 나중에 1,500냥이 넘는 은자라는 수익으로 변모했다. 고청운은 적당한 기회를 틈타 호부에 가산을 압류 당한 집에서 매물로 나온 논밭을 샀는데, 무려 200무에 달하는 질 좋은 논이라 집안의 가산이 한층 더 견실해졌다. 

이 밖에도 그의 이번 화본 작품의 수익 결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계산해 보니 은자 3~400냥의 수입이 추가로 더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불법 복제 문제만 아니었다면 수익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었다.

해외 무역에 관해서는 그는 잠시 투자를 중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왕가준이 수재에 합격한 이후로는 더는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고청운은 더 이상 왕씨 집안의 덕으로 수익을 편취하지 않고자 했던 것이었다. 필경 왕씨 집안은 이전 투자금에 해당하는 돈이 부족해서 자신과 협력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그랬을 테니 말이다. 

방자명에게도 물어보았는데, 그도 상황을 이해하고 물러나 주었다. 

고청운은 가산 상황을 점검해 보니 자신의 집안에는 돈이 모자라지는 않았고, 자신의 욕심도 그다지 많지 않아 무슨 호부(*豪富: 세력이 있는 부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기에, 지금의 자산 상황으로는 아이들의 혼사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해외 무역이란 위험 요소가 매우 큰 투자 방안이라, 만약 어느 날 해상 재난이라도 닥치게 되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제때 발을 빼서 수익을 지키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화본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네의 그 기하 뭐시기 하는 새 저서는 언제 내게 넘겨줄 수 있는가?”

사장정이 급히 그에게 물었다.

고청운은 퉁명스럽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기하상해(几何详解)>는 화본이 아닐세. 마음대로 써지는 책이 아니란 말이네. 그러니 자네가 재촉해도 소용이 없네. 내가 다 완성하지 못했다면 아직 완성이 안 된 걸세. 그리고 자네는 당당한 부마 나리면서 날마다 내가 언제 저서를 완성하는지 지켜보고 서서 무엇을 하는 겐가? 나를 너무 총애해 주는 것 아닌가?”

이 발언은 그의 속마음이었다. 본래 그는 지금까지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책을 출판할 때마다 사장정이 계속해서 추궁하며 재촉을 해대자, 이제야 그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내 즐거움일세.”

사장정은 당당하게 말했다. 뒤이어 그는 쥘부채를 흔들며 입안이 마르는 것을 느껴 급히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고청운을 한 번 노려보았다. 

“자네는 자네가 얼마나 복에 겨운 사람인지 모르지. 나 같은 주인장이 최전방에 나서 주는 덕에 자네가 이런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걸세.”

고청운은 그를 말로는 못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돌려 말했다. 

“그래, 자네가 쓴 그 희곡 책은 잘 팔리고 있는가?”

그의 책은 한 무리나 되는 사람들이 도와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성되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저번 달이 되어서야 겨우 서가에 진열될 수 있었다.

이 말이 나오자 사장정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하더니, 쥘부채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말했다.

“이제 막 판매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아직 판매 수량이 집계되지 않았네. 그러니 지금 물어도 소용없어. 자연히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네.”

고청운은 그의 사정을 잘 알 것 같았다. 그 역시 몇 권을 받았는데, 책 작가로 사장정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글쓰기에 참여한 사람도 몇 명 더 있었다. 

그는 원래 열심히 이 책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줄곧 연극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저 이 책을 뒤척이다가 졸려져서 결국은 책꽂이에 비치해 두게 되었다. 하지만 책 목록을 보니 아주 잘 써진 책임을 알 수 있었는데, 글이 조리 있었고, 내용이 상세했기에 그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쓰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더라니.’

고청운은 아래층에 있는 고삼원이 아직도 사 사장과 장부를 맞추어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2층에 남아 사장정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내 경성에 퍼지고 있는 항간의 소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화소보에 참 감사하고 싶네. 우리의 생활에 무수한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으니 말이야.’ 

고청운은 사장정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바라보며 은근히 속으로 생각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