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190)화 (190/504)

190화. 유행

성적을 기다리는 동안, 고청운은 동기들과 다양한 모임과 문회에 나가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을 물건들을 챙기며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진행했는데, 가족들을 위한 선물 구입 등이 가장 주요하게 행하는 일이었다. 

이번에 서길사에 합격하거나 혹은 경성 내의 관리가 되면, 고향에 돌아가 조상의 제사를 지낼 수 있는 휴가가 주어졌다. 조정에서는 고향이 위치한 지역의 거리에 따라 휴가를 달리 주었는데, 고청운은 자신의 집이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들 중 가장 긴 휴가를 얻을 수 있었기에 여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빼고도 집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어림잡아 한 달은 될 것 같아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향에 돌아가는 여정에 필요한 경비는 모두 조정에서 지원을 해 주니, 주머니가 가벼워진 그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간미는 고청운이 집으로 가지고 갈 물품 명단을 작성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부군, 요 며칠 동안 너무 신나셨죠?”

고청운의 얼굴에는 어떻게 해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럼 기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이오?”

고청운이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내 입장에서는 이번 귀향길이 확실히 아주 즐거운 일이라오. 우리는 이미 4년 동안이나 가족들 얼굴을 보지 못하지 않았소.”

이번 귀향길에 그는 본디 간미를 데리고 돌아가는 것을 망설였는데, 어쨌든 그녀가 회임 중이어서 위험한 일이 생길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간미도 집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도 좋았고, 아이에게 큰 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따라서 돌아가고 싶었다. 게다가 배를 타고 갈 것이었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육지를 통해 마차로 가는 것이었다면 그녀도 분명히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었다. 

역시나 방인소와 연 씨는 회임부가 돌아다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청운은 배를 타면 임산부에게 영향이 없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는 방자명에게 물을까 했는데, 방자명 또한 사내의 몸이라 이 방면의 문제에 아는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였다.

한편, 방자명도 그의 아내가 회임 중이라 고청운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청운은 소석만은 반드시 귀향길에 데려갈 것이라 생각했다. 소석이 벌써 이만큼 컸으니, 고향집에 계신 어른들을 만나 뵈어야 했던 것이다. 또 요즘 소석은 성격이 대체로 활발하고 귀엽고 애교도 비할 바 없이 능수능란해졌으나 가끔 못마땅하면 울고불고 떼를 썼는데, 번번이 연 씨나 간미가 감싸고, 또 방인소도 너무나 아이를 총애하여 감싸주기만 하는 실정이었다. 

그는 방인소나 연 씨와도 이쪽으로 교육을 하기 위해 대화를 나눠봤지만, 두 사람은 말로는 잘 응해줘도 소석의 눈물만 보면 모든 약조를 망각하는 듯했다. 

고청운은 어쩔 수 없이 이번 귀향길에 소석을 데리고 있으면서 나쁜 습관들을 고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조시 성적이 발표되길 기다리고 있느라 한가해진 시간에 고청운은 선물을 사러 다니며 오히려 어려움에 봉착했다. 경성에 확실히 물자가 많아,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 볼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가져가고 싶은 물건이 많아도 그의 주머니 사정엔 한계가 있었기에,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증세가 발현되어 버렸다. 

사실 어떤 물건들은 간미가 이미 준비를 해 놓았는데, 다만 고청운은 늘 그의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선물을 직접 사드리고 싶었기에 난처해하고 있었다.

고청운이 금은방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고청운이 고개를 돌려 보니 뜻밖에도 사장정이었다!

“장정이, 어떻게 여기 있는가?”

고청운이 자세히 살펴보니, 금의장포를 입은 그의 미모는 여전했고, 입술도 여전히 붉고 흰 치아가 언뜻 보이는 모습이 봄바람이 만연한 화사한 모습이었다. 다만 백옥관 위에 활짝 핀 작약 한 송이가 꽂혀 있는 모습이 어딘지 이상해 보였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궁금해서 그런지 그를 쳐다보았는데, 심지어 어떤 사내들은 모두 몇 걸음 더 멀리 가 버렸다가 또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까지 그를 다시 주시하였다. 그들은 그의 울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미적미적 자리를 떠나버렸다.

“나는 오늘 별일이 없어서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네. 이 근방이 마침 송죽서재이지 않나, 자네는 여기까지 왔는데도 어째서 나를 보러 들어오지 않고 있었던 겐가?”

사장정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허리춤에서 쥘부채 하나를 쥐어 펼쳐 들고 자세를 예쁘게 하여 부채질을 하였다.

고청운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겨우 사장정의 머리에 꽂힌 작약에서 눈을 뗀 그는 마른기침을 하고 나서야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책 대신 다른 뭔가를 사러 나온 거야. 내가 자네가 서점에 있는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자네가 매일 서점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고청운이 되레 되물었다.

“그럼 뭐를 살 겐가?”

사장정은 금은방의 간판을 보고 호기롭게 부채를 펄럭이며 말했다.

“뭐를 사던지 상관없으니 내 이름을 가게 장부에 적어두게나, 이 몸이 지금은 은자가 모자라던 그때의 몸이 아니시란 말이지.”

영평백이 그의 어머니의 혼수를 일부 돌려주고 난 후 사장정의 자산은 급속도로 불어나, 그가 가진 재산은 이미 송죽서재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청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직 사려는 것을 다 정하질 못했네. 그리고 굳이 여기서 사지 않아도 되고. 자네는 이제 돈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돈 많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일세. 연말에 혼인을 치러야 할 사람이니 돈 쓸 곳이 더 많아질 텐데, 좀 아껴두어야지.”

이전에 전시 시험 결과가 발표된 후, 고청운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축하 선물을 보내왔는데, 사장정도 그에게 한 차례 예물을 보냈었다. 사장정의 선물 중에는 아주 유명한 휘묵(*徽墨: 중국 휘주(徽州)에서 나는 유명한 먹)이 있었는데, 사장정이 고청운이 이걸 오래전부터 흠모해 오고 있었다는 걸 알고 사서 보내준 것이었다.

아마 그가 답례를 보내야 하는 사정을 고려했을 것이었다. 선물의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마음을 써서 골랐다는 게 느껴졌는데, 고청운이 평소에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 없었던 문방사보 중의 하나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저께 황제가 성지를 내렸다. 정식으로 사장정과 안락공주의 혼사를 확정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사건은 대부분의 경성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왜 하필 사장정이라는 평판이 좋지 않은 백부의 도련님이 공주의 남편감이 될 수 있었을까? 게다가 황후마마께서도 반대하지 않으셨다고 하고.’

그러다 다들 이젠 7살짜리 태자를 생각하더니, 태자의 친누이인 안락공주의 신분이 더욱 존귀해진 마당에 어떻게 저런 권문세족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인지, 어떻게 권력도 없고 실세도 아닌 사장정과 결혼을 시키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이 추측은 심지어 경화소보의 제일의 기사로 등극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소보들이 이 혼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추측은 고청운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괜찮네, 혼사는 종인부(宗人府)에서 알아서 할 걸세. 나는 이미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네. 참, 지금 정오가 다 되어가니 내가 장원루에 가서 식사를 사리다.”

사장정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청했다.

고청운은 하늘빛을 보니 확실히 점심을 먹을 때가 되기는 하였다. 

“장원루 말고. 그곳은 아는 이들이 너무 많네. 게다가 요즘의 문회는 죄다 그쪽에서 열었더니 그곳의 음식은 이미 질려버렸어. 우리 ‘둘째 이씨네 골목집’ 가게에 가서 양고기탕을 먹읍세.”

최근에 그는 바빴었기에, 원기나 좀 보충하려고 하였다. 

“그 작은 가게는……. 그래, 깨끗한 편이지 뭐. 양고기탕 맛이 참 좋기는 하지.”

사장정이 눈을 잠시 빛내며 부채를 접더니, 자신의 머리 위에 작약꽃을 붙들고 웃으며 말했다.

“어때? 이거 예쁘지 않은가?”

고청운은 그저 눈이 아플 뿐이었다! 사장정의 등쌀에 그가 급히 대답했다.

“자네는 왜 이것을 꽂고 다니게 된 건가?”

말을 미치자, 사장정은 쌓인 게 있던 듯 말을 했다. 

“자네 같은 신임 진사들이 몰고 오기 시작한 유행이 아닌가. 예전에 자네들이 말을 타고 거리 행진을 할 때, 진사들 중 일부 매우 어리고 미혼인 사람이 몇 있었는데, 내 외모보다 못하지 않은 사람도 몇 있었지. 아, 이게 아니지. 

그러니까 자네들이 머리에 꽃을 꽂는 행동은 여러 사람들을 매우 감동시켰다네, 정말 재미있었지. 결국 오늘 아침 일찍 공주께서 궁중에서 꽃 한 송이를 꺾어 나한테 주시지 뭔가. 내 미래의 처가 내게 꽃을 처음 선물하는 거였는데, 내가 무시할 수 있었겠냐는 말일세.”

공주가 자신에게 꽃을 선물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이리저리 추측해 보더니 공주가 그에게 꽃을 머리에 꽂으라고 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경성에서 이런 것을 유행시켰단 말인가?’

이야기를 듣던 고청운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 어쩐지 요즘 길에 머리에 꽃을 꽂는 사내들이 있더라니. 그는 경성 사람들의 시류에 도저히 편승할 수가 없었다.

사장정과 점심을 먹은 뒤, 고청운은 사장정이 사주는 소석의 장난감까지 한 상자 안아 들고 시름에 잠겼다. 

‘사장정까지 소석이한테 장난감을 사줬으니……. 소석이를 너무 오냐오냐 하는 것은 아닐까?’

꼬맹이의 기억력은 참 좋았다. 사장정이 겨우 몇 번 안아줬을 뿐인데, 다음번에 만났을 때 그를 기억하고 ‘장정 아저씨’라고 감미롭게 불러댔던 것이다. 이를 들은 사장정이 좋아할 만도 하였다. 오죽하면 밥을 먹다가 아이 선물을 사줬을까.

그는 고개를 흔들며 우선 이 일은 더 고민하지 않으려 하였고, 집안에 계신 어르신들 건강에 필요한 중요 약재를 사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다. 그의 어머니와 자매들에게 줄 장신구도 샀다.

* * *

고청운이 집에 돌아가서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보요 장식 하나를 간미에게 주자, 간미의 눈이 갑자기 붉어졌다.

고청운이 깜짝 놀라 물어보니,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은 간미가 그와 잠시나마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것이었다.

이유를 들은 고청운은 묵연해졌다. 앞서 며칠간 그녀는 운이 나쁘면 해풍이 불어 배가 아주 요동을 친다는 말과 임산부는 장기 승선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고청운도 이 생각에 동의했는데, 현재 간미는 이미 회임 3개월 반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왔다 갔다 하는 데만도 3개월이 소요될 것인데, 만일 그녀가 도중에 배에서 뱃멀미하거나 토했을 경우 의원을 바로 부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마주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일은 회임부가 겪기에는 생각만 해도 위험했다.

간미는 가족이 몹시 그리웠을 뿐만 아니라 고청운 부자와 헤어지기까지 하려니 견디기 어려웠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오늘 갑자기 마음이 동요한 모양이었다. 

“딱 3개월밖에 안 걸린다오.”

고청운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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