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입학 (1)
고청운은 3살 때 전생의 기억을 모두 기억해내며 자신이 타임 슬립을 한 것이라고 확신을 한 이후부터, 자신이 알지 못하는 힘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이 시공간에서 매우 잘 생활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진사에 합격한 후, 그는 자신의 행운이 연장되기를 비는 마음에서 매달 자신의 봉급 중 일부를 기부했다. 많지는 않은 금액이었지만, 매달 은자 2냥은 기본으로, 어쩔 때는 때로는 조금 더 내기도 하였다. 그는 이렇게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다하려고 하였다.
중국은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서 매년 이곳에는 가뭄이 발생하거나 홍수가 나는 등 각종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항상 어려움을 겪곤 하였는데, 고청운은 자신은 지금 먹고 입는 것에 걱정이 없으니 사회에 보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미신적인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만약 자신이 일생 동안 좋은 일을 많이 한다면, 다음 생에도 타임 슬립을 한 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자, 고청운은 속으로 은근히 자신을 놀리며 정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오늘 방충에게 온 연락 중 하나가 그 양제원의 경비가 최근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 내용이라 고청운은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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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며칠 간, 경성의 문인들 사이에서의 인기 소식은 공번충이 출판한 <공씨잡설>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변론에 참여하였는데, 눈치 빠른 사람들은 바로 핵심을 알아챘다.
이 책의 핵심은 아주 명확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것으로, 황제에 맞서거나 자신의 신념과 자아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대부분 이 책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하고 허풍들을 떨어대며 고청운 등의 사람들을 탄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고청운은 사장정의 편지를 받았다. 사장정은 방자명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공번충이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이런 책을 출간하여 산술 서적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고 분개하는 내용을 토로했다.
고청운은 급히 답장을 보내 사장정을 위로하였는데, 결국 자신의 친한 친구들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주었기 때문인 것을 알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대대적인 선전과 공번충이 원래 겸비하고 있던 실력에 힘입어 <공씨잡설>은 나날이 더 잘 팔려나갔다. 지금은 문인들끼리 만나면 거의 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고, 이 책을 못 본 사람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공번충의 사회적 지명도도 물이 올랐고, 또 그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졌다.
이에 황립 서원 원장은 공번충에게도 선생 초청서를 보냈다. 고청운은 공번충이 자신의 뒤를 이어 황립 서원의 동료가 됐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뻤는데, 그간 어울려 놀아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서원은 아직도 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고청운은 서원과 소통하면서 소석도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육훤도 함께 이 서원에 입학할 예정이어서 나이는 다르지만 함께 생활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연령은 달라 같은 학급에서 공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돌봐 줄 수는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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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용솟음치더라도 결국에는 바람도, 파도도 가라앉는 법이었다. 고청운의 나날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매일 그는 평소대로 출퇴근을 했는데, 휴일엔 집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것 아니면 외지로 나가 친구를 만나기도 하였다.
10월 중순의 어느 날, 고청운은 황립 서원 부근에 사둔 땅에 마침내 주택을 다 지었다. 이 집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개축을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렀고, 총 몇 달에 걸쳐 겨우 완공이 되었다.
고청운은 특별히 하루 시간을 내어 집을 보러 갔는데, 사용된 자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다 괜찮았다. 그는 이번엔 단지 4쌍의 정원으로 이뤄진 저택을 지었다. 매 정원의 면적이 크지 않아 여전히 사합원 구조로 건물을 지었고, 각 정원에는 본채와 좌우 사랑채를 합쳐 대략 예닐곱 칸의 방을 만들어 두었다.
이전의 주택 시공과 다른 점은 서원 근처에 있는 이번 집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황무지에 바로 집을 지었다는 점이었다.
이곳은 거리가 매우 넓고 새 주택들이 즐비하여 1년 전만 해도 여기가 빈민가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땅값과 집값이 몇 배가 올랐는데, 어떤 지역은 심지어 열 몇 배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
이 지역은 황립 서원과 여성 서원이 있어 곧 경성의 번화가가 되었고, 서원을 둘러싸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점포도 이미 곳곳에 들어서고 있었다.
고청운은 그곳의 상가 지역에 손을 써볼 방도가 없었기에, 그가 매입을 할 수 없다면 아예 상점을 새로 만들어 세를 주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그의 주택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의 집에서 서원까지는 걸어서 15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소석의 짧은 다리로는 소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었다.
그랬다. 이번에 소석은 새로 지은 이 주택에서 살면서 서원을 다니게 될 것이었다. 현재 방택과 마주한 고택은 서원에서 너무 멀어서 마차를 타고도 한 시진은 더 가야 했다. 매일 데려다 주는 번거로움은 둘째 치고, 이 시대의 마차는 고무도 없고, 흔들림 방지 장치도 없어 불편했다. 심지어 매일 일찍 일어나 멀리까지 마차를 달려 등교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과연 서원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서원의 수업 배정표를 본 고청운은 자신이 이전에 현학과 부학에서 공부했던 것과 달리 반나절씩만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오후에는 보통 독학으로 자습을 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걸 알았다. 소석의 학년은 또 달랐는데, 하루 종일 수업이 있었고, 오후 수업을 듣는 시간마저 상급 학년보다도 15개씩이나 더 많았다.
이것도 아직 소석이 너무 어려서 그런 것이지, 8살이 넘으면 그때는 서원에서 기숙을 해도 되었다.
아이들이 함께 서원에서 먹고 자면 서로간의 유대감을 키우기도 쉬울 것이고, 외부의 유혹을 덜 받게 되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이 서원은 현대식 기숙학교와 비슷하게 운영이 될 모양이었다.
고청운은 다른 세 채의 정원 딸린 방을 모두 세를 놓았는데, 세입자는 모두 외지에서 온 관리들이었다. 그들은 먼저 이쪽으로 와서 집을 구했어도 공사가 다 안 끝나서 못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이미 집이 있는데도 서원과 더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 세를 사는 사람도 있었다.
임대료는 일남방보다 비싼 편이었기에, 매달 은자 5냥씩 받으면 땅을 사들여 이 주택을 짓는 데까지 들어간 모든 은자를 몇 년도 안 돼 다 회수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교제해 보고 나서야 고청운은 자기 집 정원에 세를 사는 사람들 모두가 외부 지부의 자제들이거나 어느 지방의 부호인데, 모두 경성에서의 견실한 인맥이 있는 덕에 입학 자격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저는 가기 싫어요.”
소석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작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면서 하소연을 이어갔다.
고청운은 서원 쪽에 있는 주택에서 돌아와 가족들과 의논했고, 모두 한결같이 소석이 그곳에서 거주해 지내면서 공부하는 것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학교와 가까워지면 매일 좀 더 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
고대하와 소진씨도 자진하여 힘을 보태기로 하였고, 다들 함께 옮겨가서 소석을 돌보기로 했는데, 여기에 소만, 방충, 혜향 부부가 따라 나서면 이 5명이서 그를 잘 돌볼 수 있을 것이었다.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의논을 마치고 나서 소석에게 말해줬을 때, 소석이 뜻밖에도 황립 서원 입학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무효라며 항의를 한 후, 만회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잘 알면서도 땅에서 뒹굴며 데굴데굴 굴러가며 크게 소리쳐 울며 억지를 부렸다.
동작은 아직 좀 서툴렀지만, 아뿔싸, 이 꼬맹이는 제대로 구르기 시작했다. 아주 민첩하게 잘 굴러댔는데, 다행히 고택의 청석판 바닥을 매일 사람이 쓸고 닦아 매우 깨끗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작은 진흙 원숭이 한 마리로 변해 있을 것이었다.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러자 방인소가 나서서 말했다.
“량가아, 어디서 이런 막돼먹은 짓거리를 배워온 것이냐. 과연, 근묵자흑이라 하였다. 밖의 서당에서 이런 못된 짓을 배워온 게로구나. 노부는 그 학당의 거인이 올해 학생들을 너무 난잡하게 받아대는 꼴이 영 마음에 걸렸는데, 결국 이 아이에게까지 해를 끼쳤구나.”
연 씨는 그 말을 듣고 노려보며 화를 냈다.
“이건 무슨 막돼먹은 짓이 아니에요! 어린애들은 다 그래요!”
고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것 아닌 일인 듯 고청운을 바라보았다. 그들 임계촌의 아이들은 대개 이러한 수작을 쓰곤 했는데,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그저 어른들에게 한 대씩 얻어맞을 일뿐이었다.
소진씨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다만 고청운의 얼굴이 매서워 보여서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아 조급하게 손수건을 쥔 채 춘분에게 가서 맑은 물을 한 대야 가득 떠오라고 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간미는 현재 회임 3개월을 채 다 채우지 못한 상태였는데, 입덧이 심해 기력이 떨어져 누워 있었다. 소어는 오전에는 앞마당 놀이터에 가서 놀다가 지쳐서 침상에 누워 자고 있었는데, 큰 소리가 나도 잠만 잘 자고 있었다.
소석은 그렇게 땅에서 더 뒹굴고 어른 몇 명이 그 모습을 서서 지켜보았다.
고청운은 이제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너, 당장 안 일어난다면 가법으로 다스릴 줄 알아라!”
‘하기 싫다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런 일은 묵과할 수 없다.’
이후에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울면서 끊임없이 소란을 피우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 아니었다.
소석은 울음소리를 한 번 내면서 눈을 뜨고서 청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아버지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는 등나무 매로 엉덩이를 맞았던 고통이 생각나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인소는 고청운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더니 얼른 소석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얘야, 너는 도대체 왜 황립 서원에 가고 싶지 않은 게냐?”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싫어서요.”
소석이 억울한 듯 손가락을 마주 대었다.
“그럼 그런 속사정이 있다고 왜 먼저 말을 안 했느냐?”
고청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소석이 코를 훌쩍이며 작은 얼굴을 들고, 춘분이 자신의 얼굴을 닦도록 내버려 두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동의하지 않으실 거잖아요. 아버지, 그래도 제가 잘못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은 몰래 고청운의 안색을 살폈다.
얼굴이 좀 밝아진 고청운은 다시 생각해 보더니,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에게 설명을 더 해 주었다. 그곳에서도 역시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말이다.
소석이 거인에게서 과거 시험에 대한 평범한 교육을 받았었다면, 황립 서원에서는 그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진행하기에 전반적인 소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애석하게도 소석은 여전히 응낙하려 하지 않았다. 특히 아직 그렇게 먼 곳에 가서 묵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또 며칠 건너 한 번씩 어머니, 외증조할아버지 등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는 더욱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한사코 가려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모두 다 조급해했는데, 이미 소석의 이름이 입학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은 황립 서원에 가는 것이 아이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한 명씩 돌아가며 소석을 설득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