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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생활 (150)화 (150/504)

150화. 교육과 학문 (1)

그렇게 오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들은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작은 정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고청운은 육훤을 데리고 다니며 개미나 나뭇잎, 꽃 등을 구경하고, 간단한 수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알려 주었으며, 그가 아주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퍼부었다. 

아직은 낯선 사람일 텐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날 오전 내내 육훤은 울지 않았으며, 중간에 간식까지 한 번 같이 먹기도 하였다.

고청운은 관찰을 해 보니, 육훤이 말은 잘 안 하지만 뛰어난 손놀림과 모방 능력으로 자신이 가르친 들풀을 엮어 작은 동물 만들기 등을 아주 빨리 배워 익혔다는 걸 알았다. 

고청운은 유도를 통해 그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아버지, 둘째 할아버지, 숙부, 큰형, 유모 등의 단어라는 걸 알아차렸다. 육훤의 말에서 다른 사람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고청운은 그중 그의 입에서 몇 차례 나온 '큰형'이란 말이 신경 쓰였다. 

짐작컨대 이 큰형이라는 사람은 육훤의 둘째 숙부가 되는 사람의 장남으로 사람됨이 매우 훌륭하고 학문도 뛰어난 듯한데, 증조할머니가 늘 두 사람을 비교해서 비록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라지만 육훤은 본능적으로 이 큰형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 사람에 대한 언급만 해도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중간에 육훤이 볼일을 보러 갈 때, 고청운은 구석에 서 있는 사내종과 이야기를 나눴고, 사내의 이름이 오문(吴文)이라는 것과 육택의 친위병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후원에는 또 다른 여종이 있었는데, 그녀는 고청운과 육훤이 후원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따랐다.

육훤의 전임 시종은 주인을 모시기에 적합하지 못해 이미 면직되었다고 하였다.

말뜻을 들어보니, 육택이 돌아와서 지시한 것 같았다.

고청운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댁의 도련님이 아직 어리니, 당연히 곁을 잘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고청운은 갑자기 이 후부라는 곳이 비록 인원수는 많지 않으나 적지 않을 일들이 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는 여기서는 일개 가정교사에 해당하는 인물이어서 이런 복잡한 일에 연루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 * *

육훤이 놀다 지쳐서 정오 낮잠 시간에 맞춰 안겨 들어가자, 그의 오늘 수업은 끝난 셈이 되었다.

고청운이 돌아가려 할 때, 후부의 수석 집사가 찾아와 그에게 사례금과 관련된 일을 전했다. 

교습 비용으로 매년 80냥의 은전과 계절별 포목 등의 사례를 할 예정인데, 보통 반년에 한 번 결산을 하지만, 이는 그의 뜻에 따라 일정을 맞추겠다고 하였다. 수업 시간은 오전 2시진 동안 진행하되, 매일 6일간 연속으로 수업하고 하루는 수업을 쉬며, 수업 내용은 그가 직접 구성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 외로는 고청운을 매일 마차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기로 하였다. 

물론 고청운은 여기에 별 다른 의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례금이 특별히 두둑한 편은 아니었지만, 경성에서의 거인들이 받는 일반적인 금액 기준으로는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 거인이 학생을 가르치며 받는 돈은 한 달에 한두 냥의 은자가 다였는데, 개인 서당을 운영한다면 여러 명의 학생을 받을 수 있으니 총수입을 이보다 더 올릴 수는 있었다.

게다가 오늘날의 정7품 관직에 종사하는 관리의 연봉은 겨우 은자 4~50냥과 쌀 30섬이 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임산현에 있을 때 화본에 대한 사례금으로 받던 매월 25냥의 은자는 정말 대단한 대우였다. 고청운은 요즘 같아서는 그때가 참 아쉬웠는데, 은자를 번다는 것이 정말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일은 정말 특수했던 상황으로, 원한다고 당장 만들어지지 않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 * *

오후에 방인소가 돌아왔을 때, 고청운은 정용후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부의 육권(陆权)이란 사람은 노부도 알고 있다. 그는 이전에 공부(工部)의 정6품 주사(主事)로서 능력이 부족했으나 인복이 많고 사람 됨됨이가 있었기에 모두들 그를 묵과해줬었지. 그는 은음(*恩荫: 중국 송나라 때에 조부나 친척의 관력에 따라 그 자손이 과거 시험 없이 관직에 출사하는 것)을 통해 관직에 들어왔는데, 노부와는 아무런 왕래도 없었다.”

방인소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어디선가 미움을 샀던 것인지, 아니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누군가로부터 보복을 당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단오절을 쇨 때 한 골목에서 구타를 당해서 멀쩡했던 다리가 부러졌다고 하였지. 부러졌던 다리가 붙기는 했으나 이후로 예전처럼 잘 걷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직서를 썼다고 하더구나.”

조정에서는 외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관직을 하사하지 않았는데, 벼슬을 하는 사람이 조정의 체면을 대표했기 때문이었다. 천리를 거스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거나 통치자가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사람에게 벼슬을 줄 리 만무하였다. 

본 왕조에서 출사(*出仕: 관직에 취임하는 것)는 주로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과거(科擧), 국자감, 은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과거와 국자감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은음은 지위가 높거나 혹은 나라에 공을 세운 일로 황제로부터 은혜를 받아, 하나 혹은 여러 자리의 관직에 사람을 올릴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 걸 말했는데, 보통은 자신의 친인척을 관직에 올리기 때문에 말 그대로 벼락출세를 하는 방법으로 통했다.

고청운 외의 사람들이 십여 년 간 고생을 해서 비로소 7품 관직에 오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은음이란 의심의 여지없이 출사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지라, 보통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스승님, 그 말씀을 들으니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청운이 회상해 보니, 그때 길거리에 구경을 나갔을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언젠가 병마사(*兵马司: 수도에 두어 경찰의 직무를 맡음)가 신속히 범행을 저지른 건달들을 붙잡았지만, 알고 보니 자기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여 엄한 사람을 잘못 때렸다며 오해였다고 하질 않았는가.

이 일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육권이 정말 재수가 없어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말했었다. 그때 간미는 막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에 고청운은 이 일을 들은 후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육권이 나중에 이 일로 다리를 절게 되었었다니!

“네가 가서 잘 가르쳐라. 경성은 아주 큰 곳처럼 보이겠지만 바닥이 참 좁은 곳이야. 네가 무슨 일을 하던 그 흔적이 남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란다.” 

비록 고청운의 성격을 알면서도, 방인소는 한마디 당부를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고청운이 솔직히 대답했다.

“안심하세요.”

* * *

이어 고청운은 매일 제시간에 후부를 찾아 육훤과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와 친숙해지기 위해 3일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었고, 아이는 더 이상 그를 배척하지 않았다. 이후에 고청운은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여느 아이들처럼 <삼자경>으로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식물, 사람 이름부터 글자를 떼기 시작했다.

육훤은 글공부에 흥미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삼자경을 읽기만 하면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가지고 놀 뿐이었으니, 그의 방법은 육훤에게 딱 맞아 들었다. 

육훤이 처음으로 완벽하게 10글자가 넘는 글을 분별하고 난 후, 고청운은 특별히 육택을 초청해 수업에 참관하게 하였다. 

“잘했구나, 소보야!”

육택은 비록 몇 글자를 겨우 식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뭐 그리 대단히 칭찬할 것 없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들이 기대감에 가득 찬 작은 얼굴을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보고는 고청운의 조언을 받아들여 아들을 크게 한 번 칭찬했다.

아버지의 칭찬을 들은 작은 육훤은 큰 눈이 깜박이더니 작은 가슴을 의식적으로 꼿꼿하게 폈고, 발그스름해진 볼을 한 채 약간 오므려진 입꼬리를 올렸다.

뒤이어 그는 고청운이 빠르게 다른 종이를 꺼내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마저 읊었다.

“토끼, 호랑이, 꽃, 나무…….”

그는 모두 다 읽고 난 후 육택을 또 바라봤다. 

육택은 아들이 좋게 변화하려는 모습이 보였던 것인지 그새 영민하게 반응하여, 또 한바탕 칭찬을 퍼부었다. 

작은 육훤은 아까보다 더 크게 기뻐했다. 육택이 돌아가고 나서는 그날따라 어찌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밥 먹으러 가는 것조차 싫어했다.

육훤은 육택의 칭찬을 받은 후 공부에 대한 흥미가 아주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고청운은 그를 단 한 번도 꾸짖은 적이 없었는데, 그가 잘못을 했더라도 차분히 그를 독려하며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고 늘 그를 칭찬했기 때문에, 아이가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 남들 눈에도 보였다. 

이렇게 육훤은 매일매일 매우 즐거운 모습으로 수업을 들으러 나왔고, 예전처럼 매번 굳은 표정으로 불만스러운 내색을 하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육훤의 성격이 이렇게 형성된 원인을 짐작해 보던 고청운은, 마침내 그가 가정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장기간 집을 비웠으며 할아버지는 항상 병상에 누워 있었으니, 그의 곁에 둘러앉아 있는 사람은 유모와 여종 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어른들이 특별히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면, 그가 선천적으로 말재간이 발달해 있었을 가능성은 없었다. 게다가 그의 증조할머니가 둘째 아들 집의 손자를 더 귀여워하기까지 했다면, 육훤은 분명히 멸시당해 왔을 게 분명했다.

주변에 여종이나 유모밖에 없는 우리의 작은 육훤은 사람들이 아무리 그에게 순종한다고 한들, 그에게 스스로 아무 것도 못하게 했을 것이고, 그가 무엇을 하더라도 곁에서 거들어 왔을 터였다. 아마도 걷는 일조차 스스로 하지 않게 곁에서 계속 안고 걸어줄 사람이 있었을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됐으니, 육훤은 매사에 더욱 겁이 많아지고 자신감이 없어졌을 터였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3살 연상 사촌 형과 비교되는 상황이 더해졌다면 육훤의 자신감은 더 떨어졌을 것이고, 말이 잘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질만 나빠져 쉽게 짜증이 나고, 말이 잘 안 통하게 되면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울고불고 했으니 여종이나 유모들이 분명 그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기 바빴을 테고, 이런 경험이 잦아지면서 그는 울고불고 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법을 배워왔을 것이 분명했다. 

한 번은 그가 책을 읽기 싫다며 정원에 잠시 놀다 오겠다고 한 적이 있었으나, 고청운은 45분을 공부해야 한 번을 쉴 수가 있다는 자신의 규정에 따라 아직 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육훤은 그가 허락하지 않은 것을 보더니 즉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가슴이 찢어질 듯이 울어 마치 그가 학대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울음소리에 오문마저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들여다볼 정도였다. 그러나 고청운은 그대로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그가 우는 것을 보고도 그저 책장을 펼쳐가며 읽던 책을 마저 읽어 내려갔다. 

육훤은 고청운의 무관심한 모습에 울음소리를 천천히 그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 때문에 고청운은 수업이 끝난 뒤 육택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해야 했는데, 주요 내용은 그가 일부러 학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고청운은 학부모와 항상 소통하고, 학부모와 교사 양쪽에서 동시에 육훤을 관리를 하는 것이 더 교육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믿었다.

육택의 말에 의하면, 그가 지난해 처음 돌아왔을 때 육훤은 그와 친해지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둘째 할아버지와 더 친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지금처럼 아들과 가까워진 것이라고 하였다.

고청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모두 안채에서 사용하는 수단들이지.’ 

고청운이 간미에게 이 일을 꺼냈을 때 간미는 상황을 바로 알아차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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