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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290)화 (290/504)

290화. 종료

영 낭중은 계속해서 주의사항들을 마저 이야기해 나갔고, 뭇사람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영 낭중의 전술적 안배에 동의했다. 

그들은 승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만약 승리할 수 있다면, 분명 그들의 앞날에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었다. 최소한 윗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상관이 이 일과 자신을 한 번이라도 더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후반전에서는 쌍방이 각자 골대를 바꾸어 싸우게 되었다.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자, 주위 관중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서로 우렁찬 소리들이 뒤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청운은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육훤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들었다. 

여전히 열기는 뜨거웠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응원과 갈채를 보내주자, 고청운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청운은 고대의 사람들이 이렇게 잘 놀 때면, 매번 그들의 이러한 행위에 놀라 멍해지고는 하였다. 

징과 북소리가 울리자, 모두들 분위기에 전염이 된 것인지 바로 경기에 돌입해 적극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공을 끊고, 또 다른 사람에게 공을 전하고……. 하지만 이는 체력 소모가 심한 동작들인지라 천천히 모두의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마침 공을 받은 고청운은 도 주사를 등진 채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살폈는데, 영 낭중이 공을 달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두말없이 몸을 움직여 도 주사의 몸에 힘껏 부딪혔다. 

고청운은 그가 똑바로 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을 더 끌고 나아가 영 낭중에게 공을 힘껏 차서 넘겼다. 

영 낭중은 무난하게 공을 받았다. 그는 국공부(国公府) 출신, 즉 무관 집안 출신이었기에, 무관의 길을 걷진 않았지만 매일 아침마다 단련하며 몸을 가꾸는 것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덕분에 지금 보는 것처럼 좋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공을 찬 각도가 좋지 않아 상대방 수문장에게 공이 가로막히고야 말았다. 

“아이고!” 

경기장 밖에서 아쉬움에 찬 탄식 소리들이 들려왔다. 

영 낭중도 아쉬운 듯 주먹을 쥐고 휘두르며 자못 낙담했다. 

경기는 계속되었다. 모두들 체력이 부족해졌는지, 예부 사람들은 뒤쪽의 자신들의 골대 앞으로 몰리며 수비에 집중하는 모양을 보였다. 

호부쪽 사람들은 당연히 비기는 것으로 끝나는 경기가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선제 점수를 땄으니 더욱더 힘을 내 공격에 치중했다. 

시합이 끝날 시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지부진하게도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다들 같이 축국 경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누군가가 공을 강탈하면 모두 공을 전해 줄 때 몰려들어 수작을 부리곤 했던 것이었다. 때때로 이런 동작들이 관중들의 갈채를 불러일으켜 분위기를 매우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천천히 거의 모든 사람들의 체력이 고갈되어 갈 때 즈음, 바로 이때 고청운이 기다리고 있던 기회가 왔다.

그는 경기장에서 민첩하게 뛰어다니며 도 주사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대부분 몸을 직접 부딪치는 동작들이었다. 두 사람의 몸매는 거의 비슷했지만 도 주사는 말랐고 고청운은 튼실했기에, 상대방은 당연히 고청운을 버티지 못했다. 

좁은 길에서 적을 만나면, 용감한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 않던가. 

곧 고청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체력적으로 스스로 아직 충분하다는 확신이 있었던 고청운은 다시 한번 도 주사를 따돌린 뒤, 그대로 공을 차며 상대 진영으로 돌진했다. 

그는 두 사람을 연속으로 제쳤지만, 주변에 점점 더 사람들이 많이 따라붙자, 그제야 영 낭중에게 공을 차 건넸다. 

모두들 일찌감치 영 낭중을 주시하고 있을 줄 몰랐는데, 영 낭중이 공을 받자마자 세 명이나 그를 에워쌌다.

영 낭중은 깜짝 놀라 고청운을 돌아보고는 빈 공간으로 달려가 두말없이 공을 다시 차 그에게 넘겼다. 공은 날아가다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서 좀 높게 날아갔다.

“조심하게!” 

그가 보다 못해 소리쳤다.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본 고청운은 섬광같이 펄쩍 뛰어올라 좌우 양쪽 발목으로 연속으로 공을 차며 오랫동안 연습한 원앙괴(*鸳鸯拐: 무술 동작으로, 좌우의 발로 연속으로 공을 차서 보내는 기예를 말함)를 선보였다. 

슈욱! 

고청운은 공을 걷어찬 후, 골대를 바라보았다.

“아!”

“원앙괴다!” 

누군가 소리쳤다.

경기장 밖은 삽시간에 뭇사람의 고함으로 가득 찼다. 

고청운이 이렇게 큰 힘을 실은 힘찬 발차기로 기습적으로 골을 넣을 줄은 몰랐던 수문장을 포함한 상대 팀은 서둘러 달려들어 공을 저지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수문장의 손만으로는 공을 저지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눈을 부릅뜬 채, 공이 골대로 향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막 골대에 부딪칠 것 같았던 공은 잠시 후 그대로 다시 바닥으로 뚝 떨어지더니 얌전히 데구르르 굴러 골대 안에 들어갔다. 

공이 들어갔다! 골이다!

“아-.”

고청운이 한 바퀴 구르며, 양손을 바닥에 짚으며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는 다시 한번 공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절로 양손에 주먹을 쥐고 힘껏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이렇게 흥분될 수가! 내가 공을 넣다니? 하하, 너무나 좋지 않은가! 정말로 운이 좋았어.’ 

그는 자신이 공을 넣을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와!” 

공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지축이 흔들릴 만큼 대단한 기세를 보였다. 경기장 밖의 관중들 중에는 발을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고, 껑충껑충 뛰고 있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필사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땅바닥이 들썩이는 듯한 비명과 고함소리가 장내를 발칵 뒤집어놓을 정도였다.

장외의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사이, 장내의 동료들이 급히 달려와 고청운을 얼싸안으며 힘껏 흔들어댔다.

“아주 좋아, 아주 잘했네! 하하, 신지! 정말 잘했어! 우리가 이겼네!”

장외의 향이 곧 다 타들어 가고 있었으니, 이제 경기 종료 시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었다.

예부의 사람들은 안쪽에서 뒹굴고 있는 축국공을 보면서 얼이 빠져 우두커니 있었다. 후반전 내내 실점 없이 잘 지켜오다가 뚫려 버린 것이었다. 

‘역공! 즉각 역공이다! 절대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남은 시간 동안 고청운네 팀은 철저히 방어하며 예부의 필사적인 일격을 막아내야 했다.

그리고 끝끝내, 예부 팀에게는 애석하게도 고청운의 팀은 더 이상의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 팀의 체력도 한계가 있었는지, 결국에는 2대 1의 점수로 고청운이 속한 쪽의 승리로 경기는 끝이 났고, 이렇게 경기의 막이 내리게 되었다. 

고청운네 팀은 매우 기뻐했다. 이번에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니 정말 잘되었다.

‘앞으로 축국 경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고청운은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정말이지 중독성이 강한 자극이었기 때문이었다. 

* * *

시합이 끝났고, 고청운 쪽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왕 경기에서 이긴 이상, 당연히 승리 팀인 그들에게선 당당한 풍채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예부의 패거리들 역시 경기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풍채가 아주 좋은 것이 아닌가. 

시합 후 양 팀의 선수들은 육택의 지도하에 서로 마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마주 보고 선 이들의 웃는 모습에 고청운네 팀은 두피가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각 팀의 경례가 끝난 후 육택이 최종 승리를 선포하자, 장내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하며 날카로운 고함소리로 가득 찼다. 

경기 후에는 별다른 후속 진행이 없었기에, 모두들 그제야 천천히 흩어지면서 때로는 뭉쳐서 분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장 내외가 비할 바 없이 소란스러워졌다.

고청운은 동료들과 아까 경기의 득실점에 대해 논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직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는 데다 해까지 너무 따가워지자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불편해져 각자 흩어졌다.

장수원과 고청운은 함께 걸었다.

“이 옷은 제가 가져가서 잘 세탁한 후에 돌려드리겠습니다.”

자신이 신고 있는 신발을 쳐다본 고청운은 집으로 돌아가 바로 새것 한 켤레를 구입 해서 동료에게 보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신어댄 신발을 그대로 다시 돌려주기가 미안했던 것이었다. 

“그 옷은 내 자네에게 줌세.” 

장수원이 그의 어깨를 감싸고 웃으며 말했다. 

“아까 자네의 그 원앙괴는 정말 대단했네. 우리 쪽 사람들이 모두 패배를 승복할 만큼 아주 잘 찼어.”

장수원이 이 이야기를 꺼내자 고청운 역시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하하, 사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공이 들어갈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운이 좋아서 된 것이지, 만약 한 번 더 해 보라고 했다면 공이 들어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원앙괴는 축국에 있어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 동작 중의 하나였다. 그 외에 다른 풍파하(风摆荷), 불정주(佛顶珠), 한지습어(旱地拾鱼) 등도 모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축국 동작들이었다. 

그중에서 원앙괴가 가장 전설적인 이유는 송나라의 고구(高俅)라는 인물이 송휘종(*宋徽宗: 북속의 8대 황제)의 앞에서 바로 이 원앙괴를 빼어나게 선보인 덕에 급기야 벼슬길에 올라 부를 거머쥐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는 매우 고무적인 면이 있어, 현재 축국을 배우는 사람들은 모두 이 원앙괴를 연습하고는 하였다. 고청운도 역시 남몰래 아주 오랫동안 연습을 해왔는데, 그 덕에 경기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운도 실력이 아니겠는가.”

그 말에 눈빛이 어두워진 장수원은 좌우를 한 번 휘둘러보더니, 그를 놀리며 말했다.

“그간 내가 길을 걸을 때면 아낙네들이 나만을 쳐다봤는데, 오늘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 아가씨들이 어째 자네를 보고 있을까.”

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그 말의 속뜻을 깊이 생각해 보라는 느낌을 풍겼다.

고청운은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어깨에 있던 그의 팔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며 원망하듯 말했다.

“온몸에 땀범벅을 해서는, 이러면 너무 끈끈하지 않습니까.”

‘땀만 뻘뻘 흘리는 두 사내가 붙어있는데, 뭘 볼 게 있다는 말이지?’

장수원은 곧바로 그에게서 멀리 떨어져 주었다. 

방자명이 항주로 부임한 이후 두 사람은 이전보다 가까워졌다.

고청운은 간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장수원의 처도 함께 있었다. 

‘어쩐지 장 형이 나와 함께 걸어오더라니.’

“장 형, 오늘 공을 열심히 차던데 무슨 연유라도 있습니까?”

고청운이 물었다. 그는 진즉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수원은 본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땀이 많이 흐르는 것을 꺼리던 사람이 오늘 이렇게 뛰어다니며 노력할 줄이야.’ 

“자네, 세심한 것은 여전하구만.”

장수원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턱을 치켜 올리고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집 해가아(*海哥儿: 장수원의 첫째 아들의 애칭)가 올해 7살이네. 자네 집 둘째보다 한 살 더 많아. 난 자네 집 장남이 이리 어린 나이에 철이 든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어, 우리 집 장남을 황립 서원에 입학시키고자 한다네. 그래서 아들의 입학일로 도움을 줄 만한 이를 찾고 있었지. 다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원한다면, 나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의 축국 경기가 바로 그 좋은 기회였지.”

그 말에 고청운은 그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장수원은 그보다 3년 앞서 진사에 급제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이 여전히 정6품 예부 주사에 머물러 있었다. 지방관으로의 부임이나 큰 공적을 쌓거나, 혹은 부서 이전도 없다면 종5품 원외랑으로 승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었다. 

게다가 사람은 제각각 맡은 자리가 있다고, 예부에서 더 빈자리가 나지 않으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것 외에는 더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그의 스승인 양 대인은 작년에 이미 사직하고 낙향한 상태였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장수원은 스승님의 덕을 볼 수 있어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준비를 해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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