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20)화 (320/504)

320화. 야망

고청운이 이어서 가볍게 탄식을 하며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좋은 시기를 맞이한 거라고요. 10여 년 전 과거 시험을 치를 때보다, 지금이 우리 같은 농가 출신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말이에요. 형님, 저는 가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출발을 했으면 해요. 저는 아이들이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길로 들어섰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고청운은 아들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것이었다. 그는 집안이 여러 세대의 노력으로 차츰 문관의 집안으로 들어서 좋은 자원을 차지하고, 나중 세대 또는 2세대가 단절되더라도 중상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랐다. 

“그래서 우리 세대, 우리 집 아이들을 포함한 사람들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해요.”

고청운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절대 쉽게 포기해서는 안 돼요. 우리 아이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많게는 2대에 걸쳐 우리 집안은 점점 평범한 인가로 전락할 테고, 그 이후에 다시 앞으로 저처럼 관직에 나서려고 준비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더 많은 돈을 바쳐야만, 그리고 더 노력해야만 진입이 가능하게 될 겁니다.”

이러한 연유들이 바로 한미한 집안에서 벼슬자리를 꿰찰 수 있는 귀한 자제들이 나오기 힘든 이유일 것이었다. 그는 다행히 지금 새 왕조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위해 좋은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청명은 그런 고청운을 돌아보며 어리둥절해했다.

“하하…….” 

그 모습을 본 고청운이 갑자기 웃더니 고청명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형님, 이것은 제 야망이에요.”

이 발언을 하면서도 고청운은 자신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는지 속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예전의 자신은 마음속에 속마음을 꼭꼭 감춰두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고청운은 개의치 않기로 했는데, 어쨌든 고청명은 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청명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지금까지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이것은 그에게 어느 정도 충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혼란이 이는 것을 느꼈고, 생각이 얼기설기 뒤엉켜 어디에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고청운 역시 이 말을 한 후, 속으로 깜짝 놀라 몰래 주먹을 쥐고 자신도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는 날이 이미 훤히 밝아오며 마을 도처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일찍 일어나 밭에 나가 물이 대져 있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청명과 고청운은 마을 사람과 인사를 나눈 후 신속하게 돌아갔다.

“우리 마을 도로는 아주 깨끗한 편이네요.”

고청운은 분위기가 굳어지자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들 마을은 새로 지어진 마을로, 당초 조정의 통일 계획이 있던 곳이기도 하고, 큰할아버지인 고백산 역시 깨끗하고 정갈한 것을 좋아했기에 새로 짓는 건축물들도 가지런히 정비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보기 좋았다. 마을의 위생 또한 단연 훌륭한 편이었다. 오솔길에는 낙엽 외에는 다른 오물이 거의 없었다.

마을의 오물은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고 있다가 햇볕을 쬐어 말린 후에 하나하나 태워 버렸기에 일반 마을들처럼 지저분한 풍경이 연출되지 않았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이기도 하였다.

과연 고청운이 이 이야기를 꺼내자, 고청명은 웃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몇 마디 마을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바로 문중의 이야기로 주제를 넘겼다.

고청운은 이 일들을 열심히 경청했는데, 비록 할아버지 고계산과 이런 대화 주제를 나누기는 했으나 고청명이 또 다른 각도로 일을 묘사하자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듣게 되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고청운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는 큰할아버지 고백산이 있는 이상, 문중 내에서 무슨 불량배 같은 식솔이 생겨난다 한들 완전히 그 어르신의 손아귀에서 어떤 풍파도 일으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방희림네 몰아쳤던 거친 파도에 비하면, 고청운의 집안에는 그저 작은 물보라가 간간이 일었을 뿐이었다. 평온무사한 것은 자신의 집안에 있어 큰 행운이었다. 

어릴 적 공부할 수 있었던 일까지 떠올리던 고청운은 큰할아버지에게 더 고마워졌다.

“오늘 아침은 우리 집에서 먹는 것이 어떠하니?”

집 앞에 이르자, 고청명이 그를 초대했다.

고청운은 생각을 해보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고청운은 그의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마당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던 고백산과 마주쳤다.

그는 팔순 가까운 나이로 머리카락이 거의 하얗게 셌지만, 정신만은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는 씩씩한 노인이었다. 이제 마을과 족속 일은 거의 손을 놓고 고신하(*顾申河: 고백산의 아들)에게 맡기고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기에 근심 걱정이 거의 없었다.

고청운은 큰할아버지의 유일한 고민이 아직 고청명이 거인에 합격하지 못해서 고청량을 따라 상업 전선으로 뛰어들지는 않을까 근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큰할아버지도 이미 어느 정도 관대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되었다.

이때 고청운을 발견한 고백산이 반가워하며 외쳤다.

“청운아, 어서 와서 이 큰할아버지가 연마한 권법 좀 봐보지 않겠느냐? 하하, 큰할아버지가 사람을 모셔다가 배우고 있는 것인데, 잘 연마하면 장수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물론 좋습니다.”

고청운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큰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체득한 정권의 심득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저쪽에 있던 고청명은 자신의 아들인 고영동(顾永东)을 고청운의 집에 보내서 말을 전하게 하였다.

고영동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바라보던 고청운이 웃으며 물었다.

“동동이는 내년부터 시험에 참가하게 되는 건가요?”

그의 조카는 올해 나이가 16살로 학업성취가 나쁘지 않고, 본인도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기에 큰할아버지 댁의 집안에서 기대가 큰 인물이었다. 

고청명에게는 아들이 또 하나 더 있었는데, 고영량보다 한 살 적은 10살이었고, 이름은 고영남(顾永南)이었다. 

한편, 고청량은 임양부에 거주하며 보통 두 달에 한 번 정도 마을로 돌아와 생활했고,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고청운이 돌아왔을 때 고청량이 자신의 처를 데리고 온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모두 매우 영리했다.

고백산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년이면 시험을 치르게 되는구나, 성공하게 될지 아닐지는 한번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석이가 내년에 돌아오는 것은 정말 잘된 일이지. 두 사촌형제가 함께 시험을 치러 갈 수 있으니, 서로 돌봐줄 수 있지 않겠느냐.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노부는 너와 아명이의 어린 시절이 다시 생각나더구나.”

그가 말을 꺼내자 고청운과 고청명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고청명은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독서를 좋아하던 소년 시절, 그는 각고의 노력 없이 공부를 그저 그렇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나이가 많았고, 어린 시절보다 기억력이 떨어졌다. 

그는 한창 더 능력이 출중했었지만, 방종했던 어린 시절을 후회하다가 자신의 큰아들이 생각났다. 그는 그 아이가 자신과 할아버지가 정성껏 길러낸 아이이니, 자신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편 고청운도 역시 옛날에 공부를 시작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어, 마음속에 감정이 충만했다.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기회들을 아주 잘 잡아 오며 살고 있었다. 

큰할아버지 댁에서 고청운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조 씨가 부엌에 들어가 요리까지 하려고 하자, 고청운은 급히 말렸다.

“백모님, 충분합니다. 그렇게까지 많이는 먹을 수가 없어요. 이미 충분히 좋습니다.”

밥상 위에는 산채(酸菜) 한 접시, 뼈 곰탕 두 접시, 초록빛의 연하고 싱싱한 채소 반찬 두 접시가 있었고, 황금색이 도는 수란과 훈제 고기 요리도 하나 준비되어 있었다. 맛있는 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아주 표준적인 아침 식사가 되고도 남았다. 

“안 된다, 모처럼 어렵사리 우리 집에 와서 한 끼 먹는 것인데. 어젯밤에도 아남(*고영남)이가 강에 가서 생선 두 마리를 잡아 왔는데, 생선 요리를 좀 더 해 줄까?”

조 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집에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보다는 조 씨의 요리 솜씨가 더 좋았기에, 조 씨는 자신이 직접 나서고는 하였다.

고영남의 이야기가 나오자, 고청운의 입가가 실룩였다. 그 아이는 어릴 적 그의 사촌형처럼 물놀이를 좋아해서 자신의 막내아들이 그 아이를 잘 따라다녔다. 두 사람은 같은 바지를 입을 정도로 사이가 참 좋았다.

“아니에요. 집에도 생선이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소어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왔거든요.”

고청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조 사형께서 며칠 전에 몇 마리 민물 생선을 보내 주신 것도 아직 다 못 먹었습니다.”

조옥당은 예전 그대로였는데, 더는 과거 시험 준비를 하지 않고 수재에 머물렀다. 고청운은 그가 어떻게 집안을 지탱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다음 세대는 어떤 모습으로 키울 것인지 신경이 쓰였다.

막내아들이 소어와 자주 놀러 다니며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안 조 씨는 고청운의 말을 들었음에도 무리하게 생선을 내놓으려고 하다가, 조옥당이 보낸 생선까지 있다고 하자 더는 권유할 수가 없었다. 

조 씨는 자기 오라버니의 소식도 들었겠다, 그들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친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뻐했다.

고청운은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이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 * *

임계촌에서의 생활은 매우 평온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현에서 배첩과 각종 관공서에서의 초대장이 날아왔다. 이에 고청운은 온갖 방법을 강구하여 모두 거절하도록 하였고, 다행히 집안이 조용해졌다. 어쨌든 그는 친지를 방문하러 온 것이지 교제를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그는 분명히 잘 구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었다. 수많은 마을과 마찬가지로 임계촌도 여전히 이런 오래된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청운은 그 속에 있으면서 경성이라는 도시를 멀리하자, 번화가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마침내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경험을 총결산해 보았는데, 마음속에 더욱 자신감이 피어났고, 자신이 앞으로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스스로가 비뚤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친지들의 공부를 지도하는 것 외에 고청운은 역시 <기하학> 번역에 대부분의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는 고향에 있어 기분이 좋은 탓인지 번역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한 노력을 통해 영어 실력이 향상돼 번역이 더 잘된 것 같기도 하였다.

내년 초면 다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때 가서 전반적인 교정 작업을 마쳐서 출판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아라비아 숫자를 도입해 출판을 하게 되고 나서 닥쳐올 이후의 풍랑에 대해서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모든 비난을 견뎌낼 만큼 강인해져야 했고 제대로 각오하고 있어야 하였다. 

그의 새 화본 발간 일정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서 왕가 쪽에서 아직 무역선에 대한 소식이 없었기에, 자신이 투자에 참여한 선박이 무사히 돌아올지 몰라 아직 불투명했다. 고청운은 비록 수중에 돈이 모자라지는 않았으나, 우선 출간은 선박이 돌아온 이후로 미뤄 다시 구상을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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