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307)화 (307/504)

307화. 입장

시험장은 몇십 년에 걸쳐 천천히 수리를 진행하여 부지 면적이 매우 넓었다. 이때 내렴관은 내실의 내렴 처소로 들어갔는데, 군사들이 그 입구를 지켰다. 반면, 외렴관은 시험장을 외부를 둘러보았다. 

시험장 관련 조례 중에는 내, 외렴관이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기에, 고청운과 진 학사 외에는 누구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었다.

특히 합격자 명단이 나오기 전까지 시험지를 채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에 관여할 수 없었던 내렴관은 내렴 처소 밖으로도 나갈 수 없어 내렴 처소가 있는 정원에서 머물렀고, 식사 역시 끼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여보내 주는 것으로 해결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내렴 처소에 머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답안지 열람 기간에 따라 달라졌는데, 필경 내렴 처소에서 20일에서 한 달을 묵어야 했기에 내렴관들은 옷과 짐을 들여와야 했다.

시험장에 들어간 후, 진 학사는 과거 시험장 조례 규정을 모두에게 읊어 주었다.

“제위 여러분, 옷가지 등 휴대 준비를 마치지 못한 물품들에 한해서, 6일, 7일 이틀에 걸쳐 댁으로 사람을 보내 필요한 물품을 정비하여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허가하겠습니다. 8일에 거인들이 시험장에 입장한 이후로는, 총 3장의 모든 시험 일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각 댁에서 그 어떠한 물품도 추가로 반입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알립니다. 만약 이를 위반할 시에는 본관이 폐하께 사실대로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일부 성(省)에서는 시험 응시자 인원이 적을 경우, 수재들이 9일 새벽이 되어서야 입장했다. 하지만 상성은 규모가 꽤 큰 성이라서 응시 인원이 너무 많은 관계로, 8일 저녁부터 입장을 해야 했다.

“예.”

모든 관원들이 대답했다. 여기 모인 관원들 중에는 몇몇 품계가 높은 사람들도 있었으나, 이곳은 시험장 안이었다. 여기서는 정식 주임 시험관의 권위가 가장 크고 높았는데, 황제가 내린 성지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시험장에 입장한 사람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이틀간 휴식을 가졌다. 그렇게 8월 8일 오전이 되자, 고청운과 진 학사는 제1장 시험문제들을 내기 시작했는데, 늦어도 사시(*巳时: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는 문제를 작성을 완료해야 했다. 

시험 문제를 다 내고 나면, 즉시 각공(*刻工: 문자나 무늬를 새기는 사람)을 내렴으로 들여보내 다시 출입문을 봉했다. 이후 미시(*未时: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부터 시험지를 인쇄하기 시작해, 자시(*子時: 밤 열한 시부터 오전 한 시)까지는 시험지 인쇄를 모두 끝마치고 중간에 2명의 주임 시험관이 다른 10명의 내렴관들과 함께 회동하여 감독을 시작해야 했다. 

여기서 걸핏 작은 부정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자기 가족들에게까지 화를 입히게 되니 모두들 아주 신중했다. 

이후 8월 9일 여명이 밝아오면, 이 시험지들을 응시생들에게 나누어 주게 되었다. 

이렇게 향시가 정식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고청운 등의 사람들이 시험장에 들어서자, 이들을 지켜보던 수재들 사이에서 곧바로 그들에 대한 소식이 퍼져나갔다. 

사실 고청운과 진 학사가 이 지역의 땅에 발을 들인 뒤 그들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는데, 진짜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는 소문들이 그렇게 열심히 퍼져나갔다. 

만약 고청운이 소문의 현장에 있었다면 감복했을 것이었다. 누구의 소식통이 그렇게 빠른지 몰라도 그의 출신 배경부터 관련된 소문까지 말끔히 파헤쳐졌기 때문이었다. 

“진 대인은 산동 사람이어서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는 있으나, 고 대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와 이웃한 성이 고향이신 분이죠. 또한, 우리 상성의 방 대인과 진사 동기이십니다. 방 대인은 탐화이고, 고 대인은 전려로 8년 전에 함께 진사에 급제하셨는데, 급제 당시 나이는 불과 23세 밖에 안 되었다고 합니다. 방 대인과 동갑이시지요.”

이 사실들은 모두가 다 아는 것이었다.

“고 대인은 경성에서 꽤 유명한 분입니다. 그가 쓴 책은 아주 많은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두 권의 산술 서적이니 빨리 사러 갑시다.”

여기까지 말하게 되면, 모두들 소리를 낮추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뒤처진 자들로, 고청운과 진 학사의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는 그들의 이름이 적힌 책이라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단 한 권의 책도 구하기 어려워져서 이웃한 월성의 서점까지 북새통을 이루었다. 

특히 하가서적(何家书肆)이 유난히 북적였는데, 그들은 줄곧 고청운과 사장정과 연계되어 고청운이 출판한 모든 책들을 서점에 비치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의 산술 서적이 출간된 이래, 굉장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고청운은 일약 월선의 명사가 되었다. 하가서적의 주인과 고청운은 같은 진(镇) 출신의 지인이었기에, 더욱 대대적으로 이 책들을 선전하면서 서로 호혜적인 이익을 누렸다. 

“오늘이 초육일입니다. 모든 시험관이 이미 입위(*入闱: 과거를 치를 때, 응시자나 감독자가 시험장에 들어가다)했다고 하오. 진(陈) 형, 이번 향시에 자신이 있으십니까?”

주루의 창가 쪽 자리에는 청색 피풍을 차려입은 수재 3명이 잠시 사람들이 열렬히 토론하고 있던 소리를 조용히 들으며 앉아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의 듬직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하는 진 형(陳兄)과 그는 연배가 비슷했는데, 다만 의복의 재질이 상대방에 비해 떨어지는 재질인 데다, 그가 입은 옷은 이미 낡을 대로 낡아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보였다.

진교(陈桥)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형, 소생의 천부적 자질이 아둔한데, 이 자질로 시험에 붙는 것이 쉬운 일일 것 같소? 소생은 이미 두 번 낙방하고, 이번이 세 번째라오.”

“진 형, 자신을 비관해서는 아니 됩니다. 이번에 운이 좋으면 합격할지도 모르지요.”

세 사람 중 가장 젊은 나이에 옅은 남색 긴 피풍을 걸친 수재가 그를 위로하며 말했는데, 나이가 20살이 조금 넘어 보였다.

진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이나 시험에 낙방했는데, 어찌 인제 와서 이번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결국 자신의 학문이 부족함이었다.

“소생은 이번 향시에 자신 있습니다.”

옅은 남색 피풍을 입은 수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주임 시험관이 누구인지만 봐도 알 겁니다. 소생은 산술 학문에 정통하여 고 대인의 모든 서적을 자세히 연구해 왔지요. 감히 보증하건대, 고 대인이 시험관으로 계시니, 산술 문제는 틀림없이 고 대인이 내셨을 겁니다. 진 대인이 산술에 정통하다는 얘기는 들어 보질 못했거든요.”

성이 이 씨라는 자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장(蒋) 현제, 모든 서적이라 하셨소? 황량 선생의 화본도 포함시켜서 말이오?”

장 수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형, 제, 제가 언제 화본을 봤다고 그러십니까?”

장 수재는 이를 악물고 부인했다.

이 수재는 나이가 그보다 많았기에, 그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너무 심하게 장난치기가 어려워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정색을 하고 말했다. 

“좋네, 자네는 화본을 본 적이 없어. 내 우리 형제들이 화본을 본디 혐오하는 것을 잘 알지. 자네 일전에도 말하지 않았었나. 화본이란 것은 백해무익하고 매우 저속하다고 말이야.”

장 수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삐 허리춤의 침향목으로 만든 쥘부채를 뽑아 들더니, 왔다 갔다 하며 힘껏 부채를 흔들면서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진교는 이러한 상황들을 보면서 바로 주제를 돌렸다. 

“안타깝게도 방 대인은 강매양전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 전도유망하던 장래를 하루아침에 망친 형국일세.”

그는 말을 마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주제가 나오자 저쪽 주점 안쪽 사람들도 마침 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 대인은 지금 호부의 주사이고, 일을 유능하게 잘할 뿐만 아니라, 폐하께서 하사하시는 상까지 받았으니, 머지않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네. 우리 방 대인이 참 아깝게 되셨지.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지금쯤이면 한 부(府)의 주인이 되어있었을 것을.”

어떤 이가 탄식했다. 

방희림은 그들이 있는 상성이 배출한 인재로, 심지어 탐화로 진사 시험에 급제했었기에, 사람들은 고청운보다 당연히 방희림의 출세를 더 반겼다. 만약 이후에 누가 시험에 합격을 하든, 같은 고향의 선배가 관가의 고위관직에 있는 것도 좋은 점일 테니 말이다. 

“그렇지, 참 아쉽게 되었네.”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탄식했다.

바로 그때 예상외로 어떤 이가 냉소하며 말했다. 

“이 일에 아까울 게 뭐가 있소? 모두 그의 자업자득인 것을! 방 대인의 친족이 민전을 강제로 팔아치운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모함이라도 해서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게요? 이 일은 방 대인이 관할하는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일로, 그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가 억울할 것이 뭐가 있겠소.”

매우 무례한 말에 좌중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 난 곳을 찾아보니, 비단옷을 입고 용모가 준수한 청년 한 명이 쥘부채를 흔들며 서 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여전히 태연자약했고,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입가에는 여전히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

“저 사람, 기개가 넘치는군요. 누구죠?”

장 수재는 그를 보고 또 보면서 급히 낮은 소리로 물었다.

“현제는 모르는가? 그럼 동향 지인인 내가 알려 주겠네. 저 사람은 우리 담주부의 그 이름 유명한 두청(杜清)으로, 자는 군걸(君杰)이네. 13살에 수재에 급제했는데, 방 대인과 나이도 똑같고 같은 해 수재에 합격했지. 저 사람의 성격은 도도한 편인데, 두씨 집안에서 그의 성질을 좀 누그러뜨리고 3년 후에 다시 시험을 보게 시켰는데, 결국…….”

이 수재는 잠시 머뭇거렸다. 

“장 현제는 향시에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확실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네.”

“그런데 왜 아직도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장 수재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저 사람이 이 주루에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은, 이번 향시에 응시해야 할 수재임에 틀림없었던 것이다.

이 수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를 마시고 있는 진교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가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는 목소리를 더 낮추어 말했다. 

“그는 재주는 있으나 운이 없다네. 결벽증이 있는데, 향시를 치르는 장소가…… 실력 발휘에 지장을 좀 주는 곳 아닌가. 우리 진 형도 그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장 수재는 그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 향시의 환경적 요인이야 그간 들은 바가 있었으나, 그는 오히려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환경이 나빠 봤자 어디까지 나쁠 수 있겠는가? 과거 시험의 당락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어찌 결벽증 하나 극복하지 못할까?

“그는 방 대인과 관련된 말을 좀 무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장 수재는 그의 말투에서 무례함과 대담함을 느꼈다. 

“그 집도 대대로 관리 집안이라 방 대인을 무서워하지 않을 테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지,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이 수재는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는 사람이었다. 장 수재는 올해 갓 20살 초반이었고, 청천현(清泉县)에서 손꼽힐 만큼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었다. 진교와 이 수재가 두 해 동안 30살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장 수재가 더 장래가 유망하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만일 그가 거인이 된다면?

장 수재는 말을 듣고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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