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289)화 (289/504)

289화. 동점

축국 경기는 매 장면, 장면마다 치열한 대항을 해야 했다. 한 번 경기가 시작하면 제자리에서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빠른 흐름에 맞추어 함께 뛰어다녀야 했기에 체력 소모가 대단히 큰 운동이었다. 

양쪽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였다. 고대 세계에서는 이 30대라는 나이가 결코 적은 게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할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 나이였으니 말이다. 

아주 젊은이들과 비교는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전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뛰어다녀야 하니, 불과 15분 만에 고청운의 체력적인 장점이 두드러졌다.

고청운이 모든 경기장을 통틀어 가장 젊은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20살 초반을 갓 넘긴 젊은이가 두 명 더 있었는데, 그들의 체력이 더 좋고 기교 또한 출중했다. 그들을 전담 수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두 번이나 그들의 골이 터졌을 것이었다.

주동적으로 골대를 지키러 간 노 낭중은 확실히 수문 쪽으로 대단한 실력이 있었다. 공의 방향에 대한 예측이 정확했던 것이었다. 역시 십몇 년간 축국을 해 온 노장다웠다. 

전체적인 경기 상황은 양측 모두가 필적한 상태였다. 서로 실력이 엇비슷해서 그 누구도 골을 넣고 있지 못했을 때였는데, 스스로에게 기회가 온 것을 직감한 고청운은 경기 전에 미드필더 역할로 미리 예정되어 있던 자들의 불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동적으로 전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며 기회를 모색했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어 어찌나 기쁜지! 이는 자신의 책략이 옳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 아닌가!

고청운은 무의식중에 상대 팀을 한 번 돌아보았다. 예부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의 멍했던 상태에서 회복했는지, 한데 모여 소곤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육택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것을 확인하고는 징을 한 번 울리고 소리 높여 외쳤다. 

“호부에 점수 인정, 경기 계속!”

이윽고 경기가 계속되었고, 고청운은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부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히 밀착 방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청운을 수비하는 자의 성은 도(陶)씨로, 은음 제도를 통해 입관한 젊은이 귀족 자제였는데, 몸이 매우 건장하고 키도 고청운과 비슷했다. 

이 밖에 장수원까지 고청운을 수비하러 나섰다. 그는 틈만 나면 고청운을 막아선 뒤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신지, 나는 왜 자네가 이렇게 축국을 잘하는지 몰랐지?”

고청운은 몰래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제가 자화자찬하면서 다닐 수도 없지 않습니까.”

장수원은 새하얀 이를 드러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청운을 수비할 때 더욱 세차게 그를 몰아넣었을 뿐이었다.

장수원의 수비 행태는 그나마 허술한 편이라 고청운에게 빈틈이라도 보였지만, 도 주사의 수비 동작은 고청운을 자못 불편하게 만들었다. 고청운은 하는 수 없이 그를 계속 달고 다녀야 했는데, 마치 몸에 엿을 붙이고 다니는 듯했다. 공을 받을 때, 그리고 공을 처리할 때, 모두 아까보다 동작을 더 빨리 해야 했던 고청운은 확실히 아까처럼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자네, 대단하구만. 자네가 없으니 자네 쪽 사람들이 공을 넣기 힘들겠는데?”

두 사람이 뒤에서 잠시 처져 있을 때, 고청운이 한마디 건넸다. 

도 주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제 상관이 당신을 경계하라고 한 것이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대인, 너무 잘 뛰시는 거 아닙니까?”

‘나보다 6살이나 어리면서 왜 그가 더 힘들어 보이는 걸까?’

고청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나는 평소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이라네.”

상대의 눈 밑이 옅게 검푸른 색이 된 것을 보며, 고청운은 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준비한 향 한 대가 다 타들어 가고 전반전이 끝이 났다. 고청운이 움직임에 구속을 받는 데다 호부 팀원들의 기량이 예부 사람들에 비해 떨어져서인지, 호부 팀은 전반전 종료 직전 한 골을 허용하고 말았고, 양 팀은 동점이 되었다.

고청운은 가족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 것 같았다. 

‘30분밖에 뛰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도 땀이 많이 날 수가 있지?’ 

그는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보았는데, 지금은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간이라 다행히 해가 아주 뜨겁지 않았다. 

“저놈들이.” 

영 낭중은 상대 팀이 흥분해 있는 모습을 보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눈을 뒤집었다. 자신이 방금 전에 더 격동된 모습을 보였었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 

* * *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 사람들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는데, 특히 선수 가족들은 더 열렬히 그들을 격려해 주었다. 설령 이 경기가 비기게 되더라도 모두들 그렇게 낙담하지 않을 것 같았다. 

“부군, 이쪽으로 오세요.”

간미가 손수건을 흔들며 고청운의 주의를 끌었다. 

고청운은 빙긋 웃으며 동료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자신의 가족들이라 관람하기 좋은 칸막이 쳐진 자리를 얻을 수 있었는지, 위치가 바로 경기장 옆이었다.

“잘하더구나.” 

방인소도 웃으며 일어나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하다니요? 굉장히 잘했지요! 우리 청운이가 얼마나 공을 잘 전해줬습니까? 제대로 잘 전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1점이라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연 씨는 방인소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고청운은 손을 내저으며 연신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할머님, 너무 칭찬해 주지 마세요. 자만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매우 기뻤는데, 스승님에게 아주 오랜만에 칭찬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좀 쉬거라.”

방인소는 그의 땀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물통을 가져오라 재촉했다.

“가서 물 좀 마시거라. 미아랑 사람들이 따듯한 물을 저쪽에 이미 준비해 놓았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간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그녀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간미의 희고 보드라운 얼굴은 햇볕에 너무 쬔 것인지 아니면 너무 흥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볼이 불그스름한 게 매우 아리따워 보였다.

그녀는 두 손으로 손수건을 움켜쥐고 그가 있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부군, 힘드시죠?”

고청운은 고개를 가로젓고 잠시 생각해 보고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고 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들지 않았소. 그런데 당신 목소리가 왜 이리 쉬어 있소?”

고청운은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동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방금 함께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동료들은 다들 숨이 턱턱 막혀 했고, 매우 피곤해 보이기까지 했다.

간미는 얼굴이 달아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보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간미는 잡혀 있는 손을 바로 빼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결혼한 지 한참 된 부부인걸. 내가 무슨 미혼 처녀도 아니고, 뭐 두려울 게 있어? 게다가 내 소매가 이리 넓으니 사람들도 보지는 못하겠지.’

“어머니가 아까 소리를 너무 질렀어요. 어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랬습니다. 아버지, 사람들이 다 아버지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응원했어요.”

소석의 맑던 목소리도 조금 쉬어 있었다. 그는 주위를 한 바퀴를 둘러보며 감격하여 말했다. 

“아버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경기를 보고 있어요. 보세요, 주변이 모두 다 사람이에요. 그리고 아까 어떤 사람은 아버지 보고 ‘황량 선생’이라고 부르던 걸요.”

뒤에 한 말은 누가 들을까 봐 일부러 소리를 낮춘 것 같았다. 

고청운은 일순 ‘헉’ 했다. 그도 경기장에서 뛰면서 그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미 몇 년째 화본을 쓰지 않고 있음에도 그 이름을 응원해 주시는 사람들이 있자 속으로 아주 기뻤다. 

필경 밖인지라 고청운은 간미의 손을 금방 놓아주었다. 눈을 돌려보니, 과연 경기장 주위가 모두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지 평지 쪽뿐만 아니라 3면의 산언덕 쪽마저 다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자리를 잡지 못해 나무 위로 올라가 있었다.

아까 평소 호흡을 되돌리고 간미를 찾기에 급급했던 고청운은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사람들이 있는 줄은 몰랐었기에 지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곧 군중 속에서 뚜렷한 경계가 지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한쪽은 평민 백성들이고, 또 다른 한쪽은 귀족이나 관리 집안사람들로 서로 섞여 있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또 어떤 사람들은 놀랍게도 목재를 사용해 높은 단청 누각 몇 채를 세웠는데, 누각 위는 정자였고, 정자의 사방은 주렴으로 둘러쳐 있어 그 위쪽에서 굽어보면 경기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정자 안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어렴풋한 모습도 얼핏 비쳐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누각 아래에는 한 무리의 병사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아마도 소위 말하는 큰 인물이라는 사람이 그곳에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호부상서도 정2품의 고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저런 형세는 차릴 법 하다고도 생각되었다. 

“사람이 어쩜 이리도 많을 수가.”

고청운은 중얼중얼 한마디 했다.

방인소가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 고경을 안아든 채 답했다.

“누가 축국을 하고 있는지 좀 보려무나.” 

고청운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의젓하기 그지없는 관료 나리들이 경기장에서 공 하나를 쫓아다니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정말 볼 만한 구경거리 같았다. 

어쩐지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더라니! 특히 평민 백성들이 보기에 굉장한 구경거리였을 것이었다.

그러나 꼭 그들만이 아닌 다른 관료들도 기이한 마음에 이 모습들을 구경하고 있을 터였다.

“아버지, 물 좀 드세요.”

소어가 계속 같은 말만 되뇌다가 드디어 그에게 물 한잔을 건네주며 새까맣게 큰 눈이 번쩍 반짝였다.

“아버지, 정말 잘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당연히 공을 잘 차시지. 흥, 나중에 어떤 사람들이 아버지께 따라붙지만 않았어도 더 잘하실 수 있었을 거예요.”

소석이 수건을 집어 들어 발끝에 대 주고, 고청운의 땀을 닦아 주며 말했다.

고청운은 숨이 평소처럼 가라앉자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아이들이 들어주는 시중을 받으며, 방인소의 무릎 위에 있던 고경을 끌어안았다.

“아빠, 냄새나.”

고경은 그의 품에 엎드려 작은 눈썹을 찌푸리고 작은 몸을 곧게 세우더니 다시 간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말에 모두들 한바탕 웃기 시작했다.

“나쁜 녀석.” 

고청운은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이 아버지를 차버리다니!”

그가 물을 막 마시고 났을 때, 저쪽에서 영 낭중이 사람들을 소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고청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 * *

모두들 한데 모여서 후반전의 전술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안심들 하게, 후반전엔 분명히 이길 수 있을 것이야. 우리가 이렇게 힘들면 그들도 그만큼 힘이 빠져 있을 테지.”

영 낭중은 여러 사람을 격려하면서, 중점적으로 고청운을 언급하며 말했다. 

“신지, 뛸 수 있으면 좀 더 뛰어주게나. 본관이 보니, 성이 도씨라는 그 녀석도 이미 체력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더군. 어젯밤에 겨우 조금밖에 잠을 잘 수 없었을 테니, 자네를 상대하기에 부족할 게야.”

그는 전반전 경기를 하는 동안, 고청운의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니 더 잘 알 수가 있었다. 

교체할 수 있는 선수들만 더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모두들 더 많은 선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오판을 하고 말았다. 다만 다들 비슷한 신분이라, 교체 선수로 뛰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었다. 이런 일은 강요를 해도 잘 안하려고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 축국 경기는 임시로 결정이 나서 치러져서 여유 인력을 모으는데 시간이 충분치도 못했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그의 예측과도 비슷했다. 상대방이 젊다고 한들 잘 쉬지를 못했을 테니, 이런 격렬한 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주효한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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