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52)화 (352/504)

352화. 준비 (1)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며 왜 태자가 갑자기 고청운을 언급했는지,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것이 있는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고신지는 성당에 무슨 일로 왔느냐?”

태자는 손을 등 뒤로 뒷짐을 지고 서서, 눈앞에 있는 성당과 의심스러운 외국인을 보며 내키는 대로 한마디 물었다.

“톰, 공자께서 묻고 계시니 대답하시게.”

다른 수행원이 서둘러 톰 신부에게 말했다.

톰 신부는 그를 보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늘 찾아오는 관원으로, 관계는 나쁘지 않은 이였다. 마음속으로 짐작되는 청년의 신분이 있었지만, 톰은 내색하지 않고 진실을 말했다.

“미스터 고는 제게 라틴어를 배우러 오는 사람입니다. 그 전에는 영어를 배웠지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초유는 태자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보충 설명을 하였다.

“신지는 서양의 일부 지식을 들여올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의 언어를 먼저 배우고 나서 그 학문을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도 그것이 정통한 방식이지요.”

“확실히, 부황……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늘 거만하지 말라고, 다른 나라에 있는 좋은 것이 우리에게는 없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었지.”

화기(*火器: 화약의 힘으로 탄알을 쏘는 병기)의 경우가 그랬다. 화기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연신 찬성하며 한 무더기의 찬양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도 안색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도대체 기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초유는 그 모습을 보고 매우 상심했다. 그는 자신의 집 여식을 태자의 안채에 들여보냈기에 이미 태자와 같은 배를 탄 몸이었는데, 태자 스스로가 실력이 없으면 그들 집안 역시 태자 한 사람에게만 전력으로 매달릴 수가 없었다. 다만 군주를 모시는 것은 호랑이 옆에 있는 것과 같다고, 그는 대학사라는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태자의 곁에서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이 많이 들었다.

조금 전에 본 고청운의 뒷모습을 생각하니 초유는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왔다. 그의 걸음걸이만 보아도 그의 유쾌한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나에 비해 정말 홀가분하게 잘 살고 있구나!’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초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사람은 각자의 포부가 있고, 사람마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자신과 고청운의 자리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들, 그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 * *

한발 앞서 떠난 고청운은 그가 간 뒤 벌어진 일을 몰랐다. 이때 그는 이미 집으로 돌아와 방자명의 서신을 손에 들고 꼼꼼히 읽고 있었다.

“하하, 아쉽습니까? 부럽지요?”

고청운은 혼잣말하며 허허 웃었다. 그는 두 달 전에 아직도 절성(浙省)에서 지주를 하고 있는 방자명에게 서신을 보내, 고영진과 고경이 각자의 서원에서 공부를 잘하고 있으며 고영량은 고향으로 돌아가 향시를 보려 한다면서, 방자명 아들의 학업 상황과 공부 진도가 어떻게 되어 언제 낙향하여 시험에 응시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었는데, 그렇게 돌아온 방자명의 답장에는 질투가 가득 배어 있었다. 

방자명은 자신의 아이 역시 황립 서원 입학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었지만, 아이를 혼자 경성에 두는 것이 너무 불쌍하고 아쉽게 느껴진데다가 그 스스로 아이를 가르칠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어 아들을 경성으로 보내지 않으려 한다고 하였다. 

방자명이 그 집 아들을 그렇게 총애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청운은 은근히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일반적으로 자기 아이를 가르칠 때는 항상 너무 어려워서 손도 못 대고, 색안경을 끼고 아이를 보게 되어서 잘 가르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방자명이 항주에서 낳은 사내아이가 병으로 요절했으니, 그와 하 씨는 지금 남은 하나뿐인 아들에게 이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당연하기는 하였다.

“무슨 일로 그리 즐거우십니까?”

옆에서 간미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그녀는 지금 고청운이 쓴 화본의 초고를 가지고 있다가 그에게 질문한 것인데, 초고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 집중하며 원고를 살피다가 옆에 앉아 있던 부군이 소리 내어 웃고 있기에 눈길이 갔다. 

고청운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방 형이 쓴 서신인데, 요즘 서가아(瑞哥儿)는 독서에 전념하지 않아 방 형이 고민이 많은가 보오. 아니 글쎄, 나에게 서신을 써서 불평하고 있지 않겠소? 아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물어왔는데, 내가 진즉에 말해 준 것들 아니겠소. 집에만 가둬놓고 공부를 시키면 어찌 되는지 누누이 말을 해 주었건만. 차라리 밖에 있는 서당에서 공부하는 것이 낫지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말이오.”

물론 고청운은 자신의 말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자명은 아들에게 그래도 잘해 주는 편이었다. 따로 선생님을 모셔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아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이가 적적할까 봐 세 남매가 같이 공부하게 하였을 정도였다. 주아(姝儿)와 원아(媛儿)는 모두 동생을 총애하는 좋은 누이여서 방서(方瑞)는 자연히 집안의 패왕이 되었고, 성질은 두말할 것 없었고 유일하게 조금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방자명이었다.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지 않다고 하던가요?”

간미는 눈썹을 찡그렸다.

“제 기억으로는 어렸을 때 아주 총명했었는데, 우리 소석이와 비슷했어요.”

그들 같은 집안의 자제들은 과거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아이들을 독서를 하는 방향으로 키우도록 노력해야 하였다.

“아이가 너무 총명했기에 방심한 것이지요. 서가아는 할머니, 어머니, 누이들까지 모두가 총애하는 온 가족의 보배이자 응석받이이오. 방 형은 공무로 바쁠 텐데, 평소에 누가 그를 가르칠 수 있었겠소?”

고청운은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내 방 형에게 미리 말한 적 있소. 자기가 모질게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남들이 가르쳐 주는 것이 낫다고 말이오. 그렇게 똑똑하더라도 밖에 내보내 공부시켜야 사람 밖에 사람이 있다는 걸, 더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인데…….”

사실 고청운은 방자명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랬던 것이, 자신의 아이들도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잘못을 한 것을 알고 자신에게 응석을 부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어 버렸고,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괜찮아, 아이들이 이미 잘못을 알았으니 된 거지.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우리 아이는 사실 좋은 아이이고,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몰랐을 뿐이야. 크면 다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이성은 그에게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바로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하며, 그들이 커서 스스로 알게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그가 모질게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고청운은 방자명의 어린 시절도 알고 있었는데, 당시 그의 아버지 방인례는 방자명이 현학에 가서 공부하기 전까지 줄곧 집안에서 책만 읽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방자명이 화본을 즐겨 보는 이유였다. 혼자 외롭고 무료한데 하필이면 남들보다는 더 똑똑해서 공부하기 힘든 편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방자명의 아들 방서와 방자명의 상황은 서로 많이 달랐다. 방자명은 말하지 않았지만, 방인례는 그의 서자를 더 아꼈기에 방자명은 어머니에게 숨통을 터주기 위해, 또 자신을 위해 더 열심히 책을 읽었을 것이었다.

반면, 방서는 어릴 때부터 꿀단지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서 외종숙부께 아이를 경성으로 돌려보내 시험을 보게 하시는 것은 어때요? 그 아이는 우리 소아랑 동갑으로 올해 겨우 10살이니, 황립 서원에 들어가기 딱이지 않습니까.”

간미가 재촉했다.

“여기엔 우리랑 외조부모도 있으니까요.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말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나, 그가 그 말을 들어야지 말이오.”

고청운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시오, 다시 서신을 써서 독촉해 보도록 하겠소.”

이것이 바로 그가 지방관이 되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어느 지방의 교육 환경이 경성보다 더 좋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말을 마치자마자 고청운은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적었고, 곧 고삼원을 불러 서신을 빨리 부치라고 전했다.

* * *

7월 20일, 고영량과 고영동, 간유는 고향 임산현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군성에 향시 시험일보다 10여 일 앞당겨 도착한 후, 시험 날짜인 8월 9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험일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그들은 다른 수재들처럼 객잔에서 머물지 않았는데, 그곳 사람들이 수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돈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일찌감치 소만을 시켜 시험장 근처의 집을 하나 빌려두었는데, 값이 좀 비싸지만 지내기에 편했다.

고청평은 그들과 함께 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객잔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이날, 또 한 번 찾아온 수재들의 환영회를 마친 간유는 하인이 마당의 문을 닫는 것을 보고 기지개를 켰다. 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눈꺼풀을 늘어뜨린 채 시시하다는 듯 말했다.

“이 사람들 너무 귀찮게 하는구나. 닥쳐서 부처님 다리를 껴안는다고, 평소에 준비하지 않다가 일이 닥쳐서야 급해져서 우리에게까지 도움을 받으려 하다니. 그 왕 수재라는 사람 보았지? 우리가 시험 문제라도 미리 알 수 있을 줄 알았는지, 하는 말마다 졸렬하게 우리를 자극해대더라. 어투는 또 얼마나 질투가 배어 있는지! 아이고, 나는 듣고 싶지도 않았는데, 유독 그가 쉴 새 없이 지껄이는 통에 짜증이 다 났지 뭐야. 귀찮아 죽는 줄 알았어! 다시는 그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지! 그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어울리기 나쁘지 않았어. 다들 재능도 있고 학식도 있어서 그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이득을 보게 되더라.”

고영동이 어수룩하게 웃었다. 

그는 고백산의 복상이 다 지나서야 다시 시험에 응시하러 올 수 있었다. 원래는 그의 아버지도 시험을 치르러 왔어야 했는데, 요 몇 년간 공부에 진전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올해는 바로 다시 응시하지 않았다.

고영동은 그의 아버지가 체면 때문에 못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의 아들, 조카와 함께 시험을 쳤는데, 그들만 시험에 합격한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일까.

물론 어머니의 짐작이었지만, 사실이 어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너는 어찌 해도 남에게 미움을 사려하지 않는구나, 위선자!”

간유가 그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현에서 함께 공부하며 평소에도 사이가 좋았으나, 간유는 그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분명히 내심 싫어하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어수룩한 척하기 때문이었다. 

‘나쁜 역할은 다 나를 시키다니!’

“아니, 내 말이 틀렸나? 매형이 향시 부시험관을 두 번이나 지내셨다고 해서 우리한테 무슨 시험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만약 매형이 부시험관으로 다시 오신다고 하더라도 우리 쪽으로는 못 오실 텐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런데도 다들 하나같이 매일매일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오다니 우리가 여기서 무슨 금싸라기라도 줍는 줄 아나, 귀찮아 죽겠네. 도대체 공부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지겨워 죽겠어!”

간유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지 살짝 발길질까지 하였다.

그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 누가 그들의 거주지를 알린 것인지,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었기에, 주방의 불이 식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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