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211)화 (211/504)

211화. 이사 (2)

고청운이 집에 돌아오자, 이사가 이미 시작되어 그들 짐도 함께 옮겨지고 있었다.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간미는 이미 사람들을 시켜 새로 입주할 저택의 정원을 한 번 손질하게 하였고 가구도 모두 다 정리해 두었기에, 그들의 짐만 꾸려서 바로 입주하기만 하면 되었다.

게다가 하인들이 있으니 고청운이 직접 나서서 손대거나 움직여 일할 필요도 없었다.

방인소와 연 씨도 상심할 일이 없었다. 그들이 이사 간 곳이 바로 옆집이었기 때문이었다. 방택의 앞마당에 나 있는 문 하나를 열면 그들이 이사 간 집의 앞쪽에 위치한 정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고, 또 여전히 방택에서 식사도 같이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치 조금 더 먼 곳의 정원으로 건너가서 사는 수준이지 이사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연 씨는 간미의 남산만 한 배를 보자, 그녀를 앉아서 쉬게 하고, 자신은 되레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하인들이 물건을 잘 배치할 수 있게 지휘하며 일을 도와주었다.

모든 짐들의 재배치가 끝나자 고청운은 소석을 데리고 새로 생긴 자신의 집 한 바퀴를 돌아봤는데, 자랑스러운 생각도 들고, 경성에서 사는 소속감도 느낄 수 있었다.

방택과 같이 2중 정원으로 설계된 그의 새집은 앞마당과 뒤쪽에 위치한 후원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앞마당에는 객실, 손님을 대접하는 서재가 위치하고 있었고, 제일 끝 쪽 방과 부속으로 달린 소가옥은 하인들이 사용하도록 하였다. 앞마당 안에는 마구간도 설치하였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 말은 간미가 고청운에게 선물하여 준 것이었다.

고청운은 이 말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말은 눈이 빛나고 있었고, 자태가 아리따웠을 뿐만 아니라 갈기도 매우 미끈했다. 비록 잡색이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명마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저 걸음을 대신할 용도로 탈 수만 있으면 되었다. 

“이 말은 아주 비싸지 않았소?”

고청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좋지 못한 말은 은자 2~30냥 정도에 거래되고는 했지만, 좋은 말은 값이 너무 비싸 1,000냥을 아우르는 값어치가 있었는데, 이 정도 말이면 한 필에 아마 몇십 냥 내지 100냥은 되어 보였다. 

간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싼 편은 아니었어요. 이 말은 군대에서 도태된 말이래요. 우리가 운이 좋아 어렵게 사 온 것이니, 부군께서 좋아하셨으면 해요.”

간미의 얼굴에 달콤한 웃음이 번졌다. 

고청운은 코를 문지르며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이 말이 정말로 마음에 드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부군의 눈이 놀랍도록 빛난다고 생각한 간미는 또다시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하여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심장 박동마저 매우 빨라졌지만, 마음이 너무 기쁘고 흐뭇했다.

“엄마, 이거 내 거예요?”

소석은 말을 보고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보다가 호들갑스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정말 좋아요! 소보 형아의 말처럼 아주 키가 커요!”

이 말은 아이의 목말보다야 당연히 훨씬 훌륭했다. 

순간 고청운 이마에 핏줄이 불룩 솟아났다. 

‘이런 눈치가 없는 곰 같은 꼬맹이 같으니라고. 아내에게 이제야 몇 마디 부드러운 말을 건네기 시작한 참인데, 매번 분위기를 망쳐 놓는다니까.’ 

간미는 고청운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소석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엄마, 이건 소석이에게 사 주시는 선물이지요?”

소석은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이건 너의 어머니가 내게 주신 것이다. 왜, 불만이 있느냐? 네가 이 말을 탈 수 있을 정도로 키가 큰 게야?”

고청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소석을 바라보았다. 

“너에게 준다면 탈 수나 있겠느냐?”

소석은 아버지를 보고 눈을 깜박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어쩐지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했다. 

고청운은 소석의 마음이 약해진 모습을 보고는 ‘흥.’ 하는 소리를 냈다.

소석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요즘 그는 외증조할머니, 외증조할아버지에게 일러바친 덕에 아버지에게 엉덩이를 맞지 않고 지내고 있었는데, 어젯밤 거짓말을 지어낸 일로 아버지에게 몇 대 맞은 터였다. 

‘거짓말은 무슨 거짓말? 분명 그것이 진실이라고 하는 사람이 여기 있는데 말이야.’

소석의 속마음에는 의구심이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이 집에서 제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가 아니셨단 말이야?’

소만에게 소석 말을 자극하지 않게 잘 보고 있으라고 시킨 후, 고청운과 간미는 후원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후원은 일반적인 사합원과 비슷하게 설계되어 있었는데, 본채와 동쪽, 서쪽 사랑채가 각각 있었다. 

대문과 중문이 만나는 곳의 협실에 위치한 주방은 오로지 주인을 위해서 제공된 공간이었다. 앞마당에는 당연히 부엌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곳에선 주로 하인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였다. 

고삼원 역시 앞마당이 있는 곳에서 기거하였으나 그가 사는 곳은 별도로 정렬된 단독 협실로, 그곳에서는 그저 밥 정도나 해결할 뿐이었다. 

서남쪽의 구석진 곳은 화장실로, 그 앞쪽에는 녹색 식물이 한 줄로 심어져 있었다. 또 청죽, 매화, 살구나무, 계수나무, 해당화, 대추나무 등도 같이 어우러져 심겨 있었는데,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화초나무였지만 정렬된 위치가 매우 알맞아 크지 않은 규모의 정원임에도 작은 화원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고청운은 정방 입구에 심은 감나무 두 그루가 마음에 들었다.

“이 나무들은 모두 황 대인이 남긴 것이오?”

고청운은 나무줄기를 더듬어 보았는데, 계수나무, 감나무만 새로 심은 것들이고 다른 큰 나무들은 모두 이전부터 있던 것들이었다. 

“5월에 심었는데도 이 계수나무는 잘 살아 남았구려. 그 정원사의 기량이 보통이 아니었소.”

고청운이 감탄했다.

“같은 가게에서 산 묘목과 화초들인데, 주인이 손재주가 좋아서 화초며 묘목들이 많이 살아남았어요. 원래는 경성의 큰 대감댁들에서 정원으로 초빙해서 화초를 가꾸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잘 도와주지 않으시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간미가 싱긋 웃었다.

“그냥 뜬소문일 수도 있소.”

고청운이 한마디 했다. 경성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다양한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었다. 자주 밖을 돌아다녔던 그는 현대에서는 이미 명맥이 많이 끊긴 절들을 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아주 뛰어났다. 

간미는 고청운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청운의 시선이 대문을 들어온 곳의 왼쪽 구석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수줍게 말했다. 

“그곳은 저희 빨래를 너는 곳인데 등나무를 심어 주변을 둘러쌌어요. 아직 등나무가 다 자라지 않아 우선은 울타리로 둘러쌓아 뒀지요.”

남들에게 부끄럽게 보이지 않도록 가린 것이었다. 

고청운도 이해가 갔다. 이 시대의 여성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인들의 속옷은 모두 몸종에게 빨래를 시킨 후 방 안에 두어 구석에서 말렸고, 겉옷만 밖에서 널고는 하였다. 방택 역시 마찬가지로 여인들이 이런 식으로 빨래를 말리고는 하였다. 

고청운은 음지가 좋지 않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간미에게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빨래를 말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후원이야 지인이고 친척들만 드나든다고 하나, 가끔 방인소와 방자명도 오고는 하였기에 손님들이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옷을 널어두게 하였다.

고청운네는 온 저택의 발을 내딛는 곳에 모두 청석판을 깔았는데, 정원 가운데의 오솔길만 자갈 포장이 되어 있었고, 정원의 중앙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어 그 아래에 작은 정자를 설치했다. 정자 안에는 네모난 나무 탁자와 둥근 걸상 몇 개, 그 옆에 대나무 몇 무더기를 심었는데, 이미 사람 키만큼 자라 있어 꽤 울창해 보였다. 

고청운은 은근히 만족스러웠다. 저녁때 더위를 피해 서늘한 바람을 쐴 곳으로 이곳이 딱이다 싶었다. 또한 이것은 은행나무가 아닌가! 이 나무는 자신이 시험 볼 때 먹었던 은행을 생각나게 하였다. 이 시대에는 큰 은행나무가 몇 그루씩 심어져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 수명이 오래되어 아주 커다란 나무들이 후대만큼 드물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가 고향으로 떠나기 전에 간미와 상의했던 산책 전용 길도 내 두었는데, 마당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청석판으로 길을 내었다. 이 길은 그가 아침에 빠른 걸음으로 운동을 할 때 이용될 것이었다.

새로 단장한 집은 한마디로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590냥의 은자로 이 저택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비록 낡은 편이었고 새로 개축하는데 또다시 100냥 이상의 은자가 더 들었음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몇 년 후에는 집값이 반드시 오를 거야.’

경성에 있는 자신의 집을 떠올리던 고청운은 이곳이 진짜 ‘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살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은 동, 서 사랑방에 모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 기다렸다가 넘어가서 지내게 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사내아이는 동쪽 사랑방에, 여자아이는 서쪽 사랑방에서 살게 하면 딱 알맞을 것 같소. 우리 부모님이 오시게 되면 본채를 양보해 드리고 사내아이는 앞마당 곁채로, 여자아이는 서쪽 사랑채에 살게 합시다.”

자유롭게 상상해 보던 고청운은 잠시 간미의 배를 보고 나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애들이 커서 혼인을 하고 또다시 손주들까지 보게 되면 사람이 많아져서 이 집으로는 부족하겠소.”

여기까지 생각하자 고청운은 또다시 아이를 두, 셋만 낳는 것으로는 부족한가 싶었다가 결국 양보단 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미는 이런 그를 보며 은근히 미소를 지었는데, 이런 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잦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됐소, 전부 합해서 도합 20개가 넘는 방이 있는데, 어찌 이게 살기 부족하겠소. 만약 부족하다고 하면 다른 대가족들은 다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이오? 결국 돈을 열심히 벌어서 많이 모으면 될 일인 것을.”

고청운이 중얼댔다.

고청운은 아이가 생기고, 특히 둘째가 막 태어나려고 하면서부터 자신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후대를 위한 고민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소석과 함께 있을 때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서 관심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이미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소석은 그의 첫 번째 아이로, 그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이 시공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 준 가장 큰 열쇠가 된 아이였다. 또한, 이 아이는 고청운으로 하여금 그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만큼 소석이 그의 마음에서 가장 특별하고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 고청운은 소석에 대한 애정이 가장 깊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아, 나중에 아무리 아이가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그가 생각하는 제1의 자리에는 소석 외에는 그 누구도 올라올 수가 없을 것이었다.

이것은 그도 어찌할 수 없는 일로, 감정적인 일을 통제할 방법은 없었다. 물론 그는 이후에 다른 아이가 생겼을 때, 자신이 최대한 겉으로라도 공평함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절대로 편애를 하지 않을 것이었다.

편애로 인해 아이들과 멀어지게 된 예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임계촌에서만 해도 이런 사례가 종종 있어 왔는데, 편애는 성품이 올바르지 않거나 무책임한 아이들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고청운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쪽으로는 매우 잘해 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숙부에게는 외적으로 거의 공평함을 유지해왔고, 손자 세대에 이르러서는 비록 자신을 마음속으로 가장 아껴 주었지만, 그래도 고청평과 고청안도 매우 아껴 주어서 그들에게 용돈도 자주 주곤 했던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허허, 이번 상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분은 몰래몰래 모든 것을 챙겨 주었는데, 거의 자신들의 관마저 내어준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을 주려 하였다. 다만 그가 받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고청운은 간미와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다행히 관점이 서로 같아서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들은 이후에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동일시하여 아이들을 공평하게 양육하길 원했다. 너무 다른 하나를 편애하거나 너무 지나치게 귀여워해서는 절대 안 되고, 반드시 아이들에게 자기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손재주나 하다못해 자수 혹은 서예라도 가르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우며, 농사를 지을 줄도 알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청운은 때때로 상상력이 지나쳐 자신이 관직에서 실수로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가족들까지 유배될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상황이 닥친다고 한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잘 먹고 잘 살면서 가족들까지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남몰래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았다. 독서에 관한 지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장부를 기록할 수도 있었으며, 닭(일반인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다)을 기를 수 있었다. 또한, 벼, 옥수수, 감자 등을 심고 키울 줄 알며, 달걀을 절일 줄도 알았다.

음, 그러고 보니 정말 귀양을 간다고 한들 온 가족을 부양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고청운은 자신의 아들과 딸도 기술을 하나씩은 배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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