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영광 (1)
그들의 행렬은 계속되었다. 고청운은 특히 초유, 담자례, 방자명이 지나는 곳에서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을 느꼈다. 방자명이 그의 뒤에 멀리 있는데도 불구하고 등 뒤에서 여인들의 비명소리가 간간이 들렸던 것이다.
방자명의 얼굴값을 생각하면, 고청운은 여인들의 이런 반응이 매우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인기 순위만으로 보자면 그는 방안인 초유와 비슷한 순위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었다. 만약 그가 탐화라도 되었더라면 분명 대중들은 더 광분했을 것이었다.
한창 생각을 하느라 앞을 잘 살피지 못한 고청운이 머리에 과일을 맞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는 땅바닥에 뒹구는 작은 들판의 과일들을 보고는 관모를 바삐 다시 썼다.
“과일 투하를 금한다!”
큰길 양쪽에서 질서를 유지하던 병사들이 얼굴이 흙빛이 되며 울부짖었다.
고청운은 금방 놀라서, 정신을 감히 다시 흩트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나중에 누가 자신이 눈에 거슬린다고 썩은 계란이나 돌멩이 등을 던질까 무서워졌는데, 군중과 그들의 거리는 꽤 있는 편이었고 지금 질서 유지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고청운이 이리저리 피하는 것에 비해, 방희림은 자신의 곁을 지나가기만 하면 뭐든 다 잡으려 하였는데, 그다지 민첩하지 못해 열에 여섯 일곱은 잡을 수 없었다. 구경하던 고청운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탐화랑, 자네 운동신경이 너무 떨어지는군.”
고청운이 한마디 했다.
“응? 뭐라고 하였는가?”
방희림은 한창 바빠 분명하게 듣지 못했다.
고청운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니네, 꽃 잡는 데 집중하시게.”
‘비록 자네 머리가 남들보다 조금 더 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은 꽃을 꽂을 수는 없을 텐데.’
방희림은 틈만 나면 머리에 꽃을 꽂고 웃음을 띠며 흐뭇해했다. 고청운은 그가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속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앞으로 더 잘 교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 * *
한 시진 후에 그들은 마침내 장원의 집으로 돌아왔고, 모든 장원유가 일정이 마침내 이렇게 끝이 났다.
비록 행렬은 끝났지만, 신임 진사들에게는 감격과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늘 말을 타고 거리를 행진해 본 것은 그들이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마부들에게 타고 온 말을 데리고 돌아가게 하고 나서, 고청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산동 회관 앞이로군.’
이곳은 번화가여서 가마나 마차를 찾아 집으로 귀가하기 쉬웠다.
하지만 이들은 잠시 동안 흩어지지 않고 마땅한 사람을 찾아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다들 회시를 다 치르고도 집에 틀어박혀서 계속 복습하고, 또 그 후에는 전시와 성적을 기다리느라 같은 기수들끼리 서로를 사귈 기분이 아니었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디 연회라도 열어 동사가 되었다며 축하할 수도 없었는데, 남들에게 너무 오만방자하게 보였다가 자칫 눈에 거슬려 누군가 황제에게 밀고를 해서 성적이 동진사로 떨어져 버리게 되면 너무 아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그랬던 과거의 사례가 있었다.
석차가 이미 발표되어 일명 방방(*放榜: 과거 급제자 이름을 부르는 일)되자, 모두가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교제해 볼 기분이 들었다.
같은 해에 합격한 동기들은 일종의 인맥이어서 언제 서로가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장원, 방안, 탐화 주변이 제일 떠들썩했다.
고청운이 자세히 살펴보니 장원랑보다 방안인 초유가 더 인기가 많았는데, 초유의 할아버지가 이부의 좌시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대가 군신인 또 다른 신임 진사들 주변에도 다들 둘러서 있었는데, 지금의 인기가 시험 석차에만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이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곧 벼슬길에 오를 예정인 다른 사람들도 이후에는 석차 순위라는 것이 별거 아니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2갑의 1등과 2갑의 꼴찌 중 누구 집안에 권력자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승진이 더 빠른 사람이 결정 날 것이었다.
그러한 섭리는 고청운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운해하지 않았고, 그저 주변에 몇 명이 모여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다만 장소가 당최 불편한 데다, 지금은 이미 오후가 되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점심 한 끼 먹지 않았던 그들은 정신이 극도로 흥분되어 있다가 뱃속의 부름을 이길 방도가 없자, 결국 모두들 서로 자기의 주소를 알려주며 연락을 하자고 약속을 하고 각자 작별을 고했다.
* * *
고청운은 방자명과 함께 마차 한 대를 잡아 올랐다.
마차 안의 방석이 매우 깨끗해 보였음에도, 고청운과 방자명은 꼿꼿이 앉아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지금까지 너무 바빴던 두 사람 모두 긴장이 풀리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청운아, 축하해. 전려 자리에 오르다니, 본 왕조 이래로 우리 중 어느 진사도 이렇게까지 높은 석차를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이번에 네가 정말 가문과 조상님을 빛나게 했어.”
방자명은 정신을 차리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고청운은 턱을 살짝 들어 그를 곁눈질하면서 함께 축하했다.
“저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만약 방자명이 그때 천문 문제만 잘못 풀지 않았더라면, 그의 성적은 자신보다 좀 더 좋았을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이제 드디어 합격이로구만!”
고청운은 한숨을 쉬며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시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니 높은 하늘과 광활한 땅의 기운이 느껴지며 정신이 맑고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조시(*朝考: 한림원의 관직을 맡을 관리를 뽑는 시험)가 남아 있지. 참, 한림원에 남고 싶니?”
방자명이 물었다. 그전에는 시험에만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합격을 했으니 그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물어볼 때였다.
고청운은 조시가 떠오르자 참지 못하고 그를 쏘아보았다.
“어렵사리 이제야 긴장을 풀려고 했는데, 그걸 언급하시다니.”
조시는 전려 행사 5일 후에 보화전에서 치르는 시험인데, 목적은 한림원 서길사(*庶吉士: 한림원의 관명, 진사 가운데서 문학에 뛰어난 사람을 뽑아 서길사로 임명하여 조정 교육과 인재 양성의 직무를 맡기는데, 관리를 선발하고 임용하는 직무가 포함됨)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으로, 이를 관선(*3년 후의 1갑의 3개 등수 합격자들과 마찬가지로 한림이 됨)이라고도 불렀다. 조시는 조서작성, 논술, 소통, 시, 시부 등의 문항을 시험 봤는데, 성적이 1, 2, 3등급으로 나뉘었다.
서길사 전형은 복시와 전시, 조시 3차 시험의 성적을 종합하였지만, 주로 조시 성적이 제일 영향이 컸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4수 시험 합격자(즉, 복시, 전시 2갑, 조시 1등급 합격자)는 반드시 한림원 입성이 가능해졌다.
예년에는 2갑 진사 출신인 진사들에게만 조시의 시험 자격이 주어졌지만, 올해부터는 3갑의 동진사나 진사 출신자들이 모두 함께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조시는 반드시 잘 쳐야 하는 시험이었다. 결국 이들의 향후 진사 생활, 즉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최종 시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종합 성적이 좋으면 우수 합격자로서 한림원의 서길사, 즉 속칭 ‘점한림(点翰林)’이 되는데, 이후 나머지는 성적에 따라 주사(主事), 중서(中书), 행인(行人), 평사(评事), 박사(博士), 추관(推官), 지현(知县), 주부(主簿)등의 직위를 수여 받았다.
방자명의 말에, 고청운의 머릿속으로 조시 때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줄줄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시험을 볼 생각입니다. 전 아직 나이가 어리니, 설사 저에게 현령직을 준다고 해도 할 수 없을 거예요. 현과 관계된 사람들의 관계는 너무 복잡할 텐데, 저는 요 몇 년 동안 줄곧 책만 읽어왔기 때문에 제가 잘할 수 없을까 두려워요.”
고청운은 이게 바로 문인의 좋지 않은 면모라고 생각했다. 수십 년 공부하고 나서 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한 현의 수령이 될 수는 있었으나,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말단의 관계는 매우 복잡해서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처리를 잘하지 못할까 봐 또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도움을 받았는데, 개인적인 고문, 서기직 같은 것이 그러한 연유로 생겨난 것이었다.
“방 형은요?”
고청운이 반문했다.
방자명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열심히 노력해 보자고.”
고청운은 웃으면서 그의 모자에 시들어 버린 꽃 한 송이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머리에도 한 송이 꽂혀 있는 것이 생각나 서둘러 석류꽃을 내렸다.
고청운은 색이 바래고 있는 석류꽃 한 송이를 보았지만, 이 꽃을 그냥 버릴 생각이 없었기에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꽃을 잘 말려 보존하기로 결정하였다.
‘소석이가 커서 장원유가를 할 때에 나도 소석이에게 꽃을 건네주어야지. 꼭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빨간 색의 석류꽃을 전해 줄 테다!’
고청운은 소석이의 미래에 대한 가장 아리따운 상상을 해 보았다.
“맞다. 오늘 담자례가 네 눈치 보는 것을 보지 못했니?”
방자명이 갑자기 물었다.
고청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오늘 종일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그다지 주의하질 못했어요. 무슨 일 있었나요?”
그는 자기가 담자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방자명이 왜 잘 있다 말고 갑자기 담자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였다.
“하하, 넌 관심이 없구나. 하지만, 분란을 조장하는 자들은 늘 널 대신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어. 나도 그들이 알려 줘서 알게 된 것이고. 흠흠, 글쎄 네가 열 명 안에 전려되었을 때 그가 놀라서 얼어붙어 있었다지 뭐야, 하하.”
고청운은 방자명의 말을 듣고 멍해졌던 정신이 돌아왔다.
“아쉽게도 그때 나는 뒤쪽에 서 있어서 그의 모습을 직접 보질 못했어. 너무 아쉬웠지!”
고청운은 하품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대꾸했다.
“비록 저와 그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고는 하나 다 지나간 일인데, 뭐 하러 그를 더 지켜보고 있었단 말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제가 그보다 석차가 더 높으니, 그가 전에 했던 말들이 다 가짜임이 증명된 셈입니다.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고 판단력이 있으니 저를 믿을 사람은 믿을 것이고, 저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히 제 얼굴에 먹칠할 일을 쫓아다니겠지요.”
사실 그는 자신이 전려의 자리에 오른 것도 아직 얼떨떨했다. 어떻게 황제는 자신에게 몇 마디 물어본 것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그는 이것이 매우 궁금했지만, 자신에게 좋은 일이었기에 깊이 따질 필요도 느끼지 못했고 또 깊이 따질 수도 없었다.
방자명은 어리둥절해하며 생각해 보더니 또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너희들은 서길사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부딪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서 늘 같이 지내야 할 텐데.”
“다들 그렇지 않은가요. 죽지 않는 한 우리는 늘 서로 마주치게 되는 거리에 있게 되겠지요. 담자례의 그 입방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는 미움을 살 사람이 많지요. 남을 욕하고 흉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분명 그는 미래의 어사(*御史: 비서와 검찰, 주로 탄핵을 담당)님이 될 것 같아요.”
담자례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평소에 오만하게 굴다가, 가끔 자기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욕을 하는 등 입이 독했다.
그에게 이런 심성이 있는 것을 안 고청운은 차라리 마음이 놓였는데, 적어도 자신 한 사람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
오늘은 기억에 길이 남을 경사스러운 날이라, 고청운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모여 축하하고 싶어졌다. 이런 순간에는 당연히 가족과 함께해야 즐거웠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