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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252)화 (252/504)

252화. 중쇄 (2)

고청운도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비록 그는 지금 입고 먹는 당장의 걱정이야 없었지만, 수중의 돈이라는 것은 아무리 넉넉하다고 한들 모자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와 간미가 조정으로부터 받고 있는 녹봉은 가족의 일상 생활비만을 겨우 충당해 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외에 일남방 지역에 위치 한 집에서 받는 집세와 20묘의 논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을 더해도 대략 매년 은자 60냥 정도의 수입밖에는 되지 않았다. 

새로 열릴 예정인 서원 부근의 그 땅에 짓고 있는 주택은 아직도 완공 전이었는데, 경성의 인력과 건축 자재가 시골보다 더 비쌌기 때문에 주택 완공까지 200냥 정도의 은자가 더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우선 따로 준비를 해 두었다. 

그 외에 지출을 살펴보니 이번 귀향길에서 쓴 돈과 출판에 들어간 비용이 있었다. 따라서 현재 고청운의 장부상으로는 은자 130여 냥이 겨우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것은 간미의 혼수를 빼고 계산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친정어머니가 관리해 주고 있던 혼수 재산으로부터 파생된 비용을 한 번에 받아 왔고, 최근에는 이 돈으로 경성에 작은 상점을 하나 사서 세를 놓을까 궁리하고 있었다.

가진 은자만 놓고 말하자면, 간미는 절대적으로 그보다 돈이 많았다. 그의 부모님에게 그간 혼수로 번 돈을 사용해 옷과 장신구를 사줄 때의 씀씀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간미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한들, 그것은 반드시 그녀의 것으로 귀속되어 있어야 했다. 고청운은 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일 역시 자기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 장부에 돈이 이렇게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으니, 비록 일찍부터 이런 생활에 적응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안정감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듣게 되니, 그는 매우 기뻐서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유쾌한 웃음이 떠올랐다.

“가세, 우리 직접 가서 판매 상황을 친히 좀 돌아보자고.”

사장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청운도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송죽서재는 최근에 확장을 하였다. 옆 가게를 사들여 매장을 확장했는데, 개인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해 뒷문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개조하여 앞문이 아니어도 서점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신이 나서 1층으로 내려갔다.

* * *

“주인장, 고 신지 선생께서 쓰신 <산학초해(算学初解)>가 나왔소?”

두 사람은 1층에 막 도착했을 때, 한 젊은 학자가 문밖에서부터 급히 걸어 들어오자마자 바로 머리부터 들이밀고 묻는 광경을 보았다. 그는 표정부터가 매우 급해 보였다.

사 사장이 큰 소리로 답했다.

“공자님, 있습니다, 있어요. 급하실 것 없습니다. 어제 막 추가로 발행해 두었습니다.”

“너무 잘되었군! 내 이렇게 많은 서점을 들러서 뒤져보아도 한 권도 찾아내질 못했는데 말이오. 다행히 내 동창에게 물어보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이 송죽서재에 책이 더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오.”

젊은 학자는 숨을 고르며 절박했던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고 나서 그가 다시 급히 외쳤다.

“세 권만 주시오!”

“아니, 공자님 어찌 세 권을 구입하십니까?”

점원을 시켜 책을 가져오라고 한 후, 사 사장은 조금 궁금해져서 물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창들도 함께 이 책을 구하고 있었소.”

젊은 학자는 땀을 닦다가 점원이 책을 건네는 것을 보고는 급히 받아 들어 표지를 살폈다. 

“저자 고청운(顾靑雲), 자는 신지(慎之). 맞네, 맞아. 바로 고 대인께서 쓰신 책이로군!”

그는 마치 진귀한 보물을 얻은 듯 가격을 묻더니, 염낭 속에서 은자를 꺼내어 값을 치르고 곧바로 책을 품에 안은 채 바삐 걸음을 옮겨 떠났다.

고청운과 사장정은 한쪽에 서서 더 지켜보았는데, 불과 일각(*15분)도 채 되지 않은 동안에 세 사람이 더 들어와 <산학초해>가 있는지 물었다. 

그동안 고청운은 하나 더 발견한 것이 있었는데, 수중에 돈이 넉넉한 문인들은 필요한 책을 직접 사서 나갔지만, 하도 많이 빨아 입어 옷 색이 희끗희끗하게 바랜 옷을 입은 행색의 사람들은 서재에서 책을 베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직접 책을 베끼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얻을 수 있었고, 책 두 권을 베끼면 한 권은 자기가 가져갈 수 있었다. 

서가 뒤에서 열심히 책을 베끼고 있는 문인들이 군집해 있는 것을 본 고청운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소년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과거 시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베꼈었다. 지금까지도 한림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직접 베껴오고는 했는데, 자신의 서재에 보유 중인 100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40~50권은 자신이 직접 베낀 책일 것이었다.

“주인장, 여기서 일침황량 선생이 쓰신 <모험기>라는 책을 살 수 있소?”

갑자기 뚱뚱한 체구에 비단옷을 입은 중년 사내 하나가 급히 서점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주 다급하게 물었다.

사 사장은 뭔가 이상해서 잠시 생각을 해 보고는 물었다.

“몇 부 남아 있습니다, 손님. 이 책은 완결이 된 지 오래된 책입니다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지금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땀투성이가 된 그 중년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책을 손에 넣은 뒤에야 비로소 사 사장의 말에 답을 해 주었다. 

“당신 가게에 있는 주변 바다에 관한 책이란 책들은 다 찾아 주시오. 나 말고도 아는 사람이 있을 테니, 자네들에게 알려 줘도 무방할 듯하니 말해 주겠소.

실은 남쪽의 몇 놈들이 바다로 나가 은광을 찾았다고 하지 뭔가. 중요한 건 그 은광이 매몰되어 있던 산의 위치가 이 <모험기>에 수록이 되어 있었다는 것일세! 이런 젠장할, 이 빌어먹을 것들이 운만 좋아가지고서는! 선산에 무슨 좋은 기운이라도 있었는가, 아님 조상신의 복이라도 받은 건가? 어찌 그 놈들에게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노기등등하게 소리를 지르는 말투 가득 질투심이 넘쳐나고 있었다. 

중년 사내의 말을 듣자마자 곁에 서 있던 고청운과 사장정은 너무도 놀라서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니면 서점 특유의 조용한 환경 탓이었는지 그들의 대화는 뭇 사람들의 주의력을 끌었다.

특히 그 ‘은광’이라는 두 글자가 분명 들리지 않았던가!

샤샥! 서점 내에서 대화를 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제 다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중년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광 말입니까?”

머리가 이미 허옇게 성성한 사 사장까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을 느낀 중년 사내는 자신에게 몰려 있는 관심에 자못 득의만면해지며 이제는 말할 재미가 생긴 모양인지 한껏 떠들어댔다.

“경화소보에서 일하고 있는 친척이 있소. 이 일은 그 친척이 내게 말해 준 것인데, 남쪽에서 억세게 운이 좋아 땡잡은 장사꾼 몇 명이 찻잎을 실어 나르려 바다로 나갔다가 은광을 찾았다는 소식이오. 들리는 정보로는 <모험기>에서 나온 내용을 보고 길을 찾았다는데, 도대체 책의 어느 부분을 보고 찾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구려.”

설명을 해 나가던 중년 사내는 통통한 얼굴에 난 눈썹을 점점 찡그리더니, 나중에는 다시 분개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아저씨, 은광이 정말 있다는 말씀이세요?”

다른 문인들이 말을 걸기가 선뜻 쉽지 않아 하던 참에, 서가 앞에 서서 책을 고르고 있던 소년이 먼저 직접 물었다.

“누가 알겠느냐? 떠도는 소문들은 가짜도 참 많으니 말이야. 은광이 어디 그렇게 쉽게 찾아지는 것이더냐?”

중년 사내는 자신이 실언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누구든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급히 입을 무겁게 하여 다른 이들의 추궁에도 더 이상 대답을 해 주려 하지 않았다.

점원이 책을 찾아오기를 기다린 그는 받아 든 책을 좀 뒤적여 보더니 몇 권을 사들고는, 뒤따르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피해 황망히 가게 문을 나섰다.

“참, 남의 호기심만 잔뜩 자극해 놓고 저렇게 가버리시다니.”

소년은 불만이었는지 한마디 중얼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계속해서 화본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반신반의하긴 마찬가지였고, 그중엔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이 경성이라는 곳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매일같이 별의 별 유언비어가 너무 많이 돌았다. 그중 반은 진짜고 반은 가짜인데, 거의 다 사실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다양한 말들이 다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한 번 생겨나면 매우 오래오래 퍼져나갔다. 그 이야기들은 아주 오래오래 갈고 닦아져서 며칠만 지나면 새로운 입증 자료까지 나타나고는 했기에, 다들 무슨 이야기 하나를 듣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토론해 보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장정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즉시 고청운을 후원으로 끌고 가 외진 곳을 찾아 벽치기 하듯 그를 벽으로 밀치고는 도둑처럼 물었다.

“신지, 아까 그 뚱보의 말이 사실인가?”

그의 빛나고 있는 두 눈을 보자, 고청운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의 팔뚝을 떨쳐내고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라도 다 진짜였으면 좋겠군, 그래. 게다가 자네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않은가? 자네는 수중에 돈이 모자란 것도 아니니, 설령 진짜라고 한들 뭐 어떠한가? 그저 어쩌다 들어맞은 것일 뿐일세.”

사실 고청운의 속도 그 못지않게 답답했다. 

‘중년 사내의 말이 과연 진짜일까?’ 

그는 <모험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머릿속으로 되짚어 보았다. 

책에 나오는 대다수의 내용은 모험, 숨겨진 보물, 해적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내용 중에 유구(*琉球: 일본 오키나와의 옛 이름. 중국에서는 예부터 대만을 유구라고 불러오다가, 명나라 태조 때 오키나와를 유구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대만을 ‘소유구’, 오키나와를 ‘대유구’라고도 하였는데, 이것은 당시 대만보다 오키나와가 해상교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부상(*扶桑: 일본), 신독(*身毒: 중국에서 3세기 이후에 많이 이용된 인도를 가리키는 말) 등지를 함께 다루었었다. 

물론 그 외에도 해양의 이름 모를 섬에 대해서도 다루었는데, 그 속에 당연히 은광이니 금광이니 하는 것이 있다고도 썼었다. 

그는 이 은광과 금광의 위치에 대해서 전생의 현대 사회에서 알게 되었던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했지만, 이미 대부분 이런 지리학적 지식들에 대해서는 거의 다 잊은 상태였다. 

다만 일본에는 은광이 아주 많이 있었는데, 그중 큰 것은 4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은을 캐도 끊임없이 은이 채굴되었으며, 미주 등지에는 굉장한 매장량의 은광이 포진해 있고 심지어 금광도 있다고 기억했다. 

바다 남쪽이 그렇게나 큰데, 그런 것들이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책에 그가 기억하는 지리적인 주소라면 다 가져다 기술하였다. 그 주소가 이 세계에서도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해외 자원의 풍부함을 묘사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려 화본에 이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는 만약 단 몇 명만이라도 해외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분명히 이에 편승하려는 풍조가 생겨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몰려들 테고, 국가 차원에서도 이를 중시하고 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청운은 중국인들의 부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누군가가 자신의 <모험기>를 보고 은광을 발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운이 굉장한 사람일 것이었다. 아무리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격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책 중에 두루뭉술하니 상세히 말하지 않은 내용을 추적하여 은광의 소재지를 찾아내다니, 가히 폭발적인 운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청운 자신이 찾아갔더라면, 분명히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고청운은 나중에 사람들이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그가 뭔가 알고 있던 것이 있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묻는다면, 반드시 ‘우연의 일치’라고 대답할 거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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