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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221)화 (221/504)

221화. 곤란하다 (2)

방인소는 듣고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산술 방면으로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권세에 빌붙거나 위로 올라가기 힘들다. 그런 점이 이 노부와 정말 닮았구나. 하지만, 이 능력이 있다면 한림원을 나와 공부나 호부로 바로 갈 수 있지. 내가 이쪽으로 인맥이 좀 있단다.”

고청운은 부끄러운 듯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래도 역시 스승님께서 저를 잘 이해해 주시는 군요.”

출신이란 사람의 낙인과도 같았다. 전생에 보통 사람이었던 고청운은 농촌 출신에, 대학까지 다니다가 졸업해서 바로 시골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일했다. 비록 자신의 노력으로, 어떤 것들은 크고 작은 것이라도 바꿀 수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바꾸기 매우 어려웠다.

예를 들어 그의 신분이나 사회적인 지위는 공부를 통해 바꿀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정사에 대한 예리함과 인심을 헤아리는 데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에 대해 예를 들어 말하자면, 그는 관직에서의 이러한 빙빙 에둘러 말하는 방식의 대화법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방자명은 그런 화법에도 바로 즉각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요즘 또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지금 말해 보거라.”

방인소는 차를 우려냈고, 이내 풍로에서 찻주전자 물이 끓어올랐다.

고청운은 생각을 거듭하다가 끝내 솔직히 고민을 밝혔다.

“요즘 제가 소어를 방씨 가문의 후계자로 보내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방인소는 멍해져서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는 “너, 너…….” 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살만 찌푸렸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

결국 방인소가 되물었다.

고청운은 부집게를 들어 발밑에 놓인 숯덩이에 묻은 재를 건드려서 털며 말했다. 

“성혼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 아닙니까? 제게는 이제 두 아들이 생겼습니다.”

방인소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문제까지 생각해 주다니, 노부는 매우 기쁘구나. 그런데 노부가 이런 것을 신경 안 쓰고 사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괜찮지 않았다면 내가 첩을 들였을 텐데 뭐 하러 지금까지 기다렸겠느냐? 내 부인만 이 미련을 끊지 못하고 늘 노부에게 미안해했지. 아들을 못 낳아서 노부의 향불을 끊고 말았다고 말이야.”

방인소가 다시 차를 우려내며 말했다.

“노부는 죽은 뒤에 무슨 저승이 있다는 것도 믿지 않고, 죽은 뒤의 향불이 노부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믿지 못하는데, 그때가 되면 이 노부는 흙에 묻혔을 테니 죽은 후의 일은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을 게다. 게다가 하늘 아래 이 노부 한 사람만 자기 자손이 없겠느냐. 다른 이들도 괜찮았으니 이 노부에게도 별일이 없을 게야. 또한, 지금 자손이 있다 하더라도, 만일 자손이 어리석다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끝날 것이다.”

그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인소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고청운은 그의 생각이 이 시대의 지식인들보다 앞서고 현대적인 걸 알고 있었다. 원나라 같이 글로 인한 화를 법으로 다스리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그의 사상이 더 개방적인 듯했다. 

오히려 고청운은 가끔씩 자신이 더 향토의 토박이로 자라 더 옛날 사람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부인이 결혼 전에 ‘후계’를 더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정말 그녀가 다 내려놓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네가 지금 이 일을 다시 끄집어낸다면 사서 고생하는 게 아니냐?”

방인소는 환하게 웃으며 제자를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노부는 나중에 나와 부인이 늙으면 너희 둘이 우리를 부양해야 했으면 하는구나.”

방인소가 이렇게 분명하게 향후 노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깜짝 놀란 고청운은 즉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스승님을 더 보필해 드릴 수 있다면, 제겐 큰 영광일 것입니다. 하하, 방 형만 화내지 않으면 문제없습니다.”

예전부터 방자명은 방인소의 노후를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을 알고 있었던 고청운은 때때로 자신도 내색을 하였는데, 방인소는 이를 알고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었다.

제자의 눈에 선한 기쁨이 보이자, 방인소는 어찌나 기쁘던지 계속 말했다.

“후계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도 마라.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니 정성껏 키워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마음이 좀 흔들렸다. 자신이 아니라 아내를 위해서였다. 고청운이 이 말을 전하면 아내는 심장이 ‘쿵쿵’ 뛸 것이었다. 

방인소와 연 씨는 이미 반쯤 관에 몸을 담은 사람들이었다. 지금 증손자를 계승자로 데리고 온다고 한들 몇 년이나 더 키울 수가 있을까?

그가 더 늙어서 다시 고청운 부부에게 소어를 돌려주어 키우게 한다고 해도, 이미 첫째와 둘째가 갈라져 컸으니 소어는 그 집안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으로 떠돌 것이었다. 

이 세상에는 모든 친형제들 사이가 다 막역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그래도 좋았겠지만, 결혼 후에는 우선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고, 집에도 돌볼 일이 많으니 다른 사람이 추가되어서는 안 되었다.

그럼 소어를 작은집에 둘까? 자신과 자신의 남동생은 사이가 정말 좋았으니 말이다. 자, 비록 방자명이 자신과 친하다지만, 그도 자신의 아이가 있었다……. 이런 생각까지 해 보던 방인소는 결국 이 생각을 지웠다.

고청운은 말을 들어보니 그의 뜻을 알 것 같았다. 고대에는 어린 아이가 요절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소어의 몸은 비록 매우 건강했지만, 가끔 주의하지 않으면 병이 날 수도 있었다.

정말 방씨 가문을 계승해야 하는 일이 다시 닥친다 하더라도 우선 소어가 세 돌을 넘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제일이었다. 

‘아이가 위험한 3살을 넘기면 다시 고려해 보자.’

고청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정신이 맑아지며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워져서 자기 자신이 싫어졌다.

“선생님, 자, 차를 올리겠습니다.”

고청운은 마음을 다잡고, 차를 더 잘 우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니, 내가 차를 우려주마. 노부의 차가 다 못 쓰게 되겠구나.”

그러더니 방인소가 그의 손바닥을 때렸다.

“그럼 스승님이 우려 주세요.”

고청운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뻗었던 제 손을 움츠렸다.

‘또 때리셨네! 아이고, 스승님. 걸핏하면 체벌을 해대시는군요. 간혹 소석이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이시더니, 어쩐지 그 아이가 집안의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을 외증조할아버지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네 녀석은 차 마시는 것도 싫어하잖느냐.”

방인소가 그를 외면했다.

결국 고청운은 쓸쓸히 방인소를 바라보며, 숯이나 뒤적여야 했다. 

‘올 겨울도 이렇게 춥구나.’ 

다행히 그는 다시 시험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직도 옷을 일부러 얇게 입고 추위를 이겨내는 훈련을 하고 있겠지, 어떻게 여기서 불을 쬐며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그들 부부는 그동안 이 고민으로 한동안 먹고 자는 걸 잘 할 수 없었다. 간미는 거의 젖이 빠질 뻔해서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승계의 일이 해결되자, 고청운과 간미는 다시 소어를 키우는 것에 주력하였다. 소어가 아직 누가 닮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고청운은 자신을 꼭 닮았다고 생각하였다.

이 외에 우리 소석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쁘지 아니한가, 소석은 소어에게 관심이 많았고 궁금한 것도 많아 매일 와서 동생을 보며 자곤 하였다.

고청운은 소석이 좀 더 커지면 철이 들어 좋은 형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방자명의 두 딸도 매우 귀여웠다, 이 두 아이는 소어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났지만, 아직 바깥의 추위 때문에 이 집으로 데려오지는 못했다. 그래서 고청운만 가서 볼 수 있었는데, 두 아가는 희고 보드랍게 생겼고 생김새도 거의 똑같았다. 아이들은 방자명과 비슷한 모습으로 태어나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었다.

고청운은 그녀들의 성장한 후의 미모에 대한 기대를 금치 못했는데, 절대적으로 보기 좋을 것이었다. 

* * *

2월말, 이날 고청운은 퇴근 후 그대로 눈발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경성의 도로는 청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걷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말을 타는 속도를 특별히 늦춰야 했다. 그래서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날이 이미 어두워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지금은 아직 오후 6시가 안 되었는데,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고청운이 문간에서 말을 끌고 가 후원으로 건너가자, 간미는 깜짝 놀랐다. 

“허허, 내 고료가 나왔소!”

고청운이 사장정이 보내온 편지를 보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신작이 발표된 지 석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고료를 보내 주다니. 예전에는 반년에 한 번 결산을 했었는데.’ 

“보아하니 장정이가 이해심이 많아 배려를 해 준 거군.”

고청운은 한마디 중얼거렸다. 

‘올 춘절에 쓸 돈이 더 많아졌구나.’ 

그는 그간 한 달에 네댓 차례 술자리에 나섰는데, 직속상관인 수(蘇) 대인의 아버지마저 상경해서 술을 사주었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그는 보답을 해야 했다.

고청운은 이런 방식의 교제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관직에 속한 이상 이런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초대장에 다 안 가든지, 아니면 다 가든지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어떤 것에는 가고 또 어느 모임은 가지 않으면 사람들은 필경 자신이 그들을 경시한다고 여길 것이었다.

그에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만한 독불장군 같은 용기가 없었다. 

“얼마나 들어 있어요?”

간미가 소어에게 줄 주머니를 박음질해 주면서 물었다. 

“이번엔 100냥이라고 하오. 내일이 휴일이니 직접 집으로 가져다 줄 것이오.”

고청운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하면 일 년에 3, 400냥이 되고, 작은 정원이 딸린 집을 살 정도의 돈이 나올 것이었다. 

‘그래, 결정하였다. 연말에 집을 더 사서 세를 놓고 명의는 간미의 명의로 해야겠다.’ 

이 화본만 믿고 있을 게 아니었다. 이쪽 시장의 일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니, 또 다른 수입처가 있어야 했다. 고정자산도 늘려야 하는데, 가늘고 길게 늘려가야 왕도가 완성될 것이었다.

그의 <장군전기> 모험기와 같이, 또 다른 책이 출판되고 난 후 또다시 열풍이 불어 닥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봐 주다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그가 또 다른 필명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여행기의 일부 내용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에 문인은 몇 가지 필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장군전기>의 필자가 ‘일침황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박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간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흐뭇해하며 말했다.

“어제 한 모임에 갔는데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더라고요. 다들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고청운은 놀랐다. 이 책은 그런대로 볼만해서 여인들도 즐겨 읽었지만, 어떤 사내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사장정도 말했었다. 어떤 오래된 독자들은 그의 새 책이 예전과 같이 신선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아니면 또 다른 모험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이다. 이번에 그의 이야기가 이렇게 평범할 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그의 재주가 이미 쇠퇴했다고 평하기도 하였다. 

이 말을 전할 때 사장정은 가슴에 의문이 가득했고, 당사자인 자신보다 더 화가 나 있었다.

고청운은 화가 나지 않았으나, 앞의 내용은 확실히 전개가 비교적 느리다고 생각했다. 앞엔 남녀 주인공의 유년기 시절 몇몇 사건과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었는데, 이 구간은 자극적이지 않고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아서, 막 황무지에 진입하고 있는 부분을 서술하고 있는 지금, 일부 독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확실히 앞의 세 권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었다. 

독자들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서로 다른 견해차를 보이며 양쪽으로 반반 갈려 있었다.

사장정은 화본에 대한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그의 가게에 공책 몇 권을 남겼다. 자신들의 의견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어느새 그 공책은 욕설을 남기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욕설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그의 화본을 보러 오는 것 같기도 하였다. 현재 정산을 받는 시기를 반으로 줄였음에도 그의 원고료는 여전히 이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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