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대생활 (151)화 (151/504)

151화. 교육과 학문 (2)

고청운은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대인, 당장 급한 것은 그 아이의 학식이 얼마나 높아지고, 아는 글자가 얼마나 많아지는 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천천히 그 아이의 성격을 바로잡아서 아이가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성정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렇게 한 후에야 비로소 학습과 관련된 이야기를 논할 수 있습니다. 때가 되면 제가 중점적으로 그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가르칠 겁니다. 한 사람이 무장으로서, 학식까지 갖추게 된다면 큰 재능이 실현이 될 겁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해보았다. 

‘앞으로 육훤은 과거를 준비하는 쪽으로는 나가지 않을 텐데, 이렇게 일찍 사서오경을 공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가 좋은 인격을 함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이때 고청운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에 잠긴 듯 생각을 해 보던 육택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소보의 일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바를 따르겠소. 지금도 너무 잘해 주고 계셔서 난 매우 만족하고 있으니 말이오.” 

웬일인지 아들은 보름 남짓 되는 사이에 그와 허물없이 지내지를 않나, 심지어 예전보다 훨씬 털털해진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육택은 아들을 밖에 데리고 다니는 일이 아주 적었는데, 매번 육훤이 사람들과 말을 하려고 하지 않고, 시켜보아도 사람을 상대하지 않았으며, 인사를 한 번 시켜보려고 해도 매우 채근해야 해서 그를 매우 화나게 했던 것이었다. 지금은 아들이 이 방면으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보였고, 적어도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예전만큼 힘을 들이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그는 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지만, 아들의 변화만을 놓고 봤을 때 이 사내가 매우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학자라서 그런가, 머리가 아주 비상해. 분명 이런 저런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내어, 아들이 어쩔 수 없이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게 만들었겠지.’

보아하니, 자신이 사람을 잘 찾아 모신 것 같았다.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고 싶으시다면 대인께서 시간이 나실 때, 아이를 데리고 집밖을 나서서 길을 다니시며 사람들을 많이 보게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은 그 아이가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고청운이 건의했다. 방택과는 달리 후부는 아주 커서 연무장도 하나 있었는데, 고청운은 가끔 육훤을 이끌고 연무장에 가 몸을 움직이게 하였다. 마냥 앉아만 있게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고청운은 후부의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육훤의 말로만 듣던 전설의 사촌 형이었다. 8살인 그 아이는 조용하고, 점잖으며 예의 발라 보였지만, 그와는 단 한 번만 만나봤을 뿐 접촉이 많지 않아 깊은 이해까지는 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오히려 육청(陆清)으로, 육택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는 약 23~4세가 되어 보였는데, 후부의 유일한 학자였다. 그러나 이 학자님은 이제 겨우 동생(童生)의 신분이라 그런지, 고청운을 볼 때 얼굴에 시큰둥한 기색을 드러낸 채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가버렸다.

고청운이 셈을 해 보니 이 사람은 16살쯤에 아버지가 된 것 같았다. 8살인 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옆에서 그의 모습을 본 고삼원은 점심시간이 되어 집으로 귀가했을 때,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숙부, 저 후부의 둘째 나리는 어떻게 된 거예요? 제 눈에까지 보이는 저 선명한 표정이 다 무슨 뜻이랍니까? 흥,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후부의 주인도 아니면서 육 후작 나리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무시한답니까? 아직 동생 신분이면서 무슨 자격으로 사람을 그렇게 멸시하는 거죠?”

고청운은 그의 격분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와 같은 식견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 이런 사람은 많이 봐왔다. 스스로를 고귀한 신분의 귀족 자제라고 여겨서, 우리 같은 비천한 학자들을 보면 으레 저런 태도로 일관하고는 하지. 모든 사람이 다 저런 것은 아니다. 교양이 있는 자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고삼원은 그동안 최소한 책을 들어 드리는 일이라도 해서 매일 그의 곁을 따라다녔는데, 때때로 함께 가르침을 받기도 하였다. 

“어쨌건 그런 태도가 눈꼴사나워요.”

고삼원이 고개를 숙인 채 구시렁댔다.

“10년 후 그를 다시 보게 되면 깨닫는 바가 있을게다.”

고청운은 빙긋 웃으며 물건을 차려 놓고, 소석을 보러 갈 준비를 했다. 정말 하루만 못 봐도 3년을 떨어져 지내는 듯했다. 

‘후부의 증조모님께서는 앞으로 몇 년을 더 후부를 장악하시려나?’ 

고청운은 비록 외부인이었으나 후부의 기괴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 아직은 육택이 압도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보였다.

증조모는 ‘효’라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 외에는 이미 육택을 잡을 수단이 별로 없었는데, 육택은 그런 수단 정도는 간단하게 파훼해 버리고 도리어 둘째 집 식솔들까지 애먹이고 있었다. 

요즘 청운이 후부의 앞쪽 정원 쪽에만 머무르고 있고 또 조심한다고 한들, 풍문을 아예 못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확실히 아직 젊은 육택은 부모상 기간만 다 치르면 새 아내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이렇게 큰 후부에 안주인이 없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육택이 이 긴 기간 동안 재가하지 않고 있던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히 처신이었다. 듣자 하니 사별한 아내와 관계가 매우 좋았다고 하였다. 

고청운은 다만 미래의 후부의 안주인이 될 분이 육훤에게 잘 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도 이렇게 생각만 할 뿐, 이는 필시 남의 집안일이라 그저 자기 자신의 집안일이나 잘 건사하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 * *

“소어야, 아버지가 보러 왔다!”

고청운은 후원에 위치한 그들의 거처로 돌아가서 오동통한 아들을 첫 번째로 찾았는데, 그를 깨울까 감히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이제 만 2개월을 넘긴 소석은 희고 통통하게 자랐다. 하루 종일 자거나 먹거나 아니면 울면서 매우 빨리 자라고 있는 소석의 지금 집안 내 서열은 방택 내에서 견고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의 일거수일투족 모두 사람들의 강렬한 관심을 받았다. 

방자명조차도 몇 번이나 보러 와서는 몇 번이고 자기가 장차 낳게 될 아이가 분명 더 예쁠 것이라는 둥 하는 이야기를 벌써 읊조려댔다.

이 말은 그래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6월 초에 마침내 장가를 가게 된 방자명의 아내가 정말 아리땁게 생겼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기 때문이었다. 

고청운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얼굴에 연지를 너무 두껍게 덕지덕지 발라 새색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친척 분들과 인사드리면서 보니 하 씨는 정말 어여쁘고 귀엽게 생겼으며 방자명을 바라보는 눈빛엔 수줍음과 기쁨이 가득 차 보이긴 하였었다. 

“부군, 오셨어요?”

간미가 점심 식사는 어찌 했냐 물으며 맞이했다.

고청운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웃으며 말했다.

“후부에서 먹고 오는 길이오. 소석은 잠에 들었소?”

고청운의 표정을 보니, 아들이 좋기는 좋은 것 같았다. 그의 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잘 자고 있었는데도 이런 질문을 하다니 말이다.

“네, 방금 잠에 들었어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석류빛 꽃치마를 입은 그녀는 몸이 조금 불어났지만, 얼굴의 반점은 드디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요즘 그녀는 체형이 매우 불만스러운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와 함께 권법을 따라하며 빠른 걸음으로 운동했는데, 아마 아이 젖을 먹이지 않았다면 식사량도 더 줄였을 것이었다.

고청운은 소석이 잠들었다는 말에 실망이 컸지만 조용히 발길을 돌려 요람 옆에 엎드려 잠시 아들의 자는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간미가 재촉할 때까지 누워 오후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오후 휴식이 끝나고 고청운이 일어나 책을 읽을 때도, 소석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계속 아기가 깨기를 기다리던 그는 도중에 잠시 쉴 겸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벽 너머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청운은 급히 달려가 유모가 기저귀를 갈아주기를 기다려 품에 안고 말했다.

“소석아, 여길 보렴.”

소석은 흑포도처럼 큰 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실제로 본 것인지 무의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청운은 두 달 남짓한 아이가 실제 웃을 수 있는지 없는지 몰랐으나, 아들이 웃어 준 것만으로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것 보시오, 이 아이가 나를 보고 웃었소.”

고청운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항상 고청운이 책을 읽는 소리를 듣다가 밖으로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인지, 소석은 고청운이 안아줄 때는 거의 울지 않고 순순히 따라 주었다. 

고청운은 그런 모습을 보고 더 흥분했다.

‘드디어 아이를 안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니! 아침엔 장모님이 돌보시고, 오후가 되면 스승님이 귀가해 버리시니 아들을 안아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말이야.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누구든 내게서 아이를 뺏어 안아볼 생각을 하기만 해 봐라!’ 

“부군, 작은 외할아버지께서 며칠 있다가 임산현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는데, 집에 뭣 좀 전해드릴 것 없나요?”

간미는 옆에서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재빨리 물었다.

“집에 내려가신다고? 경성에 안 머무르신다고 하셨소? 방 형네가 이제 막 혼인을 치렀는데.”

고청운은 깜짝 놀랐다. 

‘그와 왕 씨가 임산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고청운은 문득 며칠 전 방인례가 방인소를 찾아왔을 때, 서재에서 들렸던 다툼소리가 생각났다.

나중에 연 씨로부터 어렴풋이 듣자 하니, 고청운이 생각했던 대로 방인례는 거인들의 관직 출사에 대한 일을 물었던 모양이었다. 방인소는 그에게 최근에 너무 많은 수의 거인들이 경성에 체류하고 있고,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일찍이 벼슬을 하러 갔기에 너무 늦게 물어봤다며, 남은 관직 자리라고는 현주부 아니면 현교의 령, 그도 아니면 외진 곳의 관직뿐인데도 맡겠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방인례는 가지 않으려 했다. 그는 더 이상 계속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싶지 않아 지방의 현령직이라도 좀 잘 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조건의 관직이 그의 차례까지 올 리는 절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관직을 넘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인소의 관직은 경성 내에서는 결코 큰 관직에 들지 못했지만, 그에게 좋은 자리를 알선해 줄 정도는 되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말다툼이라도 벌였는지, 연 씨마저 매우 분개한 모습을 보였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사돈댁이라도 찾아가 본들 관직을 주겠냐며, 사돈 역시 이부(*吏部: 중앙정부 육부 중의 하나)의 관직 자리나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하였다.

‘그랬던 그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관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소리인가?’

이 일은 고청운이 방자명에게 묻기는 좀 그랬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간미의 말을 들어 보니, 그는 아마 고향으로 일단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임산현으로 돌아가면 거인 한 명이 할당하는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방씨네는 진사 신분의 인물까지 보유하고 있었고, 그도 경성에서 벼슬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유일한 적자 또한 거인의 신분이고, 시집 온 며느리의 신분 역시 임산현에서는 높은 편이니, 방인례는 고향에 돌아가기로 결심한 듯했다. 그는 돌아가서도 틀림없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청운은 방인례를 만나봤기에 그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진부한 면이 있었으나, 친형인 스승님에게는 유독 태도가 유별났다. 허나 방인소가 어떠한 사람인가? 틀림없이 좋게 대우를 한다고 해서 그런 아첨에 길들여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듣자하니 작은 외할머니가 내려가자고 권유했고, 작은 외할아버지도 동의하셨다고 해요.”

간미 생각에도 그들이 돌아가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임산현에 가면 입고 먹는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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