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248)화 (248/504)

248화. 출판 (2)

두 사람은 익숙한 음식점으로 왔는데, 음식 주문을 받는 점원이 다가와 매우 환영해 주었다. 

“고 대인, 방 대인,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가게는 면적이 비교적 작고 깔끔한 편이었다. 주변도 아주 정갈했는데, 특히 밀가루 음식은 정말 질리지 않게 잘하고, 가격도 적당했다. 매일 주점에 가서 요리로 식사하는 것은 일반 관리의 녹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매일 찐빵을 먹을 수도 없으니, 이 작은 가게는 장사가 아주 잘되는 편이었다. 다만 장소가 조금 외진 곳에 있었다.

“잘 지냈소! 양춘면(*阳春面: 중국의 6대 면 요리로, 상해 지역의 대표적인 면 요리) 두 그릇 주시오. 하나는 매운 것, 하나는 보통으로 부탁하오.”

점원은 두 사람에게 차가운 차 두 잔을 따라준 후 멀어졌다. 방자명이 좌우를 둘러보더니, 그들이 점식 식사를 하러 비교적 늦게 나온 편이라 지금 가게에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계속해서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 

“네 책이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자례가 그 소식을 듣더니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도 시집을 낼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가 어려서부터 쓴 시들을 수록했다더군. 나는 보름 전에 이미 그 책을 전해 받았는데, 나뿐만 아니라 거의 한림원 전체에 돌린 것 같더라.”

고청운은 방금 자신의 책상에 놓인 그 시집을 떠올렸다. 

“…….”

“그의 장인어른이 국자감 제주잖아. 알고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니? 게다가 담씨 가문 자체가 영향력이 꽤 있는 집안이니, 몇몇 사람이 그를 추켜세워 허풍을 떨기도 하더구나. 문단에서 매우 빠르게 그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까지 한 걸 보면 말이야.”

방자명의 어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했다. 

“다들 너와 같은 품계인데, 대체 어째서 일부러 대치하려는 것인지…….”

방자명은 그가 문단에까지 등극한 것이 매우 의아했다. 고청운은 방자명의 담자례를 향한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둘 다 담자례의 말투나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다.

“똑같은 품계면 또 어떤가요. 우리는 서로 배경도 다르고, 장래가 다르고, 사람마다 포부도 다르지 않습니까.”

고청운은 요 몇 년간 같은 해에 진사에 합격한 동기들이 생각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번충은 혼자 다니며 책 더미에 파고들어 학문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유가 유독 돋보였는데, 그는 가문이 더 좋고, 사람 됨됨이도 팔방미인이었으며, 여러 사람을 잘 회유했다.

고청운은 출세욕이 강하지 않은 탓에 딱히 남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았기에 이들 소모임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사실 그는 중도 성향이라고 해도 될 만큼 큰 욕심도 없이 평소에도 꼭 참가해야 하는 모임이나 업무적인 모임 말고는 책을 쓰거나 가족과 지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래서 초유에 대해 별다른 악감정도 없었고, 그저 동기로서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승진해서 좌참선이 되어 잠사부(*詹士府: 태자를 보좌하는 기구)로 이직하였더군.”

초유의 근황에 대해 말하는 방자명의 말투는 담담했다. 

“청운아, 오늘밤 집으로 돌아가서 어서 관보와 소보들 좀 읽어 봐. 난 이 석 달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다 정리해서 서재에 두었어.”

잠사부는 태자를 보조하는 기구였고, 좌참선은 종 6품 관리직이었다.

고청운은 초유가 잠사부로 갈 줄 몰라 깜짝 놀랐다. 그러나 초씨 문중이 태자의 어머니의 집안과 관계가 있는 집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였다. 

9살인 태자는 이미 출각하여 공부를 시작한 상태였지만, 대황자는 여전히 묵묵히 일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황제가 황후에게 각별했기 때문에 모두들 태자의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적장자의 신분으로 즉위했으니, 차기의 황제감으로서 당연히 적자에게 호감을 더 드러내지 않겠는가. 그래서 잠사부란 많은 이들이 열망해 마지않는 기관이었다. 

누가 차기 황제와 미리 친분을 엮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다음 단계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니?”

방자명은 쥘부채를 들고, 책상을 가볍게 두드려 고청운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고청운이 답했다.

“산술 서적을 계속 쓸 예정이에요. 아직 다 완성하지 못했거든요. 다만 그간의 경험이 좀 쌓여있으니 속도는 좀 빨라질 것 같아요.”

지금 그의 책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기회를 노려, 계속해서 책을 써 내려가야 할 것이었다. 

또, 그는 앞으로 각국의 언어를 배울 기회를 찾아 외국어를 익힌 뒤, 차후 외국으로 가는 항로가 개설되고 외국과의 교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외국의 책과 작품을 번역해 올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고청운은 영어, 네덜란드어, 포르투갈어 등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전생에서 영어를 배웠었더라도 지금 이 시대에서 쓰이는 영어는 후세와는 또 달라서 다시 배우는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에이, 누가 나한테 무기 설계나 섬유 공장 기술 혹은 인쇄술 좀 안 가르쳐 주나. 이렇게 시공세계를 건너올 줄 알았으면 다른 것을 더 배워왔을 텐데.’ 

“네 생각이 옳아.”

방자명이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러다 다른 생각도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네 화본은? 또 쓸 예정이야? 언제 쓸 예정이야?”

요즘 시중에 나오고 있는 화본이란 화본은 다 섭렵해 보았으나 그의 구매까지 유도할 만한 작품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이에 그의 여가 시간이 또다시 지루해졌다.

“아버지씩이나 된 사람이 왜 그렇게 화본을 즐겨보는 겁니까? 유치하게.”

그러자 방자명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방자명은 쥘부채를 다시 접고, 끙 소리를 내며 일부러 그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고청운은 문득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속으로만 생각했어야지 내 어찌 이렇게 입 밖으로 내 진심을 꺼내어 버렸을까?’ 

그는 방자명에게 방금의 언사에 대해 바삐 사죄를 하였고, 방자명은 그제야 용서를 해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한 번 쳐다보고는 껄껄 웃어 보였다.

방자명의 얼굴에 나타난 웃음기를 보고, 고청운은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뻤다. 이런 시대에서도 몇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고청운은 일전에 절교한 조문헌을 떠올리면, 아직도 때로는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때 그들이 주문한 면들이 상에 올랐고, 코를 찌르는 듯한 맛있는 냄새에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고청운은 점심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내일부터는 하인에게 점심을 배달해 달라고 하여 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스승님은 점심밥까지 그렇게 안 해도 된다며, 귀찮으면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흠흠, 물론 그도 이 가게의 양춘면이 그리우면 다시 나와서 식사를 할 생각이었다. 이 집의 국수는 쫄깃쫄깃하고 맛이 담백한 것이, 먹으면 입안에 번지는 풍미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뒷맛 또한 매우 감미로워 그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 * *

밥을 먹고 한림원으로 돌아온 고청운은 자신이 사다 놓은 긴 의자에 누워 30분 넘게 쉬고 있다가 잡역부가 깨워주어 잠에서 깨어났는데,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보니 이마와 등에 땀이 흥건하였다. 

‘맙소사, 중추절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이렇게 더울 수 있다니? 집에 아직 얼음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네.’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린 고청운은 자리에 앉자마자 담자례가 다시 오후 근무를 위해 집무실로 돌아온 것을 보았다. 그가 사는 곳은 이곳에서 가까워서 매일 집에 돌아가 점심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후 각자 업무에 돌입했다.

담자례는 자신의 시집을 한번 둘러보고는 자료 열람에 몰두하고 있는 고청운을 보며 입을 오므렸다.

오후의 퇴근 시간을 앞두고, 고청운은 자신이 쓰던 붓을 물에 씻은 후 막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는데, 마침 그의 시집이 자신의 책상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고청운은 시집을 집으로 가져가 천천히 보려고 생각하였다.

이 문인 사회에서 시는 늙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것이니, 만약 그가 시를 잘 썼다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시 하나가 현대의 노래에 해당하는데, 누가 살면서 노래 한 곡조 불러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또한, 때로는 다른 사람과 합창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 * *

고청운은 귀가 후 곧장 부모님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미아, 부모님은 다 어디 가신 게요?”

간미는 지금 하녀들에 명하여 선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가 대답하였다.

“삼원이와 함께 소석이를 데리러 가셨습니다.”

고청운은 그제야 그 일이 생각났다. 

그가 후원을 다시 돌아보니, 침실의 가구들이 옮겨져 있었다. 본채는 현재 고대하와 소진씨가 사용을 하도록 정비를 하고, 그들은 왼쪽의 사랑채로 이사하였으며 아이들이 그 옆방을 침실로 쓸 수 있게 해 두었다.

간미는 겨우 하루 만에 이 많은 일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해 두었다.

하인들이 물러간 후, 고청운은 간미 옆에 앉아서 그녀가 등 뒤로 늘어뜨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미아, 당신 너무 유능한 것 아니오.”

어제 막 경성으로 돌아온 이들은 긴 여정에 지쳐 있었다. 더구나 집안 하인들은 고대하를 잘 몰랐고 집안 기물의 배치도 다 끝내지 못한 상태라, 그의 부모님은 고집스레 객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우겼었다. 

예물 명단을 쓰고 있던 간미는 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고청운을 한 번 흘겨보았다. 

“기준이 너무 낮으신 것 아닌가요.”

고청운은 하하 웃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은, 어떻게 습관을 들일 수 있겠소?”

“지내다 보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래요. 우리 부모님은 집에서 어떠셨소?” 

간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대답했다.

“두 분께서 아직 적응을 다 하신 것 같지는 않지만, 시아버님은 서재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시어머님께서는 할머니와 한담을 나누셨어요.”

“잘되었군……. 그나저나 소어도 이제 많이 자랐구려.”

고청운은 한마디 중얼거렸는데, 어젯밤에 간미가 자신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다고 했었다.

하나 더? 솔직히 말해서 고청운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두 명의 아들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이 출산이라는 것은 간미가 오롯이 혼자서 회임기간을 버티고 출산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고청운은 만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고청운은 또 자기가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싶어 입술을 오므려 퉤 하고 부정한 생각을 뱉는 시늉을 하였다. 

간미는 굳건히 자식을 하나 더 보아야 한다고 고집했는데, 방자명의 두 딸을 몹시 귀여워했던 것이다. 특히 현재 방자명의 부인 하 씨가 회임 두 달에 이른 후로는 결심이 더욱 단호해진 듯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둘은 상의를 거쳐 그리 하자고 결정했다.

“부군, 이 예물 명단 좀 봐 주세요.”

간미는 작성을 멈추고, 한 묶음의 예물 명단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당신이 정리하는 일이라면 나는 안심이 되오. 이 사람들은 모두 친한 친구들 사이이니 그리 엄격하게 정리하고 나누지 않아도 상관없소.”

고청운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명단을 받아서 또 뒤적였다.

일반적으로 그의 상관과 동료 등 조금 먼 관계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나 조금 상의할 만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한 무더기의 월성 특산품을 가지고 돌아와 다른 친지와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릴 겸 겸사겸사 준비를 하였다.

그는 특산품을 내일 중으로 각 집으로 보내면 내일 모레 당장 사장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할머니께서 담그신 산야채와 절인 달걀이로군. 소보가 특히나 즐겨 먹었던 것이 기억나오. 귀향하기 전에 반드시 가져다주겠다고 약조하였으니 두 통을 보내주시오.”

고청운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보낼 수량을 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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