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234)화 (234/504)

234화. 반향

300여 년 후, 임계촌은 이미 임계현으로 승격되어 있었다. 그곳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말하자면, 바로 하 왕조 본명 고청운, 자명 고전자의 생가였다. 이날 고청운의 고택에는 또 한 무리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자, 방금 여러분이 고씨 가문의 진사 패방을 보셨지요? 500여 년 역사를 지닌 뱅골보리수를 건너, 이제 우리는 드디어 고청운의 고택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그의 생가라고 하면 그 안에 제일 가치가 있는 것은 고청운의 친필 원고가 되겠습니다.”

관광 가이드 아가씨가 한 무리의 관광객을 데리고 생가 앞에서 관광지를 소개했다.

그녀의 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나이든 노인부터 젊은이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그중의 젊은이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가지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고청운 되게 잘생겼다. 이건 그의 초상화가 맞죠? 정말 잘 보존되었네요. 아까 입구에 세워져 있던 동상은 그냥 생전 모습을 그대로 본떠서 조각을 한 거죠?”

“입구에 있는 작은 뱅골보리수는 고청운이 어렸을 때 직접 심었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건 뱅골보리수가 아니라 계수나무입니다. 야생 복숭아나무도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복숭아나무만이 보존되어 있어요. 그 직계 가족들이 직접 과일을 따서 먹고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님, 저는 <매화 반지> 원고를 보고 싶어요. 인터넷에서 사진을 봤는데 그 글씨가 훌륭한 게, 필체가 정말 멋졌거든요.”

사람들이 소리쳤다.

계속 싱글벙글 웃으며 사람들을 보고 있던 가이드가 사람들이 사진을 거의 다 찍은 것을 보고는 박수를 쳐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자, 이제 우리 <매화 반지>의 초고를 보러 가 보실 겁니다. 고청운의 후손들이 헌납한 것으로,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잘 보존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기 전에 <매화 반지>의 첫 결말이 어땠는지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모두가 대답하기도 전에 가이드가 먼저 답했다.

“지금 전해지는 이 결말은 학술계에서 아직 논란이 있는 것으로, 여러분은 <매화 반지> 작품이  300여 년 전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 준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작품은 당시의 사회, 관습 등의 장면을 깊이 있고 상세하게 묘사하였는데, 여기에는 당시의 전쟁 때 피난을 가던 과정, 과거 시험, 혼인, 노비제와 신분제 및 사회 통념까지 그 생활상이 상세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 및 통치이념 등의 내용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봉건 사회에 대해 깊이 비판하게 하고, 사랑의 자유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만들죠. 

이 책은 사람들이 3백여 년 전의 생활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고청운은 필명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반향은 일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화 반지>의 결말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적혀 있죠. 그 비극적인 결말로 인해 많은 당시 사회에는 혼란을 야기해 독자들의 강한 불만을 샀고, 결국 고청운을 위협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결말이 뒤바뀌었다고 합니다.”

“가이드님,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결말들 중에서 도대체 어느 것이 고청운이 직접 쓴 건가요?”

누가 또 다급히 물었다.

“하, 지금 학술계에도 논란이 잠식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어느 것이 고청운이 쓴 것인지 알겠어요.”

옆에 있던 한 관광객이 이어 말했다.

“당시엔 연극판인 <매화 반지>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비극적 결말인 화본을 각색한 뒤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하죠. 화본에서는 비극, 연극에서는 희극이니, 사람들 사이에선 희극의 결말이 고청운 본인이 다시 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쓴 것인지가 논쟁의 주요 쟁점이 되었어요. 전문가들은 비극적 결말을 더 예술적이라 생각하며 좋다고 여기고 있으니, 희극적 결말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러니 고청운이 직접 연출한 것일 가능성은 적겠죠.”

가이드가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분 말이 맞아요. 집안의 후대 사람들이 낸 자료에 따르면 고청운의 일기에는 이런 점이 적혀 있지 않았고, 단지 당시 결말의 일로 인해 그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 희극적 결말에 대해서는 ‘본인이 쓴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일기까지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결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밝혔습니다.”

모두가 경청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가이드는 은근히 만족해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물론 이 부분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유실되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은 아마도 유실된 자료에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매화 반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예술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자, 이제 관람을 계속하겠습니다.”

* * *

만약 고청운이 그의 화본이 후세에까지 전해질 것을 알았다면 분명 좀 더 진중히 대했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그는 머나먼 미래의 일까지는 알지 못했다.

현재 그가 매듭지은 결말이 확산됨에 따라 그가 받는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화본을 줄곧 추적해 온 독자들은 모두 돈도 체면도 좀 있는 사람들이라서, 너무 심하게까지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송죽서재의 ‘죽은 돼지는 끓는 물에 데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어떠한 비판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의미)’는 모양을 보더니 비록 이를 갈고는 있었지만, 이 비극적 결말을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소란을 피울 엄두도 내지 않았다. 안락공주의 체면을 봐서라도 부마를 때려 부수거나 그의 사업장에 더 위해를 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고청운은 그 소식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화본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매달 1일마다 최신 책 한 권이 나왔고, 이 화본 속의 이야기를 보는 데 습관이 된 독자들이 과하게 몰입하여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이것은 방자명이 그에게 말해 준 것이었다. 

“청운이, 넌 이 화본이 이전의 세 편과 어딘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니?”

방자명은 꽤 신중한 표정으로 마저 말했다.

“이 화본은 우리가 현실에서 들었던 이야기, 겪어온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마찬가지로 자네가 묘사하는 인물들은 이 세계와 매우 흡사하게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또 조연들마저 완벽한 전개를 뒷받침하고 있지. 이 화본은 다른 화본과는 달리 매우 신선하여 사람들에게 쉽게 진실처럼 받아들여진 거야.”

고청운은 묵묵부답이었는데, 실은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이 화본에서 자신의 필력이 많이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의 세 편의 화본이 모두 삼, 사백만 자 분량의 연습용 작품이었다면, 한 단계씩 발전을 거듭하고 또 진일보하여 이번 화본이야말로 진정한 작품을 탈고한 것이었다. 

“나는 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글도 봐 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내가 인정하는 것은 몇 명뿐이야. 나도 성장하고 있고, 너도 확실히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방자명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결말이 당연히 비극적이어야 하는 거지. 그래야 이 작품에는 제격인데, 기분은 나빠. 청운이, 널 한 대 때려주고만 싶어.”

이 말을 마치는 최후까지도 그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한 대만 맞아주지 않을래?”

그는 기대감에 접힌 부채를 쥐어 들고 정말 한 대 때려 보고 싶은 듯 깡충 거렸다. 

고청운은 눈을 부릅뜨고 그와의 간격을 벌린 뒤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진짜 한 번 해 보겠다는 겁니까?”

고청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매일 체력단련을 했는데, 저녁 식사를 한 후 산책을 하거나 정원에서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목욕 전에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팔의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근력에 매우 힘이 붙을 수 있도록 단련해 왔고, 육택이 가르쳐준 권법 또한 꾸준히 연습했다. 

그는 지금 방자명보다 키가 더 크고 복근도 여덟 개나 만들어져 있기에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방 형은 이런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서 과연 날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말이야!’

방자명은 재미없다며 입을 실룩거리곤 부채를 다시 펼쳐서 힘껏 흔들었지만, 마음속에는 한 줄기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특히나 최근 결말로 인해 아내의 기분이 한풀 꺾여 있는 것을 생각하면 고청운이 쓴 글이라는 것을 미처 말하지 않은 것이 여러모로 위로가 되었다. 

고청운은 정말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적었지만, 자신에게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얄미웠다. 

“넌 빨리 새 화본을 시작하는 게 좋겠어. 새로 시작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굴지 않게 말이야.”

방자명도 사실 내심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는 한 무리의 귀족 여식들이 이 화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의 에너지와 기세로 보면, 정말 작가를 찾아내 이곳을 쳐들어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고청운의 실체가 폭로될지도 몰랐다.

노출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같아서는 절대적으로 노출을 하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 좋았다. 혹여나 고청운의 화본에서 이런저런 구절들을 찾아내서 말도 안 되는 올가미를 씌워 고청운에게 화를 입힐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발언을 가지고 황제를 겨냥했느니, 누구를 겨냥했느니 해석해대면 곤란했다. 

어떤 말들은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관리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 특히 언론의 경우 일반 백성들처럼 국정에 대해 욕설을 하고, 정승에게 욕설을 퍼붓고, 황제에게까지 욕설을 퍼 붓지만 관원이 그래서는 절대로 아니 되었다.

고청운도 이를 알고 있었다. 방인소도 이미 그에게 그런 도리를 귀띔해 주었다. 제자가 이렇게 요란한 화본을 집필할지 몰랐던 그는 요즘 외출을 삼가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 말라고 제자에게 당부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경성의 소보들로 인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최근 고청운이 산 소보들의 1면 기사는 일침황량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와 요구로 천하가 혼란에 빠졌다는 내용들이었다. 만약 소보만 아니었더라도 이 일은 이미 가라앉아서 이렇게까지 오래, 심하게 떠들썩해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이어 송죽서재에 매일같이 독자들이 찾아와 항의를 해대는 통에, 고청운은 협박과 욕설이 적힌 방명록으로 인해 두통을 달고 있었다.

* * *

이런 나날로 인해 고청운은 꼬박 보름이 지나도록 밤에 편히 잠에 들지 못하였다. 간미의 권유가 없었더라면 고청운은 몇 번이나 ‘새로운 결말을 던져 독자들의 원망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나았을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본의 오탈자를 교정해 줬는데, 여주인공의 시 몇 수는 다 그녀가 지은 것이었다. 고청운은 그녀와 줄거리의 진행과 인물간의 갈등 구도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했었다. 

고청운은 번외편에서 남녀 주인공이 환생해 부부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녀 주인공이 속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 신선이 되는 장면을 직접 묘사했다. 

그러나 간미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부군이 매일 저녁 촛불아래 화본에 실을 내용을 힘들게 고심하며 글을 썼던 모습을 알기에, 그녀는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말이고 순리라고 생각했다.

“부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지 말아야 해요. 저런 여론은 더 신경 쓸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매일 한 가지씩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경성에는 매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여론은 어차피 점점 가라앉을 거예요.”

간미가 타일렀다.

고청운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너무 크게 여겼던 것이 아닐까. 지구가 자신을 에워싸고 도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을지 몰랐다. 

자신에게나 아주 크고 지대한 사건이지, 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식후 차를 마시며 나누는 한담정도로만 지나갈 이야깃거리일 뿐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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