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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241)화 (241/504)

241화. 도착

어쨌든 고향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고청운은 매우 기뻤다.

곡우가 큰 접시 한가득 담긴 고기죽과 채소 한 접시를 들고 오자, 고청운과 간미는 두 아들이 자려고 눕는 것을 억지로 막아섰다. 

지금 시각은 이미 황혼을 넘겨 막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었기에, 그들은 둘을 지금 재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밤중이 되어 배가 고파 잠에서 깨어날 텐데, 이곳은 여관이라 야간에 먹을 것을 구하기가 여간 힘들 것이었다. 

“아버지, 더 해 주세요, 더 만져 주세요.”

고청운의 큰 손이 마사지를 멈추는 것을 보고, 공중에 떠있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챈 소어는 바로 불만스러운 듯 눈을 뜨고 마사지를 갈망하며 그를 보고 있었다.

고청운은 잠시 아이의 눈을 쳐다보더니, 또다시 소어의 작은 몸뚱이를 만지작거리며 매우 심각하게 말했다.

“아니, 눈이 다 커지다니. 미아, 소어는 역시 통통한 게 나은 것 같소. 아이가 만약 살이 찌지 않았으면 분명 지금 말라서 꼴이 말이 아니었을 거요.” 

아이는 역시 하얗고 통통한 게 귀여웠다.

간미는 웃음을 참았다. 일전에는 분명 부군이 소어가 뚱뚱해서 공처럼 될까 봐 조심하지 않았던가!

꼬맹이가 구구절절한 말을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아이는 다시 끙끙거리기 시작했고, 잡고 있던 고청운의 손을 제 머리 위로 올려놓았다.

고청운은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매끄러운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소어야, 배고프지는 않니? 우리 우선 밥부터 먹자꾸나.”

아이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고청운은 바로 아이를 안아 의자에 올려놓고 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는 가족 몇 명이서만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했고, 곁에서 사람을 시켜 시중을 들게 하지 않았다. 방인소 부부도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 세가의 규율이 없었고 겉치레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여 모두 자신이 편안한 대로 행동하게 두었다. 

그들은 평소에는 소어 혼자 스스로 밥을 떠먹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집도 아니고 두 아이들은 이미 극히 가여운 상태에 놓여 있었던 탓에, 고청운은 아이들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괴로운 지경에 처하는 것을 너무 가슴 아프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여준 것이었다.

과연, 소어는 자기 손으로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더니, 호기심에 눈을 크게 뜨고 간미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어려 있는 것을 보자 즐겁게 떠먹여주는 것을 받아먹으면서 식탁 밑의 통통한 다리를 건들거리며 형을 쳐다보았다. 

소석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얌전하게 밥을 먹으며, 소어를 약간 깔보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두 형제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고청운이 낮게 기침을 하자 두 사람은 깜짝 놀랐고, 소석은 식사 중에 더 이상 한눈을 팔지 않았다.

* * *

그들이 식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삼원이 배편을 구했다며, 여객선은 모레에나 임산현을 지나쳐 온다고 하였다. 

“그것도 좋지. 내일은 군성을 구경하러 나가도 되지 않을까? 군성을 구경해 본 지도 오래 되었는데, 그간 군성의 변화가 얼마나 큰지 한번 가보고 싶구나.”

고청운은 실은 내일이라도 당장 집에 가고 싶었지만, 기왕 배를 구하지 못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제가 금방 제일 번화한 거리가 어딘지 알아오겠습니다. 오다가 파란 눈에 노란 머리를 가진 남만인을 몇 명을 마주쳐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고삼원은 가슴을 두드리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고청운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경성에서도 본 적 있으면서 왜 이렇게 놀라느냐. 그리고 그들은 남만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그는 속으로 몰래 내일은 그 외국인들과 교류해 보기로 결정했다.

고청운은 이 세계에서 살면서 그간 거의 다 잊어버린 영어를 생각하니 답답했다. 전생에 자신은 10여 년의 시간을 들여 영어를 배웠는데 지금은 기억도 거의 안 나자 너무 아쉬웠지만, 상대방이 중국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날도 어두운데 그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니 저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고삼원이 중얼거렸다.

“아직 식사도 못했지. 어서 가서 식사를 하거라. 나가서 묻는 일은 그리 급하지 않다.”

고청운은 하품을 했다. 밤중에 소어가 울음을 터뜨려 달래 주느라 어젯밤 잠을 잘 못 잤던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고청운은 외투를 벗었고, 곧 일가족 4명은 두 침상으로 나누어 곧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거리로 구경을 나온 고청운은 외국인이 나타나면 먼저 말을 걸었다. 하지만 간단한 영어로 인사말 몇 마디만 할 수 있었을 뿐, 아쉽게도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데, 군성에서 지내는 유씨 집사가 동행해 준 덕에 그나마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다.

대화를 통해 그들 중 누군가가 네덜란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고청운은 비로소 아직까지는 영국이 패권을 잡지 못한 시기이고, 지금은 네덜란드가 해상 패권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월성에서 이미 누군가가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아주 번창하고 있는 듯했다. 

대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들이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고청운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들은 그렇게 갈라졌다.

간미는 고청운의 행동을 조금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부군은 원래부터 외국인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게다가 바다에 나가는 모험하는 글도 쓰지 않았던가. 

* * *

군성에서 하루를 묵은 고청운 일행은 격일로 운항되는 배를 타고 고향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빨리 떠나지 않는다면, 여인숙에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었다. 

이 일의 발단은 고청운이 군성으로 돌아왔기 때문인데, 그가 거인일 때 알게 된 거인 동기 몇 명이 군성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또 몇 명은 같은 해에 시험에 함께 합격한 동기는 아니었으나 돈을 빌려주거나 방인소 집에 머문 적이 있어 고청운이 군성을 지나가는 김에 들러서 인사를 나누고 정을 돈독히 하고 싶다며 방문첩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었다. 

고청운은 어쨌든 관료가 되었기에, 방문첩들이 오가게 되면 더 이상 한가해질 수가 없었다. 

그들이 정오에 거리구경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인숙에는 이미 손님들이 한 가득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도 손님들은 계속해서 끊이질 않았고, 심지어는 현지의 관리들까지 찾아왔다. 이들을 응대하는 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었다. 

이런 관청의 대우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고청운은 이튿날 서둘러 고향집으로 떠났다.

‘어휴, 군성에 하루 밖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에 굳이 방문첩을 보내지 않아도 됐는데.’ 

* * *

배에 오른 후, 간미는 고청운이 계속 손으로 눈썹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간혹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부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요?”

‘혹시 새로운 화본을 생각하고 계신 걸까?’ 

정신을 차린 고청운은 탁자 위에 이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놓여 있어서 급히 눈썹에서 손을 떼었다.

“별일 아니오, 그저 이런저런 잡생각들이었소.”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속으로 격분했다. 

‘내게 강산을 가리키며 손바닥 하나만 뒤집어도 비를 내리게 할 만한 대단한 능력이나 수단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서방이 르네상스를 이룩하고 실력을 쌓아 굴기(倔起)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하 왕조는 아직 과거 시험 내용으로 과학 문항을 넣을지 말지 하는 문제 따위로 다투고 있으니 원.’ 

유생들은 요 몇 년 사이 과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산술, 율법, 잡문과 책론에 대해 끊임없이 다투며, 사서오경의 비중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 이론을 펴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은 천조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은 별 볼 일 없으며, 그들의 실력을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애석하게도 고청운은 그런 이들을 막아설 영향력도 없고 그럴 수단도 없었다.

이때 음식 냄새를 맡은 고청운은 뱃속에서 갑자기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일단 배를 채우자, 능력을 가진 만큼 또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겠는가. 폐쇄적인 국가만 아니라면 외국인과 계속 교류해 갈 수 있을 거야. 중국인이 얼마나 총명한 사람들인가. 반드시 누군가는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고 또 그렇게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때 난 옆에서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기만 하면 될 거야.’

“자, 같이 식사하자꾸나. 미아, 아들들을 데리고 오시오.”

고청운은 웃으면서 기지개를 켰다. 

‘난 반드시 몸을 잘 관리해서 오래 장수할 것이다.’ 

* * *

그들은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임산현의 도강 선착장에 닿을 수 있었다.

부두에서 노동하던 마을 사람들이 고청운을 알아보았고, 부두 전체가 순식간에 크게 요동쳤다. 

“이분은 우리 임계촌의 고씨 나리시네. 하늘이 내려주신 문곡성이시지. 경성에서 관직을 하고 계시다네!”

“아, 나도 알고 있어. 이분이 바로 그 고씨 나리님이구만!”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크게 아는 척을 하였다.

…….

임계촌 사람들이 도와 짐을 들어준 덕에 고청운의 등이 가벼워졌다.

고청운이 간미 쪽을 살펴보니, 그들이 하인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고청운은 그대로 인파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갔으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을 사람들인 것을 보고는 차례로 근황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이(李二) 형, 아직도 부두에서 일해요?”

이이는 고청운이 자신에게 말을 걸자 흥분되어 얼굴이 상기되었는데, 어께에 짊어진 멜대가 전혀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급히 답했다.

“벼가 아직 덜 여물었으니, 농번기가 오기 전에 돈을 좀 벌려고 왔지.”

“이삼(李三) 백부님은 잘 계시고요?”

고청운은 그의 아버지 안부를 물었다.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원기 왕성하시지, 한 끼에 밥을 두 그릇씩 드신다네!”

이이는 웃어서 입이 온통 헤벌어졌다.

고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삼 백부님은 나이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비슷한데, 모두 그렇게 건강하다니 다행이었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생활 여건이 더 좋으시니 틀림없이 더 오래 사실 것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고청운은 여러 사람들의 잡담을 나누었는데, 아직 그가 숙부님 댁까지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일찍부터 눈치가 빠른 사람 몇이 먼저 고이하네 집으로 달려가 고청운이 돌아온 사실을 알렸다. 

“청운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멀리서 이 씨의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청운은 바로 앞에 숙부 일가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자신을 맞이하는 것을 보았다.

그랬다, 고향에 갈 때마다 꼭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이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다니, 고청운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벼슬을 하고 싶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고이하와 이 씨는 3년 전에 비해 외모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머리, 귀, 손에는 장신구가 달려 있었는데, 비록 은장식이었지만 옷차림새도 그렇고 눈에 띄게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보였다.

고청운은 그들이 보내온 서신을 통해 이미 요 몇 년 동안 장사가 매우 잘 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주변 가게에서는 모두 자기 일행을 보면서 마치 희귀한 동물을 보는 듯 신기하게 속닥이고 있었다. 고청운은 마음이 급하여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집에 돌아가고픈 마음뿐이었고, 여기에 더 머물지 싶지 않았다. 다행히 고삼원이 이를 잘 헤아려 일을 잘 처리했다. 게다가 모두 그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지, 세 대의 우마차가 구해지자 곧바로 마을로 돌려보내 주었다.

고이하는 직접 가게를 닫고 점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그들을 따라서 임계촌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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