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32)화 (332/504)

332화. 축하연

고청운은 고개를 빼고 고삼원이 작성한 적정 주택 후보를 훑어보며 말했다. 

“요 몇 년 동안 장사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상경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사형, 주택을 매입할 것이면 일찍 사야 해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텐데 일찍 사는 게 그나마 이득입니다.”

하겸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돈이 모자란 걸까?’ 하는 생각에 고청운이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은자가 모자라다면, 저희 집에 빌려드릴 수 있는 은자가 좀 있습니다.”

고청운은 집에 아직 얼마나 많은 여윳돈이 있는지 속으로 가늠해 보다가 오늘 저녁에 간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봐 보겠네. 아내가 상경하고 나서 함께 상의한 뒤 다시 이야기하세. 나는 우선 여기 점택무(店宅务)에서 잠시 더 지내겠네. 임대료가 참 싸군 그래.”

결국 하겸죽은 이런 결정을 내렸다.

고청운은 물론 다른 의견이 없었다. 점택무란 조정에서 지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갓 상경한 관리나 새로 관리가 된 신입 진사들이 지내기에는 제격이었던 것이었다. 

* * *

시간이 흐르자 5월 초가 되어, 또다시 이별의 날이 되었다.

방인소와 연 씨, 고영량을 떠나보낸 후, 경성에 남은 고청운 일가는 모두 기운 없이 그들을 그리워하거나 장거리 여정의 안전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후자가 더 많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고청운은 이제 황립 서원에 고영진을 입학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하였다.

고영량이 과거 시험에 참가하려면 황립 서원에 휴가를 내야 했다. 하지만 휴가를 너무 오래 내야 했기에, 그가 내년 10월에 시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13세로, 황립 서원 졸업까지는 2년도 채 남지 않게 될 것이었다. 

고영량은 서원에서 성적이 좋아 겨우 12살에 갑원(甲院)반으로 월반을 했는데, 그 반은 13세에서 15세 사이의 소년들이 함께 공부하는 반으로, 이는 고영량의 학업 성취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갑원반으로 월반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시험에 뜻을 둔 사람으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황립 서원에서 마련한 과정을 끝마치고 졸업을 할 수 있다고 간주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고청운이 고영량에게 의견을 물으니, 고영량은 이렇게 된 김에 졸업 수속을 밟겠다고 하였다. 또한, 올해 고영진이 벌써 8살이 되어 황립 서원에서 기숙이 가능한 나이가 되었기에 고청운은 여러모로 상황을 재기 시작했다. 

‘서원 규정상 한 집에서 단 한 명의 아이만 입학 시킬 수 있는 이상, 우리 집의 소어는 지금 입학 조건에는 부합하는 거겠지?’ 

상담을 해 보니, 고청운은 의외로 서원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입학시험만 보면 되니 시험만 합격하면 입학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이에 고청운은 깜짝 놀랐다.

“나는 자네에게 도움이라도 청해야 할 줄 알았었네.”

고청운과 사장정은 낮은 소리로 고영진의 입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서원 사람이 의외로 말이 잘 통하지 뭔가. 요즘 입학 정원이 넉넉해진 겐가?”

일반적으로 4품 이상의 관리 가정의 자제에게는 쉽게 입학 기회가 주어졌는데, 고청운과 같은 집안에도 입학 조건이 성립했던 이유는 그가 교편을 잡을 사람이 없을 때 근무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 또한 통하지 않았더라면 고청운은 일정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예를 들면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사장정의 도움을 청해서라도 입학을 도모해 보고자 했을 터였다.

사장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외숙한테서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에휴, 우리 아들은 너무 어려 입학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 내가 여자 서원 쪽 사정은 좀 잘 알고 있지.”

고청운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의 두 딸이 모두 여자 서원을 다니고 있었으니, 그는 당연히 내부 사정을 잘 알 것이었다. 

이때 두 사람은 정용후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오늘이 바로 육훤과 영국공 적장손녀의 혼례식이 있는 날이었던 것이었다. 후부 안은 초롱을 달고 오색천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문과 창에는 모두 붉은색의 희(喜)라는 한자가 붙어 있었으며,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희색이 만면했다.

이 시대의 유지나 부잣집의 혼례 절차는 여전히 옛 풍습과 제도를 따르고 있었기에, 모두 황혼이 되어서야 신부를 맞이하러 나갔다. 만약 이곳이 시골이었다면 예식 진행의 편의를 생각해서라도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저녁에 연회를 거행한다는 것이 훨씬 번거로웠기 때문인데, 부잣집은 여유로우니 그만큼 많은 은전을 쏟아 부어 밤을 대낮처럼 꾸며 연회를 거행했다. 

다만 저녁 시간의 예식엔 좋은 점도 하나 있었다. 바로 고청운처럼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휴가를 내지 않고서도 퇴근 후에 찾아가 바로 연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용후부와 영국공부, 양가가 모두 조정의 중신이었으며 또 작위마저 있었다. 게다가 성혼을 하는 본인인 육훤 역시 차기 정용후가 아닌가. 비록 육택이 아무리 절제된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한들 이번 혼례식만은 주목할 만했다. 역시나 두 집안의 혼례가 거행되는 만큼 혼례식의 성대함과 화려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두 집안과 관계가 있든 없든 간에 틈을 엿보아 어떻게든 파고들어오고 싶어 했는데, 이 때문에 이날은 유난히 많은 인파가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다행히 후부는 힘이 있는 집안이라 이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안배되었다.

고청운은 후부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청첩장이 있어, 이날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후부에 당도했는데, 간미와 아이들은 이미 한발 앞서 도착해 지금 안채의 여성들과 함께 머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령 이 시대의 사회적 풍조가 개국 초기 때보다는 개방되어 있다 하더라도 남녀는 유별한 것이라 두 사람은 여전히 떨어져 다녀야 하였다. 그래서 고영진은 고청운을 따랐고, 고경은 간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결국 고영진은 여기서 서당 친구를 만나는 바람에 고청운의 곁을 지키는 것을 귀찮아하면서 빠져나가 벌써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어쨌든 후부는 너무나도 커서 어디든지 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고, 녀석들은 똑똑하니 후부의 하인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었다.

무슨 일이 날까 봐 걱정이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스갯소리일 것이었다. 급작스러운 의외의 사고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후부 안에서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육택의 능력을 의심하는 되는 것인데, 만약 그 정도로 허술했다면 황제가 자금성의 안위를 그에게 맡기셨을까.

육훤에게 인사를 한 고청운은 그의 흥분된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는 올해 겨우 17세이었고, 새 신부 역시 그와 동갑이었다. 

‘무장은 일반적으로 문관보다 일찍 혼례를 하는 편이었는데, 혹시 전쟁터에 나갈까 봐 빨리 출산을 해서 자손을 남기려는 이유일까?’ 

고청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육훤이 주인공인 날이었기에, 육훤은 그들이 얼마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또 불려가야 했다.

고청운은 육택의 냉엄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부드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흉터가 늘 흉악해 보였지만, 그래도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육택과 잠시 말을 나눈 고청운도 계속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아는 사람들과 좀 더 인사를 나눈 후, 고청운은 조용한 곳을 찾아 착석하려던 참이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정이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그제야 정원 한편에 자리를 옮겨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는 그들 둘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 중에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그 둘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청운은 이제는 그런 것을 보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고청운의 ‘일침황량’이라는 필명이 드러난 후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와 사장정의 관계가 좋은 친구 사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서로 상관없는 두 사람이 어떤 접점이 있어서 모이게 되었는지 의아해하기도 하였다. 

‘단지 화본만을 매개로 서로 알게 된 것인가?’

고청운은 사람들이 이런 것을 궁금해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질문에 단 한 번도 정면으로 대답해 본 적이 없이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는 그날 밤의 일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도 잘 보이지 않던 그 깊은 밤에 활을 직접 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던 그 느낌과 기억이 분명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부가 왔어요, 신부예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곳에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혼례식의 제일 중요한 볼거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고청운과 사장정도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파와 함께 예식을 구경했다. 

“일배천지!(*一拜天地: 첫 번째 절은 천지신령에게 드립니다.) 이배고당!(*二拜高堂: 두 번째 절은 부모님에게 드립니다) 부처대배!(*夫妻对拜: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합니다)

사회자의 고함소리와 함께 혼례 대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함께 걸어온 뒤 사람들 눈에서 사라져 멀어져 갔다. 고청운은 육훤을 향해 헛웃음을 지었고, 그의 늘씬한 뒷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속으로는 허전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기쁨이 더 컸다. 

젊은이들 한 무리가 장난치며 신방으로 쫒아 갔으나 당연히 고청운 등은 가지 않았다.

이어지는 것은 피로연이었다. 향긋한 안주와 좋은 술들이 물 흐르듯 자리로 올라왔다. 

그제야 고청운과 사장정은 각자 헤어지고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이들도 뛰어와서는 고청운의 소매를 잡아당겨 자신이 왔음을 알린 후, 다시 고청운 옆에 위치한 상에 앉았고, 6살 이상 된 아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고청운은 이따금씩 식사하는 고영진을 바라보았다. 고청운은 자주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사람들과 교제를 했는데, 그 횟수가 많아지면서 고영진이 이제는 결례도 잘 저지르지 않게 되었으나 그래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던 담자례는 고청운을 쳐다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그런 담자례를 못 본 체했고, 그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담자례는 주동적이었지만, 고청운이 그와의 대화에 주동적이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고영진 옆에 앉아 있는 저 피부가 희고 부드럽게 생긴 외모의 아이가 담자례의 아이인 듯했다. 이목구비가 담자례와 비슷하고, 나이는 고영진과 비슷해 보이지만 외모가 고영진보다 상당히 뛰어나고 고영진의 동그스름한 몸매에 비해 더 야위어 보였다.

이를 본 고청운은 고영진이 다른 아이들에게 가려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는 살을 뺄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