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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165)화 (165/504)

165화. 시골에서의 생활

육훤의 말에 의하면, 담 씨는 시집온 뒤부터 그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었는데, 겉으로 그에게 전혀 다정하게 굴지 않았고, 그의 교육 문제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에 있어서는 미세한 부분까지 관심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였다. 

그녀는 두 달이 지나오는 동안 누구에게도 트집잡힐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계모가 의붓아들에게 너무 친절하면 사람들은 아첨하는 것이라며 뒤에서 쑥덕일 터였다. 그렇다고 의붓아들에게 잘 대해 주지 않으면 당연히 더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인데, 담 씨는 이렇게 처신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었다. 

고청운은 담 씨의 이런 처신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다. 최소한 육택은 그녀의 이런 처신에 매우 만족할 거라 생각했다. 

“또 기억하거라, 시간이 나면 역사책을 많이 읽어보렴. 특히 중국사에는 그런 사례가 많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고청운은 계속해서 그에게 알려 주었다.

“나는 네가 과거에 응시하지 않고 대부분 병서를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버님을 따라 배우되, 시간이 있을 때 책을 많이 읽어 둬서 나쁠 게 없단다.”

“그럴게요, 스승님.”

육훤은 고청운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미 여러 번 말씀하셨으니까요.”

고청운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있었다. 육훤은 자신이 월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줄곧 자신과 연락을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년여간 글공부를 해 온 육훤은 매우 총명해서 기초적인 글자는 이미 배웠기 때문에, 스스로 편지 한 통을 쓰는 것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마땅히 할 말은 이미 여러 번 말했던 것이다. 고청운은 육훤을 대신해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고, 두 사람은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후부에 돌아와서 육훤이 대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문은 신기한 듯 물었다. 

“고 공자님, 방금 세자께서 우셨나요?”

고청운은 머리를 끄덕여 솔직히 말했다.

“좀 견디기 어려웠을 테죠. 아이들과 앞으로 그곳에서 축국을 못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속상했을 겁니다. 물론 저랑 헤어지는 것도요.”

오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틀 후, 고청운은 성문에 도착해 육택 일가를 배웅했다. 여기서 그는 담 씨의 얼굴을 처음 보았는데, 그녀는 매우 젊어 보였고 표정도 침착했으며 태도도 의젓하였다. 슬쩍슬쩍 흘겨보니, 그녀의 하얀 얼굴이 돋보였다.

하긴 담자례도 잘생겼으니, 그와 같은 부모를 둔 누이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모인 건 당연했다. 방자명 남매처럼 되지 않는 한 두 남매가 비슷하게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이었는데, 방자명의 누님 같은 경우엔 운이 방자명보다는 좋지 않은 편이었다. 

뜻밖이었던 것은 담자례가 담 씨 앞에서는 매우 순종적이었다는 것으로, 일전에 그의 앞에서 보였던 의기양양하고 오만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육택가의 식솔들이 모두 마차에 오른 후에야 배웅하던 다른 사람들도 비로소 천천히 흩어졌다.

그때 고청운과 담자례의 시선이 의도치 않게 마주쳤다. 

고청운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저는 집안에 일이 있어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담자례은 ‘네.’ 하고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고청운은 문득 담자례처럼 얼굴에 희로애락을 드러내 주는 사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미워했기에, 고청운은 그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 * *

그 후로 7월부터 시작해서 더 이상 후부에 가서 수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되자, 고청운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그가 계속해서 외부 일정을 거절하니, 방인소가 오히려 주동적으로 그를 찾아와 이야기하였다.

“청운아, 요즘 밖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네 얘기를 하는데, 너는 아예 안 나갈 참이냐?”

이때는 연중으로, 방인소가 일하는 호부에서 총결산을 진행하는 시점인지라, 방인소는 요즘 너무 바빠 매일같이 일을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뒤늦게 귀가해서 고청운의 교제 상황까지 챙길 줄은 몰랐다.

“스승님, 무슨 말씀이세요? 안심하세요, 저는 다른 사람이 말 한마디 했다고 해서 자신을 증명하겠다고 아득바득거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던 저는 그 말에 제 살을 깎아 먹지 않을 겁니다. 저는 당분간 이사도 안 나갈 거예요. 설령 이사 나갈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진사에 합격한 이후가 될 겁니다.”

고청운은 마음이 따뜻해져서 바로 스승님을 위로하였다.

그는 결코 방인소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는 여기지 않았는데, 어차피 스승님이 자신을 아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경성 안에서는 서로 소식이 맞닿아 있어 늘 조심해둬야 실수하는 일이 없었다. 

방인소는 머리를 끄덕여 보이며 동의했다.

“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고는 하는데, 너는 이때 반드시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밖에는 나가지 않아도 좋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저 책을 읽거라. 네가 진사에 합격하면 그때는 자기가 제 혀를 깨문 걸 알게 될 게다.”

고청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강대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진사에 합격하면 사람들은 그제야 방인소가 안목이 있고, 자기에게는 장래가 있다고 말할 것이었다.

고청운이 담자례를 미워하게 된 계기는 당연하면서도 단순했다. 그것은 바로 그 녀석의 주둥이 때문이었다. 그 녀석이 상경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그 일에 대해 가끔 투덜대기는 했어도 표면상으로 드러내지 않고 여론을 형성한 적도 없었다. 어쨌든 요 몇 년간 글공부를 배우는 은사님의 딸, 손녀, 친척집과 맺어지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젠 다들 경우 없이 그를 도끼눈 뜨고 바라보았다. 

아마도 누군가가 질투심으로 가끔 사석에서 이 얘기를 꺼낸 것 같은데, 결국 지금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그 유명한 담자례였다. 그의 누이가 지금 육택과 혼인을 한데다가 담씨 가문은 원래 문인들 사이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터라, 그에게 알랑거리고자 하는 이들은 고청운을 팔아 댔고, 결국 이는 고청운을 괴롭게 하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담자례처럼 직설적이지 않아 고청운 앞에서는 감히 말하지 않지만, 암암리에 그를 헐뜯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고청운은 2년 동안 친분을 맺은 친구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늘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말을 해 줬다.

그러나 까닭 없이 소동을 일으키니, 고청운의 마음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담자례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특히 지금은 회시를 준비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서로 잘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었다. 

* * *

올해 여름의 날씨는 매우 더웠는데, 아마도 시내에 사람이 너무 많아 더 그랬는지 경성의 온도는 높아서 예년보다 더웠다. 고청운은 서재에서 책을 읽을 때는 웃통을 벗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점심시간에 꼭 목욕을 한 후 낮잠 자리에 누웠지만,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집에 있는 작년에 보관해둔 얼음도 부족해졌는데, 하필 이때 얼음값이 올라 사들이기 어려웠고, 초석(硝石) 을 사서 직접 얼음을 제작하려 해도 가격이 함께 올라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방인소는 관리였기에, 조정에서는 해마다 이때에 얼음을 내렸다.

그래도 집에서 얼음을 쓸 수 있는 것은 두 노인뿐이라 많이 쓸 수도 없으니, 고청운 외의 가족들은 조금의 얼음을 억지로 겨우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고청운과 간미는 젊은 사람이니 더위를 참을 수 있었지만, 소석이는 밤에 자다가 더워서 계속 울었다. 

아무리 부채질을 해줘도 더운 바람만 일으켰기에 소용없었다. 또 아이가 병이 날까 봐 얼음을 많이 줄 수도 없었다.

현재 경성의 길거리에서 가장 기뻐하는 이들은 바로 얼음으로 만든 청량음료와 찬 음식을 파는 상인들로, 그들은 초석을 얼음물에 넣어 얼음을 만들었는데, 그 얼음을 이용해 우유나 양젖을 원료로 하여 이를 뒤섞어 차갑게 응축시킨 다음 여러 가지 다른 맛의 과즙이나 잘게 썬 과일을 넣은 빙라오(冰酪)도 만들어 팔았다.

이런 빙라오같은 디저트는 부자들이 그래도 사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얼음 제조법은 당나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송나라가 점차 절정에 다라, 하 왕조에 이르러서는 여기에 우유향 등을 섞을 수 있는 기술이 발달했다. 재료를 첨가하여 반고체의 형태로 만든 차가운 간식은 현대식의 아이스크림과 비슷해 매우 인기가 있었지만, 권세가들의 집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고청운의 집안 형편으로는 빙라오를 간간히 사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점심때가 되어, 고청운은 정말이지 너무 더워서 시내에 나가서 빙라오 한 그릇을 사 왔다. 

그는 빙라오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간미를 부르러 갔는데, 결국 주의하지 않은 탓에 소석이 탁자로 기어 올라가 빙라오를 조금 훔쳐 먹고 말았다. 이 행동에 고청운은 놀라 뒤집어졌다. 어린아이가 너무 차가운 것을 먹어 탈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비록 놀랐지만, 소석은 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했다. 다만 이 차가운 맛에 빠졌을 뿐이었다. 쪼그만 녀석이 이제 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고 온종일 빙라오를 먹겠다며 하도 떠드는 통에, 고청운은 그에게 몇 차례 볼기를 때렸는데, 소석은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조르기를 그치지 않았다. 

결국 소석은 밤에 잠이 안 오면 얼음을 먹겠다며 울고, 또 몰래 방인소 방까지 침투하여 대야에 있는 얼음을 훔치려 들었다. 아랫사람이 쫓아오지 않았더라면 그 얼음이 다 아이의 배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었다.

더위 탓인지 소석의 통통한 작은 얼굴은 빠르게 여위어 갔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얼음만 먹일 수도 없었던 고청운은 소석을 경성 밖의 장원으로 데리고 가서 이번 여름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 * *

시골에 있어 보니 과연 도시보다 기온이 약간 낮았고 바람이 잘 통해서인지, 특히 밤에 잘 때 소석은 시끄럽게 하지 않고 잘 숙면했다.

덩달아 고청운도 잠을 잘 잤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서도 더위에 지치지 않았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가로웠다. 고청운은 왜 이렇게 일찍 올 생각을 못 했는지 후회했는데, 시끄럽고 번잡한 경성에 있을 때보다 장원 안이 조용하고 한가해서 독서의 효율이 매우 높아졌던 것이다.

그들은 장원에서 한 달 남짓 살다가 도중에 상경해 방인소와 연 씨를 한 번 보고 다시 또 장원이 있는 시골로 내려갔다. 

그대로 9월 9일 중양절까지 계속 머물던 그들은 방인소와 연 씨가 장원으로 와서 명절에 보낸 후에야 다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두 노인은 햇빛에 너무 그을려 검은 원숭이처럼 보이는 소석을 잘 받아들이질 못했다. 

“내 소중한 소석이가, 왜 이 모양으로 그을려 버렸지? 고되게 지낸 것이냐?”

연 씨는 검게 그을린 소석을 보고 크게 놀랐다. 

고청운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지 않습니까? 제가 강가에서 소석이한테 수영을 가르쳤는데, 아이가 매우 좋아해서 공부가 끝나면 매일 오후에 삼원이를 데리고 같이 수영을 하다 보니 이렇게 그을렸습니다. 물론 점심때 이 녀석이 낮잠도 안 자고 정원으로 뛰어가 몰래 놀러 다닌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는 소석이 이 정도로 놀았는데 피부에 화상을 입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고삼원은 매일 소석과 숨바꼭질을 해 주느라고 매우 바빴는데, 어린아이의 동작이 매우 민첩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곤 했던 것이다.

소석은 그의 아버지가 자기 얘기하는 것을 알고 씩 웃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는 연 씨 품속에 안겨 그녀에게 뽀뽀를 하며 말했다.

“외증조할머니, 소석이가 많이 보고 싶었어요.”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연 씨는 소석이 자신의 품에 안기자 비로소 웃음꽃을 피웠다.

고청운과 간미는 서로 마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똑똑한 녀석, 이 집에서 누가 실세인지를 알고 사탕발림도 아주 잘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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